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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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그저 상대를 절멸시키려는 인간의 악독한 의지에 의해서만 수행될 것 같지만 사실은 첨단 기술, 과학 원리의 치열한 응용이 많이 개입하는 장(場)입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 중에 극적인 발전을 본 분야도 많은데 심지어 선형계획법 같은 수학의 원리가, 제한된 자원과 예산 하에서 최소 비용, 최대 효익을 거두려는 전쟁 수행 수뇌부의 의도에 의해 크게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전쟁과 과학이 서로 이만큼이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발전했는지를 확인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들지만, 죽이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몰린 인간들에게서는 못 짜낼 지혜가 없다는 사실에서 어떤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국민(나시옹)"이라는 집단의 기치 하에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각자의 재능과 실력을 남김없이 발휘하게 했다는 점에서 인류사적 의의가 큽니다. p46을 보면 나폴레옹 1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벌써 이때 그가 거느렸던 학자 가스파르 몽주가 선형계획법을 (초기 형태로나마) 고안해 냈던 것입니다. 나폴레옹 역시도 전근대 체제였다면 그의 천재적 재능이 세상에 쓰이지 못했을 인물인데, 프랑스가 지금도 세계적 수준의 과학, 수학을 뽐내는 건 이 책 제3장에 자세히 나오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같은 명문학교가 제대로 작동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러시아와 튀르키예(터키)가 사안에 따라 협력하는 모양새지만 근세 이래 이 두 나라는 화해가 안 되는 앙숙이었으며 나중에는 투르크 제국이 위험을 무릅쓰고 독일과 손을 잡기까지 했으니 러시아로부터의 위협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p76을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이런저런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이, 전쟁의 압박에 내몰린 여러 나라들에 무기를 수출하여 엄청난 이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세머 제강법이야 영국의 기술자 헨리 베세머가 발명했지만 프리드리히 크루프, 그리고 그의 아들 알프레드 크루프가 산업화하여 큰 돈을 벌었으며 지금까지도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티센크루프 주식회사로 번영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저들 업자들을 "1세대 글로벌 방산기업"이라 성격 규정합니다. 

1년 반 전쯤에 짐 라센버거가 쓴 <콜트>라는 멋진 책에 대해, 책좋사에서 당첨되어 리뷰를 쓴 적 있습니다. 지금 이 책에도 콜트 리볼버 이야기가 나오는데 과연 (작게는) 미국의 역사, (크게는) 세계사를 바꿔 놓은 명기의 발명이라 부를 만합니다. 미국은 특히 남부의 기후와 지형 조건을 이용하여 대규모 면직 공업을 발전시켰는데, 남부는 아마도 1차 산업은 노예 노동을 통해 자신들이 맡고, 공산품은 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분업 체제를 상정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부의 압도적인 생산력은 남부와 (기울어져가는 제국인) 영국이 그런 몽상에 빠지게 가만 놔두지 않았고, 후발 주자들의 복제가 쉽지 않게 고안한 고부가가치 제품인 여러 무기를 생산하려는 미국 업자들의 야심은 날로 커져 갔습니다. 

책 초반부에서 나폴레옹 1세가 아꼈던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는데, 대서양 건너편 미국 사람인 실바누스 세이어도 이 학교에서 배운 사람이며 나중에 웨스트포인트에 미 육사를 만들 때 큰 영향을 받았다고 책에 나옵니다(p146). 세이어는 나폴레옹 1세와 16년 정도 차이가 날 뿐인, 거의 동사대인이라고 봐도 될 정도인 인물입니다. 이 책에서는 "과학 기술을 중시하는 전통"이 에콜 폴리테크니크형 군사학교에 면면히 살아 있다고 누누이 강조합니다. 한국도 과거에는 미 웨스트포인트를 본받아(p150) 과학 쪽의 비중이 커리큘럼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과연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조직이건 애플 폴리셔, 출세지상주의자가 승자가 되는 풍조가 지배적이라면, 그 조직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할 뿐입니다. 

