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인류학 강의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박한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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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재미있게 폂쳐지는 인류의 진화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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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어보면 안다 - 김홍신의 인생 수업
김홍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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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고도 쓰디쓴 인생의 묘미, 그에 대한 거장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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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서 영원을 - 인생의 아름다운 계절을 맞이한 당신에게 선물하는 명시와 명언 그리고 사진
김태균 엮음, 이해선 사진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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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유익하며 힘을 솟게 해 주는 아포리즘과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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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전통 갓을 만드는 장인(匠人)입니다. 그의 아버지도 갓 만드는 전문가입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남편의 외골수스러운 성격과 시류를 파악 못 하는 답답한 태도에 몹시 불만이 많습니다. 업종 전환을 해야 생계나 유지할 수 있다며 닦달을 하는데... 이 와중에 전염병까지 도는 통에, 가장은 혼자 멀리 떨어진 곳으로 피해서는 남은 가족들을 구하려 듭니다. 결국 그는 목숨을 잃고, 아직 젊었던 주인공은 부친의 희생 정신을 가슴에 새기지만 그 모친은 여전히 아들의 고집스러운 가업 유지에 불만이 많습니다.

이 집안에서는 안주인 되시는 분이 사려 깊지 못하게 세팅된 듯합니다. 이문열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아버지가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그 부인은 대개 순종적이며 아들이 부친에게 반항적인데, 이런 점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그 모친이 생활력이 강하다거나 현실적이라거나 진취적인 건 또 아니고, 대책 없이 징징거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실 주인공인 아들이 부친보다 더 고집이 세고, 더 융통성이 떨어진다고 봐도 됩니다. 그래도 그 부친을 엄청 따르는데, 마치 케플러가 스승 티코 브라헤를 신이나 되는 양 믿고 따르던 모습과도 비슷합니다.

부친은 그나마 조선말에 살던 사람이라 타격이 덜했지만, 주인공은 활동 시기가 일제 강점기이다 보니 아무리 품질 뛰어난 갓을 만들어 봐야 이제는 누가 사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24기 35주차에 김용익 소설가의 <꽃신>을 리뷰한 적 있는데 그 작품에서와 달리 여기서는 신분의 문제가 비교적 적게 부각되며, 다만 결말에서 "서양식(사실은 왜식)"으로 머리를 자르고 지배층의 체신을 못 지키는, 선대부터 단골 고객들이었던 양반들에게 배신감에 주인공이 호통을 치는 장면에서 일정 태도가 드러나기는 합니다. ("그간 대어드린 갓 값 다 물어내쇼!")

이 작품은 KBS에서 단막극으로 만들어진 적 있는데, 부친 역에 김성겸씨, 주인공 역에 신구 씨가 나옵니다. 외모가 주는 인상과는 달리 사실은 김성겸씨가 신구씨보다 오히려 나이가 아래라는 점이 재미있고, 다만 다들 워낙 연기가 빼어나다 보니 별 위화감이 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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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지금 이 책처럼 이름난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대계(大係)"라는 이름으로 모아 놓은 기획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된 게 과거의 책들이 모두 절판된 건 물론, 비슷한 시리즈도 찾아 보기 힘듭니다. 





이 책에는 이청준 작가의 유명한 단편 <병o과 머저o>, <이어도>, <화석촌>이라든가, 전남 순천 출신인 서정인 작가의 <가위> 등이 실렸습니다. 이 작품들은 너무도 유명하기에 이 책에서가 아니라도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읽어 봤을 단편들입니다. 확실히 장편도 그렇고 단편도 예전 작가들의 작품이 필력이나 주제의식, 행간에 배어나는 공력 등 모든 면에서 요즘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납니다.





