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고시넷 건설안전기사 필기 과년도 10년간+a 기출문제집 - 10년간+a 과년도 기출문제 | 3,840문항 완벽해설 | 851개 유형별 핵심이론 2023 고패스 건설안전산업기사
정권호.김도엽.국가전문기술자격연구소 지음 / 고시넷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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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산업기사 시험 교재 중 고시넷에서 나온 책은 이번에 처음 풀어 보는 건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1) 일단 이 책은 기사 시험 전용입니다. 타 출판사(학원)에서 나온 교재는 대부분이 산업기사 겸용인데, 이게 교재비에도 산입이 되었을 뿐 아니라 적어도 60~70쪽 정도는 불필요한 내용이 덧붙여졌고 가뜩이나 두꺼운 책이 더 무거워지는 단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역으로, 산업기사 수험생들이라면 얼마나 더 불필요한 내용이 많겠습니까? 그래서 예전부터 기사는 기사 전용 책, 산업기사도 산업기사 전용 책으로 나와야 한다고 절감해 왔습니다. 이 책은 기사 전용이라는 것부터가 마음에 듭니다. 

2) 편집이 예쁩니다. 다른 교재들은 너무 판에 박힌, 희미하고 식상한 2색도에 눈이 피로해지는 성의 없는 편집이 많은데, 기사 시험이라는 게 워낙에 공부 양이 많다 보니 편집이라도 좀 예쁘게 되어야 그나마 공부가 덜 힘들고 책이 덜 싫어지고 덜 지칩니다. 실제로 공부를 해 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지 싶네요. 제가 여태 본 중에는 이 고시넷 책이 보기에 가장 편하고, 또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깔끔하고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취향의 영역이므로 개인 차가 있을 수 있겠네요. 

기출문제 풀이이다 보니 빠르게 문제를 풀고, 답을 확인하고, 그에 딱 알맞은 해설을 읽어 정리하고, 기본 이론 핵심 사항까지 눈에 넣고 익히는 과정이, 바로 이런 기출문제집을 푸는 목적이고 본질입니다. 이 고시넷 책을 읽어 가면서 가장 마음에 든 게, 기출문제집의 효과적인 풀이와 소화를 위해 최적화한 모습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위 사진에 나오듯 3색을 적절히 넣었고, 항목별로 채도를 세밀히 조절하여 독자가 보기에 너무 편합니다. 

p125의 19번 문제를 보면, 답은 ②라고 나옵니다. 많은 다른 교재들이 아쉬운 건, 오답 혹은 정답이 왜 오답이거나 혹은 정답인지에 대해, 콕 집어서 설명을 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런 설명도 말 자체는 맞으나, 해당 문항에 대한 적실성 있는 해설이 아니면 머리에 잘 들어오질 않습니다. 이 교재는 기출문항이 있으면 답을 하단에 제시하고, 그에 관계 있는 해설만 딱 잘라서 게재하는 경제적인 편집이 아주 좋았습니다. 필요한 설명만 나와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오답은 ②라는 건데, 그럼 어느 부분이 틀렸다는 건가, 동시 10명이 아니라 연간 2명이라고 해설에 나옵니다. 10명과 2명의 차이에도 주목해야겠지만, 동시냐 아니면 1년을 단위로 한 연인원이냐의 차이도 유념해야 합니다. 이런 핵심을 잘 정리해서 눈에 잘 들어오게 한 게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산업안전 직렬에서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단원들 중 하나가 인간공학, 시스템안전공학입니다. 각 문항마다 이게 몇년도에 출제되었는지 일일이 다 명기되었습니다. 혹 해당 연도 외에 츨제 연혁이 없다면 빈칸으로 그냥 남겨 둡니다. 또 이 교재만의 특성이 repetitive learning bar가 따로 있어서, 문제집을 몇 회독으로 풀었는지 수동으로 체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p451의 52번을 보면 이게 확률을 구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논리곱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여사건(餘事件)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을 해야 정확한 답이 나옵니다. 제가 이 문제를 풀면서, 정확하고 요령 있는 해설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 가리키는구나 싶더군요. 또 곱셈의 배분법칙을 올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마지막까지 정확한 답이 나오겠습니다. 

p691의 67번을 보면 그래프를 이용한 복잡한 계산 문제인 듯 보여도 의외로 싱겁게 풀립니다. 해설을 보면 단기하중에 대한 허용지내력의 1/2가 장기하중이라고 나오므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간단하게  풀립니다. 이런 게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 군말 없는 해설의 미덕이겠습니다. 

