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 아마조니언 되다 - 삼성, 아마존 모두를 경험한 한 남자의 생존 보고서
김태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나라에서 삼성을 다닌다, 혹은 경력 중 한 줄로 이력서에 들어간다고 하면 최고의 인재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삼성뿐 아니라 현재 미국에서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는 아마존닷컴에서도 근무했던 분이라면, 더군다나 요직을 맡은 경력이라면 정말 돋보이는 인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의 조직 분석서입니다.

삼성과 아마존은 여러 모로 구별 되는 조직입니다. 일단 삼성은 기업 문화가 빡세기로 유명한 한국 기업 중에서도 특히나 직원 문화가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율뿐 아니라 업무 강도도 세계 어느 기업에 뒤쳐지지 않을 만큼 강합니다.

그에 반해 아마존은 일단 이런 한국 기업들에 비해서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이 폭 넓게 보장됩니다. 물론 아무리 형식이 자유롭다고 해도 생각 없는 멍청이가 무슨 봉이나 잡은 듯 날로 먹을 분위기는 아닙니다(아마존 아니라 세상에 그런 회사는 없죠). 널널한 듯해도 직원이 최고의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독특한 그들만의 비결이 있겠고, 이런 점은 두회사를 모두 다녀 본 분이라야 우리 독자들에게 정확히 일러 줄 수 있겠죠.

책 p67에는 의외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마존은 다른 테크 회사들과 다르게 삼성과 굉장히 비슷한 회사다." 즉 부하 직원 몇 위에 이들을 관리하는 이가 있고, 이들 위에 다시 상위 관리직이 있어 피라미드를 쌓아 올린 것과 비슷하다는 소립니다. 그런데 저자는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고 하네요.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삼성과 같은 결재 시스템이 없다"는 겁니다.

예전 신문 연재 만화 <무대리>에서는 상사한테 깨질 때마다 "내가 그저 못난 탓이거니 여기라"는 주문이 독자들에게 호응 아닌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대부분 "깨진다"는 게 결재 과정에서 깨지는 겁니다. 상사에게 칭찬 받고 기안이 다 승인되면 회사 다니는 게 회사 다니는 게 아니라 고차원 놀이터에서 즐기는 겁니다. 결제를 못 받고 면박을 당하니까 회사 다니는 게 죽을 맛이라는 건데, 아마존에는 세상에 이 결재 시스템이 따로 없다는 거죠.

요즘 회사의 트렌드는 바로 창의성입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신이 나서 즐겁게 일을 해야 그 일의 성과가 양질이 됩니다. 죽지 못해 일하고 밤낮으로 모멸을 겪고 까이는 회사 직원들 머리에서 나온 성과는 전근대에나 알맞은 판에 박힌 진부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의 모토는 첫째도 최대 자율, 둘째도 자율입니다. 물론 이런 자율과 재량을 부여 받으려면 그 직원 자체가 충분한 능력을 지닌 인재라야 가능하겠습니다. 저질의 멍청한 꾀쟁이한테 재량을 줘 본들입니다.

"내 자리가 없는 아마존(p133)" 우리 나라 회사에서 이런 일 생기면 그날로 죽는 겁니다. "짤렸다"는 말의 제유법은 바로 "책상이 사라졌다"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본래 직원 개개인의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군요. OUR PLACE라고 해서 일정 영역에서 자기가 적당히 앉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새벽에 무리지어 버스로 출근하시는(사실은 그냥 새벽 마실) 할머니들 보면 버스에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일종의.... 기득권? 혹은 고정된 포지션에 대한 강박은 현상 타개를 심리적으로 어렵게 만들죠. 아무것도 아니고 사무실도 그 자리인데 때론 다른 자리에 앉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되고 새 착상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워 플레이스 안에서 내 자리를 유동적으로 정한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팀웍을 공유한다는 겁니다. 마이가 아니라 아워인 공간에서, 나는 다른 팀원과 자리를 바꿔(비유적으로건 물리적 의미 그대로이건 간에) 앉아 봄으로써 그와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팀웍인들, 팀 스피릿인들 고양되지 않겠습니까? 아마존의 자리 배치는 이런 것 하나도 세심하게 고려한 것입니다.

저자는 아마존에서 시니어 제품 담당 매니저로 봉직한 분입니다. p149의 일정 대목을 잠시 그대로 인용하면 "... 삼성에서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제품 성능 평가를 통해 양산 여부를 결정했다"는 건데, 이는 사실 예사 능력으로 감당 가능한 직분이 아닙니다. 여튼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경력으로 지원 가능한 게 그 분야뿐이라서"인데 일반 독자의 기를 상당히 죽이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 여튼, 아마존에서 구태여 대학 전공을 보지 않고, 오히려 MBA 코스 수료자(엄연히 문과)를 우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술적 지식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어떤 비전을중시하기 때문입니다. 멀리 보고 높이서 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인재의 본질입니다.

삼성이건 아마존이건 동료의 신뢰를 얻는 건 무척 중요합니다. 이는 사람의 심성, 인성 따위에 대한 신뢰일 뿐 아니라 능력에 대한 신뢰이기도 합니다. 삼성, 아마존에서 근무할 기회를 갖는 행운(혹은 타고난 능력)의 인재가 과연 우리 나라에 얼마나 되겠습니까만 이런 조직에서 성공한 인재의 충고를 듣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자기 회사 안에서 성공할 수 있고, 요즘은 첫 출발이 안 좋아도 이직을 통해 자기 경력을 처음보다 훨씬 알차게 가꿔 나가는 게 가능하더군요.

p204에는 그런 신뢰를 얻기 위한 저자만의 비결이 나옵니다. 첫째는 소통입니다. 저자는 일단 회의록 자체를 충실히 작성하면서 혹 자신이 잘못 알아들은 부분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했다고 하는데 말은쉬워도 상사에게나 동료에게나 이렇게 워딩의 정확성을 확인 받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존심 문제도 있고 번거로워서라도 못 하죠. 다음으로는 솔직한 매너인데 이는 앞선 1번 항목과도 관계가 깊습니다. 셋째로 저자가 꼽는 건 메일 회신을 비롯해 가급적이면 시간에 맞게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겁니다.

