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독학 태국어 첫걸음 - 발음부터 회화까지 2주 완성! / 발음·회화·문법·패턴 정말 한 권으로 끝내는 입문서! GO! 독학 시리즈
옹지인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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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에서 꾸준히 펴내는 독학 외국어 시리즈, 특히 제2외국어가 필요한 직장인들에게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됩니다. 편집도 컬러풀한데다(저는 개인적으로 이 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설명이 쉬우면서도 정확합니다. 여태 여기서 나온 제2외국어 독학 첫걸음 시리즈를 여러 권 읽고 리뷰도 올렸으나(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배트남어), 태국어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무튼 글자도 낯설고 발음도 녹록지 않은 태국어 공부 첫걸음을 이 책으로 떼어 보았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4를 보면 태국어의 성조가 설명됩니다. 중국어에는 4성조가 있고, 베트남어에는 6성조가 있습니다. 태국어에는 5성조가 있는데, 평성, 1~4성이 그것입니다. 독특하게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는 이렇게 성조가 발달했는데, 한국어와 일본어는 그렇지 않습니다(한국어의 경우 일부 방언에는 남아 있음). 중국어나 베트남어의 성조는 상대적으로 드라마틱하여 외국인이 따라하기가 그나마 쉬운데, 태국어는 보다 미묘하여 역시 어려운 언어구나 싶었습니다. 외국어는, 특히 중국어나 태국어처럼 성조로 의미가 분화되는 언어는 원어민이 정확히 어떻게 발음하는지 듣고서 하나하나 입으로 발음해 보는 습관이 무척 중요합니다. 이 교재는 시원스쿨 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게시판에 들어가 자료(첨부파일)를 받으려 먼저 로그인을 해야 합니다.

이어 태국어 글자(자모) 44자가 소개됩니다. 13번째 글자는 여-잉이라 읽는데, 초자음일 때는 반자음 이, 중자음일 때는 ㄴ 소리가 난다고 교재에 설명됩니다. 같은 글자를 두고 상황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난다는 건 우리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데, 사실 영어 알파벳과 실제 소리가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를 생각하면 마냥 불합리한 것도 아닙니다. 당장 한글만 해도, ㅇ은 초성에서는 zero 음가이며, 종성에서는 [ŋ]으로 발음되는 걸 생각하면, 태국어 철자의 이런 관행도 마음을 열고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 등은 본명 체계가 워낙 길어서 별명을 자주 사용하는데(펠레, 카카, 베베투 등), 태국은 그렇지는 않지만 여튼 부모님이 지어주시는 또다른 이름이 있다고 합니다. 하긴 우리도 예전에 아명이 따로 있었으며, 성인이 되면 자(字)를 받기도 했습니다. 서양에서 first name을 부르려면 일정 선을 넘어 친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 태국식 별명도 가족이나 친한 친구 사이라야 한다고 책 p49에 나옵니다.

p93을 보면 QR코드가 나오는데 이걸 스캔하면, 저자 옹지인 교수님의 무료 강의 동영상이 바로 뜹니다. 이 과정에서 로그인이나 회원가입은 전혀 필요없기 때문에, 음원 파일 다운로드 없이 이걸 통해서 더 편하게 공부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공부가 깊어지면 특정 대목만 더 집중해서 듣고 싶어지기도 하고, 내가 잘 안 들리는 음운, 음소만 중점공략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개별 음원을 폰이나 컴에 따로 저장하는 게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압축파일(개별 음원 모음)은 120Mb 정도이며, 이걸 해제하면 400Mb가 훌쩍 넘어가는 큰 용량입니다.