눈에 잘 들어오고 깔끔한 편집, 출제 연혁에 실기 시험까지 포함된 성의 있는 분석, 핵심 이론의 적절한 배치로 해설의 확장력을 극대화한 꼼꼼한 레이아웃 등이 이 교재의 최고 장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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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는 줄이고 매출은 오르는 배달앱 마케팅 - 사장님을 위한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300% 활용법
백진원 지음 / 새로운제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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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은 소비자에게 아주 편한 방법으로 지역 내의 맛집을 두루 경험하게 돕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게다가 각종 할인 쿠폰도 제공받고, 무엇보다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후기 작성 기회가 있어서 더 좋습니다. 게다가 별 5개 후기를 쓰면 많은 가게에서는 그에 대한 작은 보상으로써 서비스 요리를 제공하기도 하니... 

그런데 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 받아들인다는 것이며, 가게 사장님 입장에서는 이 배달앱이라는 게 어떨까요? 십 년 전에는 사장님들이 모여 공동으로 광고 책자를 나눠주고, 책자를 보고 주문한 이들에게 주문 건마다 책 1권을 더 주어 몇 권이 모이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런 홍보 방식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전적으로 배달앱이 이런 구 방식을 싹 몰아낸 결과입니다. 게다가 배달앱은 그저 소비자와 가게를 연결만 시켜 주는 게 아니라, 가게와는 별개로 배달원들을 자체 관리하는 플랫폼도 운영합니다. 이 배달 플랫폼 때문에라도 앞으로 배달앱은 누구 입장에서도 대체 불가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듯합니다. 

배달앱 쓰면 울트라콜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래도 소비자(주문자) 입장에서는 상단에 노출된 샵, 한 번이아니라 여러 번 노출된 샵에 더 손이 자주 가게 되죠. 그러면 울트라콜이라 해서 모두 같은 효과가 나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취향이 달라서, 지역1에 노출되었을 때가 지역2보다 클릭 수가 높거나 한다면? 또 클릭 수가 같은데도 주문 수가 결과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이럴 경우 가게의 메뉴나 구성혹은 퀄리티)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면, 지역1에 지역2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략을 바꾸는 게 낫겠죠. 이처럼 경영 전략을 바르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배달앱은 사장님들에게 제공하며, 사실 사장님들이 앱 측에 내는 수수료에는 이런 대가도 포함된 것입니다. 

배달앱이 제공하는 또하나의 장점은 가게 입지나 유동인구 변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다는 것입니다. p58에서 저자분은 배달앱 덕에 임차료가 그나마 덜 부담되는 곳에 입점할 수도 있고 이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물론 홀매장에서의 매상고가 중요한 곳도 있고, 요즘 부쩍 늘어나는 포장주문(주문자가 직접 샵을 방문하여 찾아가는 방식) 같은 걸 생각하면 위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장님의 현재 처지에 따라 보다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장점입니다.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x에서는 요즘 가게에서 제공하는 쿠폰 말고도, 앱의 특정 메뉴를 통해 가게에 들어갔을 때 쓸 수 있는 추가할인(증복) 쿠폰을 또 주는데 이 기회를 통해 더 익숙해진 가게는 새 고객을 확보하게 되죠. p93에는 요x요에서 진행하는 요타임딜이라는 게 나오는데 이 할인기회는 주문자가 일정 시간 안에 결정을 해야만 할인이 적용되는 독특한 성격입니다. 다만 저자는 이  프로모션은 가게 입장에서,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하지 않는 한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방식이라고 합니다. 사실 어떤 가게는 반드시 사장님(이나 가족분들)이 직접 배달을 오는데 수수료 구조상 이것 비슷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쿠폰 종류도 배x의 경우 요즘은 바로사용쿠폰이라는 게 새로 나왔습니다. 최소주문금액에 제약을 덜 받는 쿠폰인데 이 마크가 붙었으면 소비자 눈에 더 잘 띄는 효과가 있는 정도이고 이것저것 자기한테 맞는 패턴으로 소비하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데, 여튼 이것도 앱 측에서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기법이죠. 이 경우 사장님은 (클릭률이 높아진 대신) 마진에서는 타격이 오므로 모든 메뉴를 인상한 후 이 방법을 써야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닌게아니라 우리 동네 어느 피잣집 사장님도 그러고 있더군요. 