Step out of your comfort zone. (p230) 사람은 자신의 익숙한 알을 깨고 나오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어떤 자는 자신이야말로 더러운 요람 안에 머물러 나올 줄을 모르면서 남더러 자신의 한계 안으로 들어오라며 적반하장격 헛소리를 합니다. 이런 것 역시 미숙한 인격체가 보이는 퇴행의 반응이죠. 반면 자신이 이미 익숙한 틀을 깨고 더 넓은 세상을 활개치는 사람이라면 그런 헛소리에 이미 신경이 쓰이지조차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 무엇보다 깊이 새긴 가르침이라면, 자신의 좁은 틀 안에서 벗어난 경험을 한 사람이 멀리서, 높이서 내다 볼 수 있는 여유와 "비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마존 뱅크가 온다 - 2025 미래 금융 시나리오
다나카 미치아키 지음, 류두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 지금보다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뀔 것입니다. 하지만 그 편의의 모습이 어떨지는 아무도 쉽게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그의 인적 정보를 스캔해 내어서는 관심사에 따른 광고를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놀라운 장면이 나옵니다. 우리의 쇼핑 패턴도 과연 그 정도로 편하게 바뀔까요?

"아마존 고"라는 혁신적인 상점은 이미 미국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점포에는 점원이 없고, 상품을 산(?) 후 가게를 나설 때 따로 값을 치르는 절차도 없습니다. 이를 두고 그들은 "노 체크아웃 스토어"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이런 혁신이 가능했을까요?


놀라운 건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물건 살 돈이 부족한 고객들에게 적정선에서 돈을 꾸어주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이후 상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평가를 그들은 "귀신 같이", 기존의 덩치만 큰 채 우둔한 은행보다 정확히 해 낸다는 뜻입니다. 개인의 취향을 (아마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확히 파악한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우리의 니즈를 알고 적절한 상품을 선제적으로 추천해 줄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아마존이 가까운 장래에 도달하기 위해 애 쓰는 하나의 이상상이며, 벌써 한 걸음 한 걸음 무섭도록 현실화하는 중인 목표입니다. 물건 파는 백화점이 고객 주머니 사정까지 정확히 꿰뚫고는 나중에 받아낼 수 있을 만큼만(혹은, 자신들의 물건을 살 수 있을 만큼만) 빌려 주고, 정확히 원하는 물건을 배송까지 마쳐 주는 똑똑하고도 무서운 소매점. 아마존이니까 꿈꿀 수 있는 야심찬 미래입니다.

"목표는 어디까지나 아마존 경제권의 확대이다(p114)." 과거 한 가지 시장을 단일 기업이 다 손에 쥐면 독점으로 규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여러 시장을 똑똑하게 지배하는 행태는 아직 법의 단속 대상이 아니며, 무엇보다 소비자를 편하게 해 주는 혁신이 회초리를 맞아야 할 이유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없습니다. 물건 팔아 이익도 남기고 물건 살 돈도 꾸어 주면서 이자까지 챙기는 영리하고 무서운 백화점을 상상해 보십시오.

일본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공부했고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저자는, 이런 아마존의 혁신을 지적하기에 앞서 우선 같은 동양권의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놀라운 도약에 주목합니다. 결제의 편의성을 꾀하고 자신들의 결제 플랫폼을 어느새 사회 인프라 수준으로 도약시킨 공은 이들 중국 기업이 먼저였다는 겁니다. 이 점에 한해서는 아마존도 그들의 후발주자에 불과합니다. 또, 알리페이나 위챗 등도 이미 결제수단을 넘어 금융의 영역에 몇 발을 들여 놓고 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학자들, 애널리스트들은 "금융 디스럽터"라고 말합니다. 일본어로는 "金融破壞者"라고 부른다는 걸 p111의 책(사토 모리노리 저) 제목 소개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한국식으로도 뜻이 통하는 건 물론이고요). 훌륭한 제도라면 애써 파괴할 이유가 없고, 잘 가꿔서 유지해야만 합니다. 문제는 일본의 금융이 아주 실망스러울 만큼 저조하게 작동한다는 점입니다(일본인인 저자는 이 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데, 이는 아마 한국의 사정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아니 더했으면 더했죠).

금융이 금융 구실을 못 하고,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이니 누군가가 나서서 이들을 갈아 치워야 합니다. 바로 이 역할을, 온라인 스토어에서 시작한 IT 기업들이 자처하고 나선 겁니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메신저로 전 국민의 스마트폰 안에 자리잡은 (주)카카오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많이들 이용하시는 인터넷 은행이 바로 그것입니다.

개인의 신용을 정확히 평가해야 은행 측에서도 효과적인 대출이 가능합니다. 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당연히) 장사이므로 상환 능력이 있는 고객이라면 최대한 찾아내어서 대출 상품을 안겨야 합니다. 이 상환 능력이라는 걸 종전 전통 금융 기관은 그저 보유한 담보 재산만으로 평가했습니다만, 아마존 등은 소득의 흐름, 특정 재화를 갖고 싶어하는 취향 등이 상환 의사로 연결되는 과정까지를 포착하기에 이릅니다. 능력 있는 사람한테 돈을 빌려 주는 건 그 사람 좋은 일 시키고 마는 게 아니라 은행 자신이 바로 남는 장사를 하는 겁니다. 이 일을, 그동안의 구매 이력 등을 통해 고객의 성향과 능력을 정확히 평가한 IT 기업이 해 내는 거죠.

