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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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이로울 만큼 행복하다.

내가 있는 곳은 수용소가 아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연주하지 않는다. 나는 살아 있다.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다른 연주자들, 그리고 다른 인간들과 함께 흥에 젖기 위해 연주한다.

나는 내 부모의 집을 나왔다. 정말로 나왔다. (312페이지)


15년간 아버지에게 감금당하듯 살아온 소녀가 그 집을 벗어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끔찍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현재의 삶을, 그녀가 잃은 많은 것을 찾아가며 살아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회복은 더뎠다. 쉽게 꺼낼 수 없는 기억이 되어 일상을 마비시켰다. 사십여 년이 지나고 이 책이 나온 이유가 그 고통의 시간을 증명한다. 선뜻 말할 수 없던 시간이 그렇게나 길었다. 정신적인 학대가 한 인간의 성장과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보여주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딸을 초인으로 만들겠다며 시작된 아버지의 계획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세상은 한없이 위험하며, 배신자로 들끓고, 어디서 공격해올지 모를 적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훈련처럼 아버지는 딸을 훈육한다. 가두고, 씻지도 못하게 하면서, 연장을 쥐여주며 일을 시킨다. 자신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열 살도 안 된 아이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상처에 독한 술을 부어 소독이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소변보는 일을 어린 딸에게 수발들게 하고, 딸이 당하는 성폭력을 보고도 외면한다. 아버지가 행하는 모든 일은, 딸이 이 세상에서 버틸 수 있는 존재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당연했다.


이 책을 읽는 그 누구도 모드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그의 방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리라. 더없이 사악한 인간이 우글거리는, 더없이 위험한 세상에서, 아무도 믿지 말고, 세상을 지배하고 살아갈 존재로 만든다는 그의 신념을 누가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 광기에 휩싸인 아버지 손에서 자란 모드가 세상으로 뛰쳐나오기까지 버티게 한 건,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동물들이었다. 나이 들어가는 개, 두 마리의 말, 무리에게 공격당하던 오리. 그리고 책과 음악이었다. 아버지는 전쟁통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음악을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모드에게 악기 연주를 가르쳤다.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혔다. 그런 시간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모드가 세상을 보는 방법이기도 했다. 위기를 감지한 좋은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정신력을 발휘한 모드의 의지가 있었다.


아버지의 잘못된 신념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그 아버지 역시 잔인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광기의 시작은 모드의 할아버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모드의 아버지 역시 아버지에게 학대당한 인물이며, 그가 겪은 두 번의 전쟁은 큰 상처를 남겼고, 그로 인해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계획을 세우기에 이른다. 그릇된 방식이라는 게 그 계획의 오류였지만. 모드의 어머니 역시 부모와 남편에게 버림받고 학대당했으며, 남편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딸에게 또 다른 가해를 하는 존재가 된다. 모드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드. 세 사람 모두 희생자와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고통을 이기고 버티며 존재하려고 애쓰는 게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모드의 아버지가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잘못된 신념은 어린 딸을 어떻게 망쳐가고 있는지 보여주었으니까. 그런데도 강인한 정신력의 모드는 이 이야기의 의미가 된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통해 삶이 그동안 아버지와 어머니가 말해준 것보다 훨씬 끔찍하다는 것을, 온통 폭력과 오욕과 복수와 배신으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인물들은 삶을 두려워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삶에 맞서 벽을 세우지 않는다. 반대로 삶을 사랑하고, 그 안에 잠기고, 필요하다면 아예 깊숙이 빠져버린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뭐든 겪어볼 만한 가치가 있어.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마.” (157페이지)


조금씩 버티고 나아가는 그녀의 의지는 아버지의 감옥에서 벗어나고 그녀가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문을 연다. 트라우마를 이겨낸 그녀가 이 책으로 현재 그녀의 삶을 보여주었듯이, 우리에게 닥칠 불행과 위기를 어떻게 건너갈 수 있을지 미리 증명하는 답이 된다. 그녀 옆에서 의지가 된 동물들과 책(문학), 음악이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디게 했다. 그녀의 말처럼, 자유는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321페이지)라는 신념이 그녀에게 완전한 치유를 선사해주었기를 바란다. 충격으로 시작했지만, 안도의 숨을 내쉬게 하면서 페이지를 덮게 하는 책이었다. 삶의 모든 순간이 절망이 아니라는 희망을 남기는 듯하다.



아버지는 자신이 무엇을 하든 전부 다 나를 위해서라고 되풀이해 말한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해, 예외적 존재가 될 운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나를 키워내는 일에, 나의 형체를 빚고 조각하는 일에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 (35페이지)


다른 집에서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고 춥지 않도록 이불을 잘 덮어준다는 얘기를 채에서 본 적이 있다. 나는 혼자다. 말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외톨이다. 혼자 버텨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 싫다. 혼자만 떨어져 있는 것은 지옥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 싶다. (118페이지)


아버지의 손이 내 얼굴로 다가오고, 아버지의 긴 손가락이 내 이마 위에서 열을 확인한다. 이제 그 손이 내 뺨을 어루만져주길 나는 온 힘을 다해 기원한다. 손가락 끝이라도 한 번만 만져준다면 바로 그 순간 이 집과 철책과 담이 사라지리라. 우리는 함께 바깥에서 자유롭고 행복하리라. 하지만 손길은 없다. 아버지의 손가락은 내 이마를 곧 떠난다. 곧이어 아버지가 문 쪽을 향해 고함치는 소리가 지금까지의 마법을 깨뜨린다. “자닌! 모드 깼어! 백포도주 가져와!” (15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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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6-19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드 아버지도 자기 아버지한테 학대를 받았군요 그런 거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드 아버지가 한 일을 용서할 수는 없겠습니다 자신이 당한 일을 생각하고 자기 딸한테는 그러지 않아야겠다 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자신이 당한대로 자식한테도 하는 것 같아요 폭력은 대물림 된다고 하니... 동물, 음악, 책이 있었다니 다행이고, 스스로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벗어나서 다행입니다


희선

구단씨 2021-06-22 23:11   좋아요 1 | URL
어느 전문가가 했던 말이 기억나요.
마음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근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내면의 아이를 찾아서 그 시작부터 다시 걸어봐야 한다고요. 모드 아버지도 비슷한 시작이 아니었나 싶어요.
 
