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끝내는 시원스쿨 토익 파트 3 & 4 - 토익 LC 초단기 고득점 전략서 일주일에 끝내는 시원스쿨 토익
길지연.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LAB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익은 한국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공인어학능력시험이며, 최근에는 그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출제경향에 변형을 많이 준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파트 3과 파트4가 비교적 어려워졌디는 게 중론이며, 경향이 바뀌었다면 그에 알맞게 수험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겠습니다. LC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교재는 모두 18개의 unit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파트 3에 대해서는 문제유형학습, 또 빈출 토픽 학습을 통해 우리 학습자들을 새로운 경향에 익숙해지도록 돕습니다. 두 단원에 나누어 이 코스를 몸에 배게 하며, 파트 3뿐 아니라 파트 4의 내용도 함께 다룹니다. 파트 4에 대해서는, 위의 두 단원에서 함께 다루기도 하고, 이 교재의 마지막 단원(지문 유형 학습)에서 따로 다룹니다. 제가 응시해 보니 확실히 예전에 비해 파트 4가 어려워졌고, 그래서 이 교재에서처럼 파트 4를 별개로 깊이 있게 공부할 필요가 느껴지긴 했습니다. 

UNIT 02에서는 주제, 목적, 문제점 등을 다루는 유형을 집중 공부합니다. 길지연쌤 책이나 강의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예를 들어 이 책 p20에서처럼 주제/목적이 나오는 표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짚어서 알려 준다는 점입니다. 주제(또는 목적)는 I'd like to, 혹은 I hope to 같은 표현 뒤에 나오며, 반대로 문제점이라고 하면 부정어 not 뒤에 주로 오며, 아니면 부정적인 형용사(faulty, defective, broken 등을 본문에서 예로 들어 줍니다) 등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though라든가, actually 등의 부사들 뒤에는 반전(反轉)이 따른다는 점도 우리들이 유의해야겠습니다. 

UNIT 07에서는 시각자료 연계문제를 다룹니다. 대표적인 게 p60에 나오는 것처럼 파이 차트를 활용한 것인데, 길지연 저자님 사이트에 가 보면 이 문제를 위한 음원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활기찬 남성 성우의 안내 음성이 들린 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남녀 두 분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이 예제에는 두 문제가 딸렸는데, 여기 등장하는 두 분의 경우 호주 억양이 뚜렷합니다. 이 페이지 우측 상단에 QR 코드가 찍혔고, 이걸 스캔하면 음원에 바로 액세스할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폰이나 컴에 음원(mp3 형식)을 저장하고 싶다면 이때에는 회원 가입을 하고 로그인까지 거쳐야 하겠습니다. 몇 달 전에 비해 음원 편성이, 중복되는 걸 없애고 더 깔끔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UNIT 11에서는 여태 공부한 내용들 외에, 일상 생활에 관련된 토픽들을 다룹니다. real estate agent는 부동산 중개인을 뜻합니다(교재에는 블랭크 처리되어, 답을 써 넣게 합니다). 스크립트는 초반/중반/후반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책은 이처럼 스크립트의 각 구성 부분에 어떤 내용들이 주로 나오는지도 친절하게 알려 주어서 좋았습니다. 호텔에 가면 자주 접하는 표현으로 amenities가 있는데 책에도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p95를 보면 업소가 현금을 받는지 안 받는지를 두고 take cash라는 표현을 소개하고 이런 게 어떻게 문제화하는지도 잘 보여 줍니다. 특히 이 교재에서는 어떤 패러프레이징이 토익 신경향 파트 3, 4에서 자주 이뤄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해 줘서 좋았습니다. 이를테면 p103(UNIT 12)에서 give a tour of를 conduct a tour of로 바꿀 수 있다든가 하는 설명이 그랬습니다.  

