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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남 - 폭발적으로 깨어나고 눈부시게 되살아난 사람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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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코로나 19 때문에 전세계가 고생입니다. 그런데 1910~20년대에는 "기면성(嗜眠性) 뇌염"이라는 게 크게 유행해서 수백만 명의 환자를 발생시켰다고 합니다. 모기에 의해 전파되었던 것도 아니며, 얼마 전 코로나 초기 유행 당시에도 대구의 17세 소년이 이른바 사이토카인 증세 때문에 사망했는데 이 병 역시 그와 유사하게 자신을 공격하는 과다 면역 반응이 그 원인이었다고 추정한다고 합니다.

저자 올리버 색스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독자는 알겠지만 본래 그는 전문의 과정까지 마친 의사였습니다. 4년 전(2017)에 그와의 대담을 소재로 삼은 빌 헤이스 著 <인섬니악 시티>가 우리 책좋사에 이벤트로 나온 적 있었죠. 색스가 젊은 시절 기면증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직접 그들을 맡아 여러 처방을 시도한 적 있습니다.

이 병은 눈도 멀쩡히 뜨고 있고 의식도 있지만 아무 말이나 행동을 못한 채 표정 하나 바꾸지 못하고 얼음처럼 사람이 머물러 있는 게 특징입니다. 책에 나오듯 예를 들어 테니스 공을 던져 준다거나 하면 기가 막히게 그 제한된 동작(공을 받음)만은 해 내는 게 신기합니다. 이들에게 엘도파를 처방해서 제한적 효과를 본 게 색스의 공로입니다. 엘도파는 본래 파킨슨병에 쓰는 약이라고 하는군요.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틱장애가 심하게 일어난다거나, 성격이 공격적으로 바뀐다거나 하는 경우가 보고되었다고 합니다. 하긴 그토록 장기간 기면증을 앓아 사회에서 거의 격리되다시피한 환자들에게 무리 없는 적응을 기대한다는 게 애초에 무리이긴 합니다.

이 책은 영화로도 1990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에서는 맬컴 새이어 박사가 주인공인데 이 캐릭터가 사실상 올리버 색스와 같은 사람입니다. 로빈 윌리엄스가 이 역을 맡았는데 싱크로율 거의 100%로 그의 장인정신이 빛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소년 시절 기면증에 걸려 내내 병원에 입원해 있던 레너드 역인데 역시 인간 복사기입니다. 기면증 환자를 제가 본 적은 없지만 정말 무섭도록 병마에 신음하는 중년 남성의 갖가지 아픔을 잘 표현합니다. 영화 제목으로 찾으려면 <사랑의 기적>으로 검색해야 합니다(미완의 기적이긴 하지만).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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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스파이
박상민 지음 / 좋은땅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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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라는 건 참... 효율적인 스파이가 되려면 그저 맹목적인 애국심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맹목적인 애국심"으로는 안 된다, 이게 아니라, 맹목적인 애국심도 갖추고, 그 외에 다른 (상상이 불가능한) 스킬도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맹목적인 애국심이 없으면, 어떻게 이중삼중 인격을 장착하고 필요에 따라 가면을 바꿔 낄 수 있겠습니까? 보통 사람은 비위가 약해서라도 이게 안 될 텐데, 그걸 다 참고 해 낸 다는 건 기본으로 맹목적 애국심이 갖춰져 있다는 뜻 아닐까요?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고, 역사상으로는 그저 이중삼중 간첩 노릇을 하며 중간에서 자신의 잇속만 채운 악질들이 더 많긴 합니다.