원어민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태국어는 뭔가 느릿한 판소리를 감상하는 것도 같고, 그 특유의 높낮이와 박자를 흉내내기가 참 쉽지 않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음원이 있으니, 자꾸 듣고 따라하면서 입과 귀에 배게 하는 게 최상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시리즈 다른 언어 교재와 마찬가지로 이 책도 회화로 말문트GO, 문법다지GO, 말하기습하GO, 실력다지GO, 어휘늘리GO 등의 코너로 이뤄졌습니다. p146 같은 곳을 보면 머리, 눈, 코 등을 뜻하는 태국어가 일러스트와 함께 제시되는데 각각 หัว(후-아), ตา(따-), จมูก(짜무-ㄱ)입니다. 초보자를 충분히 배려한 편집과 체제라서 부담이 덜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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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 - 자기 한계를 넘어선 열정과 호기심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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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종호 박사님이 쓴 전기 <아인슈타인>을 재미있게 읽고 리뷰도 쓴 적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인(全人)으로 잘 알려진 다 빈치의 전기인데. 시대가 크게 차이 나지만 이분도, 아인슈타인도 시대의 제약과 고정관념(인 줄도 몰랐던)을 과감히 깨부순 열린 지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았습니다. 자연과학과 공학에 두루 통달하신 저자의 솜씨라서 더욱 신뢰가 갔었고, 마침내 알찬 독서가 되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북뉴스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다빈치는 당대, 그리고 이후의 세상에 공히 공헌한 바 크고, 이 책에도 잘 나오듯 동시대 실력자들에게 두루 인정받아 큰 커미션을 받기도 한 일류 기능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평하길,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했다는 것입니다(이 책 뒤표지, 또 p8). 저자 이종호 박사님은 150년 전까지만 해도 다빈치의 <모나 리자>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그림까지는 아니었다고도 합니다. 원자 이하의 세계가 돌턴 등의 과학자에 의해 알려지고 난 후 세상의 눈도 더 깨이는 쪽으로 변했는데, 이때서야 다빈치의 만능인, 슈퍼 천재로서의 면모가 더 확실히 밝혀져, 모나리자도 덩달아 재평가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역시, 아는 만큼 보는 법입니다. 저자의 말씀대로, 다빈치의 시대에는 아예 "과학자"라는 직업 자체가 없었고 예술가는 기능공이라며 무시당했으니 너무 뛰어난 천재는 시대가 그를 감당 못하기에 저런 좌절감도 느끼게 되나 봅니다.

다빈치는 음악이야말로 시(詩. poetry)보다 뛰어난 예술인데, 그 이유는 한 번에 여러 음을 내어 조화적, 비례적으로 차원 다른 효과를 낼 수 있어서라고 했습니다(p106). 서양 고전 음악의 확실한 장점 중 하나가 화성학의 발달인 걸 보면, 그는 기원전부터 그리스에서 기초가 다져진 이 화음의 매력에 대해 분명한 통찰을 갖고 있었던 듯합니다. 사실 화음을 구조적으로 꿰뚫고 듣기 좋은 곡을 만들려면 수학에 대한 소양, 적어도 어떤 감각이라는 게 있어야 합니다. 이어, 다빈치가 남긴 글에는 좋은 회화를 그리기 위해 어떤 자질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이 나오는데, 이 문장이야말로 그의 빛나는 재능과 성취들이 대체 어느 지점에서 모두 연결되는지 잘 보여 줍니다.

