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로 가는 마지막 기차 책고래마을 58
정임조 지음, 박성은 그림 / 책고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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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래된 집들은 기와 지붕을 얹은 형태가 많았습니다. 가난한 농민들이 주로 살던 초가집은 내구성이 약하기에 지금껏 남은 게 많을 수 없습니다.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도 이런 기와집이 아직 상당수가 전해 오죠. 경주의 으뜸가는 문화재인 다보탑의 돌사자, 석가탑의 돌방석, 황금돼지, 구름종이 날이 밝아오자 서로 말을 나누려 자리에서 일어나 까만 기와지붕 위에 모입니다. 마치 미국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문화재들이 만나 서로 무슨 말을 나눌지, 또 뭘 하러 갈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내일이면 다시 오지 않을 기차." 말만 들어도 뭔가 슬퍼지는 것 같습니다. 백 살 넘은 참나무가 넷에게 표를 팝니다. 현대 한국을 지방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통 말합니다. 과거 비교적 인구가 고르게 분포했을 때에는 인프라스트럭처 역시 지방 구석구석에 설치되어 제 기능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권에 인구가 편중되다 보니 이용도가 낮은 시설은 운영을 멈춰야 한정된 세수가 효율적으로 쓰인다는 말을 듣습니다. 사람이 자주 안 찾는 지방의 역사(驛舍)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기차는 가상의 존재는 아니고 실제로 사람들을 실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이미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운행을 했다고까지 합니다. 돌사자는 아이 맞은편에 앉고, 황금돼지는 아기 손을 만집니다. 아마 사람들은 이들이 눈에 안 보이나 봅니다. 열차에 탑승한 분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지, 다들 힘이 빠지거나 좌절한 모습들입니다(물론 잘 차려입은 노파 한 사람도 있네요). 구름종 등은 열차에서 내려, 백 년 동안 사람을 실었다 내렸다 한 열차를 그윽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겠냐면서 말입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집을 보면 사람 가운데 가장 미미한 모습을 하고 우리 곁에 왔던 이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나 대천사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돌사자 등 넷은 아까 탔던 기차에서 "발을 잘 안 씻어 까맣던" 아기가 바로 부처님이었다는 말을 듣고 놀랍니다. 아기의 정체를 뒤늦게 알고도 이 넷은 그저 소리 높여 웃을 뿐입니다. 부처님도 알고보니 장난꾸러기였다면서 말입니다. 사실 우리 같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었을 텐데요. 죄 안 짓고 사는 이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그림을 보면 아이 얼굴 뒤에 후광이 붙었는데 그림을 유심히 봤다면 벌써 눈치를 챘을 것입니다. 