저자는 리하르트 조르게를 두고 "위대한 스파이"라는 규정을 합니다. 물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스탈린이 그의 보고만 정당하게 신뢰했던들 훨씬 적은 (국가적) 희생을 치르고 (개인적) 정력을 덜 소모하며 승전할 수 있었을 겁니다. 기록대로 그가 밝혀낸 첩보가 모두 그리 성공적인 것들이었다면 스탈린은 상대 패를 다 알고 고스톱을 친 셈인데도 초장에 그리 당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충직하고(?) "위대한" 스파이보다 상대편 두목에 대해 (부당하게) 너무 큰 외경을 품은 탓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조르게에 대해 "순교자"라고까지 평합니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타임리스>라는 드라마를 방영해 줬는데 여기 보면 작중 캐릭터로 이언 플레밍의 첩보원 시절이 나옵니다. 물론 그는 이후 007 시리즈로 대성공을 거둔 작가이기도 합니다. 1998년 영화 <엘리자베스>를 보면 마리 드 기즈를 놓고 프랜시스 월싱엄이 그녀와 직접 동침(!)한 후 암살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이 없었다는 보장도 없지만 여튼 이는 영화 속의 상상입니다. 조선 역사에서 이와 비슷한 예라면 장희재의 전처 자근아기의 마음을 산 후 결정적인 정보를 빼내 남인 세력을 궤멸시킨 김춘택 같은 이가 있겠습니다.

책에서는 몇 사람을 "세기의 스파이 두목들"로 묶는데 이 중에는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윌리엄 도노번, 라브란티 베리야, 또 존 에드거 후버 같은 사람들이 낍니다. 저 중에서 제일 무능한 인간은 (허리띠가 없으면 꼼짝도 못하는) 베리야가 아닐까요? 여튼 1~6장에 나온 인물들은 필드 에이전트로서 유명한 이들이고, 7장에 나온 사람들은 정보기관 수장들이라는 거겠습니다.

4장은 여성 스파이들을 다루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을 마타 하리의 이름이 왜 없지 싶지만 그럴 리가 없고 제16번에 나오는 마가레타 젤러가 바로 그녀입니다. 물론 그 세세한 행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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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특별합본호 세트 - 전3권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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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트는 케이스입(入)입니다. 더군다나 창비판이고 황석영 역이라서 소장가치가 있습니다. 각권이 하드커버는 아니니 케이스가 꼭 있어야 하겠습니다. 약간 아쉬운 건 본격 인물 사전이라든가 상세 지도 같은 별개의 부록이 없으니(원래 전 6권판에도 황석영譯에는 이런 게 없습니다) 그 점도 유의해야겠네요. 하드커버 아닌 것치고는 책값이 비싸지 않느냐고 물으면 역시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습니다.

그저 착각이겠으나 이렇게 전 3권판으로 읽으면 뭔가 6권, 심지어 10권판으로 읽을 때보다 분량이 짧아진 듯하여 읽는 부담이 줄어든 듯한 느낌도 듭니다. 실제로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황석영의 문장이라서 읽기에는 아주 편하고 유려한 맛이 있습니다. 단 딱히 그만의 관점이 드러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관점이나 개입을 중시하지 않는 독자라면 더 좋은 점입니다.

"젊은 세대도 다시 찾는 동양 고전 필독서"라고 하는데 사실 한국에서는 젊은 세대가 더 많이 읽습니다. "세 번도 안 읽은 사람과는 말을 섞지 말고..."는 훨씬 나이 많은, 지금은 고인이 된 세대들에게나 적용되고, 지금 생존해 있는 나이 든 세대는 오히려 젊은이들보다 <삼국연의>를 안 읽은 분들입니다. 그 밑 세대는 게임 때문에 처음 만화책으로 읽기 시작했겠고, 그 밑 세대는 정사까지 읽고 인터넷으로 각종 커뮤를 통하여 더 많고 더 정확한 정보를 접한 세대라서 각 역본의 오류나 아쉬운 점도 잘 짚어 냅니다.