이런 우량 고객 한두 사람 발굴(?) 한다고 해서 장사가 될 리는 없는데, 이들 IT 기업들은 빅 데이터의 정밀한 발굴을 통해 그간 기존 은행이 실패해 온 과업을 멋지게 달성해 냅니다. 이러니 (건설적 의미에서) 금융 파괴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상류(商流)"라 부릅니다. 상류라는 단어는 일본어에서 원 의미는 좀 다른데 여튼 이 책에서 저자는 그리 개념 규정을 합니다.

p55에서 저자는 금융 파괴자가 자신이 개발해 낸 플랫폼을 통해 운용하는 3대 기능을 상류, 물류(物流), 금류(金流) 셋으로 요약합니다. 이 세 가지는 종래 다른 기관이 제각각 맡았습니다만 현대 경제 체제가 만족스럽게 느낄 만큼 효율이 크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하나의 기업이" 시너지를 내며 결합시켰으니 그 위력이 얼마나 크겠냐는 겁니다.

여기서 아마존의 지향하는 가치가 등장합니다. 고객은 최대한의 편의를 누려야 하며, 결제 과정은 물론이고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골라서 결제한 상품을 집에 배송받기까지 "그런 줄이 일어난 줄도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마칠 권리가 있다는 거죠. p91에 이런 아마존의 지향점이 잘 정리되었습니다.

1. 인간이 지닌 본능과 욕구에 응답하는 것
2. 테크놀로지의 진화를 통해 고도화한 문제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
3.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헤아리는 것
4. "OO거래를 하고있다"는 사실이 느껴지지도 않게 하는 것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금융 파괴자의 성패를 가르는 건 플랫폼의 개발에 달렸으며, 그 플랫폼은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혁신적이라야 합니다. 이런 플랫폼이라야 "서드 파티"의 참여가 쉬우며, 우리가 이미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등에서 보듯 서드 파티가 얼마나 바글바글하게 모여 드느냐에 따라 플랫폼이 성하고 망하고가 결판납니다.


서드 파티는 앱 안의 앱을 개발하는 데 참여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이어 두번째로 각광 받는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의 경우 어플리케이션 안에 온갖 에드온(add-on)을 다 끼워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웹 브라우저 시장의 강자였던 파이어폭스가 한때 잘나갔던 것도 이런 타 개발자의 애드온에 폭 넓게 융통성을 보였던 덕이었으며, 요즘 1인자인 크롬도 "익스텐션"의 매력이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톨게이트"가 아닌 "플랫폼"의 본질입니다.

야후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p225 이하에서는 야후와 소프트방크(손정의 회장의)의 제휴에 대해 설명합니다. 야후는 일본 외에서는 이미 죽은 기업 취급되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아직 명맥을 유지하는데 이는 경영진의 혁신 의지가 강하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처럼 미래를 보는 선명한 비전을 지녀서입니다. 그 비전은 예외 없이 "금융과 결합한 소매" 기능을 향합니다. p229에 이들 두 기업의 포지셔닝에 대한 도해가 나오는데 아주 직관적이면서도 야심찬 그들의 전략을 잘 요약합니다.

파괴적 혁신은 그 자체로 길이 절로 열리며, 테크놀로지에의 천착이 모든 목표를 절로 달성시켜 주는가? 저자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더 필요한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바로 "소비자의 신뢰"입니다. 당연하고 기본적인 말 같지만, 앞에서 얘기한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는 결제, 배송, 구매"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무서운(?) 쇼핑, 마치 꿈 꾸는 사이에 절로 이뤄지는 듯한 구매가 신뢰할 수 없는 상대방에 의해 이뤄진다면 혹시 그 사이에 어떤 트릭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지요. 이 맥락에서 신뢰라 함은 정곡을 찌른 지적입니다.

혁신은 언제나 자신을 부정하고 극복합니다. 아마존은 본디 "종이책을 보다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단순한 전략에서 창업되었습니다. 어떤 소매상, 도매상에게도 재고 관리가 골칫거리입니다만 책은 그 중에서도 보관과 이송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만약 물류 창고를 여러 곳에 두고 중앙에서 통제한 채 필요할 때마다 연결하여 고객에게 팔 수 있다면 기존의 원가가 가장 큰 폭으로 절감되는 게 바로 도서 판매 사업입니다. 이랬던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으며 "기존 종이책 관련 종사자를 모두 실업자로 만들 각오를 하고(p288)" 새 사업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게임 규칙이 바뀌면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p335)" 책은 1968년 설립된, 이제는 세계 최강의 디지털 은행이라 불리는 DBS를 소개합니다. DBS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표준을 지난 세기 스스로 만들고 실천하다시피한 전통의 최강자지만 현재는 디지털 분야에서 또다른 파라곤을 규정하는 중입니다. 저자가 보기에 (역시 1980년대 세계 최고였던) 일본 은행들은 결코 넘지 못할 벽처럼 군림하는 이들 디지털 시대의 패권자들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갖습니다.

1. 가능한 한 조기에 "1) 디지털화할 분야"와 "2) 유산으로 남길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
2. 1)은 중요한 경영 전략으로 설정해야 한다
3. 2)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층 첨예화하여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니 참 욕심꾸러기입니다. 잘 보면 레거시 분야도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죠. 아직 빅데이터 마이닝이 그리 정밀하지 못하므로 손으로(매뉴얼로) 다루는 분야는 그대로 튜닝을 수동으로 하겠다는 뜻입니다. 요즘 AI 섹터는 모두 기계 학습에 맡기다시피 하는 것처럼들 광고하지만 정말로 그랬다가는 큰일납니다. 사람이 수시로 튜닝을 안 해 주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습니다.