종전에 비해 어려워진 파트 4에 대해 특히 많은, 유익한 팁들이 교재에 실려서 좋았습니다. p140(UNIT 17) 같은 곳을 보면 광고(advertisement)에 대한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나옵니다. sign up for, endorse, half off regular price 같은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endorse는 여기서는 유명인이 광고에 등장하여 제품을 보증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법적으로 엄격한 의미에서의 보증은 아니고 우리 나라에서도 이뤄지는 TV 커머셜에서의 그런 셀럽 피처링, 혹은 앰배서더 같은 걸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변화하는 토익 경향을 잘 캐치하여, 그 중에서도 파트3과 4만 포커싱한 내용이 많이 도움 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박일섭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제가 예전  읽었던 책 중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란 제목을 단 게 생각났습니다. 떡볶이는 저도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아무리 떡볶이가 맛있다고 해도 그 메뉴가 주는 효용이라는 게, 고3 수험생이 평소에 원하던 대학에 진학하는 기쁨 만큼 크지는 않을 듯합니다. 이 책을 쓰신 저자께서는 (표지에는 겸손하게 자신을 "의지박약사"라고 소개했지만) 23살의 나이에 서울대 약대에 합격하신, 아주 훌륭한 분입니다. 고3 때에는 지역 명문대인 경북대 공대 전기전자공학부(p104)에 합격하셨었는데, 이 책를 읽어 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아주 어려운 환경에서 거둔 성과이므로 그 역시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현재 고3인데 공부가 마음처럼 잘 안 되는 학생들, 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고민이 많은 이들은 이 책을 읽어 보면 아마 많은 동기 부여가 될 듯합니다. 이 책은 대입 합격 수기를 겸하기도 하므로 수험생들에게 두루 도움이 될 정보도 많이 실려 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나라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공과대학에 많이 진학할 것을 권하지만, 현실적으로 공대생들에 대한 공동체적 지원이 결코 충분하지 않기에, 자신의 이후 인생이 송두리째 달리다시피한 학부 전공을 그저 사회적 당위성만으로 결정한다는 건 젊은이들에게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도, 영특한 성품에 강인한 의지를 지닌 어느 젊은 영혼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얼마나 큰 갈등을 겪었는지가 잘 기록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입시를 치른 입장에서, 요즘 세대는 어떤 과정을 겪고 대학에 들어오게 되는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던 독서이기도 했습니다. 또,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해도, 사람의 인성이 근본적으로 훌륭하고 마음에 모난 데가 없으면 이처럼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여든다는 점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많고, 인생의 고비에서 도와 줄 은인들이 있다는 게 알고보면 다 그 사람 본인의 덕성이 있어서입니다. 반면, 어쩌다 요행으로 제 분에 넘치는 소속을 얻었다 해도, 근본이 어리석고 불성실하며 상급자에게 간사한 충성심만을 보이며 부도덕하게 처세하는 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는 게 세상사 불변의 이치입니다. 