밤이 다시 경주 고토 일대에 내리기 전 돌사자, 돌방석, 황금돼지, 구름종 들은 다시 제자리로 갑니다. 보통은 이런 존재들이 낮에는 제자리를 지키고 밤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설정인데 이 동화책에서는 반대로 되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마당 귀퉁이 천장에 매달려야 하는 구름종이, 원위치로 돌아가기가 가장 까다로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넷이 아직 해결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저 백년 기차의 마지막 달리던 날 마련하신 선물이 있겠는데 그게 뭐겠냐는 겁니다. 선물은 과연 이런 경우에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걸까요? 넷은 부처님이 선물을 줄 것이라는 데 의심을 갖지 않습니다. 마치 어린이들 같습니다. 하긴 예수 그리스도도 너희 마음이 어린이들 같아야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과연 선물이 주어지는데 대지를 하얗게 수놓은 첫눈이었습니다. 열차의 마지막을 첫눈이 기념하게 한 게 과연 부처님답습니다. 1980년대 한국 락그룹 중 들국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고 조덕환씨가 만들고 부른 "세계로 가는 기차"를 들어 보면 "그러나 이젠~ 떠나가야 하는 길 위에 서서"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섞여 "그르나"처럼 들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동화책의 부처님도 뭔가 촌사람처럼 구수한 데가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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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우라 - 청년 안중근의 꿈
박삼중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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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셀럽으로도 예전부터 유명하셨던 박삼중 스님이 쓰신 책입니다. 마침 몇 주 전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삼은 영화 <하얼빈>이 개봉되기도 했기에 우리 독자들이 더욱 뜻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제목인 "코레아 우라"는 안 의사께서 일본, 러시아 현지 군경에 체포되기 직전 외쳤다는 러시아어(p146)로서 "한국 만세" 정도의 뜻입니다(러시아군 특유의 교의[?] "우라 돌격"이란 말도 있으니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단어입니다). 책은 10년 전에 초판이 나왔기에 이미 읽으신 분들도 있겠고, 지금 이 책은 개정판입니다. 삼중 스님은 작년(2024) 9월에 입적하셨습니다. 단 "카레야 우라"가 더 정확한 말이며, 안 의사께서는 에스페란토를 구사한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 1부는 박삼중 스님 본인의 이야기입니다. 1인칭으로 어린 시절 많이 어려웠던 환경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그시절 어르신들의 삶이 이처럼이나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왜경(倭警)들의 무지막지하고 잔인한 행태가 특히 p38 이하에 그대로 나오는데, "대일본제국에 대항하는 자들에게 자금을 대어주는 집안에 시집을 왔다는 건, 당신 역시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산다는 뜻 아닌가?" 이런 억지를 쓰며 힘 없는 여인을 잡아다놓고 사흘 밤낮을 두고 고문했다고 합니다. 

남편을 잃고 의지할 데 없는 여인에게 정신적 강박을 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악질임을 자인하는 것이며, 그 심지가 굳던 분도 이 일을 겪은 후 뭔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사람마냥 변했다는 게 아들 삼중 스님의 회고입니다. 사기꾼 범죄자들도 이와 같아서, 믿던 이에게 사기를 당하고 나면 사람이 넋이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혼이 나간 사람한테, 좋은 먹잇감이었다 싶어 같은 수법으로 또다시 접근하는 악종도 있습니다. 부처님도 돌아앉을 만큼 구제불능입니다. 

p54 이하를 보면 소년 박삼중은 어려운 형편을 감당못하고 대처(大處)인 대구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계에 도움을 받으려고 피를 팔 생각까지 하는데 너무나도 비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도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납니다. "저기 들꽃이 나를 부르네. 이제는 가야겠어.(p64)." 삼중 스님이 p68에서 하시는 말씀을 보면 당신의 이름 앞에 항상 "사형수들의 대부"라는 칭호가 따라다녔다고 하십니다. 1967년 대구 보현사에서 포교 담당을 하실 때, 교도소에서 스님은 "머리가 빡빡이고, 옷이 칙칙하며, 죄 짓고 사는 인간이란 점에서 여러분과 나는 같습니다."라고 죄수들 앞에서 말했다고 나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책 서문에서 삼중 스님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우리들은 해방된 조국에서 편안히 잘 사는데 이게 다 독립 투사들이 애 쓰신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독립 운동가들의 행적과 그 정신에 대해 마땅히 배우고 익히며 마음에 새길 의무가 있습니다. 삼중 스님께서 많은 노력을 들여 안 의사에 대한 자료를 찾아 나서고 정리하신 것도, 안 의사가 이토를 격살하고 일제에 의해 수감되어 짧지 않은 시간을 옥에서 보내며 남긴 기록물들 때문이었습니다. 일제는 의사, 지사들을 무수히 투옥하고 형장의 이슬로 보냈는데, 해방 후 한국의 사법당국이 그와 같다고야 할 수 없지만, 억울하게 잡혀와 남의 누명을 쓴 수인(囚人)들이 많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p91 이하에는 삼중 스님이 정리하신 다양한 흑백사진들이 나옵니다. 탄두, 브라우닝 권총, 안 의사가 갇혔던 여순 감옥 등이 보입니다. 글로만 이토 사살 의거를 접하다가, 이렇게 살벌한 형태의 총기, 탄환 등을 보니 의사의 결기와 집념이 얼마나 농도 짙은 것이었는지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p148을 보면 러시아 검사(당시 만주에서 러시아가 부분적으로 형사 관할권이 있었습니다. 책에 헌병 분파소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가 안 의사에게 공초하길 가담자는 누구이며 얼마나 되는가라고 합니다. 안 의사의 대답은 "대한 동포 이천만"이었습니다.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고 학식도 높았던 안 의사는 이처럼 말씀 한 마디에도 천근만근의 무게와 열정, 통찰이 담겼습니다. 2부는 안의사가 1인칭으로 말하는 소설 형식입니다. 