이 책에서 자주 강조되는 키워드 중 하나가 "사생아"입니다. 다빈치 자신도 사생아였으며, p139에 나오듯 밀라노 공이라는 지위를 제4대부터 장악한 스포르차 가문을 창시한 자가 프란체스코(1세)인데, 이 사람도 사생아였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이 구간이 확실히 실력 위주의 시대였는지, 마치 중국의 춘추, 전국 시대처럼 나라의 주인이 바뀌기도 하고, 하극상이 빈번히 벌어져 객(客)이나 종(從)이 주(主)를 밀어나고 자리를 차지하는 풍조가 강합니다. 사생아라고는 하나 프란체스코 스포르차는 성장과정에서 아주 큰 어려움은 없었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리를 잡은 편이었으며 그 자신의 재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재능의 방향이 달랐기에 성공의 과실 그 깊이와 폭도 달랐고, 다빈치가 그를 보며 자괴감이 들었을 법도 합니다. p142에서 저자는 다빈치 생전에 미완성이었던 청동상이, 그가 남긴 기록에 따라 뒤늦게나마 1999년에 완성된 사실을 전하며, 시대의 한계와 제약 때문에 못다 이룬 나의 꿈을 누가 대신 이뤄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조르조 바사리는 우리에게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데 p191에 나오듯 당대에 다빈치의 전기를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p194를 보면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그 자체였던 세례자 요한을 그린 그림도 나오는데,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거친 외모의 야인 이미지가 아니라 고급 주점에서 고객을 희롱하는 마담처럼도 보입니다. 사실 그의 작품들에서 성별이 모호한 경우가 많은데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그의 사랑하는 제자 요한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립니다. 작품 안에 많은 수수께끼를 남겨 두었기에 그의 그린이 오늘날까지도 질리지 않고 계속 재해석되는지도 모릅니다. 안토니오 폴라이우올로 같은 이가 오늘날 덜 회자되는 건 구도의 엉성함, 피사체에 대한 다소 아쉬운 연구가 (현대인에게는)눈에 띄어서인데, 살바도르 달리는 테서랙트의 형태를 정확히 이해하여 그의 작품 <십자고상>에 표현하는 등, 진정한 천재의 재능은 여러 분야를 두루 꿰뚫습니다. 과학, 재능, 위인의 숨은 맥락을 깊이 천착하신 저자의 공력이 잘 드러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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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역사 - 소리로 말하고 함께 어울리다
로버트 필립 지음, 이석호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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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p264)의 가곡 <An die Musik("음악에게")>을 들어 보면 이 위대한 음악가가, 자신의 영원한 소명인 음악을 다루면서 얼마나 행복해했으며, 환희에 가득찼었는지가 귀에 생생히 전해지는 듯합니다. 가사의 일부를 잠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너의 하프에서 종종 흘러나온 한숨/너의 달콤하고 성스럽기까지한 화음은/내게 더 나은 시대의 하늘을 열어주었지/너, 사랑스러운 예술, 나는 이 모든 것에 감사해!" 비단 슈베르트와 같은 천재가 꼭 아니라도, 평범한 우리들 역시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서 정서가 한껏 고양되며, 삶의 의욕이 새로이 충전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인간은 음악을 발명하여 삶의 영감과 희열을 스스로 얻어낼 줄 알기에 더욱 존엄한 존재입니다.

(*북뉴스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영국 공영 BBC 소속 예술 프로듀서이자 이름난 강연자, 저술가, 음반 평론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문명의 역사와 함께한 음악의 지난 자취를 톺습니다. 인류는 스스로의 삶을 풍요로이 가꾸기 위해 음악을 고안해 내었고, 음악은 당대의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 감성을 어루만지기 위해 알뜰히 발전해 왔습니다. 로버트 필립은 음악의 발달 과정 그 핵심을 세심히 짚으며, 음악이 어떻게 문명의 동반자 노릇을 착실히 수행했는지를 특유의 자상한 내러티브에 실어 독자들에게 이해시킵니다. 내용도 충실하여, 음악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평범한 우리들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고대에는 보통 4대 문명이 있었다고들 말합니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가장 앞선 시기에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지역들에 속합니다. p28 이하에서는 고대 이집트에서 일찍이 나팔 모양의 악기가 출현했었으며, 이 악기가 어떻게 국가 행사, 중요 국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이끌고 분위기를 고양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이집트의 폐쇄적 지형과 대비되는 조건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정교한 현악기가 또한 발달했는데, 오늘날 우리가 아랍의 음악하면 대뜸 떠올리는 몽환적이고 신비한 곡조는 바로 하프 등의 현악기가 빚는 섬세한 사운드에 크게 의존하곤 합니다.

p105에서는 중세에 활동한 힐데가르트 폰 빙엔을 소개합니다. 그녀는 악보 작성법을 정리하였으며, 직접 쓴 시(가사)에 곡을 붙여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명작을 남겼는데, 여성의 활동을 억압하던 당대 분위기에 맞서기도 했던 행적까지 잘 서술되어 독자의 관심을 끕니다. 15세기의 피에트로보노 부르첼리는 작곡에 능했을 뿐 아니라 류트 연주 솜씨도 대단히 뛰어난 여성이었습니다(p126). 저자는 이탈리아 인문부흥을 이끈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까지 인용하며 이들의 음악 업적을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음악은 많은 경우 극(劇. drama )과 일체가 되어 작동합니다. p165 이하, 챕터18에서는 극음악의 매력을 분석하는데, 우리는 보통 제바스티안 바흐의 Passion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17세기, 바흐보다 백년 앞선 시기에도 이미 하인리히 쉬츠가 수난곡의 한 모범을 만들어낸 바 있습니다. 또 이 시기 이탈리아에서는 마드리갈이라는 악극형식이 발달하여, 런던에서 악보집이 출간되기도 했다고 나옵니다. 이처럼, 외국의 선진문물은 주저없이 빠르게 수용하는 특유의 포용적 사회 풍조가, 이후에도 영국이라는 나라의 국력 토양을 형성했음을 좀처럼 부인할 수 없습니다.