책의 마무리는 프레더릭 랄루의 연구를 인용하여 "오렌지색 조직에서 틸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을 권합니다. 전자는 상명하복식 구조이며 관리자가 모든 걸 통제하는 반면, 틸 조직은 하부에서의 자율성이 고도로 중시됩니다. 인체에서도 물론 머리가 가장 중요하지만 신체의 작은 말단이 고장나기만 해도 결국엔 머리까지 아파오는 게 상식이죠. 사람의 몸 같은 유기체가 콘트롤 타워와 지체의 작용이 조화를 이루듯, 금융의 혁신도 하부에서의 창의성과 활기가 조직 전체의 리빌딩까지를 도모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업이 강자가 됩니다. 아마존의 자유로운 기업 분위기를 떠올리면 이 비전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떤 그림이 그려지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 에듀윌 테샛 TESAT 한권끝장 - 등급 예측 서비스, 특별시험 대비 가능, 기출문제 2세트+해설특강 무료제공
David Kim 지음 / 에듀윌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테샛 경향은 확실히 사고력을 요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경제학을 공부힐 때 단편적으로 사항 암기식으로 접근해서는 낭패를 보기 쉽다는 뜻이죠. 우리 카페에도 매번 많은 질문이 올라오는 걸 봅니다만 이해를 어려워하시는 분들 특징은 A니까 B, B니까 C 하는 식으로 명제화를 한 후 이걸 그냥 외운다는 겁니다. 외워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자꾸 늘어나는데 이런 난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단 좋은 기본서를 골라서 공부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교재에 맞는 인강을 선택해야 하겠고요.


David Kim 선생님은 책도 그렇고 인강도 그렇고, 최근 출제 경향에 철저히 맞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신판을 봐도, 설명은 더 깔끔해지면서도 뭐랄까, 핵심을 제대로 짚어 주기 때문에 암기가 아니라 이해 위주의 책이다, 이런 믿음을 갖고 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수험서, 특히 한 권으로 끝내는 책일수록 설명이 앙상해서 결국은 인강에 의존하게 되던데, 이 책은 그렇지 않고 깔끔한 편집 속에 독자의 이해를 충분히 끌어내 주는 식의 설명이 좋았습니다.


이런 책에서 또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기출 문제 해설입니다. 어떤 시험이든 결국은 기출을 완벽히 정복해야 하는데 어떤 책은 해설이 틀린 게 있습니다. David Kim 쌤 책은 해설이 믿음직하다는 게 또 좋습니다. 답만 맞고 해설이 틀리면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치에 맞지도 않는 걸 억지로 끼워맞춰가며 납득을 해야 하는데 공부할 때는 이런 게 제일 죽을 지경이죠. 그런 불안을 처음부터 떨고 갈 수 있을 만큼 David Kim 쌤 책은 해설이 알차고 직관적이라서 좋습니다. 해설은 일단 상식과 보편 논리에 맞아야 독자가 이해할 수 있으니 말이죠. "다른 데는 안 맞지만 경제학에만 통하는 논리" 같은 건 없습니다. 


p404의 이 문제는 난이도 최고로 ? ? ?(별 세 개)입니다. 이 문제에서는 교역 조건, 즉 A국과 B국이 얼마의 비율로 교환하는지는 안 나와 있고 알 필요도 없지만, 문제를 풀다 보면 그것까지도 결국 나오게 됩니다. 비교우위 관련 문제에서 결국 각국은 자국이 유리한 재화에 올인해서 생산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서 A국이든 B국이든 최대한 자원을 다 투입하여 생산 가능한 게 X재 100단위, 또 Y재 100단위이며, 이걸로 자국 수요를 충당하고 타국에 수출한다는 소리이므로 (소비)+(수출, 즉 타국소비)=100이 항상 맞아야만 합니다. 이 점에만 착안하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풀립니다. 괜히 "어, 상대가격이 얼마였지?"에 정신을 뺏기면(그래도 답은 나오겠으나)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GDP의 개념을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를 묻습니다(이 문제에 별표 표시는 없으나 S등급 고난도라고 따로 분류되었으며,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문제 안에 이미 답이 들어 있다고 봐야 하는데, 국내 총생산 지표에 잡히는 경제활동이 있고, 그렇지 않으며 단지 역내(域內) 복리 증진에만 기여하는 활동이 따로 있다는 거죠. 해설을 보면 쉽게 납득이 되겠으나 그에 그치지 말고, 이 문제를 통해 새로운 개념 하나를 배운다고 여겨야 할 겁니다. 또, 해설을 보면 친절하게도 "여가활동은 아예 D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옵니다. 아예 생산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럼 D에 포함되는 건 어떤 활동일까요? 아마 지하경제라든가, 불법적인 경제활동일 것입니다(마약 생산, 밀거래 등).


p367의 이 문제는 필립스 곡선 문제입니다. 이 주제는 자주 출제되므로 이 책에서 별도의 단원으로 뽑아 설명도 자세히 적고 문제도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①은 틀린 것이, 기대와 실제가 같다는 건 장기, 혹은 최대 효율이 다 달성되었을 때에나 가능하죠. 그런데 B는 단기라고 했으므로 틀린 것입니다. ②는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입니다. 같은 실업률 하에서 인플레이션율이 더 높아야(따라서 생산량도 더 늘어야) 하기 때문이죠. ③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전혀 새로운 현상은 곡선상의 이동이 아니라 곡선 자체의 이동이라야 가능합니다. ④는 적응적 기대라는 게 단기에서밖에 영향을 못 미치므로 장기, 즉 최적화 지점으로 이동할 수 없습니다(합리적 기대라야 가능). 그래서 ④가 답이겠죠. ⑤는 C가 아니라 B라야 맞습니다. 어떤 분은 합리적 기대에서 예측 못 할 게 없으므로 ⑤가 틀렸다고 하던데 이 책에 합리적 기대의 정확한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으므로 다시 공부해야 하겠죠.


위 사진에서 보듯 이 책에는 최신 시사 이슈를 간략하게(꼭 간략하지만도 않아요) 소개함으로써 신경향 신주제 문제가 갑자기 출제될 경우까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본문 설명도 참 충실합니다. 위 사진은 해당 이론이 타당하기 위해 전제로 갖추어야 할 조건들인데 알쏭달쏭해서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③에서 이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미분가능한 함수가 만들어져 해석, 논증이 가능해지기 때문인데 테샛 레벨에서는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겠죠. 연속이라고 다 미분가능은 아니지만 미분가능이려면 연속 조건이 먼저 만족되어야 합니다. 


