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을 기획하라 - 지역을 살리는 기적같은 변화의 시작
노동형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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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먹여살리는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몇몇 대도시만 비대해지고 집값 땅값이 오르는 등 부작용이 매우 심각합니다. 이른바 지방의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 가뜩이나 좁은 국토인데 그나마 한 구역에만 사람이 몰려 살면 그 폐해는 우리들뿐 아니라 후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지방을 그 나름의 대체불가능한 매력으로 가꾸어 나가려는, 재능 있는 실천가들의 활약상은 이 와중에도 보석처럼 빛나는데, 이 책에 그 멋진 실례들이 많이 실렸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삼전 한국총괄 마케팅 부서에서 주요 경력을 쌓으신 저자께서는, 지방도 중앙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수동적으로 이 변화무쌍한 세상을 맞을 게 아니라, 타 지역, 나아가 다른 나라에서 이 지방의 독특한 향토색에 끌려 찾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책은 모두 6개의 챕터로 이뤄졌는데, 파트 1은 로컬 문화의 가치와 접근에 대해 논합니다. 이 책에는 감성적으로 서술된 짧은 프롤로그가 따로 있는데, 독자인 제게는 프롤로그와 이 제1장이 이 책 전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개인적 느낌입니다).

강원도에는 휴전선 근처에 화천군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모 보병사단이라든가 군 복무 관련이 아니라 해도, 화천군이라는 이름은 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합니다. 다름 아닌 산천어 축제 때문인데, 책 p15를 보면 이 지역에는 기차역도 하나 없어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고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YT에서 이 지역축제를 따로 기사를 통해 소개했을 만큼, "관광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훌륭한 기획과 마케팅이야말로 그 성공의 비결이라고 저자는 요약합니다.

그럼 로컬문화의 특성은 무엇이라야 하며, 어떻게 기획하여야 성공할 수 있는가? 제2장 p34에 그 비결이 잘 정리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 활력 제고, 문화적 다양성 증진, 지역 아이덴티티 강화, 이 네 가지 필요에 의해 로컬 문화는 발달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네 요소에 주안을 두고 기획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역 문화는 일반 기업의 프로젝트 추진과 달리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전폭적으로 예산상의 지원을 해 줘야 의미있는 성장, 성과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987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South by Southwest(줄여서 SXSW)라는 축제가 시작되어, 4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그저 음악페스티벌의 위상을 넘어 "디지털 혁신과 스타트업 발표 중심지로 자리잡았다(p65)"는 게 저자의 평가입니다. 이 이름은 영화감독 히치콕의 고전 North by Northwest에서 따 왔겠으나, 이제는 그저 로컬 예술제에 그치지 않고 세계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사로 거듭났는데, 이는 지역문화자원과 파트너십 확보가 성공적이어서라는 게 저자의 진단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협력 확보, 지역 기업의 협조, 글로벌 아티스트의 도움, 지역주민-학술기관의 협력, 소셜 미디어 활용이 그 비결이라는데 이런 대원칙들을 일단 실무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하겠네요.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입니다. 과거 1차 산업 위주일 때에도 이렇게 농토가 부족하여 고민이었고, 산지마저 남벌 때문에 숙종 연간 이후에는 대부분이 민둥산으로 바뀌어 여름에 수해를 일으키는 주요 이유가 되는 등 악순환이 겹쳤습니다. 이 산지 지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로컬 컨텐츠 개발이 중요한데, p90에서 저자는 영국의 글로스톤베리 페스티벌을 벤치마크 사례로 듭니다.