과학기술은 돈이 되느냐? 원래는 기초과학이 실용성을 과연 가졌냐에 대해 산업혁명의 고향인 영국에서조차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는 패러데이에게 대놓고 이런 전자기학 따위가 다 무슨  소용이냐는 둥 무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죠. 그러나 이 책 제14장에도 나오듯 토머스 에디슨 등 발명가형 사업가들이 등장하고부터, 과학과 기술은 정말로 돈이 되기도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고 에디슨이나 벨 등의 이름은 지금도 AT&T, 제네럴 일렉트릭 등에 남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본인도 상대성이론, 광양자설 등이 엄청난 위력의 폭탄 개발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과학의 발전과 그 파급의 힘이란 심지어 그 성과를 이뤄낸 과학자 본인의 입장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인데, 원자핵무기의 개발은 인류 역사를 그 전과 후로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책에서는 말합니다(p189). 책에서는 왜 오펜하이머 등 일부 과학자들이 소련 등으로 기밀을 빼돌리려는 움직임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었는지에 대해, 인류 공적인 나치를 박멸하는 데 당시 소련이 기여한 바가 크며 핵무기 같은 치명적인 수단을 오로지 미국만이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품은 이유가 있었다며 당대의 역사 맥락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것(p221)을 독자들에게 권유하기도 합니다. 

첨단 군사기술 발전은 주로 미국이 이루지만 그로부터 파생되는 스핀오프 현상은 원 기술 보유 측도 어떻게 통제할 수 없으며, 그래서 작금의 현실은 20세기 양극 체제 냉전과는 달리 불확실성이 더 크게 확산하는 추세라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앞선 시대에도 송나라에서 최초 개발한 화약이 정작 대포로까지 발전한 건 유럽이었으며 대포를 전쟁에 적극 활용한 건 사파비나 오스만이었습니다. 책에서는 일관되게, 군사 기술이 어디서 어떻게 발전되어 대량 살상에 응용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각자가 현명하게 이 불확실성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결론을 맺습니다. 우리 나라도 수십 년 동안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대치를 이루는 와중에도 이 정도의 번영을 이뤘고 (가성비 위주라는 외부 평가가 지배적이기는 하나) 독자적인 방산 산업의 발달도 이룬 만큼 더 현명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책은 주장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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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 101
박동원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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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구미에서는 1990년대에 탄소 배출권 시장에 대한 구상이 이뤄졌고 이의 현실화를 위해 치열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1997년에는 교토 의정서가 발효되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각국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탄소 배출권이란, 무작정 탄소 배출을 금지하면 이것이 현실화하기 어려우므로, 마치 종량제 봉투처럼, 탄소를 배출하려면 돈을 내고 시장(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에서 탄소배출권을 산 다음에 배출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되었습니다. 이것이 제도로서 완전히 정착한 후에는, 마치 유가증권을 투자하고 양도하듯이 장단기 가치를 보고 거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지금도 일각에서는 그렇게 하는 중입니다. 

여태 저도 여러 권의 탄소시장 관련 책을 읽고 리뷰도 써 왔습니다만 지금 이 책이 그 중 최고였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 분야가 내용이 좀 어렵고 전문적일 뿐 아니라, 세계적 현황을 통계 자료만으로 바로 파악하는 게 까다로운데, 이 책은 일단 많은 통계가 수록되었을 뿐 아니라 인포그래픽화가 잘 되었습니다. 아무 지식이 없는 초보자라고 해도 책만 쑥 훑어도 이 시장에 대해 대략의 감이 잡힐 정도입니다. 올컬러 편집이어서 눈도 덜 피곤합니다. 뿐만 아니라 체계있게 각종 자료 출처 소개를 곁들이기 때문에 심화 서치를 위한 기초도 잘 놓아 줍니다. 여러 모로 너무도 마음에 들고 도움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일단 우리가 한국인인 만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의 현실이 어떠한지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지난 정부 때부터 재생 에너지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지난 대선 토론회 당시 RE100이라는 아젠다가 거론되어 새삼 대중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더랬습니다. 여전히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고, 책에서도 특히 p71 같은 곳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용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2022년 현재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9.2%라고 나오는데 사실 한국의 인식 미비, 낮은 참여도 등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그나마 낮은 편이라고는 못하겠다는 생각도 솔직히 듭니다. 2030년까지 21.6%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나오는데, 우리도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하루바삐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더 올려 우리와 후손들이 더 쾌적하고 안락한 상황에서 살 수 있게 힘써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신뢰와 연대의식으로 무장한 동료라는 점을 깊이 새긴다면, 이런 탄소 배출 자제의 컨센서스와 시스템이 마련되었을 때 그에 충실하게 적응하고 실천에 옮기는 이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에는 남의 선의를 악용하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친환경주의가 하나의 시대정신이 되자 이제는 친환경도 아니면서 친환경인 척 가면을 쓰고 대중의 호감을 그릇되게 장악하려는 나쁜 행태를 그린워싱(p112)이라고 부릅니다. 너도나도 친환경을 입에 담고 외치고 다니니 대체 누가 가짜이며 누가 진짜 환경을 아끼고 걱정하는지 분간하기가 어려우니, VCMI(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에서는 그 진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CCP,  즉 무결성 이행지침을 마련하여 각 회사나 단체, 조직이 얼마나 실제로 탄소 저감을 실천하고 있는지 그 표준을 마련합니다. 