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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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과 논리를 조합해 진실을 제시한다. (181페이지)


마음이 약해지고 불안할 때 찾는 게 점집 아니었던가? 억울하고 아쉬운 마음에 그리운 사람 찾아보려는 이들에게는 더한 간절함이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 영매가 아닐까 싶다. 믿고 싶지 않지만, 또 완전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이상한 마음이 자꾸 끼어든다. 그래서 가끔은 영매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바라는 결과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을 가진 자는, 언제나 약자다.


고게쓰는 추리소설 작가다. 형사도 아닌 그에게 죽을 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하는 이가 있다.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면서, 그의 능력을 무조건 믿는 듯한 말투다. 사실 그에게는 범인을 찾는 능력은 없다. 가끔 경찰의 의뢰를 받고 몇 가지 조언과 도움을 주었을 뿐이다. 거기에 영매 조즈카 히스이를 만나면서, 그녀의 능력을 지켜본 게 전부다. 그도 남다른 추리력으로, 심지어 그 눈썰미로 추리소설까지 쓰고 있지만, 조즈카의 능력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는 그녀의 시선은,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한 사건까지 해결하는 지경에 이른다. 도대체 영매 조즈카, 그녀는 누구인가.


오래전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형사가 범인을 잡지 못하고 답답할 때 점쟁이에게 간 적도 있다고 하더라만. 이 경우는 좀 다르게 시작된다. 고게쓰가 여자 후배 유이카의 부탁으로 영매를 만나러 가고, 영매의 기이한 조언에 따라 해보려고 하던 중에, 유이카는 죽는다. 그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해봐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조즈카의 섬세한 관찰력이 없었다면, 아마 유이카는 죽어서라도 편히 눈감지 못했을 것이다. 억울해서. 그때부터 인연이 된 조즈카와 고스케가 마치 한 팀이라도 된 것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살인 사건의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우는 여자 살인, 수경장 살인, 여고생 연쇄 교살 살인. 세상에 참 다양한 이유의 살인이 있다는 걸 이 책 보고 다시 느낀다. 이렇게 죽은 영혼은 또 얼마나 아프고 억울할까. 그래서 사건 해결에 조즈카의 참여가 뜬금없다고 생각되면서도 어떤 의미로는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치 죽은 영혼을 위로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건 해결에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이뤄내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운을 느끼고, 희생자의 영혼에 접속하면서, 죽음의 냄새를 맡는 조즈카의 초월적 능력 앞에서는 풀리지 못할 사건이 없다.


히스이는 타인의 냄새가 그렇게 잠깐 새에 변하는 것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고게쓰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딱 한 마디로 자신의 인생이 뒤집혀버리는 순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고게쓰도 그런 경험이 있다. 눈을 감으면 그 말을 했던 사람의 표정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고작 한마디로 나라는 인간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199~200페이지)


조즈카와 고게쓰의 조합은 과학적인 사건 해결을 위한 완벽한 팀이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추적하면서 사건 해결에 접근하는 게 고게쓰라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추론을 제시하면서 죽은 이와 보이지 않는 사건 상황을 말하는 이는 조즈카다. 어쩌면 막연한 환상처럼 들리는 조즈카의 추론을 뒷받침하는 게 고게쓰의 합리적인 수사 과정 설명이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살인 사건들은 자칫하면 미제사건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상황을 들으면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조즈카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들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을 터였다. 조즈카와 고게쓰의 하모니가 빛을 발하고 있을 무렵,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연쇄살인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연쇄살인을 멈출 수 없다고 여길 무렵, 소설은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게 한다.


두 사람이 명콤비로 이 시리즈를 이어갈 거로 여겼다. 새로운 분위기의 추리소설이었고, 맛깔나는 탐정 시리즈가 될 것 같았다. , 이들이 어떤 상황으로 치달을지는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알겠고, 무엇보다 영매라는 특이한 캐릭터의 등장은 신선했다. 영매 탐정. 비췻빛 눈동자로, 누가 봐도 아름답고 보호해주고 싶은 비주얼. 그녀의 특별한 능력으로 경찰 수사에 도움을 주면서, 마지막까지 그 능력을 빛나게 하는 해결사가 된다. 아우, 입이 근질근질. 이 소설의 결말에 놀라면서도, 아쉽기도 할 테다. 이 콤비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반, 사건이 해결되어 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이 반.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영매 탐정의 활약이 계속되어도 좋겠다는 바람만이 남는다.


한편으로는 정말 궁금하기도 하더라. 영매의 기운이 어떻게 다가올까 싶은 마음. 정말 인간에게 저런 능력이 주어지는 걸까? 믿기 어려운 상황은 계속 일어나지만, 살인 사건 해결을 위해서라면 믿기 어려운 이 상황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건이 일어나고 시신이 놓였던 자리에서 영매의 재연을 보면서 신비함은 고조된다. 그렇게 재연한 영시의 힘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한 문장도 허투루 볼 수 없게 한다. , 모든 것이 마지막의 반전을 위한 복선이었어. 범인의 고백과 살인 이유를 듣다 보면, 인간의 감정이 보통의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는 섬뜩함이 남는다. 역시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인 걸까.


