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임 이야기 - 아이를 한 뼘 더 키우는
박미정 지음 / 이비락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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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즐겨한 아이들은 커서도 남들보다 조리있게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다닐 때 소소하게 참여하는 글쓰기 대회 등에서도 자력으로 척척 입상도 잘합니다. 대입 논술은 이런 것과는 다소 궤가 다르지만 여튼 책읽기가 습관이 된 아이가 글도 잘 쓰고 논술에도 적응을 잘하는 건 분명합니다. 어려서 책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먼저 부모님이 그 본을 보일 필요가 있고, 만약 부모님도 아직 책 읽는 습관이 덜 들었다면 책모임 등에의 참여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자연스럽게 독서가 삶이 된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안에 들어 있습니다. 


"문학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연극하기(p51)" 이게 별스러운 체험이 아니라, 실제로 어린 시절에는 문학 작품에 몰입하여 읽고 나면 특정 캐릭터에 몰입하여 막 그대로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그것이 작품의 진행을 모방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예 본인이 다른 스토리라인을 살짝 창작하여 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무엇이 되었든 유익하고 생산적인 체험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만약에'라는 마법의 말만 던져 줘도 금방 가상의 세계로 뛰어들기 때문이다.(p51)" 확실히 연기와 창작과 몰입은 아이들만의 특권이자 재능입니다. 저자는 다시 말합니다. "이런 연극이 학교에서는 여러 이유로 어렵다. 연극은 책모임에서 훨씬 쉽게 행해진다." 우리는 책모임이라고 하면 어른들끼리 모여서 어려운 주제로 토론하는 모습만 떠올리지만, 왜 자녀 동반이 꺼려지겠습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의 지도 개입 없이 아이들까리 자연스럽게 문학 작품을 재연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대목 읽으면서 "나는 여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싶었습니다. 


"책 모임의 핵심은 질문이다.(p118)" 정말로 그렇습니다. 일단 저는 책모임을 하는 이유가, 책을 다 읽고 나서 아 이 좋은 느낌,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다, 이게 첫번째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그 내용이 남김 없이 깔끔히 이해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꼭 내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소한 의문이 있어도 다른 분들께 의견을 물어 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분이 꼭 나보다 우월하거나 박식해서가 아니라, 그저 다른 생각 체계와 느낌을 가진 이에게 다른 의견 하나를 구하는 자체가 의의 있는 행동입니다. 내가 그분의 생각에 꼭 동의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구나" 이것 하나만으로도 내 생각을 더 발전시키고 다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음에 드는 질문을 만나면 아이들 생각이 퐁퐁 솟아오른다(p119)." 우리는 아이 교육을 시킬 때 그저 영어를 조기에 시켜서 원어민처럼 유창한 발음이 나오게 해야지 정도만 생각합니다. 물론 그 역시 멋집니다. 그러나 영어 발음과 청해력이 어렸을 때 더 잘 계발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능력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자기 힘으로 창의적이고 즐거운 생각을 하는 능력이 더 어렸을 때부터 잘 계발된 아이가, 영어 조기 교육 받은 아이보다 아마 학교 가서 더 공부도 잘하고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지 않을지요.