그 표준이라고 하는 건 CCP, claims code of practice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뿐아니라 표준적인 한국어 번역은 "무결성 이행 지침"인데, 아무리 봐도 "무결성" 부분이 안 보여서 제가 (이 책에서 가르쳐 준) 여러 소스 웹사이트들을 직접 찾아 봤습니다. 무결성은 VCMI에서의 I가, initiative의 약칭이긴 하지만 동시에 integrity의 앞글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또 그냥 code of practice라고 해도 될 것을 구태여 앞에 claims라고 붙인 게, 그만큼 이미 손상된 자연의 복구를 시급히, 행동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어떤 절박함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유가증권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가격이나 시장에서의 평가도 천차만별입니다. p123을 보면 이제 교토 의정서를 대신하여 세계 기후변화 대처의 중심 규범이 될 파리 협정이, 새롭게 구체화한 여러 크레딧을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VCMI에서 맨 앞 V라는 글자는 voluntary의 약자인데, 이 책 p90을 보면 그 "자발적"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를 또 해명해 줍니다. "자발적"은 규제를 받아 억지로(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p92의 대조표에 잘 나오듯 할당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탄소 저감책을 마련하여 이를 인증 받은 다음 그 크레딧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입니다. 특히 CBAM이라는 것을 EU가 마련하여 탄소 저감에 미온적인 외국 기업에 대해 탄소 비용을 징구(徵求. p96)한다는 전망인데, 우리 기업들이 이에 특히 주의하여 앞으로 수출 대책을 잡아야 한다는 게 책의 심각한 제언입니다.    

친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국제 규범이 엄격하게 요구하는 당위규범입니다. 근본 규칙이 바뀌고 있는 만큼 우리들도 살아남기 위해 영리한 전략을 새로 치밀하게 수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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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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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 작가님이 쓴 책들은, 특히 한국의 먼 역사 중에서 과학 관련 토픽을 잘 추출하여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박성래 서울대 교수님이 이런 부문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요즘은 곽재식 저자님 책에서 그런 효용을 얻습니다. 

p48 이하를 보면 정문경(精紋鏡)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학교에서는 "잔무늬거울"이라고 배운 내용입니다. 저자는 이 토픽에서 태양에 사람들이 부여한 주술적인 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천문학은 가장 철저한 물리 지식과, 타고난 모험 정신, 강한 창의력으로 무장한 인재들이 종사하는 분야이지만 그 출발은 점성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성(星)이라는 글자가 벌써 별을 뜻하죠. 막강한 자연의 힘에 대해 뭔가 이를 해석하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종교, 태양 숭배 풍조를 빚고 그 부산물 중 하나가 아마도 정문경이었겠으나 이의 제작이 중단된 건 인간의 호기심 지향이 객관으로 진입하려는 하나의 징후였겠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객관적 관념론인 유학 천착에만 머무른 게 아쉽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금성과 화성은 지구와 비교적 가까이 붙어 있기에 예전부터 새로운 생명체, 혹은 지구로부터의 이주 대안으로 꼽혀 왔던 행성들입니다. 저자도 그런 말씀을 하지만, "별"이라는 단어를 항성과 같은 뜻으로 쓰자면 태양도 (약간 이상하지만) 별에 속하며, 반대로 우리에게 좀 익숙한, 하늘에서 자주 구경할 수 있는(실제 거리가 멀든 가깝든 간에 겉보기로) 천체를 뜻한다면 금성, 화성이야말로 별 중에 별입니다. p117 이하에서 저자는 금성, 화성의 대기 조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금성의 대기는 성분이 희박한 게 아니라, 반대로 너무 진해서(무거워서) 생물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또 그 대부분이 이산화탄소이기 때문에 지구 생명체가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그러한 조건에 알맞게 생명체가 독자적으로 진화하지 못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p144를 보면 저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찾아 독자에게 들려 줍니다. 영조 임금이 신하들에게 신비로운 천문 지혜를 지닌 어느 노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는 대목인데, 조선왕조실록은 <삼국유사> 같은 책과 달라서 객관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설화는 직접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기이한 이야기도 영조가 자신이 아는 설화라며 신하들에게 전달하는 형식일 뿐입니다. 이런 행적에 구태여 중요성을 두고 기록에 남긴 사관의 태도도 특이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세성(歲星)이라며 임금을 상징하는 존재로 부각된 별은 목성입니다. 이어 책에서는 목성의 여러 위성, 특히 타이탄에 대한 재미있는 여러 사실이 소개됩니다. 