이 문제에서 규모의 경제는 "대량 생산"이란 말에 나와 있습니다. 판매서비스의 차별화는 "어린이 놀이 시설" 등에서 알 수 있고요. DIY 자체가 일종의 "혁신"이므로 (라)도 맞습니다. (다)는 "인건비를 고객들에게 되돌려준다"는 말에 들어 있지 않냐고 묻는 분들도 있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 임금 인하와 인건비 섹터 제거는 아예 차원이 다르고, 이는 이미 혁신의 영역이라고 봐야 맞겠습니다. 


이 문제를 보시면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더라구요. 물론 책에 나오는 대로 답은 1억이 맞습니다. 혹시 공인회계사 준비하는 분이라면 세무회계에서 적립금, 준비금 개념 때문에 펀드 운용 수익 연 200만원을 매몰비용 비슷하게 착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펀드를 무슨 목적으로 애초에 운용했건 무관하게, 이 신규 강좌를 만약 개설하지 않았다면 그 200만원은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는 겁니다. 따라서 200만원은 명시적 비용이 맞습니다. 다만 아쉬운 게 "사용했던 건물의 계약을 해지하고" 란 서술 부분입니다. 문맥상 자기 소유 건물을 그동안 임대해 주었던 걸 이제는 자가 사용하겠다는 뜻인데, 앞에 괜히 "사용했던"이란 말이 들어가서 지금까지 자기가 타인 건물을 임차했다는 뜻이 아닌지 착각을 잠시 유발합니다. 



이런 문제가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이고 수험서로 강점을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일단 커피 가격을 3000으로 정하면 성국이는 사 먹지 않습니다. 또 토스트 가격을 1000으로 정하면 태희가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A) 문장은 정반대로 말한 거죠. 최대 매출액이 반드시 두 소비자가 모두 구매하게 해야만 얻어지는 건 아니지만, 상식적으로는 그래야만 하겠죠. 테샛에서 그런 문제는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만약에 설정을 극단적으로 잡아서 혹 태희가 10,000원이라도 커피를 사겠다는 의향이라면 성국이의 구매는 가게가 그냥 포기해도 최대 매출액이 나오겠습니다. 

이 문제도 독점의 뜻이 뭔지만 알면 그리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습니다. 핵심은 A음료의 시장과 B 시장이 확실히 나눠지느냐 아니냐입니다. 나눠지는 시장이라면 애초에 별개이므로 두 시장을 한 업체가 장악하는 거지 한 시장을 독점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도 한 업체가 다 먹는 거니까 나쁘지 않냐고 되묻는 분도 있던데, 우리는 지금 경제학에서 다루는 토픽에 대해 공부하는 거지 판사나 금융위 간부가 되어 무엇의 선악을 가르는 게 아닙니다. 그게 나쁘다고 해도 최소한 "독점"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죠. 독점은 어디까지나 단일 물품의 한 개 시장에만 주목하는 겁니다. ③은 두 재화가 대체재라는 뜻이므로 A와 B를 사실상 통합된 하나의 시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서 시장의 기능에 그냥 맡겨야 할 것을 인위적으로 "캡"을 씌웠으므로 가격과 배분이 왜곡될 것이라는 점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해당 이슈를 잘 몰라도 ①②③⑤는 "긍정적인" 서술인 반면, ④는 부정적이므로 정답이 쉽게 짐작됩니다. 


11번을 보시면 ①은 정반대로 서술합니다. 문제의 그래프는 "최저"가 아니라 "최고" 가격제에 대한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 문제를 풀면서 "왜 가격을 통제하는데 밀 가격 하락이 일어나느냐? 사고 싶은 걸 억지로 가격 상한을 만들었으므로 암시장에서 거래되니까 오히려 가격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묻던데, 그건 곡선 이동 전의 사정입니다. 이 문제에서 그런 사정은 "밀 가격 하락 전"으로 설명됩니다. 그런 생각도 맞는데, "밀 가격 하락 전"에만 적용시키라는 뜻입니다. 


"밀 가격 하락 후"란 무슨 뜻인가 하면, 밀 공급자들이 상황을 잘못 판단한 거죠.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요를 잘못 계산해서, 너무 많은 양을 시장(암시장 포함)에 풀어 버린 겁니다. 이러니 초과 수요는 고사하고 오히려 초과 공급이 생긴 거고요. 문제가 한 가지 상황만 묻는 게 아니라, "가격 상승 전과 상승 후" 두 가지를 가정했으므로 그점에 유의해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언제나 이 문제처럼 밀 가격 하락이 발생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제가 그런 사정을 가정하고 출제했으므로 사고를 거기 맞추어야 하겠습니다. 또 이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가격제가 반드시 역효과만 내는 게 아니고 시장의 플레이어들 심리를 잘 파악한다면 이처럼 과잉 공급 효과를 유발하여 시장을 안정시키고 결과적으로 적정가에 수급을 맞출 수도 있는 거죠. 아주 좋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기존 교과서에서 설명을 잘 안 하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출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고정된 명제, 원칙으로만 접근하면 큰 낭패를 보기 마련이고, 테샛 시험도 그렇습니다^^


이 7번도 최고 가격제의 개념만 잘 알면 어렵지 않게 해결 가능합니다. 


이 문제는 답이 ⑤인데, 수학을 공부하신 분은 해당 점에 접선을 그어 보십시오, 기울기가 점점 가팔라지므로 포기해야 하는 타 재화의 생산량(즉, 기회비용)도 커지는 게 맞습니다. 



이 문제에서 강선의 말, 즉 매출액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지문에서 "세전이익을 두 배로 늘렸다"란 말이 있으므로 틀렸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경제학 문제라기보다 PSAT, 혹은 수능 언어 영역에 가깝다고나 하겠습니다.


합리적 기대이론 파트가 최근 출제 경향에서 부쩍 심화되었으므로 책에선 이처럼 이론 설명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 부분 설명이 쉽고 명쾌해서 좋았습니다. 