사람의 혼은 어디에 있을까.

죽으면 그 넋은 어떻게 될까.

수수께끼는 많지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위안은 되리라. (314페이지)


아직 끝나지 않은 조즈카의 활약을 기다리는 이유가 충분한 이야기다.


#미스터리 #추리소설 #오컬트 #시리즈 #책추천

#영매탐정조즈카 #아이자와사코 #비채 #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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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6-1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뭔가 생각났는데, 말했다가 정말 그러면 안 될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게쓰 죽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말해버렸네요 이게 아니면 괜찮겠지요 고게쓰가 뭔가 하는 걸 보면 아닐지도... 영매사 탐정 괜찮을 듯합니다


희선

구단씨 2021-06-17 16:02   좋아요 1 | URL
무섭죠? ㅎㅎㅎ
후반부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의외였어요.
 
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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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아파트로 이사 온 지 반년이 넘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엄마가 사는 시골의 낡은 집을 우리 집이라고 부른다. 목적지를 말할 때도 아파트로 갈게, 아파트에 들어왔어.’ 이렇게 표현하지 집에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입에 붙은 습관처럼 말이 그렇게 나온다. 나는 아직 이 집에 정이 붙지 않은 걸까?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를 또 다른 이사계획에 마음이 붕 뜬 걸까, 그것도 아니면 폭력적인 소음으로 공격하는 윗집 사람들 때문일까. 머릿속에 막연하게 채워진 생각들이 만들어갈 그곳이 궁금하다. 이제까지 살아온 집의 기억에 보태 앞으로 살아갈 집은 어디의 어떤 집이 될는지.


집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대답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자신에게 수없이 물었을지도 모른다. 집의 존재에 대해서 말이다. 먹고 자고 쉬고, 일상의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할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물리적인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것까지 아우르는 존재로 있어 주기를 바라는 곳. 작가가 머물다 온 그 집들을 생각하면, 집은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장소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낡고 불편했지만, 간절하면서도 애틋한 기억으로 남은 집들이 작가에게는 정신적인 공간이었을 테다. 작가가 걸어온 시간을 가득 채운, 가난의 모습이 곳곳에 묻어있는 그곳. 집에 대해 잘 몰랐지만 편한 집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게 한 그 시절의 이야기에 우리는 또 꿈을 꾼다. 편한 집, 내 공간, 마음이 안정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작가가 찾던 집도 그런 곳이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한 공간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여기면서도, 결국에는 오랜 세월의 끝을 정착하려고 선택한 집에 머물며 오늘을 살게 하는 곳을 찾았다.


자주 집 꿈을 꾸었다. ‘보이라에 에아가 차서 방이 냉골이라고 추위에 떠는 엄마 꿈, ‘입식 부엌에 지름 보이라를 못 놔서 서러운 아버지 끼무. 꿈속에서도 나는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있다. , 언젠가 돌아와 아궁이에 물도 차지 않고 보일러에 에어도 차지 않은 번듯한 입식 부엌에 기름보일러를 놓아드리리라. 엄마,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리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우선 나는 아궁이 물을 푸며 읽었던 책 몇 권 안고 집을 떠났다. (44페이지, 아궁이에 물을 푸며 책을 읽다)


작가가 어릴 적, 거대한 큰집 옆에 자리한 세 칸 초가집이 작가의 집이었다. 엄마가 힘들었음은 물론이고 그 후로 아버지가 다시 지은 부로꾸집(블록집) 역시 불편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의 집은 아버지의 거듭된 실패와 모습을 같이 한다. 더 좋아질 것 같았지만, 더 좋아지지 않았던 생활 공간으로 남았다. 어디를 봐도 완벽한 집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그곳을 거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처음 자취를 시작한 광주의 어느 식당 방.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의 봉제 공장에 취직하면서 경험한 기숙사, 역시 낡고 오래된 임대아파트까지. 그리고 무슨 마음인지도 모르게 구매했던 담양 수북의 땅. 땅만 사면 집은 저절로 짓는 거로 여긴 건 아닐까? 나도 그랬다. 땅만 구하면 집 짓는 것은 업체에 맡기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다. 하지만 좋은 땅(자리)을 구하기도 어렵고, 집을 잘 짓는 업체를 만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의 계획은 흐지부지되었고, 이제는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을 생각하면서 막연하게 집 짓는 꿈을 꾼다. 작가의 시행착오를 들으면서 웃음이 나고 공감되는 건 그 때문이다. 나보다 앞서 경험한,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작가에게 존경을 담아본다.


어렸을 적의 시간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의 성장을 거쳐 나이 든 후 수북으로 돌아가 집을 짓고 사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세입자로 살던 게 굳이 나쁘지는 않았을 테지만, 작가가 내버려 둔 땅에 집을 지어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일은 마냥 힘들었던 집주인 때문이었다. ‘더는 안 되겠다, 집주인의 갑질을 겪지 않을 내 집을 지어야지.’ 그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되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림 그리듯 해놓은 설계도를 가지고 시공자를 찾는 일부터, 부족한 예산으로 튼튼한 집을 지어야 하는 계산까지 해야 했다. 저자는 말하는 장면들이 눈에 선했다. 듣기만 해도 아찔했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야, 정말 정직하고 성실한 시공자를 만나지 않은 다음에야,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다음에야 이룰 수 없는 꿈이었으리라. 내가 마련한 장소에 내가 원하는 집을 짓는 일은 그런 것이었다. 그래도 큰일 없이, 무사히(?) 집은 완성되었다. 작가는 그 오랜 세월 쌓아둔 집을 끌고 새로 지은 집으로 들어간다.