책 곳곳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하라는 충고를 합니다. 원산지 표기란도 물론 법에 의해 의무로 규정되었지만 그런 수동적 이유 말고도 "소비자가 처음으로 마주치는 텍스트란"이기 때문에 이 가게에서 주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심어 주라는 것입니다. 역시 배달앱 전략도 고객과의 공감,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 알 수 있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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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타르튀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4
몰리에르 지음, 김보희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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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프랑스 고전 희곡 3대가를 배울 때 라신, 코르네유와 함께 이름을 알아야 했던 극작가가 바로 이 몰리에르였습니다. 다분히 사회풍자적, 인습타파적 주제를 내세운 이 명작은 일단 현대 독자가 읽기에도 재미가 있으며, tartuffe라는 단어 자체가 "위선자"라는 의미를 선명히 갖게 된 것도 이 작품 덕분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개성을 지녔기에 독자들이 더 흥미롭게, 비록 연극이 아닌 지면상의 독해를 통해서일망정 몰입할 수 있습니다. 

위선자는 대체로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기독교의 신약을 읽어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당대의 율법학자, 바리새파를 "회칠한 무덤"에 비유하며 신랄히 비판하는 대목이 많은데 그 비판의 핵심이 "위선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선행의 핵심인데 위선자들은 정반대로 가장 남들에게 잘 드러나보이는 방식으로만 (가짜) 선행을 베풉니다. 이러니 이것은 이미 선행이 못 되며, 오로지 자신의 악덕과 무능을 위장하여 불측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일 뿐입니다. 

타르튀프가 어떤 방법으로 위선을 떨었는지 구체적으로 이 작품에 나오지는 않으나 주인 나리인 무슈 오르공, 그 모친인 노마님 페르넬 등이 식객 비슷하게 모시고 쥐여준 재물을 아마도 아낌없이(또 보란 듯이) 빈자들에게 나눠 준 듯합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아마도 부유층으로부터 호감을 살 만큼 적당한 미남자인 듯하며(p55 하단 시녀 도린의 대사 중에서라든가) 화술도 대단히 세련되었으리라 짐작이 가능하죠. 엘미르는 무슈 아르공의 후처인 듯하며 따라서 남편과는 나이 차가 제법 나리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의붓딸 마리안과도 세대가 비슷하겠으며 따라서 저 끔찍한 타르튀프가 두 여인을 동시에 노리는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겠습니다. 

극은 두 번에 걸쳐 놀라움을 주는데 한 번은 무슈 아르공이 갑자기 티르튀프를 사윗감으로 결정하는 2막의 초반입니다. 노부인이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처럼 보였던 사기꾼)에게 존경심을 품는 건 또 그러려니 했었으나, 느닷 등장한 아르공마저 아예 딸을 "비렁뱅이"라 불릴 만한 무일푼 식객에게 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극에서 가장 현명하고(따라서 노마님과 주인의 어리석음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본) 아마도 대사의 분량도 가장 많을 시녀 도린조차도 "주인님"이 그처럼이나 무모한 결정을 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죠. 아무튼 이 속이 시커먼 사기꾼을 보자면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프롤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정 여인에 대한 정욕을 못 이겨 악마로 타락해 버리는 자칭 성직자였던. 