또 지역문화 발굴이 자체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외부 벤치마킹이라는 건 아무리 성공적 사례가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남의 사정이니 만큼 한계가 뚜렷합니다. p122 이하에는 지역 돌아보기, 지역 이슈 발굴, 스토리 있는 문화자산 선정, 선호도 조사, 대표 자산 선정, 문화자산 활용 기회 체계화 등을 제시합니다. 특히 저자는 p169 같은 곳에서 know-where를 중요성을 시조하는데, 로컬의 컨텐츠는 역사성과 진정성에 기반하여 계발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으로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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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원 AI
원동연.민진홍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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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한계점이 여전히 보이긴 하지만 챗GPT의 놀라운 발전은 우리들의 업무와 일상을 무척 편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자료들을 인터넷 포털에서 몇 시간씩 걸려 힘겹게 찾던 것을, 이제는 생성형 지능이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보다 정돈된 형태로 찾아 정리해 줍니다. 이렇게 간편한 인공지능에 우리 인간들이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면, 점점 사고력과 기억력이 퇴조하고, 시각 정보만 처리하는 후두엽만 기형적으로 발달할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내다봅니다(p34). 물론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고, 사람의 신체 구조가 변하려면 매우 긴 세월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인간이 당장의 편리함에만 빠져, 그동안 체질화한 많은 장점을 잃는다면 이는 매우 슬픈 일입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래서 이 책 저자들, 원동연 총장님과 민진홍 대표님은 사람들의 교육 분야에서부터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 분은 각각 초전도체 연구,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있어 한국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습니다. 기존의 산업, 학문 등 모든 패러다임이 깨지고 생성형 AI 중심이 되어가는 지금, 두 분 저자께서는 자라나는 인재들을 5차원 AI의 구조에 맞춰 한국의 미래를 책임지게끔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아무리 AI가 주도하는 세상이라 해도 결국 이를 근본에서부터 만들어나가는 건 사람의 몫이며, 사람의 권리이자 어찌보면 의무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기존의 데이터를 방대하게 학습한 AI가 결코 알 수 없는 비선형적 변화와 도전에 창의적,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국은 수십 년 전부터 학교의 방향성으로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주창해 왔습니다. 파편적 인간형을 지양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격자의 양성을 목표로 삼는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입시위주의 근시안적이고 강박적인 풍토 안에서 공염불에 그쳤고, 전인은 고사하고 그저 단편적 지식을 기계처럼 암기하는 공부 괴물만을 대거 양산하여 한국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만이 난무하는 아노미의 지옥으로 실추시켰습니다. 이러니 교육의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밑바탕에서부터 뒤집어엎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책의 앞표지와 p62 이하에는,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갈 리더의 5가지 자질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요약합니다. 지력(또는 지혜), 체력, 심력(또는 마음), 자기관리력, 인간관계력입니다. "이 다섯을 전면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교육이, 전인적인 인재를 기르며 자신과 이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p63)." 여기서 우리는 저자가 먼저 "자기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음을 주장합니다. 옛 유교의 3강령 8조목에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여, 우선적으로 나를 갈고닦아 가정의 평안, 질서를 오롯이 세울 것을 힘있게 설파한 바 있으니 인재양성의 기본은 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p67을 보면 이 5대 덕목에 기반한 25가지 커리큘럼이 표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5대 요소는 창조적 지성(知), 바른 세계관 확립(心), 전면적 인성의 확립(體), 융합적 능력(自), 글로벌 인간상(關) 등을 목표로 삼습니다. 지덕체의 조화와 완성에, 칼 같은 자기 통제, 타인과의 공감과 융화가 수반된다면, 이 세상에 소모적이고 이기적이며 자와 타를 공멸로 이끄는 쟁투와 갈등이 생겨날 여지가 없습니다. 