보통 교재와 달리 쪽지시험과 기출문제 정리를 이처럼 두 권의 별권분책으로 편집해서 수험생 입장에서 더 편해졌습니다. 이용자를 배려하는 성의가 돋보이는 교재였다고나 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그
파드레이그 케니 지음, 김래경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이란 영화를 본 적 있습니다. 어린 남매와 엄마는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도심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오는데 이곳은 엄마의 아빠, 즉 아이들 외할아버지와 깊은 연관이 있는 집이었죠. 이곳에서 아이들은 사람들 눈에 안 보이는 요괴 떼를 퇴치하려 죽을 고생을 하게 되는데요...

 


파드레이그 케니가 쫄깃하게 창작한 어린이 판타지인 <포그>도 이와 설정이 좀 비슷합니다. 페니와 데이비드는 남매인데 둘은 서로를 불쌍하게도 보고 무한한 혈육애를 느끼기도 하면서 지내는 사이입니다. ㅎㅎ 알고 보니 이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무한히 큰 사명을 지녔다는 건데요. 그들이 사는 집이 바로 미지의 세계와 연결된 통로 구실을 합니다. 옷장이 마법의 공간으로 향하는 길이었던 <나니아 연대기>가 생각 나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포그는 뭔가 말투가 귀여운(?), 수호자 노릇을 하는 신비한 존재입니다. 생긴 건 왠지 별로일 것 같은데, 견종 퍼그가 생각나기도 하고 여튼 외모상으로는 큰 기대가 안 되는 그런 애입니다(그냥 제 생각이지만). 이 이야기가 만약 일러스트가 더 보강된다거나, 혹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도 합니다. 얼마 전에 어떤 편의점 알바생이 자기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나는 지키는 사람입니다"라고 한 걸 보았는데 어떤 유저가 댓글로 "졸귀"라고 반응을 보여 주더군요. 그러니까 요즘은 안 귀여우면서도 귀여운, 뭐 그런 이미지가 환영 받는다고나 할지. 여튼 제가 주관적으로 느낀 포그는 그랬습니다.


p26에 드디어 "얼굴에만 털이 난 부족민"이 언급되네요. 포그의 소감은 "털이 나려면 온몸을 다 덮어야지 얼굴에만 털이 난 건 어색"하단 건데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아닐 수도 있겠죠? 여튼 세상을 지키는 포그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포그는 말투가 어색하고 귀엽습니다. 이 친구는 누가 어색하다, 안 어울린다 등등의 느낌을 거침 없이 표현하는데 정작 자신의 언행 중 어색한 구석은 잘 모르나 봅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포그 집중한다요(p32)

포그 잊지 않았다, 너 생쥐 다치게 했다(p128)

이제 뭐 해야 한다요?(p175)


등입니다. 이 외에도 많고요. 마지막 저 인용은 서서히 포그와 그 남매들의 모험이 끝나갈 무렵에 나오는데, 서양 문예에는 한창 벌여 가던 모험을 마무리하면서 "나우, 왓 아 유 고잉 투 두?"라고 일종의 자문을 하는 장면이 많더군요. 예전에 유명우 챔피언이 "세계 챔프 자리에 오르면 그게 성취의 끝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겨우 시작이었다."라고 한 말이 생각도 났습니다. 옷장이건 다락방이건 그게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인 줄 비로소 깨닫는 어린이들의 각성, 성장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우리 집에 쥐가 살아!(p58)" 데이비드는 페니를 항상 어리게 보죠. "고작 그걸 말하려고 나를 여기 부른 거야?" "아니 내 말은... 쥐가 있으면 여기 숨기 딱 좋겠다고." 사람은 어떤 장소가 무엇무엇을 하기 좋겠다는 식의 생각을 하기 시작할 때, 자신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비로소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겁니다. 사실 페니의 관심사는 쥐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가면 나오지만요.


"그리블디!(p67)" 이 기묘한 단어는 엄마가 만들어낸 건데, 따지고 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때, 난감한 감정을 퉁치는 소리입니다. 소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태 겪지 못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그 고민과 고뇌를 저리 선언하는 겁니다. 모르는 난관은 역시 주문으로 해결해야 하나 봅니다. 소리의 비분절성을 탓할 게 아닙니다. 


아빠는 집을 설계하고, 그것 말고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미래를 소탈하게 털어 놓습니다. p79에는 "비록 미완성이지만 따스하게 마음을 끄는", 아빠가 손수 설계한 집 이야기가 나옵니다. 끝까지 읽고 나서 안 거지만 이것도 일종의 복선이었다 싶더군요. 


p197에 수수께끼의 그가 등장하네요. 내용 누설이라서 자세히는 말 안 하겠습니다만 얼핏 보아 섬뜩하면서도 왠지 정이 가는 호박색의 두 눈, 남매와 포그와 그들을 쫓은 우리 독자들의 불안과 호기심은 여기서 거의 절정에 달한 듯합니다. 


킵위크와 럼프킨 부족(Lumpkin. 238페이지 중간쯤에는 럼크킨이라고 오타가 있습니다) 사이의 갈등은 서서히 마무리 되어가는 듯도 하고 할아버지는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하려는 듯 자상하게 설명을 아이들에게 시도합니다. p280에는 이런 심오한 말도 나오네요. "죽은 자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마치 미국 군가 중에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구절을 연상시키듯요. 


"할아버지, 이제 뭐 해야 해요?" (p281)


글쎄요. 문이 닫히면 다른 편 문이 열리며, 모험은 새로운 모험을 부릅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른들에게도 이는 인생의 영원한 과제입니다. 속편을 기다리는 독자에게는 다소 감질나는 대사이기도 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 - 유럽에서 찾은 공정하고 행복한 나라의 조건
안철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철수 저자는 과거 V3라는 백신을 만들어 한국의 많은 유저들을 컴퓨터 바이러스의 공포로부터 구해 준 고마운 분입니다. 그래서 한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거의 위인급인 인사시죠. 이후 서울대 융복합 대학원 원장도 역임하시고, 2011년경에는 정치 참여를 선언한 후 시골의사 박경철씨, 시민운동가 박원순씨 등과 감동적인 이벤트도 연출하신 적 있습니다. 그때로부터 어언 9년이란 세월이 흘렀는데 이상하게도 그 시절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듯합니다. 그 동안 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뜻입니다(네...). 지금 이독후감을 쓰는 저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일들 중 상당수를 기억하지만 여기서는 책 내용에 대한 말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은 상당히 예쁘게 짜여져 있습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일 뿐 아니라 안에는 컬러 화보까지 여럿 들어 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 몇 달 전 저자께서 베를린 마라톤 대회를 네 시간 대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완주하시고(저자께서도 이제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이시죠), 그에 대한 소회를 담은 책이 먼저 나왔었는데 아쉽게도 저는 그 책은 읽지 못했습니다. 그런 아쉬움이 따로 들 만큼 이 책이 예쁘게 나왔다는 뜻입니다.