조만간 집이 완성되면 좋든 싫든 나는 그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로서는 엄청난 결단과 돈을 들여 땅 위에 처음 짓는 내 집이다. 남이 지어놓은 아파트에 돈만 지불하고 들어가는 것과는 뭔가 차원이 다른 일임이 분명하다. 땅 위에다 스스로의 결정으로 집을 짓는 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걸 집을 짓는 중간에서야 갑자기 깨달았다. 아이구야, 내가 뭣도 모르고 큰일을 저질러버렸구나! (99페이지, 그녀, 집주인 여자 때문에)


어찌 되었든, 머물기로 다짐한 곳에서 또 정을 붙이기 마련인가 보다. 잔디를 잘못 심어서 후회하고, 데크에 잘못 올린 지붕 때문에 여름 더위에 시달리고. 그러면서도 내 집이라는 안정이 주는 시간을 살아간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수북의 집에서 작가는 시골 마을 주민이 되어 살아간다. 시골이라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한다고 여겼지만, 폐차한 차 대신에 이용하는 대중교통으로 다른 풍경을 본다. 장날에 읍내에 나가는 경험, 버스에 올라탄 이들의 이야기에 살아간다는 것을 배운다. 뭐든지 도시보다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다. 버스에 올라탄 할머니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려주는, 교통카드가 아니라 손에 쥔 잔돈으로 버스비를 내는, 그러다가 동전이 손에서 우르르 떨어지는 일도 다반사. 짐보따리를 버스에 싣고, 지팡이도 올리고 몸도 실어야 하는 이들의 느린 행동에도 기다려주는 버스 기사. 나 역시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이런 기사님 보기 어려운 이곳에서는 마치 다른 공간의 이야기 같아서 낯설다. 그 느림과 이해가 부럽기도 하다. 사고 없이 천천히, 누군가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출발하는 버스의 모습을 그리면서, 작가가 머무는 시골 마을의 풍경을 읽는다.


작가처럼, 나도 집을 생각하면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 시절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좁은 집에서 부모님과 육 남매 북적거리면서(사실은 낑겨지내면서) 살았던 시간, 수시로 싸우고 울고불고하면서, 가난에 원망만 가득하던 마음. 생각하면 아프기만 한 공간에 기억이 더해져, 그 시절의 행복과 불행이 따라온다. 솔직히 말하면, 행복보다는 불행하다고 여기던 시간이었다. 그때는 그랬다. 뭐든 힘들고 부족하기만 했던 기억, 마음의 여유는 생각도 못 하던 날들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때의 우리는 어렸고, 그래서 더 이해하지 못했고, 그 집에서 고생하던 엄마의 애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오래되고 낡은 집만큼이나 엄마도 외롭고 힘들었을 텐데. 그렇게 부족하고 낡은 곳이어도 지키고 있기가 어려웠을 거라는 걸 이제야 안다. 집주인의 갑질 없이, 매달 나가는 월세 걱정 없이, 언젠가 내쫓길 걱정 없이 지내는 일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그곳이 아니었다면, 그 동네 그 집이 아닌 곳에서 나고 자랐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우리가 걸어온 시간과 모습 그대로를 담아낸 그곳이 가진 의미를 묻는다. 집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말하는 듯하다. 가지고 있다가 값이 오르면 팔고 나올 부동산이 아닌, 눈비 막아주면서 머물기 좋은 곳. 내 물건들이 자리 잡고 있고, 언제 떠나도 돌아올 수 있는 곳, 그렇게 안심이 되는 곳. 엄마가 자주 이사를 생각하면서도 쉽게 그 낡은 집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게 아닐까. 예산이 맞지 않아 이사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 집을 떠나지 않고 새로 집을 짓는 일을 꿈꾸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안다. 엄마의 기억 속에 가난과 고생이 전부가 아니었던, 그래도 행복하고 따뜻했던 시간의 그 집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돌아가지 못할 시절의 아름다움이 엄마의 기억 속에 있을 것만 같다.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그 시절의 이야기가 머물러 있는 곳이 되어.


왠지 마음이 고적한 날이면, 어떤 그리움에 목이 메는 날이면 전라선을 탈 일이다. 그래서 하나도 특별할 것도 없고 하나도 별날 것 없는 곡성역이나 구례구역이나 괴목역에 내릴 일이다. 아무 목적도 없이 누구를 만날 일도 없이. 아무 일 없이 기차역으로 가서, 아무 일 없이 강물 가까이 흐르는 기차역에 내리자. 그래서 강물이 헤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무 일 없는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이리라. 그가 그 기차역, 그 강물 언저리쯤에서 사랑을 만나 새로운 둥지를 틀 수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있을쏘냐. (188페이지, 아무 일 없이 기차역으로 가자)


집이란 곳은 떠나야 한다고 여겼던 저자가, 고향을 떠나 여러 곳을 거쳐 고향 근처로 내려온 이야기가 애틋하다. 집에 대한 기억이 단순히 집으로만 머물지 않음을 알고 있어서일까. 그 공간과 시간이 만들어낸 삶,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한다. 춥고 덥지만, 가끔은 시원하고 따뜻했을 그곳을 기억한다.