수학 과목은 많은 이들에게 넘지 못할 어떤 벽으로 남습니다. 과거에는 출제 범위가 매우 넓었고, 기교적인 풀이와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만 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께서 졸업한 서울대의 경우, 풀이 과정까지 모두 정확해야 점수가 주어지는 본고사를 따로 실시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100% 오지선다형이나 단답형만 출제되니 (수리논술 전형도 일부 시행되지만) 그보다는 쉬울 듯해도, 대신 킬러 문항이라는 게 또 있다고 하니 요즘이 마냥 쉽다고만도 할 수 없을 듯합니다. 이 책의 p168 이하 같은 곳을 보면, 수학에 약간 약했던 저자께서 처음으로, 제약된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며 문제집의 문항들을 모두 풀어내었던 순간이 자랑스럽게 회고됩니다. 사람은 이처럼, 종전의 자신이 넘지 못했던 어떤 허들을 넘어내는 승리의 체험을 통해 더 큰 존재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대체로 다들 그렇습니다만, 저자의 경우도 10대 시절 만화를 좋아하고 게임에 깊이 빠졌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공부에 최적화한 체질이라면 저런 만화, 게임 같은 게 눈에 안 들어올 수도 있지만, 사람인 이상 어떻게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자도 그런 극기(克己)의 과정을 다 겪고 나서 원했던 목표를 이루었고, 종전과는 다른 존재로 거듭나고 성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전혀 모르는 어리석고 교활한 천성의 벼락출세자는, 이 저자 같은 훌륭한 분들의 행보를 두고 "뭐 그냥 공부를 좋아하는가 보지"라며 값싼 자기합리화를 시도합니다. 남의 성취를 가볍게 여기는 인간은, 본인이 요행히 속하게 된 조직 안에서도 결코 높은 직위까지 올라갈 수 없습니다. 강한 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게 잔인하게 구는 그 나쁜 천성이 결국 조직 내 모든 이들에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합니다. 책 곳곳에는 이런저런 시련이 닥쳤을 때, 성경의 영감 가득한 여러 좋은 구절들을 인용하며 자신을 다잡는 계기로 삼는 저자의 지혜로움이 드러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40일 동안 극기하며, 마침내 사탄의 치명적인 유혹을 물리치고 절대자와 합일했던 기사를 읽으며, 저자도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목표를 이뤄냈던 것입니다. 저자는 간발의 차이로 약학대학을 차석졸업한 쾌거로 이 책을 마무리짓는데, 아마도 자서전 속편을 준비하는 듯합니다. 그 책도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33 영어
조정현 지음 / PUB.365(삼육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교재는 튼튼한 재질의 파일폴더 안에, 레벨1, 레벨2, 레벨 3 교재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케이스 표지에는 "온 국민의 아침을 깨워주는 영어 라디오 프로그램 굿모닝 팝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 장수 컨텐츠는 예전부터 전국 학원가 영어 일타강사분들만 진행하던 자랑스러운 내력이 있죠.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물론 학문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입으로부터 술술 나오는, 하나의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3단계는 또 3단계라고 해도, 3분간 하루 3번 집중만으로 과연 영어가 내 체질 안에 들어올까 의심이 들 수도 있지만, 역시 에센스만 뽑아내는 일타강사의 감각은 남다릅니다. 월간 굿모닝 팝스 공식 교재와는 또 별개로, 조정현 선생님의 이 책은 초심자를 위한 영어 공부 교재로 하나의 마스터피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교재는 학습지 포맷입니다. 외곽의 큰 파일폴더뿐 아니라, 레벨1, 2, 3에 각각 따로 포장지가 둘러져서 학습자입장에서 보관이 편하게끔 배려되었습니다. 시중에 나오는 다른 "학습지" 형태의 교재들도 이런 점은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른 데서 나온 학습지들도 파일폴더는 예쁘게 제작하지만, 또 각 교재들의 성격에 따라 표지 색을 달리 넣어 그 구분을 쉽게 하지만, 이 책처럼 레벨(또는 영역)별로 다시 포장지를 두르지는 않습니다. 레벨마다 각각 세 권씩의 학습지가 제공되는데 사실 세 권이면 구태여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아무튼 레벨별로 세 권 분책 형식이라 초심자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이 줄어듭니다. 