두번째로 놀라운 건, 아직 시녀 도린의 일방적인 험담이나 고발 말고는 그 비천한 인격을 평가받을 만한 아무 근거도 나오지 않은 타르튀프가 그야말로 급작스럽게 안주인 엘미르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입니다. 시쳇말로 "고백으로 혼내준다"고도 하지만 이런 천만뜻밖의 수작이야말로 상대방에게 극한의 당혹감을 안겼을 뿐 아니라 이 가공할 만한 사기꾼의 모든 책략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바보 같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실수였습니다. 이런 짓만 하지 않았어도 타르튀프는 훨씬 쉽게 그의 목적을 달성했을 터입니다. 아무튼 마치 삼국연의에서 맹달이 조비의 마음을 사로잡듯, 이 사기꾼은 노마님과 가장을 홈빡 반하게 만들어 그 시커먼 속셈, 사람의 양심과 도덕이라곤 한 줌도 남지 않은 짐승의 심뽀를 그대로 드러내기에 이릅니다. 

시녀 도린은 춘향전에서의 방자와 향단 역을 마치 한 몸에 합쳐 놓은 듯한 미친 존재감과 매력을 뽐냅니다. 반면 로랑은 산초 판사처럼 재미난 사이드킥 역할이 기대되었으나 별반 하는 일이 없고, 결말에서 중앙집권국가의 기반을 다져 나가던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현명한 처사 덕택에 그 악랄한 사기꾼의 음모가 일거에 무산되는 식이라서 근세 유럽 고전기 희곡의 개연성,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습니다. 쉬운 번역이라서 초심자가 무리 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게 최고 장점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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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 4 자치통감 4
사마광 지음, 신동준 옮김 / 인간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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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을 쉽게 풀어쓴 대중서, 자기계발서의 저술뿐 아니라 고전 저작 자체의 완역에 오랜 시간 동안 헌신해 온 고 신동준 선생의 유작 격인 <자치통감> 네번째 권입니다. 자치통감이라고 하면 권중달씨 역본이 국내 독자들에게 유명하겠고 그 책도 최근 개정판이 나오는 중이나, 고 신동준 선생의 번역판은 고전 무엇을 대상으로 삼았든 간에 기존 정평 있는 책의 대안이 될 만합니다. 

이를테면 사마천의 <사기>가 그러했는데 그 고전은 정범진 본, 김원중 본 등이 인기를 얻었지만 신동준 역본도 전권이 다 출간되었더랬습니다. 신 선생의 번역은 1) 중국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었고 2) 구체적인 구절 하나하나를 꼼꼼한 분석 대상으로 삼아 가능한 여러 해석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이들을 대조 비판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더 넓은 지평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중국 고전을 보다 깊이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신동준 역본은 거의 필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치통감>이라고 하면 역시 개인적으로 권중달씨 역본(구판)을 다 소장하고 읽었습니다만,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현재 이 4권까지 나온 신동준 박사 역본이 그보다 못한 바 전혀 없으며, (이미 언급한 몇 가지 특장점에 주목하자면) 이 신동준 역본이 오히려 낫다고까지 생각합니다. 권중달씨 본도 원문을 싣고 있지만 신 박사는 그가 옮긴 모든 고전에 원래부터 한문 원 텍스트를 함께 실어 왔고 특히 이 자치통감 4권에서 그 메리트가 유감 없이 드러납니다. 또 기간(旣刊) 타 역본들이 한 가지 해석만을 내세우는 데 그친다면, 신 박사 번역은 논쟁의 소지 있는 대목에서 어물쩍 넘어가는 일 없이 무엇을 짚어도 다양하게 짚어 주며 이 과정에서 독자의 소양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이 자치통감 4권은 후한 시대를 열어젖힌 광무제 유수의 업적 중 하나인 공손술 토벌(AD 30)부터 사건 기술을 시작합니다. 공손씨는 이 사람이나, 한참 뒤 후한말의 공손찬(역시 삼국연의의 중요 인물 중 하나), 잠시 후 위나라 때의 공손연까지 해서 매번 지방에서 할거하다가 중앙 정부로부터 토벌 대상이 되곤 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이 기사들에서도 드러나듯 유수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상황을 냉철하게 관망하다가 정교히 계산한 끝에 주저없이 척척 두는 수들의 힘이 무서웠던 인물입니다. 그러기에 삼백 년 후 5호 16국 시대 후조를 세운 갈족 석륵이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곤 했죠. 