#춥고더운우리집 #공선옥 #한겨레출판 #에세이 #산문

##책추천 ##인생 #머물곳 #기억 #시간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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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6-11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집을 지어서 살기로 하다니,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네요 집 지어주는 곳하고도 잘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걸 하고 그 집에 들어가서 살게 돼서 다행이네요 그렇게 했으니 집에 정을 붙이고 살아야겠습니다

우리 집은 식구들이 함께 사는 집이라는 생각이 더 들겠습니다 집도 떠나봐야 그 집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을 안 떠나봐서... 좋은 기억뿐 아니라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집이 있다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희선

구단씨 2021-06-17 16:01   좋아요 1 | URL
물리적으로 완벽한 집이 될 수는 없었지만, 조금씩 정 붙이면서 나만의 집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싶어요.
저도 고향집 생각하면 우울한 기억이 많은데, 지금은 그 집에 다니러 가면서 엄마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그 집이 헐리고 새로운 집이 지어진다고 하면 이상하게 슬플 것 같아요.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243페이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이 염영숙이다. 죽어가는 상권이지만 편의점을 하나 가진 그녀가 노숙자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게, 선뜻 가능한 일일까? 아무리 도움을 받은 상황이라고 해도, 나는 그녀의 결정이 쉽게 공감되지 않았다.


염영숙은 기차 안에서 자기 파우치가 잃어버린 것을 알았다. 파우치 안에는 그녀의 신분증과 지갑, 통장 등 모든 것이 담겼다. 어디서 잃어버린 것일까 궁금할 무렵에 그녀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가 기차를 타기 전 머물렀던 서울역으로 되돌아가서 만나기로 한 분실물 습득자. 통화상으로 가늠할 수 없던 상대방은, 막상 만나고 나니 노숙자였다. 그녀의 파우치를 끌어안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숙자의 면면을 살핀 그녀는 타이밍 좋게 그만둔 편의점 야간 알바 자리에 그를 배치한다.


그럴 수도 있지. 외모 말고 내면을 본다면, 노숙자 이력이 있어도 성실하다면, 노숙자 독고 씨를 고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잠깐을 보고 사람을 판단할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염영숙의 선택을 아직도 의심한다. 독고 씨의 현재를 봤기에, 오랫동안 서울역에서 노숙자로 살아왔고,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옷에 외모를 가진 그의 첫인상이 좋을 리가 없지. 그것도 물건을 팔고 편의점을 맡기면서 혹시나 하는 의심을 거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기다려 봤다. 그녀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걸 따지려면 독고 씨의 모습을 더 지켜봐야지.


점점 이상해지는 이 기분은 뭔가 싶을 정도였다. 독고 씨는 말을 더듬을 정도로 어수룩한 사람이었고, 덩치만 컸지 누구에게 당하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보였는데. 처음 편의점에 등장했을 때도 모두의 혐오스러운 시선을 받았던 그가 점점 변해간다. 편의점 알바 사수가 된 시현 씨는 배움이 느린 그에게 천천히 일을 가르쳐준다. 독고 씨는 나름의 성실함으로 금방 일을 배우고, 사수의 감탄을 끌어내고야 만다. 아침 교대 알바인 오 여사는 여전히 독고 씨는 경계하고 무시하지만, 그녀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에 앞에 있어 준 것은 독고 씨뿐이었다. 어디 동료들뿐이랴. 편의점의 손님들 역시 이상한(?) 독고 씨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점점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도대체 독고 씨, 당신의 능력은 무엇인가요?


오지라퍼 독고 씨가 한마디 할 때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뜨끔거리는지 모르겠다. 느리고 버벅대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싶게 하는 건 그의 진심 때문이겠지. 기억을 잃은 그가 되찾으려고 했던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가 놓친 것, 그가 후회하는 것, 그가 이제야 다시 찾고 싶은 것이 그의 어눌한 참견에 다 담겼다. 그렇다고 그의 참견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아마도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느낌이 드는 건, 그의 더듬거리는 말투 때문이 아닐까.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고 살았던 그가 잃어버린 말을 되찾아가는 기분이었다. 그가 마주한 사람들도 무언가를 찾아가야만 했던 마음을 내비친다. 서로 윈윈하는 모양새다. 독고 씨는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을 맞추면서 하나씩, 그에게 마음을 내비친 이들은 상처의 조각들을 맞추면서 하나씩. 독고 씨의 오지랖이 고마운 건 답을 알려주지 않아서이기도 한다. 이렇게 해보세요 하면서 그의 의견을 슬쩍 얹어놓는 것. 그가 눈여겨봤던 순간들을 잊지 않고 전달하는 방식에 의미가 있다.


그가 놓친 것을 이렇게 되찾는 건가?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다. 타인에게 선뜻 꺼내지 못한 마음을 끌어안고 산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여간 가슴 아프고 답답한 게 아니다. 염영숙은 수시로 아들의 전화에 시달린다. 편의점을 팔고 자기 사업에 투자해 달라고. 성실하게 일해서 먹고살 생각은 안 하고 허황한 꿈에 부풀어 사는 아들이 괘씸하고 안타깝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편의점 알바로 일하는 시현 씨는 정말 자기 목표가 공무원시험 합격이 맞는 건지 궁금하다. 지금도 나쁘지 않은데, 이대로 있자니 불안하기만 하다. 오 여사는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알바를 뛴다. 알바가 아니라 생업인 거다. 몇 년째 시험 준비한다면서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게임만 하는 서른 살의 아들을 보는 게 괴롭다. 어디 이들뿐이랴. 편의점에 찾아와 매일 참참참 메뉴를 고르는 영업사원의 비애는 외로움이었다. (참참참 메뉴가 뭐냐고? 참깨라면에 참이슬에 참치김밥) 등단하면 다 된다고 여겼던 희곡작가에게는 절필 선언을 할 마지막 기회가 생겼고(작가 후기 보니 아마 이 부분은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건을 훔치던 소년에게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어떻게 이들의 괴로움을 없애고 삶의 희망을 되찾을까 싶었던 그때, 독고 씨의 한 마디가 답을 알려주었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독고 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선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기 앞에 선 사내의 말을 경청했다.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108페이지)