"큰아이는 4학년 2학기에 친구 문제로 힘든 일을 겪었다. 친구 여럿에게 무시 받고 놀림당했다.(p140)" 이런 일을 어렸을 때 당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일단 벌어졌다면 어떻게 잘 아이의 마음을 달래 주고 치료해 주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겠습니다. 책에는 저자분이 아이와 대화 하며, 수습을 한다는 게 오히려 아이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솔직하게 이런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해 주신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이런 경우에도 책모임에서 학교와는 또 다른 친구들과 만나며 감정을 추스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거더군요.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는 밥벌이를 위해 다니는 곳이며, 설령 나와 죽어도 안 맞는 사람이 상사, 사수로 버텨도 티 안 내고 참고 다녀야 합니다. 그러나 책모임(혹은 다른 동호회라고 해도)은 순전히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그것만을 위해 형성하는 집단입니다. 충분히 여기서 힐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 과정에서 자존에 상처를 입지만, 이걸 치유한다고 해도 내가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인간 관계 형성에 실패했다는 그 좌절감 때문에 2차로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것만큼은 책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교제를 통해 확실히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처도 가급적이면 어린 나이에 책모임에 나가 빨리 치유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을 빨리, 이른 단계에 다시 심어 주어야 합니다. "그 녀석들이 이상한 거였잖아? 나도 얼마든지 친구를 만들 수 있고 정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었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아이들은 저희끼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자기만의 색깔로 모임을 만들어 나갔다.(p180)" 아이들은 이처럼 조건과 상황과 기회만 잘 주어지면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 나갑니다. 문제를 어른들이 더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것도 좋지만, 약간 어설프더라도 제 힘만으로 문제를 해결해 버릇하면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정신이 성큼성큼 커 나가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아이 책모임을 통해 얻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부모님뿐 아니라 아이한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책 읽기 습관이 아직 들지 않은 아이한테 모든 걸 혼자 알아서 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책에서는 여러 사례가 나오기 때문에 이 중 독자에게 잘 맞는 방법들을 찾아 하나 둘 적용해 보면서 또 자신만의 개성 있는 책 모임, 독서 교육 방법론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매일 함께 읽기를 하려면 진행자가 챙겨야 할 것이 좀 많다(p205)." 참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나이별로 알맞게 어휘가 조정된 reader가 없어서 어렵고 어색한(그 중에는 오역도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독본을 읽어 나가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서점에 한번 가 보십시오. 어린이책이 얼마나 많은지. 이런 책을 고를 때 그저 대세다 주변에 다 이거만 보더라 하고 무작정 남 따라 사지 마시고, 아이한테 한 권 두 권 시범적으로 읽혀 가며 내 아이한테 맞는 책을 좀 골라 줘야 싫증을 안 냅니다. 이제는 책이 워낙 많이 나와서 골라가며 읽힐 환경이 충분히 마련되었습니다. 


루이스 캐롤의 명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해 저자분의 아이는 별5점을 줬습니다. 만점이라는 건데, 다만 사건이 빨리 전환되어서 기억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을 꼽았다고 합니다(그럼 5점이 아니지 않나요?여튼). 만약 어린 시절의 저로 돌아가서 별점을 매겨 보라고 하면 전 2점을 주겠습니다. 동화책으로 읽을 때 저는 이 이야기가 대체 왜 명작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초5쯤 되어 아 이게 영어로 말장난을 끊임없이 벌이는 숨은 사연이 있고 그게 우리말로 제대로 표현 안 되었을 뿐이었구나 했을 때 비로소 흥미가 다시 생겼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또 다른 의견을 말씀합니다. 부조리하게 보이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 그 이상한 맛에 이 작품의 진짜 가치가 있다는 거죠. 저도 당연히 성인이 된 처지이므로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제는 말이죠. 


사실 <모비 딕>은 원전 그대로라면 아무리 번역이 잘 되어도 아이들한테 못 읽힙니다. 아니 일단 그 서두를 보십시오. 요즘이야 인터넷이 발달되어 저런 정보 찾는 게 일도 아니겠으나 멜빌은 당시 일일이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저 고래에 대한 다양한 평가, 정보, 비유, 전거를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겠습니까. 사실 토머스 해리스의 <레드 드래곤> 같은 게 결코 3류 스릴러가 아닌 게 작품 곳곳에 미친 듯한 인문 레퍼런스가 숨어 있어서이죠. 여튼 고전은 고전이므로, 또 요즘은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게 지어진 버전이 다 나오므로 얼마든지 어른들의 지도 하에 읽히기 가능합니다. p294에 성공적으로 독서를 마친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두꺼워서 읽기 겁났는데..." 사실 책 두께를 보고 겁을 내는 반응 자체를 안 느끼게 해야 합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이야기가 저렇게 많이 담겼다는 뜻이니 설레어야 마땅하죠. 우리 성인들을 보면 두꺼운 책을 보고 대뜸 무서워하거나, 아니면 어휴 저걸 읽다니 대단하십니다 같은 섣부른 반응을 보입니다. 이게 다 문제입니다. 두꺼운 책 그 자체가 뭐 어떻기에 말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어색하고 부적절한 반응이 안 나오게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취미로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도와야 합니다. 


요즘은 또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합니다(이제 곧 위드 코로나로 간다고 합니다만). 책에서는 그래서 여러 곳에서 줌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원격 모임에는 그에 걸맞은 어플이 필수죠. 꼭 줌이 아니라고 해도 말입니다. 물론 각자의 형편에 따라서 적절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원격 모임을 잘 꾸려갈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종식된 후라고 해도, 우리는 지역과 상황의 벽을 뛰어넘어 원격 모임을 만들고 이어갈 필요가 따로 있겠습니다. 