우리들도 학교 다닐 때 천상열차분야지도 같은 흥미로운 문화 유산을 교과서에서 본 적 있습니다. 중국에서 유래한 천문도에는 오(吳), 연(燕) 등 중국 특정 지방이 하나하나 대응되었는데 이것이 중국 땅이 천하의 전부라는 대단히 협소한 세계관의 잔재라는 지적을 합니다. 놀랍게도 우리 조상들은 서양 각처에도 독자적인 문명이 자리함을 안 후에는 저런 종래의 시각이 오류라는 걸 깨닫고, 또 조선 땅도 천문에 투영 못 할 바 없음을 깨닫고 "동국분야(東國分野)"라는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여 두루 활용했다고 합니다.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p287을 보면 각수(角宿)라 하여 고대 중국인들이 하늘을 볼 때 취했던 프레임들이 소개됩니다. 宿(숙)이라는 글자는 별 관련해서는 "수"라 읽습니다. 영성(靈星)은 간혹 영성(零星)으로도 잘못 기록되었는데 기록이 불충분하여 아직도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점성상으로) 부여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자는 아마도 풍년, 수확 등의 염원을 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개진합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처녀자리의 한 밝은 별을 지목하는데(꼭 그 별이라는 게 아니라), 이 별은 스피카(Spica)라고 불리며 그 뜻은 곡물류의 차례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대목은 저자의 독자적인 추측이며 읽는 입장에서 대단히 흥미러웠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우리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이면에 얼마나 복잡하고 신묘한 원리가 깔려 있는지는 관련 학문을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를 통해 마음껏 천상계를 꿈꾸고 사람 사는 바른 도리를 성찰하는 건 인간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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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속담 2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1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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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무척 인기가 좋습니다. 어린이들이 책 볼 때 의무감이 아니라 정말 즐거워서 보는 경우는 (제 주변에서라면) 이 빵빵 시리즈가 거의 유일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여태 초성퀴즈, 영단어, 수수께끼 등 세 권을 리뷰했었는데,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열 권이 발간되었으며 이 신간까지 포함 모두 열한 권입니다. 그만큼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는 뜻이겠으며 그 비결이라면 아마 개성적이고 독특한 그림체와 귀여운 캐릭터, 몰입감 있는 스토리, 작품 안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교육 목표, 별 부담 없는 분량, 깔끔한 편집 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 갈 데 소 간다." 딱히 비하하는 뉘앙스 없이, 누가 하니 누구도 따라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속담입니다. 요즘은 속담 연구가 학자들에 의해 더 많이 이뤄져서, 학부형들이 예전에 몰랐던 낯선 속담들이 교재에 많이 등장합니다. 이 속담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 든 분들이 오히려 잘 모르는(제 주변에서는요) 속담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스콘을 닮은 얼굴을 한 민이가 뜨개질 학원에까지 따라왔는데 여길 남자애가 왜 따라왔냐며 타박을 주어도 남녀평등이라며 오불관언입니다. 민이는 몰랐던 적성까지 발견해서 좋고, 다른 여학생들은 잘생긴(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학생을 곁에 두고 구경해서 좋습니다. 

"달 보고 짖는 개." 별것도 아닌 일에 괜히 호들갑부터 떠는 반응을 두고 이르는 말입니다. 민이가 어디서 또 헛소문을 듣고 와서 난리를 피우는데, 정작 진짜 행동에 옮겨 파장을 키우는 건 마리입니다. 마리는 시나몬롤빵을 닮은, 빵빵 시리즈 초기부터 활약했던 주연급 캐릭터입니다. 마리가 기어이 선생님을 찾아가서 확인을 하자 초코크림빵을 닮은 담임선생님은 사정을 이야기하며 안심시킵니다. 이 선생님은 초3 때 제 담임선생님을 정말로 닮았네요. 다만 학생한테 아무리 속담 인용이라고 해도 "개"에 비유하는 건 아이한테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전달에 유의해야 할 듯합니다. 