요즘은 네o버에서 블로깅을 하는 중에도, 유저의 관심사를 알고리즘이 추측하여 타 블로거의 컨텐츠를 추천해 줍니다. 저 같은 경우 이런저런 영어 구어 표현을 정리하여 꾸준히 업로드하는 여러 크리에이터들의 글들을 추천받는데, 기존 출판 교재들에서 자주 보기 힘든 표현들이 많아 흥미롭게 읽곤 합니다. 요즘 영어 공부는 꼭 공인시험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넷상에서건 외국에서건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이런저런 체험과 추억을 쌓는 게 메인인 것 같습니다. 이 교재도 그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서인지 그런 내용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벨1의 제1권 p29를 보면 "아오, 답답해"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가 나옵니다. 이런 간단한 말이 그때그때 바로바로 나와야, 영어가 그 학습자의 진짜 실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페이지 하단을 보면, [θ]과 [ð]의 차이에 대해 자세히 가르칩니다. 중학교 영어 시간에 가장 먼저 배우는 발음 중 하나인데, 우리 한국어에는 없는 발음이라서 어린 학생들(또는 초심자들)에게는 더욱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몇 번 듣다 보면, 대략 어떻게 혀를 대고 놀려야 저런 소리가 날지 감이 옵니다. 음성학상으로는 dental fricative, 즉 치(齒) 마찰음(磨擦音)들이죠. 이 교재에는 문장, 단어들의 원어민 발음을 담은 mp3로 연결되는 QR코드도 찍혀 있으므로 학습자가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또 눈여겨 본 건, 페이지 최하단에 저자가 적어 둔 설명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탑건, 매버릭>이라는 영화가 개봉하여 큰 관심을 모았는데, 이 작품은 1989년작 <탑건>의 수십 년 후 사연을 다뤄서 올드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그 작품의 주제가 <Take my breath away>는 벌린(Berlin. 독일의 수도 베를린과 발음이 같습니다)이 불렀는데, 이 곡은 영화관에서 돌비 사운드로 들어야 제맛이 납니다. 원래도 좋은 곡이지만, 저런 데서 그 웅장한 전주와 함께 들으면 정신이 잠시 다른 경계로 인도받는 듯한 느낌이 들죠. 가사 중 브레쓰어웨이🎵라는 파트는 연음이 되어 "브레써웨이"처럼 들리는데, 이때 voceless(유성음) dental fricative의 진면목이 잘 드러나기에 저자께서 특히 강조한 게 아닐까 저는 짐작합니다. 

영어에 그간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던 초보들에게 이 책은 그 허들을 낮춰 주는,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0패턴 독일어 회화 - 내 인생 첫 번째 독일어 내 인생 첫 번째 시리즈
이로사 지음 / PUB.365(삼육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인들은 대체로 영어를 잘하는 편입니다. 회사에서 업무상 독일 현지인들과 통화를 해 본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발음은 약간 어색해도 문형이 정확하고 격식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합니다. 따라서 독일인을 상대하기 위해 반드시 독일어를 배워야 할 이유는 요즘 크지 않긴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러나 음악, 법학 공부 등을 위해 현지 유학을 해야 한다거나, 그 외 상사(商事) 관련 장기 체류가 필요하다거나, 국제 결혼 등을 염두에 둔 분들은 이 언어를 공부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회화 능력을 갖추려면, 실생활에 자주 쓰이고 유용도가 높은 표현들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게 가성비 좋은 선택이겠습니다. 저는 작년(2024) 10월, 지금 이 책의 저자인 이로사 선생님이 쓴 ZD 시험 B1 등급 대비서를 리뷰한 적 있습니다. 학문적 정확성도 잘 유지되고, 초심자들을 배려한 쉬운 설명이 돋보이는 건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내첫(=내 인생 첫번째)" 시리즈 중에서는, 제가 작년 11월에 러시아어(벨랴코프 일리야 著) 120패턴 교재를 리뷰한 적 있으니 그 글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옷이나 신발을 살 때 "다른 사이즈 있나요?"라고 물을 경우는 아주 많겠습니다. 이 교재에는 모두 50패턴의 회화(의 상황)가 나오는데, p112의 제18번 패턴을 보면 바로 그 문장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 코트가 다른 색깔로 있나요?"라면 영어로는 "Does it(=that coat) come in another color?"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걸 독일어로는 Haben Sie den Mantel in einer anderen Farbe?라고 합니다. Farbe가 색깔(color)이라는 뜻이며, 독일어는 명사가 모두 대문자로 시작하니(꼭 고유명사가 아니라도) 모양이 저렇습니다. 또 영어나 독일어나 "~색 옷"이라고 할 때에는 전치사 in을 쓰며, 영어도 흰색 옷, 푸른색 옷이라고 할 때에는 in white, in blue라고 합니다.