책 뒤에는 권장 도서 목록, 또 아이들에게 책을 다 읽고 나서 적절하게 던져 볼 만한 질문 리스트라든가 느낌을 정리할 수 있는 모범 양식이 있습니다. 저희 때만 해도 주제를 적절히 포커싱한다든가 하는 세심한 지도 없이 그저 독후감 열 장 이상 쓰라는 식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래서는 책읽기나 글쓰기나 모두 지독한 고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세심하게, 또 아이들 눈높이에서 정성들여 이끌어야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원하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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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글쓰기
탁정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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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에고를 달래며 안정적인 평화에 도달하는 건 꼭 수도자들만의 몫은 아니겠습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그런 마음 수련을 할 수 있겠는데, 이 책에서는 "글쓰기"와 명상을 결합해 우리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에고를 알아차리기가 참으로 힘들다.... 에고를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글쓰기다(p63)." 또 이런 말씀도 있네요. "질문으로 글을 시작할 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은 (이) 질문하기가 분석하고 파헤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니, "질문 자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 깨어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예전 프랑스 계몽철학자들도 "내가 무엇을 안단 말인가?"라고 자문했습니다. 저자의 방법론은 주로 동양적인 명상에 가깝다고 독자인 저는 판단했습니다만 이런 이치가 동과 서가 딱히 다를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 


질문하는 자체가, 어떤 루틴이나 익숙한 느낌, 생각 패턴에 매몰되지 않고 에고를 콕 집어내는 좋은 수단이 된다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확실히 "질문"은, 내게 익숙한 걸 그저 당연하다, 올바르다고 여기게 머물지 않고 "과연 그런가?"라며 한 번 정도는 의심을 품게 돕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대개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나라고 믿고 있지만, 생각과 감정은 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또한 무수히 자주 바뀐다는 걸 알 수 있다(p42)." 


저 문장,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뜻대로 뭐가 안 풀리거나 주변 사람들과 대판 싸우고 나면 미칠 듯이 화가 나기도 하고, 그 화를 자기 자신에게 돌리기도 합니다. 아니면, 더 미숙한 반응으로 물건을 부순다거나... 그런데 이런 격한 단계라는 게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두어 시간, 혹은 하루 정도 지나고 나면 "내가 왜 그랬지?" 같은 후회와 자성 단계(p98)를 또 대부분은 거칩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소화나 호흡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소화불량을 일으키거나 거친 호흡이 일어난다고 그 역시 "나 자신"이라고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왜 난 이것밖에 숨을 못 쉬고, 소화를 능숙히 이루지 못하는 걸까?"라며 도덕적으로 자책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병원을 찾거나 간단한 제산제를 사서 복용할 뿐이죠. 


문제는 이처럼 내 자신의 일부라고 볼 수 없는 감정, 반응, 이런 게 진짜 나 자신을 지배하게 놔 두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방치한 결과는, 우리가 어른이라면 여태 살면서 겪은 대로, 극심한 정신적 불안정, 괴로움, 공격(p99), 심지어 극단적 선택에의 충동 같은 걸 초래할 뿐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은 대개는 짧은 순간의 미칠 듯한 괴로움에 휘둘려 그런 선택까지 내몰리는 것입니다. 만약 그 혹은 그녀에게 조금만 더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아마도 다른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습니까? 


"나로부터 한 발짝 떨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무의식적이라는 것이다(p43)." (무의식이 아닌) 의식이 주인이 되는 이런 상태를 책에서는 "메타 코그니션"라 소개하며, 이는 요즘 많은 책들에서 독자에게 강조하는 메타인지 상태와 같은 말이겠습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글쓰기를 명상이라고 의식하기 시작하여, 에고가 하는 행위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하라(p55)"고 주문합니다. 바른 자세만 잡고 명상에 몰입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처럼 글쓰기를 통해 명상을 행한다면 확실히 두 겹 세 겹의 성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글쓰기는 사실 많은 이들에게 고통입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숙제로 내 준 독후감 써오기 같은 걸 떠올려 보십시오. 혹은 일기 쓰기라든가... 이만저만 고통이 아닙니다. 저자는 이런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그저 글쓰기로 접할 게 아니라 명상의 방법으로 수행하라는 겁니다. 글을 쓰는 건 분명 나인데, 어느 순간 그렇게 글을 쓰는 나를 누가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p54). 이때의 희열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며 숨이 가쁘지만 그와 동시에 마약을 하는 듯 기쁨이 느껴지는 "러너스 하이"와 유사하다고도 합니다. 