저자들은 특히 한국에 세인고등학교를 설립하여, 이 교육 이념과 커리큘럼에 따라,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학생들을 훌륭히 이끌어 대학 진학률도 크게 높이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이 5차원 전인(全人)을 만들어낼 인공지능의 이름이 소크라테스인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산파술이라 불리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제자들을 이끌고, 내가 무엇을 알며 무엇을 모르는지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점검할 것을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마침, 생성형 AI 역시 유저가 프롬프팅을 정확하고 자세히 시도하면 그만큼 더 품질 높은 답변을 내어놓는다 하니 동서고금의 교육 원리가 다시금 접점을 발견했다 하겠습니다. 이로써, 종래의 이분법을 발전적으로 승화한 다이아몬드 칼라(p158)가 등장하여, 모두가 자신의 달란트(p65)를 현시화하며,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사방에 흩어진 한민족의 역량을 폭발적으로 융합한 후 진정한 인류 공영의 신세계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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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칠웅
리산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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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국어판이 9년 전에 나왔고 원저는 중국 학자가 쓴 대중서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 저자들의, 현지에서 인기를 끈 베스트셀러가 한국에서도 많이 번역, 출간되었는데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리산 교수는 이 책의 전편 격으로 <춘추오패>를 내어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읽어 보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읽고 그 책도 읽고 리뷰를 올리겠습니다. 춘추오패나 전국칠웅이나 오래 전부터 중국사의 특정 정치 단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정착된 말들이며, 한국 중고교 교과서에도 지도와 함께 가르쳐지는 항목들입니다. 이런 흔한 토픽을 두고 저자가 현대의 독자들에게 자기만의 무슨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원래 한, 위(魏), 조는 진(晉)나라 안에 포함되던 영역인데 실력 위주의 풍조가 퍼짐에 따라 제후들이 각기 분립하여 등장한 국가들입니다. 그러니, p73에 나온 대로 셋이 바싹 붙어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었는데 춘추 시대 진(晉)이 얼마나 풍요롭고 광대했으면 그로부터 갈라져나온 세 나라들이 모두 이렇게 칠웅 안에 들기까지 했는지 놀랍습니다. 전국시대 중국 땅에 칠웅만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의 문후에 대한 고사가 소개되는데, 문후는 한(韓)이 조(趙)를 칠 때에도 조가 형제라면서 정중히 거절했고, 조의 요청에도 "한은 형제"라는 명분을 들었다고 합니다(출처: <전국책>). 사실 이건 말이 모순되는 게 아닙니다. 어차피 셋은 근원이 같았으며, 나라 간 평화를 위해 일종의 거중조정을, 문후가 이런 식으로 시도했다고 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경솔하게 분쟁에 끼어들기는 쉬워도 이성적으로 다툼을 말리기는 무척 어려우니 문후의 이런 처신은 매우 훌륭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에 있어 정보의 중요성(p151)은 매우 큽니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인재란 1등급과 2등급의 차이가 매우 크며, 이는 하늘이 정해 주는 것이라 생각없이 불평할 게 아니라고 합니다. 방연과 손빈 사이의 대결은 유명한데, 과연 손빈의 자질이 뛰어나긴 했는지 방연이 그 부족한 지략과 수완 때문에 어디서 죽을 것까지도 정확히 예측하여 나무에다 글자까지 미리 새겼다는 고사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손빈이 미리 여러 군데에다 저런 표식을 마련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를 향한 저런 티배깅 사인까지 세팅하는 사치를 부린 걸 보면 그 증오감이 어지간히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뭘 글씨 같은 걸 어디에 미리 새겼다가 상대가 눈치라도 채면 내 전술이 다 읽히지 않겠습니까. 하긴 방연의 주변머리로는 내가 뭘 해도 손을 못 쓰리라는 현격한 기량 차이에 대해 손빈은 확신이 있었을 수도요. 책 곳곳에 방주(傍註) 형태로 개념 설명을 이렇게 해 주는 편집(책에서의 명칭은 "확대경"입니다)이 좋았습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불감훼상이 효지시야요.." 이는 원전이 <효경>이며, 이 구절은 주자의 제자 유자징(劉子澄)이 <소학>을 편찬할 때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조선 중종 때, 점필재의 제자 나헌 김전(金銓) 등이 <소학>을 우리말로 옮겼고, 이것의 일부가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저희 세대가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게 원래는 머리 깎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 이 책 p259에도 나오듯 몸에 형벌을 받아 영구히 그 흔적(의 일부)이 남게 하는 일이 없게 하라는 증삼(曾參)의 가르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즉 죄를 지어 어디 끌려가서 형사전과 생기는 인생 살지 말라는 게 본연의 취지죠. 여기서 저자가 하려는 말은, <사기>의 저자 사마천이 유가와 법가에 같은 거리를 두며 상군(상앙)의 인품이 여튼 그리 좋지는 않았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는 점입니다.