우리 속담에는 확실한 리더십 없이 여러 사람이 이 말 저 말 해 대면 목표한 일이 잘 풀리지 않음을 지적하는 게 많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도 그 좋은 예입니다. 이 속담이 엉뚱하게도 러시아에서는 "사공"을 "애 쓰는 일꾼"으로 새겨서, 모두가 합심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어려운 일도 해 낸다는 뜻으로 쓴다고 합니다. 아마 실제로 배를 육로로 옮긴 오스만 튀르크의 메메드 2세의 사례에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 책 p108에서 "목수가 많으면 기둥이 기울어진다"는 속담이 소개되는데, 크루아상 별이, 민이, 마리 등이 저마다 이러자 저러자 고집을 부리자 떡볶이 맛이 엉망이 됩니다. 우리 크림빵 담임쌤은 이 대목에서도 속담 실력을 구사하며 아이들을 꼽주...는 건 아니고 잘 훈육합니다. 

세상 일은 모두 뿌린 대로 거두게 마련이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기 마련입니다. 노력도 안 하고서 엉뚱한 요행을 바라서는 결코 안 됩니다. 민이, 마리, 별이 셋은 언제나 붙어다니는데 이 민이가 마리를 좋아하나 봅니다. 마리가 피아노부에 있으니까 자신도 들어가면 안 되냐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전혀 연습이 안 되었던 피아노를 어떻게 갑자기 잘 치겠습니까. 뜨개질이 척척 되니까 피아노도 그려려니 생각했나 본데 뭐 모를 일이긴 하지만 "밤나무에서 은행이 열기를 바라서는 안 되"는 법 아닐까요.  

마리가 꽤 약아서 동생인 그리를 거저 부려먹고서 약속했던 간식도 안 주고 이른바 "먹튀"를 하는 이야기가 p166에 나옵니다. 어르고 뺨 치기, 어르고 등골빼기 등이 이 경우에 쓰인다고 엄마(슈크림빵을 닮은 분인데 겉보기와 달리 아주 용감한 기질이 지난 책들에서 잘 묘사되었습니다)가 자연스럽게 가르쳐 줍니다. 그런데 엄마가 이렇게 중립 기어 박고 평론가처럼 굴 게 아니라 나리의 나쁜 습관을 좀 고쳐 줘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날 저 날 한다"는 속담은 해야 할 일을 바로 해 내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걸 뜻한다고 합니다. 별이와 마리 둘이서만 춘향전을 단막극으로 공연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또 민이가 끼어듭니다. 아마 민이는 이몽룡 역을 기대했겠으나 두 여학생이 민이한테 맡긴 역은 실망스럽게도 방자입니다. 괜히 나섰다가 혹을 되레 붙이게 된 민이,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하던 마리와 더 친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전처럼 숨막히는(?) 어드벤처, 스펙터클 요소는 잘 안 보이지만 소소한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이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또 시리즈 예전 책들에 비해 교육 포인트(지식)가 엄청 늘어난 점도 눈에 띕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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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에디션 자영업 트렌드 2024 - 장사고수 31명이 꼽은
매경이코노미.창톡 장사고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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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공실률이 높고 다들 장사가 안 된다며 아우성인 요즘입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사람들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여 혼자 대박을 치는 사장님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시대의 트렌드를 예리하게 짚어내어 아이템화했다는 사실입니다. 또 성공하는 이런 사장님들은 고객을 상대하는 마인드가 남다릅니다. 요즘은 무슨 사업을 하든 간에 진정성이 담겨야 성공하는데, 이처럼 성공하는 자영업자들의 남달리 예리한 촉각, 철두철미한 서비스 마인드에 대해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요즘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호캉스가 유행인데요. 제 책상에 놓인 예전 신문만 봐도 "콧대를 낮춘 유명 호텔들이 젊은 투숙객들을 모으기 위해 편의점을 입점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한다"는 기사가 보이며 저게 무려 2018년 발행입니다. 이 흐름은 2024년인 지금도 오히려 더 강화된 편이며, 그에 대한 상세한 분석 기사가 이 책 p98 이하에 나옵니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호캉스와는 좀 결이 다르게 발전한 유행을 짚는데, 그게 바로 포쉬텔(poshtel)입니다. 칩시크 키워드 자체는 몇 년 된 것이지만, 이것이 호텔 서비스 소비와 관련된 건 비교적 최근이죠. 