자, 이렇게 해서 나의 그 변덕스러운 감정들, 부질없이 스쳐지나가는 생각, 이런 걸 한 걸음, 나아가 여러 걸음 떨어져서 보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이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게 되면(p99)" "이상한 일이지만, 나에 대해 화를 내기보다 더 끄덕거려 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말입니다. 이상합니다. 하지만 유익합니다. 실용적입니다. 어차피 결과는 달라질 것도 없는데 나를 괴롭히고 코너로 몰고 들들 볶을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보다는 (과정이 이상하지만) 나를 잘 달래는 게 훨씬 나은 결과를 낳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도 일종의 메타 코그니션이므로 그런 생각이 드는 게 기특하지만, 더 파고들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상처 입은 나를 잘 달래는 게 우선이죠.


"평온한 행복감이 밀려와 나를 감싸 안았다. 우주와 하나가 된, 전지의 수준으로 도약한 것 같았다(p143)."이는 질 볼트 테일러 박사의 회고입니다. 그녀는 뇌출혈로 큰 상처를 입고 뇌의 일부 기능을 잃게 되었으나, 대신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의 경지 비슷한 것"을 체험한 거죠. 물론 그녀처럼 평화를 찾기 위해 머리를 다쳐야 할 이유까지는 전혀 없습니다. 이는 오로지 글쓰기를 통해, 명상을 통해, 끊임 없이 나의 빈틈을 파고들며 나를 괴롭히는 에고의 장난질을 캐치하여 잘 다스리기만 해도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런 글쓰기를 "알아차림 글쓰기(p185)"라고 저자는 명명합니다. 우리는 운전 같은 걸 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스스로를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습니까? 도로를 보면 꼭 남한테 피해를 끼치기 위한 게 하나의 목적인 양 운전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잘 아는 게, 그런 경우에조차 같은 사람이 되지 말고 방어운전,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 상대할 가치가 없는 도발이야. 게다가, 저 사람을 이후 또 만날 것도 아니잖아?" 이것이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이렇게 "알아차리는 과정"을 겪고 나면 교통사고의 위험도 벌써 피했을 뿐 아니라 기분도 좋습니다. 꼭 보복운전을 해야 자존감이 생기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알아차림을 통해 우리는 벌써 두 가지의 이익, 그것도 아주 근본적 차원의 이익을 얻습니다. 


"선각자들은 우리가 용기, 자발성, 수용의 수준에서 부를 추구하면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p248)." 심지어 돈 버는 활동에서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부단히 "알아채며" 결정을 내리거나 정보를 살피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저 마음의 평화만 찾아도 인생의 고통 큰 부분을 극복하는 건데, 이런 부수적 이득까지 있다니, 오늘부터 명상, 아니 글쓰기를 당장 실행해 볼 일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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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에너지 레볼루션 - 당신의 미래를 지배할 탈(脫)탄소 경제 전환과 ESG
김기현.천영호 지음 / 라온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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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오일(p37)". 백 년 넘는 동안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원천이 되었던 석유는 작년(2020) 처음으로 한때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고, 다우 지수 산정에서 굴지의 정유회사 주가가 제외되는 등 현재의 에너지 판도는 급격한 변동을 맞이하는 중입니다. 대규모 에너지원 없는 세상에서 현대 경제가 운용될 수 없기에, 앞으로는 어떤 구조로 우리 인류가 에너지를 조달하게 될지는 초미의 관심사이겠습니다. 


탄소 배출에 대해 세금을 매기거나(p66), 이의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하게 하는 제도(p68)를 누가 거론하면 과거에는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라고 비웃었으나 지금은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테슬라 같은 기업은 이런 제도를 현명히 활용해서 여태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죠. 탄소 배출을 제한하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는 훨씬 빨리 가속될 것이며, 강수량이 크게 변화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기압도 달라진다고 합니다(p80). 책에서는 이런 기후 변화 추세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게 서로 큰 연관 관계를 가진다고 합니다. 