책에는 에스토니아 이야기가 초반부에 제법 길게 나옵니다. 저자는 에스토니아를 그저 개인적으로 방문한 게 아니라(물론 겸손한 분이지만요) 전직 정치인으로서 정당 대표로서의 무게가 함께 실려 있어을 텐데, 그 와중에도 여튼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고 현지를 돈 것 같습니다. 에스토니아는 이차 대전 와중 강대국 소련에 의해 강제 합병된 발트 3국 정도로만 우리가 알지만 사실 그간 치열한 역사를 겪었지요. 그 중 저자는 그들이 이뤄낸 경제 기적에 대해 주목합니다.

저자는 이 나라 "국가최고정보책임자"의 지위에 있는 시쿠트란 분을 만납니다. 우리로 치면 차관급이라는데 나이는 35세로 매우 젊은 편이고 저자 역시 정치에 한창 열중이실 때 "젊은 국가 젊은 지도자"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국가최고정보책임자"라면 오해를 살 수 있는데 무슨 과거의 안기부 같은 첩보, 수사기관이 아니라 기업에도 마련되곤 하는 CIO를 가리키며, "정보"는 말 그대로 IT라고 할 때의 그런 정보를 가리키네요. 이 나라가 현재 멋지게 수행 중인 정보 통신 혁명을 이끄는 지도자 중 한 분입니다. 책에는 이분이 저자와 함께 찍은 컬러 사진이 실려 있는데 마치 저자와 일정 부분을 공유라도 하듯 소탈한 이미지입니다.

저자 역시 성공한 IT 기업의 초창기 CEO답게 최근의 화두인 AI에 대해 유익한 제안을 제시합니다. 1) 공공영역의 활용 2) 민간 부문을 적극 도울 것 3) 인력 양성 4) 법제 마련 등의 네 가지인데(p29), 이들 중 어느 항목 하나라도 과연 현재 한국에서 잘 실현되는지는 지극히 의문이죠. 1990년대 대호황을 누렸고 현재까지도 한국을 먹여 살리는 반도체는 앞선 시대에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공학계로 몰렸고 이후 이 인재들이 삼성 등 대기업의 엔지니어로 맹활약했기에 가능했지만 과연 지금은 어떨까요? 획일화한 교육을 타파한다며 어설프게 건드린 교육 제도가 과연 최소한의 작동이라도 하는지 걱정이 될 뿐입니다.

에스토니아는 기후가 온화하지만 위도상으로는 러시아와 나란할 만큼 북쪽에 자리한 나라입니다. 여기서 꽤 멀리 떨어진 스페인도 저자는 방문했는데 이 정도면 정책 순방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 하면 그저 명문 축구 클럽만 떠올리기 십상이지만(당장 저부터도), 최근 이곳 카탈루냐가 경제적으로 번영하며 본국으로부터 분리 독립까지 운운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또 바르셀로나 하면 MWC가 열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저자 같은 분이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곳을 찾을 리 없죠. 여기서 저자가 주목한 건 중국 화웨이의 약진, 그리고 삼성 등의 상대적 위축입니다. 저자는 이른바 "경제 생태계의 조성"을 주장하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시스템을 비전으로 제시한 분이었죠. 그 점을 유의하여 이런 대목은 읽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음으로는 포블레노우를 방문하는데 이곳은 "카탈루냐의 맨체스터"라고 일컬어질 만큼 한때 섬유산업의 중심지였다고 합니다(p75). 그러나 저자가 내린 진단은 "지금에서야 러스트 벨트의 일종일 뿐"인데, 사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를 (유능하다고는 해도) 미래지향적 지도자라고야 할 수 없고, 또 (저자가 존경하는) 마크롱 대통령과 다툰 적까지 있는 사람이지만(이 책 저 뒤 p174 이후에 본격적으로 프랑스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분 역시 미국의 러스트 벨트에 잘 어필하여 그곳 표를 효과적으로 결집하여 대통령까지 된 바 있습니다. 해법과 철학은 다를망정 지도자라면 "좌절한 (따라서 분노한) 노동자 계층"을 어떻게 위로하고 재기(...)에 성공하게 할지를 일단 고민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대안이 나온 건 아니지만 여튼 책에서 그런 고민과 사려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카탈루냐와는 척을 진(?), 이베리아 반도의 중심 마드리드가 다음 바방문지인데 사실 알고 보면 마드리드 분들도 진보적인 이들이 많고 따라서 바르셀로나의 좌파적 지방분권주의에도 역시 일정 부분 지지와 공감을 보내기도 합니다. 여튼 여기서 저자가 주목한 건 시민 참여 형태의 민주주의 시스템인데 그 중 하나가 "디사이드 마드리드"입니다. 이 부분 설명이 자세한 편인데, 만약 우리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직접 민주주의에로의 건설적 진전이 이뤄질까요, 아님 편향적인 "정치충"들의 난동으로 소모적인 갈등만 증폭될까요? 모를 일입니다. 여튼 그가 가는 곳마다 주목한 부분은 "IT와 민주주의의 만남"입니다.