요즘은 회사에서 회식을 잘 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회식을 한다 해도, 1차에서 딴데로 2차를 가지 않고, 그자리에서 2차(?)를 해결하는 원스톱 회식을 하는 문화가 보통입니다. 대체로 식당은 일반음식점은 주류를 함께 취급하기 때문에 식사 끝에 반주를 곁들이겠다고 하면, (그 업종이 휴게음식점으로 허가난 게 아닌 이상) 가게에서 좋다고 내 오는 게 흔히 보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일부 프랜차이즈점에서 이 "원스톱 2차"용으로 특별히 개발한 메뉴를 뜻합니다. 

책에서는 뻔한 안주, 감튀, 뻔한 치킨 같은 걸로는 이런 고객들의 새로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이 특정 프랜차이즈의 각별한 센스를 칭찬합니다. 물론 뻔한 걸 메뉴로 재포장하여 낸다는 비판도 일부 있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마케팅 감각은 높이 살 만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책의 시각은 이 메뉴들이 실제로 맛도 상당히 다르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사진만 봐도 그 비주얼에 군침이 흐르네요. 

한때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던 알짜 상권이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호황이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인프라나 메가트렌드 변화, 외교상의 마찰 등으로 특정 상권이 갑자기 확 죽는 건 우리가 그리 드물지 않게 봐 온 바입니다. p119 이하에서는 근래 새롭게 뜨는 성수동 카페거리를 예로 듭니다. 이 대목 필자가 직접 이 부근에서 자기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는 분이라서 더 실감나는 서술이었습니다. 천만원 권리금을 주고 산 가게가 몇 년 후 양도시에는 2억 5천만원 권리금을 받고 넘기는 알짜로 훅 컸는데 장사는 매상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런 쾌감에 하는 게 아니겠나 싶습니다. 반면, 그 유명한 홍대 일대라고 해도 꼭 권리금을 줘야만 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무턱대고 큰 권리금만 주고 가게부터 확보하려 들 게 아니라 야무지게 전망과 입지를 분석하여 괜한 목돈이 지출되지 않게 계획을 꼼꼼하게 잘 잡으라고도 합니다. 

요즘은 메신저 오픈채팅방(단톡방) 같은 데 가입해서 정보를 꾸준히 모아야 합니다. 그런 데서 오가는 정보가 다 정확한 건 물론 아니지만, 각자가 현명하게 옥석을 가려내어 그 중 나한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잘 캐치하는 것도 다 각자의 지혜입니다. 저만 해도 한번 세어 보았더니 대략 40개 정도 됩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토의를 하다 보면 그 중 좋은 의견이 반드시 나옵니다. p163을 보면 저자는 채팅방 100개를 가입하여 정보를 탐색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오가는 말들도 쓸데없는 잡담이나 시비, 한심한 친목질 등도 물론 많지만 그 중에서도 괜찮은 아이디어를 캐치하는 건 다 개인의 실력이자 복입니다. 상호 잘 짓는 법부터 해서 저자가 직접 겪어 본 경험담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무료배달...  참 양날의 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만 해도 일단은 혹해서 무료배달 가게를 이용해 봤지만 일단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또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사람의 심리입니다. 그래도 배달앱 알고리즘에 잘 발탁되려면(책 p192에 이 말이 나옵니다. 사실 그렇게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책의 서술을 믿어 봅니다) 무배, 즉 무료배달 전략을 취해 보라고 제안합니다. 이렇게 해서 무슨 효과를 노린다? 상위 노출입니다. 배달앱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포인트는 첫째도 둘째도 상위노출이라는 점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p239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BI 시대를 살고 있다." BI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약자인데, 어떤 핫플레이스라고 해도 이 BI를 잘 내세우는 게, 강화하는 게 사활을 건 전략이라는 뜻입니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개별 공간 요소에 집착하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이 말은 정말 깊이 새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테리어를 그저 인스타용 포토존으로만 세팅하는 전략은 슬슬 한물가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이제는 밖에서 보는 익스테리어도 중요하며, 샵이 전체적으로 어떤 컨셉으로 소비자, 고객에게 다가오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게 골자입니다. p243에 나오는, 저자가 생각하는 인테리어 프로세스도 주의깊게 새길 만합니다. 

트렌드는 거저 배워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와 스탠스를 깊이 있게 공감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 핵심이 캐치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실제로 레드오션에서 끝내 살아남아 승자가 된 저자들의 깊이 있는 노하우라서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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