p113을 보면 "이 스웨터 (내) 마음에 들어요."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스웨터는 한국인들은 요즘 니트라고 많이들 부르죠. 이걸 영어로는 pullover라고도 하는데, 아까 말했듯이 독일인들은 영어를 잘할 뿐 아니라 영단어를 (우리 한국인들처럼) 일상에 들여와 자기네 말처럼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 p113에도 der Pullover라고, 남성명사로 정관사까지 붙여 저렇게 자국어처럼 쓰는 것입니다. v도 독일식으로 [f]으로 발음할 필요는 없고, 그냥 영어처럼 유성음 [v]로 소리내면 되겠습니다. 이 페이지 마지막 줄 맨앞 문장은 tja로 시작하는데, 독일인들과 실제 대화를 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일종의 감탄사로서, 응, 자, 또는 헐 같은 뜻으로 대화에서 자주 씁니다. 이렇게 뭔가 구어체 분위기가 실감나는 예문이라서 더 좋았습니다. 

p128을 보면 21번 패턴에서 je-desto 비교급 구문이 나옵니다. 고교에서 독일어를 선택했다면 2학년 1학기 말쯤에 배웠겠습니다(저는 그랬습니다). 책에서는 "Je mehr du lernst, desto besser wird dein Deutsch."라는 예문이 나옵니다. 뜻은 "더 많이 공부할수록 독일어(실력)는 더 나아진다."인데, 잘 보면 앞부분은 (주어)+(동사)로서 동사가 맨뒤에 위치하여 후치(後置)이고, 뒷부분은 (보어)+(동사)+(주어)로서 도치(到置)입니다. 저자 이로사쌤은 p128 최하단에 이 점을 꼼꼼하게 밝혀 두었는데, 보통 회화책에서는 이런 문법 설명을 하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에, 저는 이런 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p158에서는 상대방에게 공손하게 들릴 수 있는 말투로 접속법 2식을 배웁니다. 접속법 2식 자체가 공손한 말투라는 게 아니라, 이게 영어의 가정법과 비슷하여, 상대가 만약 나의 이러이러한 행동을 허락해 주신다면... 같은 "가정"이 은근 들어간 말투라서, 결과적으로 그게 공손한 말투가 되는 거죠(앞의 p121도 참조). 아무튼 이 접속법 2식에서 동사는 그 모습이 제법 크게 변하는데, 책에도 나오듯이 sein 동사는 wäre(1인칭 단수)처럼 모양이 심히 달라집니다(직설법 과거는 1인칭 단수의 경우 war). 책에서 간접화법이라고 한 건 접속법 1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저는 그렇게 생각되네요). p236에는 희망을 표현하는 용법의 접속법 2식이 설명됩니다. "반카드"라는 건 Bahncard인데, 독일에 가 본 분들은 알겠지만 (이 책의 설명대로) 기차 여행시 필수품입니다. Bahn은 영어의 vehicle, car와 같은데, 사실 독일어에도 Karte라는 여성명사가 있습니다만 이처럼 영어 card를 끌어댄 합성어가 쓰이는 게 재미있습니다. 이 교재는 이처럼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실용적인 정보까지를 제공해 주는 점도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난감 괴물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근대 과학문명이 유럽 중심으로 화려하게 꽃핀 건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존중했던 문화 덕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암스테르담, 1677년 자유의 발명"이라고 나오는데 1677년은 벤투 스피노자가 40대의 아까운 나이로 타계한 해이며 또한 그가 쓴 저작들이 출간된 연도이기도 하다고 이 책 뒷표지에 나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바뤼흐 스피노자의 평전이지만, 그 형식이 "소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작품이 "역사에 기반한 허구"라는 점을 스스로 부인합니다. 그간 스피노자의 생과 사상은 다분히 추상적으로만 알려졌으며, 유명한 말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은 그가 한 말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스피노자는 중고등학생도 알 만큼 유명한 철학자이지만, 그가 과연 한 인간으로서 실제 역사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정확한 자신의 신조나 가르침은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였거나 크게 곡해되었다는 게 작가의 관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전하는 자료만으로 더 정확한 진실을 어떻게 밝히겠습니까?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소설의 형식을 통한 탐구"입니다. 꽤나 재미있기도 한 이 "소설"을 통해 스피노자는 추상의 너울을 벗고 피와 육신을 지닌 인간으로서 독자를 만납니다. 프랑스어 원제 "le clan spinoza"는 직역하면 스피노자 무리라는 뜻인데, 영원한 개인의 자유의지를 강조한 그의 가르침을 계승한 이들 모두가 "스피노자들"이란 뜻도 되며, 좁게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스피노자의 모든 동조자들과 동료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인물들은 비록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다채로운 대사를 읊고 행동하지만 하나하나가 다 실존인물들이며 가공된 캐릭터는 드물게 나옵니다.