이동하 작가는 혹 모르는 이들도 있겠는데 1980년대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들을 보면 그 단편이 자주 수록되곤 했던 분이더군요. 이 책에 실린 그의 작품들 중 제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건 <손오공>입니다. "손오공"은, 본명이 "손오억"인 주인공 기업인을 풍자한 네이밍인데,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작품을 잘 읽어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손오억씨는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와 능력 하나로 전무직까지 올랐으며 오너의 사위이므로 곧 이 큰 회사의 살림을 도맡아할 신분입니다. 아랫사람들한테는 대단히 고압적인 매너이지만 워낙 능력이 출중하기에 아무도 반발하지 못합니다. 능력은 뛰어난데 인성은 아주 좋지 못하며, 회사 한 여직원과 깊은 관계를 이어오다가 싫증이 나자 이별을 통보합니다. 요즘과는 달라서 1980년대에는 이런 경우 여직원이 그냥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했나 봅니다. 모든 상처와 불명예는 여자 쪽에서 뒤집어쓰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때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손오억은 갑자기, 모든 양심과 상식이 그 영혼에 회복되어, 여직원에게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합니다. 즉시 회사 건물로 돌아가 여직원을 불러 상황을 수습하려 드는데, 방호원이 그를 가로막습니다. "누구신데 이 건물에 들어오는 거요?" 아니, 방금 전에 내게 호통을 듣더니 이 자가 정신이 나갔나, 어떻게 이 회사에서 나 손 전무를 몰라볼 수 있지? 그런데 방호원(경비)뿐 아니라 아무도 손 전무를 몰라봅니다. 기가 막혔지만 현실이 이러니 일단 인정하고, 자신의 사무실에는 지금 누가 앉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 전무 면담을 요청합니다.





사무실 안에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누군가가 앉아 있는데 그 사람은 자신을 전혀 모르는 눈치입니다. 여튼 손오억은 간만에 돌아온 양심의 힘을 빌려, 여직원에게 몹쓸 짓을 한 자신(?)을 혼내 주자는 생각에 그간 손오억이 저지른 모든 비리를 낱낱이 꾸짖습니다. 손오억의 탈을 쓴 저 누군가는 크게 당황하는데, 아마 자신의 비리를 캐려고 이 자가 장기간 미행이라도 한 줄 알고 거액을 제시하며 입을 막으려 듭니다. 손오억은 자신의 집까지 가서 아내와 어린 아들도 만나는데 이들 역시 손오억을 전혀 몰라 보고 저 남의 탈을 쓴 누군가를 남편, 아빠로 반길 뿐입니다. 





한편 손오억(진짜)은 회사를 관둔 여직원의 뒤를 몰래 쫓는데 놀랍게도 여직원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밖으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으려 듭니다. 손오억은 잽싸게 그녀를 구해 준 후, 자신의 정체를 밝혀 봐야 아가씨가 안 믿을 게 뻔하므로, 용한 점쟁이라고 신분을 속인 후 그녀가 겪은 모든 불행을 다 짚어내는 척합니다. 아가씨는 놀라면서 점쟁이(사실은 겉모습만 달라지고, 과거의 기억은 그대로 가진 채 착한 마음만 도로 찾은 손오억씨)의 말을 경청하고, 그의 진심어린 위로를 받아 기력을 회복하여 고향에 돌아가 늙은 아버지와 함께 고기잡이로 생계를 꾸립니다. 아버지도 갑자기 젊은 사위(?)가 찾아와 일도 돕고 딸한테 잘하니까 너무 좋습니다.  





제목이 손오공인 이유는, 마치 손오공이 서유기에서 제 머리털을 뽑아 분신을 만들듯, 악한 손오억의 만행을 견디다 못한 그 내면이 착한 손오억 하나를 뽑아내 세상에 내보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다만 겉모습은 전혀 달라진 채로... 겉모습이 그처럼 달라진 건, 내면이 극도로 타락하면 그를 반영해 겉모습 역시 다른 사람들이 몰라볼 정도로 바뀐다는 일종의 비유, 상징으로 보입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도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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