한국 진보 진영에서 틈날때마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좋은 예가 "몬드라곤 협동조합"인데 이 책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실 이 예는 너무도 장점이 많아서 진영의 좌우를 불문하고 일단 도입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들 정도죠. 하지만 현실은, 나라마다 풍조와 사정과 사회 구조가 달라 일률적으로 좋은 성과가 나기는 힘듭니다.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느껴진 건 좋은 정책 자체보다 그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좋아서가 아닐까 싶다(p111)." 이 말을 뒤집어 살피면, 사람들이 겉으로는 아무리 좋은 명분과 정의를 내세워도 속에는 비틀리고 음흉하며 남을 모함하고 헐뜯는 악한 마음만 가득하다면, 세상에 둘도 없을 좋은 제도를 도입해 본들 말짱 헛수고란 결론도 나옵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게,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 특졍 진영에서 내세운 메시지만 좀비처럼 외우고 다니며 악(惡)을 전파하는 주구자들입니다.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고생입니다만 이 와중에도 한국의 건강보험은 잘 정비되어 돌아간다는 게 중평입니다. 저자 역시 의사이시고 서울대 의대를 나온, 보건의료 분야 한국 최고 엘리트이신 분입니다. 스페인의 제도를 보고 한국 건강 보험 시스템의 여러 문제를 안 떠올릴 수 없으셨을 텐데, 사실 이 제도는 특히 의사들의 불만이 매우 큰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일단 "당장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증가하는 게 문제는 문제"라며 다수 대중이 직면한 고충에 먼저 눈을 돌리는군요. 여기서도 그는 IT 플랫폼의 도입 필요성을 지적하는데 우리 독자들은 저 앞 p95로 다시 돌아가서 저자가 "디사이드 마드리드"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독후감 앞부분에서 저는 마치 1980, 90년대식 교육제도가 큰 장점이나 가진 듯, 현재의 이도저도 아닌 제도가 최악인 양 슬쩍 암시하는 듯 말을 했습니다만 이는 독자인 저 개인 생각일 뿐이고 저자는 뭐 거의 180도 다른 입장입니다. 그 좋은 예가 p164에 나옵니다. 저자는 핀란드를 방문하고 각자가 각자의 취향과 비전에 맞는 "행복한" 교육을 받는 현장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산업 역군"을 길러 내는 구시대적 획일화 제도에 머물러 있다는 거죠. 본인도 그 제도의, 어찌보면 가장 큰 수혜자이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건 확실히 존경스러운 면입니다.

한때 저자는 "극중주의"를 내세운 적 있는데 극우도 극좌도 아닌 철저한 중도 실용 노선이 살 길이라는 뜻에서였죠. 말은 좋지만 과연 실행이 잘 될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 의문이었는데 이 책 p174부터 그 프랑스 탐방기가 펼쳐집니다. 사실 프랑스 같이 예쁜 나라는 직찍 사진만 봐도 즐겁지만저자는 관광하러 프랑스에 가신 게 아니기에 책 문장 하나하나에는 실천적 고민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방불 일정에는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의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히는데 이 대목에서 독자인 제가 괜히 다 고마워지기도 하네요 ㅎㅎ

프랑스는 본디 (구) 서독과 더불어 출산율 최하로 유럽, 아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라인데 프랑스가 저럴 무렵 우리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중후진국 중 하나였죠.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가 되어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니,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이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1년 전쯤 문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어떤 기자가 뜬금없이 이 질문을 던져 모두를 당황하게 했는데 사실 그 양반이야 그 나름 절실한 마음으로 던진 질문인 터라 마냥 황당해할 일도 아닙니다(그 기자가 안철수 노선이란 뜻은 절대 아닙니다. 분위기상 그분 개인의 소신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튀는 질문을 던질 정도면 오히려 문 대통령에 대한 열혈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며, 내가 존경하는 분이니 나의 이런 절절한 심정을 알아 달라는 취지였을 수 있겠죠). 여튼 여기서 저자는 현 정부의 피상적인 태도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합니다.

이어 독일 방문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는(사실은 "방문"이 아니라 장기 체류에 가까웠습니다) 독일인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첫째 공동체 정신이 강하다. 둘째 합리적 과학적 실용적이다. 셋째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p232). 그가 주목하는 건 특히 "분열, 분단에서 성공적인 통합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그들의 저력"이었습니다. 남쪽 체제조차 조화롭게 영위 못 하고 내분상을 보이는 우리가 특히 참고할 대목이 많겠죠. 저 둘째 특성에서 그는 "유독 가짜 뉴스가 적은 독일의 상황"까지 연역해 내는군요.

책 곳곳에서 그는 "미국식 모델보다는 유럽식"을 주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독일식을 선호하는 듯합니다(물론 분야마다 다르지만). 얼마 전 하버드의 크리스텐슨 교수가 타계했지만 이 책에서 안철수 저자는 "파괴적 혁신보다는 점진적 혁신"을 더 높이 평가하네요(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개념어 제시를 해 주셨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가 만난 베르크호프의 한스 기스만 박사는 "독일의 통일을 복제해서 한국의 통일 모델로 삼으려는 태도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p256). 여기서도 알 수 있듯 어떤 국가의 시스템이 좋다고 해서 무턱대고 모방하려는 자세는 사대주의일 뿐 아니라 위험천만하기까지 하며 이 점 저자가 유념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네요. 저자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도 방문하여 예쁜 사진을 독자에게 선사합니다.

사진 구경만으로도 뿌듯해지지만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엿보여 좋았던 책이고 특히 후반부 독일에 대한 여러 시론과 단상이 유익했습니다. 책 제목에는 "미래"가 들어가 있고 이 단어는 안 저자가 여태 정당 활동을 하며 여러 번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현재 저자는 다시 창당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나 역설적이게도 당명에 미래가 빠져 있고, 엉뚱하게도 이 단어는 여태 그와 별 접점이 없던 보수정당이 가져간 채 간판의 일부로 쓰게 되었습니다(이 책이 막 나올 시점만 해도 아직 없던 사정이었죠). 본인은 지역구 불출마를 공언했고 현재 신당의 지지세로는 비례대표 1번 당선도 힘들다는 분석이 있으나, 여튼 그의 참신한 문제제기와 순수한 열정, 정책 제안은 여전히 귀 기울일 부분이 있습니다. 그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