네덜란드는 상인들의 나라이며 특히나 암스테르담은 당시도 지금도 세계적으로 번성한 상업도시입니다.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상당수 사건의 배경은 거래소들인데 거래소라고 해도 참으로 다양한 품목을 거래합니다. p107을 보면 한 노인이, 아직은 세상 물정에 서투른 젊은이가 저자를 기웃거리는 걸 보고 현물 거래는 여기서, 또 선물(先物) 거래는 저쪽에서 이루진다고 가르쳐 줍니다. 17세기라도 이미 현대의 금융파생상품과 매우 흡사한 형태의 선물(future)이 거래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선물은 일종의 위험 헤지(risk hedge) 수단입니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나쁜 일이 터져도 이 선까지만 피해를 입겠다고 미리 선을 긋는 거래행위입니다. 밀, 설탕, 향신료의 가격 동향에 대해서는 그렇게 조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피노자는 말합니다. "두려움은 얼마이고, 반대로 희망은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가? 신중함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가?" 현자들이 대중을 위해 고안한 파생상품이 바로 철학이라고 스피노자는 말하는 듯합니다.

p242를 보면 데카르트는 논리, 기하, 대수라는 별개의 영역을 통합했다는 찬사를 받고 실제 스피노자도 자신의 시대에 데카르트 전문가로 꼽혀 우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세기 논리실증주의의 위대한 좌절을 보면 알듯 이 세 영역의 완전한 통합이란 요원한 목표이며 다만 데카르트는 초급 해석기하의 발판을 놓았기에 상당수 도형 문제를 방정식으로 훨씬 명료하게 처리하는 천재적인 업적을 이뤘습니다. 예컨대 원은 천 수백 년 전 에우클레이데스의 언명대로 "특정 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놓인 다른 점들의 집합"일 수 있지만, 데카르트의 좌표계에 기반한 방식이라면 (a,b)로부터 거리 r을 유지하는 (x,y)로 표현됩니다. 스피노자, 그리고 로데베르크 메이어르는 novum institium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이 세계관에서 기존 물리학이나 의학의 개념들은 일제 변혁을 맞습니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명제는 수백 년 후 변증법의 근대적 변용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p379를 보면 판 벨타위선은 <철학이 성경을 해석한다>를 쓴 불온한 저자로 지목되어 재판관들의 엄혹한 추궁을 받기 직전입니다. 불온서적의 명단에는 홉스가 쓴 <리바이어던>도 포함되었습니다. 오늘날 청소년 필독서로도 꼽히는 이런 책들이, 그토록 자유로웠다던 암스테르담에서도 칼뱅주의 신정론자들의 엄혹한 심판대 위에 올라야만 했습니다. 스피노자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마냥 의견일치만 있었던 건 아니어서, p458 이하에서는 스테논 등이 이의를 제기하며 논쟁이 일기도 하지만 이 클랜 안에서 언제나 최상위의 제단에 고정된 덕목은 첫째도 자유, 둘째 셋째도 자유입니다. 스피노자라는 이름은 지구 최후의 날까지 자유와 동의어이자 그 상위개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