제1차, 제2차 산업혁명은 석탄, 석유 등의 에너지원을 종전과 대조할 때 경이로운 효율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촉발되었습니다. 책에서도 여태 낯설게 접하던 새로운 에너지원을 현재 인류가 찾아가는 중이며,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격적인 전개와 맞물리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p99). 특히 1차 대전 중 덴마크 인근의 유틀란트 해협에서 큰 판도를 좌우하는 전투가 있었는데, 피셔 제독이 처칠 해군 장관을 당시 설득하여 전함이 석유 중심 구동이 되게 개혁한 게 큰 몫을 했다고 책은 설명합니다. 이보다 백 오십 년 앞서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이 1차 산업혁명을 추동했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여태 전개된 네 번의 산업혁명 각각의 특징에 대해서는 p100의 표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의 화두는 내연기관을 이용하던 종래의 차량이 전기차로 대거 이행하는 현상입니다. 변화가 어차피 불가피하다면 이를 회피하거나 애써 평가절하할 게 아니라 션제적으로 적극 대응을 해야 합니다. 석유 메이저인 쉘은 놀랍게도 급진적 변화에 찬성하는 쪽(p114)입니다. 그들이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류의 에너지 소비 행태는 세 가지 정도를 상정할 수 있는데 이중 가장 급진적인 것은 2050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탄소를 줄이는 것도 아니고 "중립"을 달성하는 게 이처럼이나 어렵습니다. 현재 유럽 곳곳에서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는 중인데 이는 탄소 소비 방식에서 친환경으로 변화하는 게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책에서도 지적하듯, 이러한 친환경 전환은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이익이 있습니다. 


한국도 올해 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든 날씨를 즐겼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세계 곳곳, 특히 중국에서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덕분이며 특히 중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대비 때문에 더욱 탄소 배출 감소에 박차를 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탄소 배출 감소에 주력하다 보면 일정 부분 경제 성장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실업률 증가, 산업 침체 등으로 고생하는 한국의 경우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건 뼈를 깎는 듯한 어려움이 있죠. 그러나 이런 이행은 구조적 전환이므로(p137) 필연적으로 우리가 이에 적응을 해야 하며, 그 근거를 책에서는 네 가지 들고 있습니다. 첫째 대체에너지 생산 방식이 어느 정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둘째 저장, 운송의 문제를 극복해 가는 중이다. 셋째 세계 각국 정부가 확고한 친환경 의지를 보이고 있다. 넷째 코로나19가 뜻하지 않게 이런 탈탄소 추세를 가속화했다 등입니다. 


CCUS란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의 약칭(p152)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p176 이하에 상세한 설명이 나오며, 아마도 이 책의 백미를 이루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여 현재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pp.153~155에 이에 대한 자세한 도해가 나옵니다. 확실히, 탈탄소 관련하여 깔끔하게 잘 정리된 도표와 그래프가 많이 수록된 건 이 책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p164 이하에는 LCOE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옵니다. 길게 "단위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으로 정의할 수도 있고 간단히는 "발전 단가"입니다. 30년 전만 해도 단가나 경제성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었을 텐데, 꾸준히 노력해 온 끝에 그나마 여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연료전지의 개발은 친환경 시스템 전환에 있어서 핵심이 됩니다. p184에서는 PAFC, MCFC, SOFC, PEMFC 등으로 연료전지의 세대를 나누는 구분법을 알려 줍니다. 연료전지는 건물 등에 고정되어 발전의 용도로 쓰이기도 하며, 또 수소차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p185). 요즘 수소경제가 단연 핫이슈인데 책에서는 부생수고, 추출수소, 수전해수소 등으로 나뉜다고 가르칩니다. 최근 모 정치인이 H2O 관련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물로부터 전기 분해를 통해 생산하는 것이 바로 수전해수소이겠습니다. 또 생산원과 이산화탄소 처리법에 따라(p187)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나뉜다고도 합니다. 