p184 이하에 안 의사가 법정에서 설파한 그 유명한 최후 진술이 나옵니다. 이 연설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변호사와 청중이 모두 감복했으며 그가 남긴 책 <동양 평화론>은 아직까지도 인구에 회자됩니다. 삼중 스님이 새로 발굴한 여러 자료가 포함되어 더욱 가치있는 책이며 소설처럼 재미있게도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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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1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2024년 시행) -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하는 급수표 받아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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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 교재와 편제는 같습니다. p3을 보면 초등학교 입학 후 처음으로 맞는 도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아이들 딴에는 학교에서 비로소 마주하는 하나의 고비와 같습니다. 집필진이 남긴 이 머리말을 보면 일종의 "엄마표 홈스쿨링"을 직접 시행착오를 통해 거쳐 보고, 그 결과물로 출판하게 된 게 바로 이 교재인 듯합니다. 소리내어 읽기, 따라쓰기, 연습하기, 잠시 놀이터에서 쉬어가기 등의 순서를 따르는 게 이 교재를 가장 정석대로, 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겠습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급수표와 받아쓰기, 국어교과서 (일부) 텍스트가 통합된 책답게, 모든 페이지에는 이게 교과과정상의 몇 급에 해당하는 텍스트들인지가 일일이 표시되었습니다. p18을 보면 이게 2급 텍스트들인데,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할 거예요." 같은 문장이 나옵니다. 여기서도 맞춤법상의 미묘한 예가 하나 나오는데, "거예요"와 "거에요" 중 어느 것이 맞겠습니까? 서술격 조사 "이"와 어미 "에요"가 합쳐졌으므로 "거예요"가 옳습니다. 스쿨존에듀의 교재라서 이런 작은 부분에도 신뢰를 유지하며 아이와 공부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p41에는 6급 텍스트가 나옵니다. 받아쓰기를 정확히 하기 쉽다, 어렵다를 떠나 내용 자체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마냥 쉽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텍스트들은 모두 국어 교과서에서 뽑은 것들입니다). "환경 단체들은 해안가에..." 같은 구절을 보면, 초2 아이들이 과연 환경단체가 뭐하는 조직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지 저는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해안가"는 안(岸)이라는 한자가 가장자리라는 뜻이므로 형태소 "가"와 겹쳐 겹말을 이루지만, 여튼 "해변가"와 함께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국어 교과서에도 단어가 나오는 듯합니다. "몫을" 같은 단어가 초2들이 그 맞춤법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교재는 1-1 단계에서부터 겹받침을 따로 신경써서 짚어 주었더랬습니다. 

p55에는 8급(우와) 텍스트들이 나오는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같은 문장은 어떻습니까? 페달은 원어가 pedal인 외래어입니다. 남자 아이들 상당수는 어려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았으므로 페달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수도 있겠습니다. "밟았다"는 겹받침이 두 음절에 들어간 단어인데, ㄹ과 ㅂ 같은 서로 다른 자음이 어우러진다는 게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죠. "았" 역시, 왜 꼭 쌍시옷이어야 하는지 원리를 좀 신경써서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일곱 번째 문장, "발을 맞추며'에서도 "맞(어근)"과 "추(접미사)"의 관계, 발음 등에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섯 번째 "설레는"도, "설레이는(x)"이라고 잘못 쓰지 않게 조심해야 하겠네요. 