건무 30년의 기사를 보면(이 책 p177) 급사중 벼슬의 환담이 황제에 간(諫)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는 공자의 <논어>를 직접 인용합니다. 신동준 박사는 여기에서도 역주를 통해 논어 해당 구절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그의 장기를 발휘합니다. 이런 태도는 독자가 혹 궁금함이 생길 경우 일일이 검색하는 수고를 크게 덜어 주며 타 역본에서는 좀처럼 베풀지 않는 친절함이기도 합니다. 이런 치밀함은 예컨대 p582의 각주 163번에서 다시 <논어> 미자편을 인용하는 대목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또 p616 역주 180번에서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라는 유명한 성어를 적시하는 곳에서도 그러합니다. 

중국에 불교가 본격 성행한 것은 남북조 시대입니다만 후한 초부터 이미 천축의 종교가 널리 중국에 전파되어 큰 영향을 끼치는 중이었습니다. p213 이하를 보면 명제(광무제의 넷째 아들)이 불(佛)이라는 신적 존재의 가르침에 큰 관심을 보였고 고승을 우대 초빙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완고한 유학자였던 저자 사마광은 대단히 피상적인 태도로 서술하는데 이는 그의 이해가 짧아서라기보다는 고의적인 무관심 노출로 보입니다. 

p253을 보면 명제의 생모이자 광무제의 정비였던 음려화가 거명되는데 낙양에서 이름난 미녀였던 이분과 유수의 젊었을 적 로맨스는 직전권인 제3권에 잘 나옵니다. p328에 보면 걸신과 의위라는 까다로운 어휘에 대한 설명이 역주에 나오는데, 바로 이런 점이, 현대 중국 학계 연구 성과를 꼼꼼히 훑는 신 박사만이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장기라고 하겠습니다. 또 신 박사는 고교 시절부터 서울대 재학 기간 동안 한학의 대가들을 충분히 사사한 데서 비롯한 튼튼한 베이스를 갖춘 분이기도 하죠. 

인간사랑은 지금까지 신 박사가 옮긴 거의 모든 중국 고전을 묵직하고도 예쁜 장정에 담아 내용 면에서도 정확한 편제로 독자들을 맞아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멋진 미관 면에서도 인간사랑판이 타 번역본들을 압도한다고 평가합니다. 삼국시대까지를 커버하는 신동준 역 <자치통감>이 부디 무사히 완간되어 고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5권이 특히 삼국시대를 다루므로 게임 마니아들이라든가 삼국연의 애독자들 중 진수의 정사 등에 만족 못 하는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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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2022년 뉴베리상 100주년 대상 수상작
도나 바르바 이게라 지음, 김선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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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열광하는 건 단순한 지식이나 팩트가 아니라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으며 듣다 보면 어떤 영감까지를 선물하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들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려서부터 할머니나 엄마가 들려 주는 이야기에 포근히 감싸안기는 건 동양과 서양이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 문명이 마침내 어리석은 물욕이나 호승심을 버리지 못하고 핵전쟁으로 멸망한다 해도, 행여 재기의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가냘픈 싹을 틔운다면 그건 바로 이야기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십여 년 전 <더 기버>라는 베스트셀러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소설의 내용도 이야기의 어떤 전달을 제재로 삼았더랬습니다. 2022년, 즉 올해 뉴베리 대상을 받은 놀라운 아동문학(소설)이, <더 기버>의 주제를 다분히 닮은, 그러면서도 사연이 해리포터 연작처럼 더 발랄하고 더 경쾌하게 진행되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스케일도 크고 세계관도 촘촘해서 앞으로도 계속 연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속 장르도 SF라서 보다 지적인 독서를 좋아하는 성인층도 얼마든지 푹 빠져가며 책을 읽어갈 수 있겠네요.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너무 많이 남겨놓고 떠나야 해. 이처럼 강력한 힘과 복원력을 지닌...(p42)" 사람이 죽을 때 서러운 이유는 그간 벌어놓은 돈을 싸짊어들고 갈 수가 없어서도 아니고, 살아서 누린 그 모든 쾌락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어서도 아니며(어차피 육신이 늙으면 기회가 있어도 못 즐깁니다), 바로 그토록 애정하고 애착하던 것들을, 사람들을 이 세상에 놔두고 먼저 가는 서러움 때문입니다. 아침에 사랑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출근할 때조차(어차피 몇 시간 뒤면 다시 보는 데도) 다소의 슬픔이 밀려옵니다. 갓 친해진 친구들을 고향에 두고 잠시 타지에 연수를 떠날 때도 아쉬워서 눈물이 맺히는 게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하물며 세상이 멸망의 위기에 처했고 내가 각별한 사명을 띤 채 모처로 떠나야 한다면, 이 안타까운 감정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이 강렬하게 당사자(아직 너무도 어린 소녀 페트라. 이 소설의 1인칭 주인공)에게 닥쳐 옵니다. 내러티브는 차분하고 명랑하기까지 하지만 그 뒤에 숨은 마음은 우리 독자에게 절절히 전해지죠. 그 작은 두 어깨가 얼마나 묵직하게 짓눌려 왔겠습니까. 