제(齊)는 원래 태공망 여상의 영지였으나 이 역시도 가신 전화(田和)가 역적질을 해 뺏은 후에는 전씨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전국시대는 이처럼 타고난 신분보다는 개인의 실력이 출세 여부에 더 크게 작용하는 세상이었는데 이런 걸 마냥 좋다고 할 것도 아니어서 혼란과 쟁투상이 극에 달했습니다. p379를 보면 저자가 전단(田單)을 소개하며 성씨만 봐도 제나라 왕실의 종친임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의 예도 그랬지만 먼 종친은 종친도 아니어서 말단관직에 머물러야 했던 처량한 신세였습니다. 한명회도 청주 한씨 명문가의 혈통이요 개국공신의 손자였지만 초년에 고생을 많이 하고 앙앙불락하다 출세를 꿈꾸고 큰 사고를 쳤지요. 이 대목에서는 전단이 화우진(火牛陣)을 써서 제나라를 망해 가던 국면에서 일단은 살려낸 고사를, 카르타고의 한니발 사적에 빗대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제나라는 이미 망조가 들었던지라 전단 아니리 혹 제갈량을 몇 백 년 앞당겨 쓸 수 있었다 해도 결국 다른 수가 없었을 텝니다.

다양한 전거로부터 고사(故事)들을 뽑아 저자 특유의 입담으로 재미있게 들려주는 흥(興)이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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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 EJU 종합과목 개념완성 - 모의고사 2회분 + 세계의 사정 + 연대표
이성순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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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U는 examination for Japanese university의 약자라고 합니다. 일본 대학에 들어가려면 먼저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EJU 안에 일본어 과목도 포함되므로 따로 JLPT를 칠 필요가 (예전과는 달리) 없다고 합니다. JLPT보다는 EJU의 일어 과목이 더 어렵고, 문과생에게는 이 종합과목 응시라는 게 부과되므로 여러 모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럴수록 컴팩트하게, 출제 경향을 잘 반영하여 만들어진 교재가 필요하며, 가능하면 단권으로 제작되어 개념완성 정도는 한 권으로 바로 끝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EJU 중 종합과목 준비를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개념서이지만 문제도 제법 많습니다. 개념이 끝나고 나면 확인문제가 나오는데 이 코너는 개념 복습을 위한 퀴즈에 가깝습니다. 다음에 "확인 문제로 실력 다지기"가 따라나오는데 문제 중 중요한 것들에는 별표가 붙었습니다. 문제뿐 아니라 개념 사항 중에도, 출제가 자주 되고 중요한 포인트에는 비슷한 모양으로 별표를 붙여 놓았습니다. 이 책은 모두 5챕터로 이뤄졌는데,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응용문제로 만점다지기"가 따라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응용문제로 만점다지기"가 모두 다섯 번 나옵니다.

이 종합과목(綜合科目)은 모두 다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습니다. 역사, 정치, 경제, 현대사회, 지리 등 다섯 과목이 커버됩니다. 우리 중등교과과정의 사회과와 닮았는데, 26, 8, 12, 4, 17개의 유닛이 각각의 챕터에 할당되었으므로 역사와 지리의 중요성이 압도적입니다. 67개의 유닛 중 43개나 차지하니 말입니다. 역사 좋아하시는 분들은 재미있게 준비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역사는 그 출제범위가 대항해시대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 고대와 중세는 제외된다는 뜻입니다. p19를 보면 대서양 삼각무역이 지도와 함께 설명되는데, 영국을 イギリス(이기리스)라고 가타카나로 표기한 게 눈에 띄네요. 콜럼버스, 바스코다가마, 마젤란 등 탐험가의 초상이 생몰연도와 함께 제시됩니다. 한국의 사회과 교과에서 바르톨로뮤 디아스까지 가르치는 점과 차이가 납니다.

p26 이하에는 산업혁명이 진전되고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함에 따라 사회주의 사상이 대두했던 사실이 정리됩니다. 칼 마르크스, 엥겔스 등이 초상과 함께 소개됩니다. 영국에서 1811~17 사이에 있었던 기계파괴운동, 이른바 러다이트 운동이 설명되는데 이 역시 가타카나로 ラダイト(라다이토)라고 표기되어서 재미있습니다.

영국은 해외에서 힘을 떨칠 때 주로 삼각무역을 이용했던 사실이 흥미롭죠. 앞에서도 아프리카-영국-아메리카 대륙을 잇는, 플랜테이션 산업을 낀 삼각무역이 나왔었습니다. p68을 보면 영국은 19세기 들어 인도에 면직물을 팔고, 중국으로부터는 차(茶)를 들여왔는데, 중국은 영국인들의 기대와 달리 영국산 물품을 사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영국은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면할 길이 없었습니다. 원래 중국에는 그들이 자랑하듯 예로부터 나지 않는 물산이 없었던, 한마디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죠. 그래서 영국은 인도의 아편을 갖다 중국에 팔았는데, 이로 인해 아편전쟁이라는 게 터지고 맙니다. 지금 미국과 서유럽이 중국산 저가물품 공세 때문에 자국의 제조업이 다 망하게 생긴 건(우리도 마찬가지) 어쩌면 역사의 업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게도 p74에는 일본제국주의의 대두에 대해 설명하고 있네요. 청일전쟁, 삼국간섭, 러일전쟁 등은 언급하는데 조선의 병탄에 대해서는 명시적 서술이 없습니다. p89에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지도자 무솔리니가 소개되고, 이어 1937년에 발발한 중일전쟁도 언급이 있습니다. p96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1945)이 설명되고 맥아더 미 육군 원수의 초상도 나옵니다. 냉전의 시작과 종식, 일본의 해외 PKO 활동도 간략히 설명하네요.