p276 이하에서는 특히 자신이 속한 민족, 국가 등의 개성과 정서를 전면에 내세워 작품을 만드는 트렌드가 뚜렷이 형성되었다고 서술합니다. 19세기 전반, 특히 1848년 전후로 구체제를 탈피하고 제국의 지배로부터 해방되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프리드리히 쇼팽도, 이전 세기에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되어 소멸한 조국 폴란드를 뒤로 하고 프랑스에 망명한 처지였기도 했고 말입니다. 드뷔시, 라벨 등은 프랑스 사람이었으나 스페인 토속 요소를 곡에 멋지게 담고 표현(p285)하여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p370에서 저자는 케이팝에 대해 언급하는데 그 기원을 1990년대로 잡고 레게나 힙합 등 온갖 장르의 영향이 "고정관념 사이의 상호작용을 영리하게 이용하여" 담겼다고 평가합니다. 교육적이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잡아채는 매력적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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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퍼즐 - 기술봉쇄의 역설, 패권전쟁의 결말
전병서 지음 / 연합인포맥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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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소장의 신저입니다. 트럼프 미국 현 대통령이 작년말 당선인 시절부터 한국을 비롯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을 향해 전방위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그간 중국이 쌓아 왔던 비호감이 상당 부분 희석되는 느낌마저 듭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현대차도 올초부터 다시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는 등, 다시 한국의 절실한 경제 파트너로 부상하는(?) 중국을 바르게 평가하려면 역시 전병서 소장님의 인사이트를 들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과거 냉전 시기에도 비동맹그룹이라는 게 있었듯, 요즘에는 미, 중 어느 편에 전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양쪽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실리를 취하는 "신중립국"이라는 블록이 있다고 합니다(p120). 인도와 멕시코가 그 대표라고 하는데, 인도는 특히 러시아산 원유를 싸게 구입하여 이익을 취하고, 미국과도 연결하여 인접한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비합니다. 러시아와의 연대는 과거 소련 시절부터, 아니 영국 식민지로 고생하던 시기부터 은근히 이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멕시코 역시 처음에는 트럼프에게 강한 질타를 듣는 듯했으나 현재는 딱히 트집을 잡히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거대 양 진영 사이에서 영리하게 실리를 취하는 모범적인 예입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갖는 어떤 통념에 대해, 저자는 한번 비판적으로 점검할 것을 제안합니다(p162). 2023년부터 대중 무역은 적자로 돌아섰는데, 가뜩이나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인상이 나쁜 판에 "기껏 중국에 진출하고서, 기술만 다 털리고 나왔다"는 평판이 더욱 굳어질 만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간 미국에서 번 돈의 3,.2배를 중국과 홍콩에서 벌었다"고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아쉬워서 중국제 저렴이들을 사는 것이며 누가 물건 사라고 강요한 적 없습니다. 미제가 경쟁력이 있으면 미제를 쓰는 것이며, 중국산이 영 아니다 싶으면 아무도 사지 않을 것입니다. 싫든 좋든 중국의 제조업 역량이란 건 이제 인정하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 등의 기업이 더이상 엔비디아로부터 칩을 사지 말고 중국산을 쓰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회는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만약 중국의 칩이 생각보다 성능이 나쁘다면, 이런 조치는 자국 기업들에 해가 될 뿐입니다. 과거 나폴레옹은 영국에 경제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대륙봉쇄령을 내렸으나, 결과는 아직 산업 역량이 미흡했던 프랑스 진영에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을 뿐입니다. 저자는 말하기를, 미국이 관세부과 보호무역이라는 창을 휘두를 때 중국이 그에 찔려 죽을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게가 커지면 종업원이 손님을 낮게 본다." 장쩌민 주석 시절에는 한국을 찾길 주저하지 않았고, 와서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깍듯했습니다. 지금 시진핑은 자주 오지도 않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 그토록 방문을 간곡히 청하는데도 무시하는 듯합니다(이번 에이펙에 온다고는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내린 한한령은 거두어질 줄을 모릅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중국의 일개 성 정도의 경제규모가 되어 버린 한국의 위상"을 환기하며, 시진핑이 광둥성을 어떤 빈도로 방문하는지를 먼저 체크해 보라고 합니다. 우리 한국 독자들은 불편할 수 있으나, 객관적 환경을 냉철히 돌아볼 필요도 분명 있습니다.