페트라의 이름 어원은 p104에 나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기독교 사도 베드로와 같습니다. 여기서 주인공 페트라는 다소 자신 없고 떨어지는 자긍심이 서린 태도로 답을 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이런 순간에도 페트라를 격려하며 그 이름에 담긴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금 강조, 환기합니다. 고전 라틴어 직계인 스페인어의 아름다운 향연이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이름부터가 "금발"이란 뜻인 루비오도 역주를 통해 p114에 그 뜻이 독자에게 소개됩니다.  

"엔 코그니토의 다운로드 가능한 지식은 장기와 뇌가 즉각 잠들게 합니다.(p48)" 아빠, 엄마, 벤, 하비에르... 모두가 어린 페트라의 긴 여정을 응원하며 또한 다정하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 애씁니다. 세상이 얼마나 발전했으면 이처럼 기계적 프로세스를 거쳐 간단하게 지식의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해졌겠습니까. 그러나 사람의 영혼에다 그 모든 벅찬 감정, 아름다운 추억, 밀려오는 행복감, 촉촉한 슬픔 등을 함께 불어넣는 건 오로지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전달자의 정말로 특별한 능력과 포근한 공감을 통해서만 말이죠. "이게 바로 그거야. 넌 이걸 과학으로만 보지 않을 거야(p87)." 따뜻한 아빠의 말입니다. 이 말이 그대로 실현되리라는 걸 우리 독자들 모두 알고 있기도 하고요. 

"산소가 폐로 쏟아져 들어왔다(p96)." "나는 바이저를 벗었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콧구멍으로 훅 밀려왔다(p195)." 맞습니다. 그토록 잘 통제된 위생적 환경에서 아무리 잘 관리를 받았다고 해도 자연의 순일한 자양이 끼치는 선한 영향만큼 달콤한 건 또 없습니다. p93의 페트리코와도 비교해 보십시오. 이 역시 페트라에 지소사(diminutive)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죠.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위험을 모두 제거하는 게 좋다. 설령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온다고 해도(p304). " 이게 인간입니다. 내 당대의 쾌락과 이익만을 위해 자원과 환경을 소진, 낭비하자는 마음가짐이라면 나와 내 이웃, 내 후손까지를 모두 망치는 원흉입니다. 콜렉티브, 콜렉티브... 단합, 동지애. "콜렉티브를 위하여(p223, p334 등)" 콜렉티브를 통해 나는 나보다 더 큰 나로 발전하고 합일합니다. 

이 작품에는 신기하게도 한국인의 정서와 통하는 상징, 배경,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며 심지어 p77에는 벤이 페트라에게 전수하려는 지식 중에 "한국어"도 있습니다. "책은 우리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집이 되었고, 삶이 되었습니다.(p335)" 꼭 마르틴 하이데거의 비슷한 말이 아니라도 이 말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오며, 사실 이야기야말로 우리네 존재의 본체입니다. 너무나 벅차게도.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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