p62를 보면 "어린싹이 쑥쑥 올라와요."라는 문장이 있습니다(⑩번 문장). 이때 띄어쓰기를, "어린 싹"으로 하는 게 맞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한 분이 제 주변에 있었습니다. "새싹"도 "새 싹"처럼 쓰지 않듯이, 이 단어도 이미 하나의 굳은 의미로 보아 "어린"과 "싹"을 띄우지 않습니다. p66의 "줄넘기"도 "줄 넘기"로 쓰지 않습니다(띄우면 다른 뜻이 됩니다). p67에서 형제 간의 도타운 정은 "우애(友愛)"라는 말을 쓰는데(10급), 친구라는 뜻의 우(友)라는 글자가 들어간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p71을 보면 "꺾지", "은혜", "어떻게", "궤짝" 등의 단어가 아무래도 어려울 듯합니다. 

p78을 보면 "힘내!"도 두 단어 사이를 띄우지 않습니다. "잘할"도 마찬가지입니다. "괜찮을까?"라는 문장은 역시 겹받침 처리가 어렵습니다. "천둥소리"도 두 단어를 띄어쓰지 않죠. "며칠"도 "몇 일"이라고 잘못 쓰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 교재를 공부시키면서, 이 책이 일종의 족집게 예상문제집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출판사의 의도와 다를 수 있으며 제 개인적 평가입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담당 교사들도 까다롭다 싶은 구절을 시험에 내려 하지 않겠습니까. 알차게 구성되고 편집이 깔끔깔끔하여 아이들에게 그나마 공부 부담을 줄여 줄 교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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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 급수표 받아쓰기 (2024년 시행) - 초등학교 입학하면 꼭 하는, 최신 개정판 급수표 받아쓰기
컨텐츠연구소 수(秀) 지음 / 스쿨존에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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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최신판 급수표 받아쓰기 교재가 나왔습니다. 이제 초등학교를 처음 들어갈 어린 학생들은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3월을 기다릴 텐데, 미리 국어 교과서도 공부할 겸 산뜻한 편집이 된 급수표 책을 겨울 동안 예습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1학년 1학기용 새 교재는 어린 신입생을 상징하듯 노랑색이 메인인 표지를 이렇게 달았습니다. 여러 번 말했지만, 이 책은 급수표 따로, 받아적는 공책 따로, 교과서 따로이던 번거로움을 확 줄여 준다는 점이 교재의 첫째가는 기능성입니다. 

(*책좋사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제가 스쿨존에듀 급수표 받아쓰기 교재 1-1을 리뷰했던 게 2023년 5월이니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셈입니다. 그 당시에도 느꼈던 점인데, 이 책은 아이들에게 국어 교과, 나아가 초등학교에서 수행하게 될 모든 학업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 부분 줄여 준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교재 중간중간에는 공부 하다가 머리를 식힐 수 있게끔 퍼즐이나 퀴즈가 실렸는데, 이를테면 p26에서처럼 애벌레가 과일 중심에 있는 씨앗을 먹게 하도록 바른 길을 찾는 문제 같은 것입니다. 또 p74에는 토끼가 당근을 찾아 미로로 들어가는 퍼즐도 있습니다. 이런 미로 풀이를 통해 집중력도 기를 수 있고, 결국 공부라는 것도 미로찾기 퍼즐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은연중에 가르쳐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지난 후기에서도 말했지만, 1학년 2학기 교재만 펼쳐 봐도 벌써 어휘라든가 맞춤법이 어른들도 틀리는 게 슬슬 나올 만큼 교과과정이 어려워집니다. 반면 이 1-1 교재를 보면, 정말 아이들에게 내내 이 정도 난이도만 유지해 줘도 퀴즈 풀듯이 공부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게 내용이 쉽습니다. 물론 그렇게 편집을 구성한 교재 자체의 우수함에도 이유가 있겠습니다. 이 책은 받아쓰기 교재이지만, p4를 보면 맞춤법을 보다 이치적으로 배울 수 있는 요령을 잠시 가르치고 있습니다. 1) 받침이 넘어가서 소리나는 경우 2) 서로 닮아가며 소리나는 경우 3) 받침이 2개인 경우 등인데, 1)은 중학생이 되면 연음법칙(그런데 책을 보면 연음법칙으로만 설명이 안 되는 예들도 있습니다), 2)는 자음동화라는 용어를 써서 정리하죠. 