"앞이 안 보이면 역사책에 물어 보라(p207)." <정관정요>를 보면 삼감지계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역사의 거울, 사람의 거울에 비춰 보면 천하의 흥망성쇠, 나 자신의 득실을 냉정히 간파할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트리핀의 딜레마(p92)가 우리에게 잘 짚어 줬듯, 미국의 기축통화 노릇(p271)은 이제 서서히 그 한계에 도달해 가는 느낌도 듭니다. 현재 미국이 관세를 매겨 재정의 구멍을 메우려는 노력도 따지고 보면 이미 1980년대 쌍둥이 적자를 보던 시절부터 구조적으로 미국을 괴롭혀 오던 모순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미래는 마냥 밝기만 한가? 재고가 청산이 안 되니 세계를 향해 덤핑세일을 이렇게 벌이는 중이고 젊은층 실업률은 계속 치솟습니다. 두 고래 사이에 끼어 등이 터지지 않게, 우리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는 슬기롭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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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홋카이도 : 삿포로·오타루·하코다테·후라노·비에이·토마무 - 2026년 최신판 프렌즈 Friends 30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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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는 우리 인근 동아시아에 이런 풍광이 빚어질 수도 있구나 싶을 만큼, 이국적인 향토색으로 가득한 지역입니다. 비교적 고위도라서 그저 춥기만 하겠거니 싶어도,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직통으로 받는 섬 지역이라서 온화하고 다양한 모습이 전개됩니다.

p96에 나오듯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가 삿포로 눈 축제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해당 지자체의 홍보와 전통 가꿔 나가기가 성공적이었다는 뜻도 됩니다. 프렌즈 시리즈가 언제나 그렇듯 해당 축제 또는 행사장을 향해 어떤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고 핵심적인 정보가 제공됩니다.

아이누 족은, 마치 서양 제국주의가 선주민을 강제 동화시켰듯, 특히 19세기에 들어 혼슈, 시코쿠, 가고시마 중심의 일본인들에게 혹독한 과정을 통해 편입되었습니다. 조선 사람들도 까딱 잘못했으면 이런 운명을 맞았겠음은, 1930년대에 전개된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 비추어 자명합니다. p142 이하에는 석탄 선적항으로 기능했던 오타루가 소개되는데, 재작년판도 그랬지만 역시 이 부분 교통편 소개는 프렌즈 시리즈가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p206 이하에는 아사히카와가 소개되는데, 책에도 나오듯이 삿포로 다음으로 이 홋카이도에서 큰 섬입니다. 다음 페이지에 나오듯이 이 도시는 개성 넘치는 조각상들이 많이 진열되어 "조각의 거리"라고도 불립니다. 프렌즈 시리즈 하면 또 맛집 소개가 일품인데 p219에 나오는 코히테 치로루의 경우 본문에 설명이 나오듯이 주문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조리를 시작하는, 고객과의 약속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전통으로 유명하다고 하죠.

p306 이하에는 토카치오비히로가 소개됩니다. 이곳은 특히나 자연과의 조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개발된 곳곳의 명소가 유명한데, 저는 지인에게 전해 들은 정원 가도(p314)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이 꽤 좋았습니다.

매년 새롭게 알찬 여행서를 펴내는 프렌즈 시리즈라서 더 믿을 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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