진심을 기본으로 장착한 솔직한 마음의 표현이 그 문제 해결의 답이었다. 이들 모두 자기만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지만, 듣다 보면 눈에 보인다. 아무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고, 누구도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여기는 순간 차단 스위치가 올라간다. 집에서, 사회에서, 자기 마음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가장 당황했을 이를 당사자였을 텐데, 옆에서 윽박지르듯 다그치는 말에 소통의 부재가 시작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다니까 왜 그만둬? 어디서 그런 자리 구하겠어? 그런 사기에 빠져들지 말고 일하라니까?! 그거 아니니까 내 말을 들어!’ 근데 정말,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면서 우리는 당사자의 생각을 듣고 말한 적 몇 번이나 있을까? 내가 이렇게 상처받고 힘들어 죽겠는데 자꾸 자기 의견만 말하고 그게 옳다고만 하면, 내 마음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더 상처를 주게 되고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순간 멀어진다.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우리가 되겠지. 그러다 보면 우리는 이제 우리가 아닌 게 되고, 서로의 가슴을 더 할퀴는 일만 남는다.


그런데 독고 씨는 이 방식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조금씩 그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독고 씨는 자기가 놓친 것을 알아채고, 그의 이력만큼이나 똑똑한 머리로 이들에게 답을 던져준 것이다. 지금 틀어진 이 관계를, 더 늦기 전에 더 놓치기 전에, 마치 자기가 지금 후회하고 있는 것처럼, 되돌려 놓으려고 애쓴다. 동료와 손님에게 꺼낸 말들은 아마 독고 씨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거다. 자기가 회복해야 할 관계의 주문이었을 테다. 그가 자기 과거에서 놓치고, 노숙자가 되기까지 절망했던 시간에, 그가 간절히 되찾고 싶었던 것은 실패한 관계였다. 누구나 바랐던 위로 한마디에, 제발 한 번만 들어달라는 간절함을 지나쳤던 순간.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후회는 또 다른 후회만 남길 뿐, 이제는 그가 타인에게 건넨 위로와 그가 타인에게 받은 위로와 믿음으로 다시 길을 나서야만 한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 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웅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 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252~253페이지)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 2’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소설이,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다.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인 망원동 브라더스를 아직도 읽는 중이어서 그런가. 아니면 그 외 작품들을 다 읽었지만, 너무 강렬한 이미지가 더 많이 남아서 그런가. 이 작품 읽고 나니 미처 다 읽지 못한 망원동 브라더스를 빨리 완독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힘든 오늘을 위로받고, 불편하게 만들면서 은근 츤데레 스타일을 뽐내는 독고 씨를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웃음이 나고, 따뜻해지고, 무심하게 건넨 위로에 희망을 꿈꾸는 곳. 불편한 편의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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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6-07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 작가의 <고스트라이터즈>를 재밌게 읽은 적 있어요.^^

구단씨 2021-06-08 22:46   좋아요 2 | URL
그쵸? 다른 작품도 재밌어요. 의미 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요. ^^

초딩 2021-07-08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07-09 22: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이 작가분 책 재밌어요. 기회 닿으시면 한번 만나보셔도 좋을 듯해요.
 



혹시 점빵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어렸을 적에 아빠가 점빵에 가서 뭘 좀 사 오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기억하는 걸 보면 아마 자주 들었던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구멍가게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이 나서 초록창에 찾아보니 이런 의미를 말해준다. ‘전방(廛房).(명사) 물건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같은 말), 전포(廛舖).(비슷한 말), 점방(店房, 가게로 쓰는 방)’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아마 점방을 센 발음으로 하다가 점빵이라고 불리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가게가 일터였고 집이었다.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살림하곤 했다. 먹고 자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숙제도 하면서. 취미 삼아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지는 공간이었을 테다. 책을 읽다가 새삼 알게 된 사실은 구멍가게를 운영한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니, 농사가 생업이던 시절에 부족한 수입을 채우려는 시도였을지도 모르겠고, 농사를 지을 수 없던 형편에 구멍가게라도 해야만 했을 테고, 어쩌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시도해볼 만한 생계수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경 작가의 책을 보면서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곤 했다. 어느 시골길에서 마주칠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 구멍가게는 버스정류장이 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작은 포장마차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소해주면서 군것질 천국이었고,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나의 성장기에도 다르지 않을 그곳이 있었다.