p5를 보면 쉽게 틀리곤 하는 낱말들이 몇 제시됩니다. 육개장, 떡볶이, 찌개, 희한하다, 얘들아 등이 그것입니다. 희한하다의 경우 희(稀)와 한(罕)이 모두 드물다(few, scarce)라는 뜻을 가진 한자입니다. 희(稀)는 그나마 타 어휘에서도 발견되지만 한(罕)은 좀처럼해서 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 바로 아래칸을 보면 아뭏든(x)이라든가 덥썩(x) 등이 잘못된 맞춤법의 예로 소개됩니다. 

교재의 구성은 가로노트 연습, 큰소리로 읽기, 따라쓰기 연습, 실전 test 등의 순서로 구성됩니다. 실전 test에서는 앞에서 배운 내용들을 복습하고, 마치 학교 받아쓰기 시간에서처럼 문제 형식(가로 11칸×세로 14칸)을 비슷하게 맞춰 놓았습니다. 엄마가 읽어 주고, 아이가 받아쓰게 하면 딱 좋을 듯합니다. p48을 보면 듣다, 정리한다 등의 동사가 나옵니다. "듣다"는 [듣따]로 발음되는데, 이것도 [드따]와는 다른 발음임을 주의해야 합니다. "듣"이라는 음절에 엄연히 ㄷ이라는 받침이 들어간 상태이며, 뒤의 음절 "다"가 된소리로 바뀌는 결과와는 또 별개로 고려가 되어야 합니다. "땅따먹기"도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쓰기를 하지 않습니다. "덮고"는 발음할 때 [덥꼬]로 소리가 나며, 앞의 ㅍ이 음절의 끝소리 법칙에 따라 발음상 ㅂ이 됩니다.  

여러 번 말했습니다만 이 교재는 군데군데 숨어 있는 놀이터 코너가 매력적입니다. 재미있는 건, p62를 보면 코너 이름이 놀이터인데 주어진 그림의 배경도 놀이터이므로, 놀이터에서 정답이 놀이터인 문제를  푸는 셈입니다. p78의 "탈을 쓴 사람이에요."라든가, p79의 "불편했을 것 같아."는 이제 초1들이 답을 바로바로 내놓기는 힘들어하는 문장이겠습니다. 부디 이 첫 고비를 무사히 넘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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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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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초에 이 4편이 출간되었고 저도 당시에 리뷰를 올렸더랬습니다. 당시에도 재미있게 읽었고 제가 열정적으로 썼던 후기가 아직도 제 블로그에 있습니다. 이번에 이 특별판으로 다시 읽어 보니 지난 후기에다 그렇게 많은 말을 했었건만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았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게 만들어져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북뉴스 카페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성우에게뿐 아니라 이 재후라는 애는 누구한테도 재수가 없습니다. 이런 애를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저는 소설을 읽으면서 성우가 재후를 미워하는 자신에 대해 괜히 죄의식을 갖지 않기를 바랐는데, 여튼 성우는 애가 착하다 보니 누가 혹 충고를 해 줘도 자신의 착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려 애쓸 듯합니다. 착한 사람은 자신이 착해지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애저녁에 인간 되기를 포기한 악질 사기꾼은 "나는 착하다"라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니 이만한 아이러니가 또 없습니다. 