책 앞에서도 말이 나왔지만 종래 친환경 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저장과 운반이 어렵다는 점이었는데 이것 관련하여 근래 크게 발전한 게 ESS이며, 주식에 관심 있는 이들은 바로 아! 싶을 것입니다. 책에서는 LOHC가 소개되는데 수소를 액상화합물 상태로 저장하는 방법이며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단위부피당 저장성능이 높은 것이 장점(p200)이라고 하네요. p204 이하에는 전력산업의 변화를 3D+2E로 요약하는데 탈탄소화, 탈중앙화, 디지털화가 3D이며, 2E는 전기화와 효율화라고 합니다. 이런 키워드들은 앞으로 급격히 변화할 사회 추세에 적응하려면 일반인들도 기본 개념으로 장착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친횐경 구조 전환은, 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의 최대 활용 등과 긴밀히 엮여 스마트 경제와도 같은 궤를 달리며 발전해 나간다는 그 방향성에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애초에 이런 에너지 혁명이 친환경 각성과 함께 태동했으므로 ESG와도 맥락을 공유하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책 p246 이하에는 이런 새로운 추세 속에 각광을 받게 될 미래 직업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데 특히 청소년 등에게 유익한 정보로 교육자나 학부형들이 활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친환경은 그저 도덕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미래 산업 판도를 캐치하는 핵심 아젠다 노릇까지 한다는 게 이 책의 최종 결론이라 봐도 될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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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과학상식은 지금까지 85권이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 보는 시리즈였고 지금 이 강아지편이 처음 읽는 책인데 확실히 만화로 이렇게 읽으면 어려운 지식도 머리 속에 잘 정리되는 듯합니다. 85권 중 다른 책들의 주제를 보면 게임수학, 인공지능, 로봇수학, 측정수학, 3D프린팅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렇게 어려운 주제만 과학에 속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게 해로우며 건강하게 키우려면 어떤 방법이 좋은지도 역시 중요한 과학 지식임이 틀림 없습니다. 만화로 접하면 더 재미도 있고 만화 속에 묘사된 상황 속에서 더 잘 이해되는 게 당연합니다.


개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인간만의 이기심 때문에 희생되곤 합니다. 그러나 개는 특히 인간 주변에서 반려적 존재로 기능하기 때문인지 유독 이런저런 피해의 희생 타깃이 되면 더 큰 연민의 정을 부르나 봅니다. p32에 보면 삽살개가 일제 강점기 때 방한모, 방한복 재료로 쓰이느라 멸종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사실 이 경우 주로 모피를 채취하기 때문에 해당 개들이 겪었을 엄청난 고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어린 독자들이 아직 방한모, 방한복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를 수 있으므로 페이지 아래에 각주를 달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는 왜 냄새 나는 신발을 좋아할까?(p44)" 이 질문은 약간 중의적인데, 첫째는 "왜 하필 냄새가 나는 걸 좋아할까?"라는 의도도 있겠고, 다음으로는 "많은 것 중에 왜 하필 신발이라는 걸 좋아할까?"란 뜻도 담았겠습니다. 책에서는 이 의문 둘을 모두 해결해 줍니다. 신발을 좋아하는 이유는 신발에 쓰인 가죽의 냄새와 촉감을 유난히 개가 좋아하기 때문이며, 특히 강아지는 그 잘근잘근 씹는 느낌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신발의 냄새에는 그 주인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 있고, 이를 통해 보호자와 함께 있다는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죠. 참 개란, 이처럼이나 주인과 애착감이 강하고 동시에 어리광을 통해 주인에게 유대와 보호를 요청하는 본성이 인상적입니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는 보비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기리는 동상이 있습니다(p71). 사고로 죽은 존 그레이 목사를 잊지 못해 그의 묘소 근처에서 침식도 잊고 애통해했다고 합니다. 결국 야외에서 동사했는데 이를 본 이웃들이 보비를 측은히여겨 그 동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인을 잊지 못해 운명을 같이한 개 이야기는 참으로 널리 퍼져 있고, 또 보편적인 감동을 주는 듯합니다. 


아기가 울면 왜 강아지가 짖을까? 책에서는 여러 이유(p85)를 듭니다. 주인에게 상황(강아지 입장에서 정확하게 파악했든 아니든 무관하게)이 발생했음을 알리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 아기를 향해 울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도이기도 하다네요. 그러니 이 상황은 일단 빨리 주인이 가서 진정시키지 않으면 아기한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주인의 말을 무척 잘 듣는다고 해서 개가 아기한테까지 잘한다는 법은 전혀 없습니다. 개는 어디까지나 개일 뿐 사람이 아닙니다. 


p98 이하에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입니다. 이 시스템은 독일에서 원래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가상의 이야기이긴 한데 어린이들이 읽으면 다소 가슴이 뭉클해질 사연입니다. 또 이런 안내견에 대한 법적 취급이 어떠한지도 나오기 때문에 어른들에게도 유익할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도 됩니다. 