집에서 나오면 바로 골목이 있고, 그 골목은 조금 걸어가면 차가 다니는 큰길, 그 큰길 모퉁이 자리했던 00상회. 뛰어가면 5초도 걸리지 않을 그곳에 드나드는 게 즐거움이었다. 과자, 아이스바(그땐 하드라고 불렀지), 음료수, 각종 반찬거리. 요즘의 마트와 편의점의 기원이라고 해도 되겠다. 아이스바 하나에 50원을 내고 사 먹은 기억도 있다(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 나이가 참... ㅠㅠ). 지금이야 먹을거리가 다양해졌고, 그 다양한 먹거리를 접할 기회도 많지만, 어디 그 시절이야 그랬을까. 그냥 슈퍼마켓 운영하는 친구의 집이 부러웠고, 부모가 삼거리에서 짜장면집 하는 자식들이 부러웠다. 막연하게 생각했지. ‘, 쟤네들은 매일매일 가게에 있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니까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가난이 만든 바람이 아니었을까.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든 환상 같은 거 말이다. 지나고 보면 그땐 그랬지하는 라떼를 마시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생각할수록 가끔은 그리운 시절이다. 가난의 기억만 뺀다면 다시 돌아가도 좋은 시간.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20~23페이지>


이 책 세 권을 함께 읽으면서 처음 구멍가게를 바라보던 환상은 점점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경 작가의 책이 구멍가게의 추억과 즐거움을 소환하는 거였다면, 박혜진 심우장 작가의 구멍가게 이야기는 조금은 서늘한 현재의 풍경이 같이 담겼다.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의 속내와 사연들. 그들의 이야기 속 세월의 흔적으로 우리 현대사의 한 흐름을 본다. 어떤 물건은 저절로 기억하면서 오랜 역사를 이어왔고, 우리가 쓰는 말의 어원을 뜻밖의 곳에서 찾기도 했다. 많은 이가 먹고 살기 위해 구멍가게를 운영했고, 그마저도 운영이 쉬웠던 건 아니다. 이제는 변해가는 세상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 변화의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지. 구멍가게는 동네 슈퍼마켓으로 변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대형 마트나 편의점으로 그 모습을 바꿨다. 요즘에 가끔 지나가다 보면, 시골 마을 안쪽 구석에도 편의점이 있더라. 얼마나 놀랐던지. 어느새 구멍가게는 몇십 년의 세월을 건너와 편의점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멍가게였던 때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로 말이다. 내가 아무리 변하지 않기를 바라더라도 꿋꿋하게 그 변화는 계속되면서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다.


<구멍가게 이야기 33페이지>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156~157페이지>


이상하게도 이 책들에 삽입된 사진과 그림을 보면서 뭔가 공통점을 느끼지 않았나? 바로 보이는 어떤 것들이 있더라. 구멍가게 옆의 우체통과 공중전화, 가게 문 앞이나 가게 앞 커다란 나무 그늘에 놓인 평상, 대부분 동네 어귀에 자리하면서 버스정류장의 역할을 했던 곳. 나에게도 즐거운 기억은 아니지만, 외상의 경험까지. 10대의 조카들에게 물으면 그게 뭐냐고 반문할만한 것들이 작가가 전하는 세월 속에 있었다. 지금 공중전화나 우체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말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사용할 수 있게 어느 거리 어느 자리쯤에 있는 공중전화. 이제는 우체국 앞에나 있는 빨간 우체통.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가 사라져가고 있으니 그 앞에 자리했던 장판 깔린 평상을 더는 볼 수 없다. 편의점의 파라솔이 예쁘게 자리하고 있지. 분명 우리 생활은 편해졌고 불필요한 시간 단축하며 살아갈 방법은 많아졌지만, 세월 속에 자리한 어떤 느낌은 사라져갔다. 계속 사라질 것이다. 조급한 일상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때로는 아날로그레트로를 찾곤 하겠지만, 그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겠지. 우리는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사람들이기에, 지나간 그 시간에 많은 부분 할애하며 살아가기에는 그 불안과 조급증은 심해질지도 모르니까.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에 같은 시대를 읽게 하는 책들이다.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로 위기를 느끼기도 하고, 추억하는 것들로 그리움을 쌓기도 한다. 이미경 작가의 글이 자라던 시절의 모습을 그리고 추억을 새기고 싶은 동화를 생각한다면, 박혜진 심우장 작가의 글은 쇠락해가는 골목의 현실과 생존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두 이야기 모두 사람 사는 냄새를 맡게 한다.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된다. 작가들이 직접 그곳에 가서 보고 들은 것들은, 그리고 쓰고 찍어낸 것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살아가는 이야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공간의 깊이를 더한다. 거기에 우리의 시간이 더해져 추억이라는 것을 불러내기에 이르곤 하지. 그 추억이 꼭 좋은 것만 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립고 애틋하고 그렇더라. 나이 먹어가는 느낌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암튼, 읽다 보면 기분 묘해진다.


숨어있는 듯이 시골 마을의 구석에 자리한 구멍가게들은,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을 남겼다. 작가들 역시 하루 이틀이 아닌 오랜 세월 찾아다녔던 구멍가게들을 소개하면서 감성에만 푹 빠져들지 않게 삶의 치열함을 불러온다. 심심풀이가 아닌, 시골에 살면서도 농사를 생업으로 할 수 없는 이들이 먹고살기 위해 선택한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상을 주고도 돈을 못 받거나,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는 이들도 상대해야 하는 극한 직업. 그러니 구멍가게는 추억이나 감성에만 젖어있을 수 없는 모습도 갖고 있던 것이다. 약국이나 식당에서 팔던 담배가 이제는 구멍가게에서 살 수 있게 되고, 라면을 팔면서 가게 수입도 올렸지만 라면의 전성기를 함께 이뤄냈다고. 가게의 지붕 모양을 보고 건축의 변화도 가늠한다니. 구멍가게가 단순한 가게 이상의 존재로 남았다.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떤 구멍가게의 날들 164~165페이지>


건축은 시대를 반영한다. 내가 말하는 건축은 그 시대에 살았던 대다수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집과 공간이다. 과거의 터전이 낡고 오래되었다고 스스로의 터를 죄의식 없이 갈아엎고 부순다면 진짜 사라지는 것은 우리의 과거요, 추억이요, 고향이요, 자아일 수 있다. 반세기동안 근대화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낡고 오래된 옛것을 우리의 삶에서 지우고 감추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이전보다 따뜻하고 배부른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도 많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복원과 보존으로 우리 삶의 근본과 맥락을 찾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164페이지)