그런데 이 뻔뻔스러운 녀석은 성우더러 되레 "있을때 잘해"라고 합니다. 이 말이 예전에 아주 유명했던 대중가요 가사에 나온다(p30)면서 말입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노래가 없어 뭘 가리키려는 건지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오승근이라는 분의 트롯 곡 하나가 나왔습니다(개인적으로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정말 소중한 사람은 곁에 있을 땐 당연하지 싶어도 막상 자리가 비면 아쉬움이 크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재후는 누구한테도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할 테고, 없어지기라도 하면 아주 앓던 이가 빠진 양 시원할 것 같습니다. 

3권에 저승의 작은 질서를 주재하는 만호라는 캐릭터가 나왔었는데 이 4권에는 카페의 이름없는 직원의 말로, 자신은 애송이라서 아직 이름에 "호"를 달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규칙이 있었는데, 다만 사람을 가리킬 때 함부로 턱짓을 하면 무례하게 보일 수 있으니 성우가 그 점만은 좀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애가 착한 게 티가 나서 남들이 그걸 보고 괜한 오해는 하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직원의 이름은 "꼬리"였는데 여튼 직급이 좀 낮아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허튼 게 없었습니다. p86에서도 그게 확인되는데 입금이 된다고 하니 과연 되었기도 했고 말입니다. p128에서도 "손님은 이미 두 번 기회를 다 쓰셨습니다!"라고 따끔하게 일러 줍니다. 

강신도 외에 다른 채무자들 이름이 싹 사라진 건, 심호가 설명해 준 규칙이 과연 예외없이, 무섭도록 척척 작동한다는 걸 다시 증명합니다. 2년 전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 마음이 가장 설레는 대목은, 뜻하지 않던 거액이 내 손에 들어올 수 있다는 불건전한 사행심 유발 장면이 아니고, 성우가 짝사랑하던 지레가 전과 달리 성우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p89(이 특별판 기준)입니다. 전 사실 지레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뭔가 좀 생각이 없는 에 같았습니다만 기왕 이렇게 된 것 둘이 잘됐으면 하는 게 모든 독자가 같은 생각이겠습니다. 

재후는 성우에게 이종사촌이며 따라서 성우 엄마한테 재후는 조카입니다. 엄마는 조카한테 사기나 치는(이 특별판 기준 p100. 2년 전 초판에서는 p101이었나 봅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고 다만 형편이 빠듯하다 보니 간혹 이런 얌체짓을 합니다. 영조는 성우한테 아주 기분나쁜 의심을 받고도 화를 내지 않고 유들유들하게 받아치는데 이런 애들이 자존감이 강한 타입입니다. 사실 성우는 괜히 영조를 평소에 무시하는 습관이 있던데 그것도 영조가 모르지 않겠건만 의젓하게 대처해서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p112에서 쏴붙이는 정도는, 제가 보기엔 영조가 진짜 많이 참는 겁니다. 순대(p147, p177)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데 말이죠. 잘못한 건 깔끔하게 사과하고 넘어가야 합니다(p129, p191). 

오성우라는 이름은 흔치 않은 편 아닐까요? 저는 2년 전에도 왜 영어선생 강신도가 전혀 눈치를 못 챌까(p176)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더랬습니다. 하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설마 했겠지만 말입니다. 여튼, 누구에게나 간절히 원하는 바는 있고, 그걸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만 해 내어도 해 내어야 하는 게 구미호 카페와 이 세상이 우리들에게 부과한 규칙입니다. 재후, 영조... 알고 보면 각자 나름대로 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있고 짊어져야 할 부담이나 치유해야 할 상처가 있었죠. 여튼 머리 위로 달빛을 가득 받으며 나란히 언덕을 내려오는 지레-성우 커플이 보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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