역시 과학 만화 답게, 강아지에 대한 지식을 이것저것 알려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체계적이고 상위 단계의 과학 지식까지 함께 알려 주며 독자의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p112 이하의 내용이 그것인데, 에크린샘, 아포크린샘은 개와 사람을 포함한 동물 상당수가 가진 땀샘이라고 합니다. 개의 경우 체온 조절의 에크린샘은 발바닥에 조금 분포되었고 아포크린샘은 몸 전체에 분포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날씨가 더우면 개는 맥을 못 추는 것입니다(체온 조절이 안 되어서). 단두종이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2019년부터 우리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큰 고생을 했고 아직도 그 고초가 진행 중입니다. 책에서는 가상의 상황을 들어 지금으로부터 백 년 뒤를 배경으로 삼아 좀비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져 좀비들이 개를 먹으려고 혈안이 돠었다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에 반전까지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만화는 달마티안(책의 표기를 따릅니다)에 대해 유익한 정보 하나를 가르쳐 주는데 꼬리를 물려고 다니는 강아지는 항문낭 염증 등의 염려가 있으니 진찰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책임감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책임감이 강해도 문제인데 무리를 지키려는 본능이 너무 강해 무리 외 존재들에게 지나친 적대감을 드러내는 강아지를 두고 "알파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인데, 만화를 읽으면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 병의 이유는 훈육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인데,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즉시 바로잡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정보를 보고 참 사람이나 개나 교육이 이처럼 중요하구나 하는 느낌을 다시 받았습니다. 


특히 과학 지식은 단순 상식과는 달리 어떤 가장 깊은 바탕을 이루는 체계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확장해 나가는 부대 지식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제가 아직 다 보지는 못했으나, 과학 만화 답게 차근차근 이론을 바탕으로 어린 독자들에게 "물고기를 낚는 지혜"까지도 함께 가르쳐 주는 듯하여 마음에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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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수전 폴락 지음, 서광 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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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우울증 걸리는 어머니들, 요즘은 그런 아빠들도 많다고 합니다. 동물들은 자연 상태에서 잘만 출산되고 또 건강한 성체로 성장하는데 사람은 왜 이렇게, 뜻대로 자라기가 힘든 것일까요. 아기가 순한 아기라서 다행히 잘 키우고 있다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육아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울증, 심지어는 죄책감에까지 시달리는 부모님들이 많다는 건 참.... 육아와 별 관계 없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무겁게 만듭니다. 이런 부모님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는 어느 경험 많고 생각 깊은 저자분의 책이 여기 있습니다. 


특히 어머니들이 이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만, "아이를 낳고 나서 나 자신이 상실된 것 같다(p36)"는 느낌.... 자연계에서 개체들의 교미는 매우 슬픈 느낌을 주는데, 이는 더 이상 해당 개체가 자신의 생명을 이어갈 이유를 지니지 못하는 단계에 가까이 갔다는 뜻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으며, 오히려 자녀를 교육시키고 좋은 직장에 취업시키며 좋은 상대와 혼인까지 시키는, 더 무거운 책무까지 부여 받아 한창 활동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내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그 벅찬 감동은 어떻습니까.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약간의 허무감, 상실감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p37에 이런 부모님들이 따라해 보면 좋을 듯한 여러 육체적, 정신적 지침들이 나옵니다. "나를 돌보는 호흡 하기"... 그저 올바른 호흡, 정성들인 호흡이 이런 효과까지 주는 줄은 몰랐습니다. 꼭 육아하는 부모가 아니라도, 이런 호흡법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Allow and let it go! 무언가 참을 수 없고 불쾌한 느낌, 감정이 밀려올 때 사람들은 어쩔 줄 모르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감정의 원천이, 내가 사랑하는 아이이기도 합니다. 내가 애한테 이처럼 짜증을 내다니... 짜증은 짜증 그것대로 내 감정을 망치고, 내가 아이한테 짜증을 냈다는 사실이 나중에는 자괴감과 자책감으로 또 한 번 내게 내상을 입힙니다. 이때 저자는 p55에서 어느 부부(부모)의 사례를 듭니다. 나중에 그들의 감정은 멋진 성취감으로까지 바뀝니다! 참 사람의 감정, 마음이라는 건 어린이와도 같아서, 누가 잘만 다스려 주면(대부분은 자신이 해야 합니다) 180도 상태가 바뀌어 지옥이 천국으로 변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우리들도 이런 비슷한 경험은 대부분 해 본 적 있을 겁니다. 


요즘은 mindfulness, 즉 "마음챙김"을 강조하는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육아와 직접 관계있는 개념은 아니지만 여기에도 적용 못 될 이유가 없습니다. 불교에서도 일체유심조라는 말을 씁니다만 한 군데 마음을 집중하고서, 산란해진 정신을 다스리고 토닥거리는 작업은 어느 상황에 처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저자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비추어보기"를 누누이 강조합니다. "당신은 언제, 어디서,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본 적 있나요?" 특히 서양인 저자의 책이라서인지, 이웃에 있는, 혹은 비교적 자주 마주치는 누구하고도 안면을 트고 "나는 너를 해치지 않는다"는 공감의 신호를 나눠야 직성이 풀리는 그들의 성향을 잘 반영하는 처방이 책에는 많이 나옵니다. 선함(나든 타인이든)을 기억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지나치게 가혹한 태도가 수그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나한테 너무 모질게 대하지 말기"입니다. 