무슨 박물관에 전시된 역사의 한 장면처럼, 구멍가게도 그 역사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 찌그러진 막걸릿잔에 이야기가 배었고, 출입문 문턱이 닳은 만큼 사람들의 시간이 녹았다. 동네 택배 업체가 되고, 돈이 오고 가는 거래소가 되고, 어른들의 놀이 공간도 되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이다. 시골 마을의 구심점이 되어 그 역할이 다양했다고 하니, 그런 공간이 점점 사라져서 거의 볼 수 없게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다양해지는 삶만큼 각자의 인생이 우선이 되는, 타인과의 교류 시간을 갖는 것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한 공간에 모이지 않아도 가능한 교류의 방식이 얼마나 다양해졌던가.


<구멍가게 이야기 252페이지>


실제로 마을을 답사하며 담아낸 이야기에 구멍가게 고유의 역할을 듣는다. 구멍가게가 구판장, 00상회, 슈퍼마켓, 마트, 편의점이 되어가는 흐름도 읽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존의 방식을 이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마을의 중심이 되어 머물 거로 여겼던 구멍가게는, 어느 날 다시 찾아가니 사라져버린 곳도 많았다고 한다. 굳이 작가의 말이 아니어도 그 사라짐의 순간은 우리가 자주 본다. 내가 자란 곳에서만 해도, 집 앞의 슈퍼마켓은 사라져 빈 가게가 되었다. 정육점은 폐점했고, 노인이 운영하던 약국도 사라졌다. 이 약국은 의료분업이 되면서 동네 어르신들의 경로당 역할을 했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니 다른 이가 다른 가게를 운영한다. 생각해보니 거의 다 사라져가는 것들뿐이네. 아쉽고 그립다. 필요한 게 있으면 아무 때나 가면 되는 편의점도 가까이 있고, 대형 마트에서 카트 한가득 장을 보고 오기도 하지만, 오랜 세월 그 자리에 머물기 바라는 것들이 사라질 때면 그 빈자리가 가슴에 생긴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건, 남아 있기를 그렇게 바라면서 정작 그 장소를 이용할 생각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거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자꾸 깨끗하고 편한 것만 찾아다니곤 했지. 하아...


구멍가게의 과거와 현재는 이제 어떤 미래로 흘러갈지 궁금하다. 그 미래의 시간에 우리는 또 어떤 기억을 소환하며 오늘을 추억하게 될까. 어떤 모습을 마주하더라도 미래에 기억할 오늘의 시간이 씁쓸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되는 삶에서 고단한 시간에 위로가 되는 기억으로 남아주기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 우리 옆에 있는 것들을 더 들여다보게 된다. 이것들이 나중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 궁금하면서도, 소소하지만 의미 있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아름답게 빛바래져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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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1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구멍가게의 기능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편의점들만 있어서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드네요. 점점 삭막해지는 거 같은 ~~ 그래도 이렇게 글로 보니까 좋네요^^

구단씨 2021-06-01 13:57   좋아요 5 | URL
얼마전에 시골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자리에서 편의점 불빛이 반짝반짝...
구멍가게나 동네 슈퍼마켓이 사라져가는 자리에 편의점이 들어오다니.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걸 새삼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붕붕툐툐 2021-06-01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골 가다 저런 점방을 만나면 완전 반갑더라구요~ 이제 진짜 몇 안 남았겠죠? 아쉽..ㅠㅠ

구단씨 2021-06-08 22:47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거의 다 사라져가는 느낌입니다.
저부터도 저런 가게 만나면 반가우면서도 선뜻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scott 2021-07-07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요책들 찜했놨는데
7월의 땡튜로~*

새파랑 2021-07-07 16:43   좋아요 2 | URL
멋진 구멍가게 이야기~! 구단님 축하드려요~😄

그레이스 2021-07-07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구멍가게 이름이...^^

구단씨 2021-07-09 22:35   좋아요 1 | URL
제 연식이 나오는 건가요? ^^
어릴 적에 어른들에게서 많이 듣던 단어였어요. 단어의 어감이 세서 그런가 기억에 남네요.

서니데이 2021-07-07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7-09 22:3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더운 주말인데, 즐겁게 지내세요.

초딩 2021-07-07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07-09 22:3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1-07-08 0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7-09 22:3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모나리자 2021-07-08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구단님~^_^

구단씨 2021-07-09 23: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책 많이 만나고 싶어요. ^^

thkang1001 2021-07-08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7월도 좋은 시간 되세요!

구단씨 2021-07-09 23: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더운 주말인데요. 편한 날 만드시길 바랍니다. ^^

황후화 2021-07-08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박~~ 축하드려요 ~~

구단씨 2021-07-09 23: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얄라알라 2021-07-21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이네요. 축하드립니다

구단씨 2021-07-24 11: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금도 가끔 시골길 가다 보면, 지금은 볼 수 없는 장소들 만나면 너무 반가워요. ^^

맘속풍경 2021-07-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길 삼거리 앞 구멍가게의 마루에서의 여유로움이 문득 그립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리운 점빵..
글 감사합니다~

구단씨 2021-07-24 11:29   좋아요 0 | URL
정말 그 가게 앞의 평상이 언제나 있었어요. 거기 앉아서 땀도 식히고, 어르신들 술도 한잔씩 하시고... ^^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