제가 책프에서 맨날 언급하는 플라자 합의(1985)도 p218, 경제 코너에서 설명합니다. フラザ合意(ごうい)라고 가나로 적힌 걸 보니 또 색다릅니다. 일본은 이 사건이, 다음 데케이드에서 엔고불황(円高不況)으로 이어지니 매우 뼈아플 것입니다. 円高不況은 일본어로 えんだかふきょう(엔다카후쿄오)라고 읽는다고 후리가나로 적어 두었네요.

p316에는 지리 관련 내용 중 쾨펜의 기후 구분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거의 같으며, 다만 고산기후가 빠진 점이 다릅니다. 독일인인 쾨펜은 가타카나로 ケッペン라고 쓴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세계의 사정(事情), 연대표, 모의고사, 모의고사해설 등이 별책에 담겼고 매우 유익합니다. 단, 자동으로는 분책이 안 되니 분책을 원하면 면도날 등으로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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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바이블 - 단 한 번에 합격하는 자소서 작성 방법
고요한.강건욱 지음 / 북카라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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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께서는 취업계의 일타강사, 컨텐츠 기획자, 인문학 칼럼니스트입니다. 자소서란 그저 장황하고 화려한 문장만 늘어놓는다고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나의 강점이 무엇이고 어디를 어필해야 면접관, 사정관 들의 니즈를 정타로 공격할 수 있으며, 그 핵심 정보들이 진실된 외피 안에 잘 싸여야 감정선을 올바르게 터치할 수 있습니다. 속도와 양이 전부인(p21) 자소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성해야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합격할 수 있을지, 1,000명 이상의 합격을 이끌어낸 이 분야 레전드들에게 배울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지원자가 매번, 남들이 전혀 겪어 보지도 않은 신기한 경험을 해 보고 그걸 일일이 자소서의 소재로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업에서 꼭 그런 특이한 이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남들이 다 치러 본 일이라 해도, 그 체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그 전에 비해 그 후가 어떻게 달라진 인생인지를 어필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p44를 보면, 요즘 어학연수 한 번 정도 안 다녀온 사람은 없습니다. 이게 특별해서가 아니라, 남들도 다 하는 어학 연수로 무엇을 체득한 인재인지 자소서에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죠.

아무리 장점이 많은 인재라고 해도 직무와 무관한 장점들이라면 인사 담당자들이 아무런 감흥을 얻을 수 없습니다(p75). "기업과 나의 연결고리가 필수적으로 드러나야 한다(p76)"는 게 저자들의 조언입니다. 또 그 서술은 구체적이라야 하는데, 예를 들어, 친화력이 좋다고 막연하게 말할 게 아니라, "매장에서 알바할 때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과 함께 소통하려고 출근길에 뉴스를 읽었다"는 말을 써 보라고 합니다(예를 들자면 말이죠). 확실히, 별것 아닌 듯한데도 이런 문장이 들어가니 지원자에 대한 인상이 확 좋아지는 듯합니다.

자소서는 솔직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컨대 실패한 경험을 쓴다 해도, 그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쓰면 이 역시 남과 차별화한 자소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p100을 보면 저자는 지원자 자신이 어떤 실패를 했으며 그 실패를 어떻게 딛고 어떻게 발전했는지, 입사 후에 만약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렇게 대처하겠다는 말을 써 보라고 합니다. 과연, 위에서 잘 보게 되는 자소서는 이런 구조와 내용을 갖추었구나 하는 느낌이 분명히 들더군요.

창의적 문제 해결에 대해 말해 보기를 원하는 회사가 요즘은 많습니다. 그런데 아직 나이도 어린 지원자가, 모두가 스티브 잡스(p102)로 태어난 게 아닌데, 난제를 천재적 창의력 발휘로 매번 해결할 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럴 때 저자들이 들려 주는 팁은, 먼저 어떤 난감한 상황에 빠진 적 있는지, 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파악했는지, 부족하든 충분하든 간에 내가 당황하지 않고 어떻게 이 상황에 대처했는지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적으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고 합니다. 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p168 이하에는 실제 취업에 성공한 자소서의 좋은 예들이 나와서 지원자들의 작성에 도움을 줍니다. 잘 쓰인 모범적인 자소서의 이런 예들을 보면 지원자들도 "이렇게 써야 합격이 되겠구나"하고 어떤 절실한 감이 오는 게 당연합니다. 인서울 중위권대학 영문과에 학점 3.02면 그닥 좋은 조건이 아닌데도, 공동체에 기여하겠다는 포부, 지원 기업(여기서는 스포츠브랜드인 데상트코리아)에 어떻게 공헌, 헌신할지 실감나는 포부를 밝히는 멋진 자소서를 보면, 이래야 합격하겠구나 같은 새로운 스키마가 절로 생성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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