서양인들은 보통, 누군가가 이런저런 "징징거림"을 시전할 때 self-pity라며 당장 멈추라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반대로, 자기연민인들 뭐 어떻겠냐며 너무 나를 코너로 몰아붙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우리 대다수에게 어차피 삶은 힘든 것이다(p101)." 맞습니다. 아니 세상 자체가 나를 많이 힘들게하는 판에, 왜 나까지 나를 몰아세워야 하죠? "오늘은 어른 노릇 못하겠어요.(p114)" 사실 나를 다그치고 어렵게 하는 건 대부분 어떤 책임(감)에서 유래합니다. 이 정도는 해 줘야 어른이라 할 만한데 그걸 못하니 다른 사람들이 책망하기 전에 나부터 나서서 나를 혼내는 겁니다. 하지만 어디 매번 잘할 수가 있습니까? p116에서는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실행해 보면 좋을 여러 즉석 처방이 나옵니다. 


음, 아무래도.... 나를 다그치고 엄격하게 혼 내고... 이런 자아와 초자아가 강한 사람들은, 실제로 어린 시절에 그의 부모들에게서 그런 훈육을 받았던 탓이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p146에는 "아직도 머릿속에서 나를 지배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 TV쇼는 재미있는 제목이 붙은 게 참 많은데 p147에는 <트랜스페어런트>라는 프로그램도 나오네요. "투명성"과 "부모"를 결합한 말장난이겠는데 우리 나라에는 요즘 <금O 같은 내OO> 같은 게 인기가 있죠. 


"바깥 세상은 정글이다(p234)." 왜 아니겠습니까. 정글이다 보니 우리는 뜻하지 않게 상처도 많이 받고 때로는 회복불능의 어려운 지경까지 가기도 합니다. 책에는 여러 종류의 자애문구들이 나오고 p235는 특히 "놀이터"에서 쓸 만한 문구들을 추천해 줍니다. 이 책은 육아책이다 보니 육아의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그에 알맞은 처방을 제시하는 포맷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도 힘든 감정 파탄의 상황에 마주하여 대책없이 방황하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가 유념해야 할 건 "모든 걸 다 통제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다(p278)"는 점입니다. "약점을 드러내지 말고 강해져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직장에서 출장 장소에서 우리는 그럴 필요가 자주 있지만, 어디 매 순간 그렇게 될 수가 있습니까? 적어도 나 혼자 남아 마음챙김의 필요성과 마주할 때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들들 볶으면 안 됩니다. 


청소년기에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게 또 수치심이기도 합니다(p311). 나에게 결점이 너무 많아서 남에게 수용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적정선에서 끊어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남과 소통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느낌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청소년기를 잘 졸업한 성인이 됩니다. 또 부모는 아이들 사이에서 공정한 재판관이 될 필요가 있는데 수치심이 강한 부모는 이 노릇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자기 싸움에 항상 나를 끌어들이려 해요." 부모가 언제나 겪는 딜레마이자 난관입니다. 


희한하게도 아직 현실이 된 게 아니고 그저 생각에 머무는 건데 이게 사람 잡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건 생각일 뿐 아직은 현실이 아님(p358)"을 나 자신에게 상기시켜 줘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균형을 되찾게(p359) 됩니다. 나에 대해 비판적 평가가 물 밀듯 밀려오면 그때마다 그것을 음악으로 바꿔 보라고도 조언합니다. 이책에 제시된 중 가장 재미있는 조언이었습니다.


자신을 들들 볶지 마십시오. 일단 그렇게 해서 뭐가 나아지는 게 없습니다. 부모가 정서가 불안하면 아이들도 그 점을 바로 알아채고 같이 불안해합니다. 부모가 먼저 마음을 편히 갖고 이런 안정감을 아이한테 공유하는 게 어쩌면 부모된 도리의 가장 처음 걸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마음이 편해야 아이도 덩달아, 함께, 드디어, 완전히, 안정된 정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지식이고 돈이고 체력이고간에, 이런 게 마련되려면 먼저 안정된 마음이 필수 조건입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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