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몬 상·하 세트 - 전2권
최아일 지음 / 너와숲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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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드라마는 특이한 게, 끔찍한 범죄자인 ooo도 9화쯤에서 다 처리가 됩니다. 믈론 우리가 아는 진짜 빌런들은 아직 남았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왜 타투가 그렇게 말썽이었는지도 다 밝혀지는데 3화(상권의 p150 등)에서 아주 코믹한 모습으로 나타났던 ooo씨가 9화(하권 p80)에서 정체를 다 드러내며 타투의 비밀도 다 가르쳐 줍니다. 아, 그런 것이었던가! 그랬던가! ㅠ 네, 물론 판타지물을 자주 접한 독자, 시청자라면 쌩판 기발한 이야기들로만 느껴지진 않겠으나, 세부 설정이 정말 센스있기 때문에 장르의 뻔한 공식대로 절대로 안 간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 대본집은 각 에피소드의 끝과 다음 화 시작 부분이 중첩되는데, 드라마도 전 화 결말을 시청자에게 상기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9화 후반, 10화 초에 정체를 다 드러낸 o은 정구원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세상은 의외로 대충 돌아가.(하권 p89)" 캬! 진짜 명언 아니겠습니까.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에서 대심문관(the inquisitor)도 사정없이 예수를 책망합니다. "네가 애초에 인간 새끼들을 개판으로 창조했기에 지금 우리가 온갖 나쁜 짓을 다 저지르며 이 고생을 하는 거 아니냐!" ooo는 대단히 무책임하게 섭리의 끝자락을 폭로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치밀하고 납득도 되는 보충 설명을 해 줍니다. "나머지는 인간들이 알아서 선택하기 때문에" 그런 부조리가 빚어지는 거죠. 하권 p64에 보면 광철이가 "인간이 신이나 악마보다 위대한데, 그 중 무엇이라도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살인마 찰스 맨슨도 비슷한 소릴 한 적 있습니다. 

9화에서는 ooo의 주제곡(?) <당신만이>가 더 이상 일부 소절이 찌그러진 채로 들리지 않는데 ooo이 처리되는 운명을 암시하는 건지 원곡대로 깨끗한 버전입니다(상권 p102에 최초 등장). 하권 p33을 보면 도희가 "이렇게 좋은 노래를 망치다니"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지문을 보면 딱히 특정 소절이 바로잡혀서 재생된다거나 하는 그런 설명은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 번 반복해서 돌려보고 확인한 거라서 아마 맞지 싶습니다. 여튼 이 노래는 엄청난 동안을 자랑하는 원로 가수 이치현씨의 40년 전 아주 감미로운 톤의 히트곡인데 5화~8화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ooo의 등장곡처럼 쓰이기 때문에 으스스한 느낌을 줍니다. 

이 드라마는 OST도 참 좋습니다. 포미닛 현아의 구남친 던(Dawn)이 부른 <우리 사라져도>가 아주 감미롭고 좋았습니다. 배우 송강은 의외로 좀 굵직한 목소리이긴 한데, 그 얼굴은 저 던의 목소리에 잘 어울립니다. 상권 p293를 보면 "껍데기만 괜찮은 이사장인데 뭐 껍데기만 남아도..." 어쩌구하는 박복규의 대사가 있는데 이것도 진짜 웃겼습니다. 이 외에도 뉴진스가 커버한 1996년 코나의 히트곡 <우리의 밤은 당신의...>도 참 좋았습니다. 사실 이 노래는 더 끈적끈적하게 불러야 제맛인데 아직 뉴진스 멤버들은 그 정도의 짬이 차지 않은 것 같네요. 11화 초반에 ooo도 전혀 예상 못한 방법으로 일단 문제가 해결된 후 블랙커피를 마시며(p149) 여유를 만끽하는 정구원이 핑거스냅 후 LP에서 듣는 곡은 <당신만이>가 더이상 아니라 쇼팽의 녹턴인데 대본집에는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여튼 노가네 빌런들은 여전히 지긋지긋한 수작들입니다. 저는 예전판 DC 슈퍼맨 프랜차이즈를 보고 번외로 감탄했던 게, 악당인 렉스 루서는 그저 필멸의 인간일 뿐인데도 악착같이 머리를 짜내고 자본력을 동원하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기어이 히어로를 위기에 몰아넣습니다. 주어진 능력만 보면 애초에 게임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개기는 걸 보면 그 의지와 집요함에 존경심이 들기도 하는데(?)... 여튼 돈은 돈대로 끌어다쓰며 사람(사이버 렉카, 경찰 수뇌부 등. 상권 p474에서 구속적부심 결과를 뜸 들이고 말하는 이형사도 진짜 웃겼습니다)도 고용하고 도청장치, 설명서 절도 등 온갖 술수를 부리는 꼴을 보면 저것도 참 할짓 아니겠다 싶고, 출발선상이 그렇게 유리했으면서 정작 지 몸에 지닌 능력치가 등신이니 그 좌절감이 오죽했을까, 능력자들이 주어진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지 발밑까지 기어올라오는 걸 보면 미치기 직전까지 가겠고, 2대를 거쳐 획득형질이 유전(??)되다 보니 손자대에 저런 괴물이 나왔지 싶습니다. 

드라마는 정말 영리합니다. 이제 남은 이야기가 뭐 있을까 싶은 단계에서도 신비서 같은 사람을 은근 의심하게 하는 등 트릭과 유머도 현란합니다. 처음에는 배우 송강의 대사 연기가 참 어색하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이 배우도 회차가 거듭됨에 따라 대본의 해석에 깊이가 생겨서 나중에는 송강과 정구원이 혼연일체가 됩니다. 김유정은 예전에 <구르미...>에서 제가 처음 저런 배우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이 블로그에 원작 소설 리뷰도 있습니다. 그때 썼던), 몇 년 전 <편의점 샛별이>에서 또 보고, 이제는 아주 능숙한 연기자가 다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주석훈, 진가영 캐릭터에 시청자들은 로맨스 훼방놓는다며 너무 짜증낼 필요 없습니다. 별로 유능해 보이지 않지만 알고보니 엄청 유능한(하권 p48) 각본의 힘이 엄청나기에 충분한 존재 이유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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