조비는 자(字)가 자환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위(魏) 나라의 초대 황제입니다. 어려서 이 소설을 읽을 때에는 문재(文才)야 원래 뛰어났고, 정치적 능력도 부친 못지 않게 뛰어난 줄 알았으나 지금 다시 읽어 보니 그렇다고 보기 힘드네요. 오주 손권이 비굴하게 몸을 낮춰 칭신할 때 어려서 읽을 때에는 이 역시 국제정세를 종합적으로 볼 능력이 없어서였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촉과 위 양측에서 협공을 당하면 강동이 존립하기 힘들었습니다. 마지못해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는 몸부림이었는데 이 형식적 제스처에 헛된 위신을 만족시키느라 군사행동을 지체한 건 무능의 소치이자 실책이었습니다.

조비의 행적 중 재미있는 게 자기 동생도 죽이려 한 인간이 그 출신도 미심쩍은 맹달 같은 망명객에게는 그렇게도 너그로웠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그저 잘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죠. 이 사람을 수레 옆에 싣고 시가지를 돌아다닌 걸로 보아 비주얼 같은 요소가 정치의 상징조작에 아주 유용하던 시절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뭐 요즘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말입니다.

촉이 등애와 종회에 의해 망하고, 엉뚱하게도 고평릉 사변이 일어나 사마씨가 정권을 잡은 후 위가 망하고, 미친 망국 군주가 오나라를 망하게 했습니다. 이후 삼국을 통일한 건 진(晉)이나 명분을 잃고 술수에 의지한 책동의 업보를 받았는지 이후 8왕이 난립하여 외적의 환을 유치한 셈이니 본디 청류의 가문으로 명망이 높았던 가문의 후손치고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종막을 맞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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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환경시장 진출가이드 : 루마니아 유망환경시장 진출가이드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 엮음 / 진한엠앤비(진한M&B)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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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세계적 어젠더로 부상하는 "환경관련산업"과 그 시장에 초점을 둔 가이드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요즘 같으면 ESG라는 키워드로 묶이겠으나 출간 연도가 2016년이라서 "환경" 하나에만 포커싱하는 체제입니다.

루미니아는 체조 강국으로도 유명하고 축구도 간혹 FIFA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무엇보다 드라큘라 백작 이야기로 세계적 인지도를 갖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동유럽 중 유일하게 라틴계 언어를 쓰는 나라"라고 배웠는데 이는 로마제국이 일찍부터 이 지역을 정복하고 로마 문화로 동화시킨 때문입니다. 로마인들이 이곳에 이주해 온 것도 있고, 원주민인 다키아인이 대거 살상당하여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거나, 생존자들이 일찍부터 로마에 동화된 까닭이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는 로마 가톨릭의 세갸 약한 편이며 많은 수가 정교회를 믿습니다.

EU는 현재 적잖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지만 여튼 꾸준히 외연을 넓히는 중입니다. 07년에 루마니아도 EU에 최종 가입했는데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으로써 루마니아가 EU의 환경 규약 표준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탄소 배출 등 여러 까다로운 환경 규제를 국내에 시행해야 하며, 이것 관련 다양한 신산업이 성장할 토대를 갖췄습니다. 한국이 강한 분야는 폐기물관리 산업인데, 루마니아 현지의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므로 진출을 노려 볼 만합니다. 이 나라 입장에서 절실한 분야는 수자원 인프라, 농업용 퇴비 생산 등이라고 하네요.

루마니아는 의외로 다민족 국가인데 남동부의 왈라키아, 동부의 몰도바, 그 밑의 작은 도브루자, 북동부의 부코비나, 서부, 중부의 트란실바니아 등으로 나뉘고 이 지역에도 참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삽니다. 지역 하나가 민족, 종족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지역 안에도 헝가리인, 독일인 등 다양한 그룹이 거주합니다.

특히 이 분야는 관련 관공서와 담당자들과의 협력이 필수이므로 책 말미에는 해당 기관의 전화번호, 팩스, 모바일폰 번호 등이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발행처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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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집주 - 현토완역, 개정증보판 동양고전국역총서 1
성백효 역주 / 전통문화연구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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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는 한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경전으로 존중되었고 이만큼 오랜 세월에 걸쳐 베스트셀러(?)로 군림한 책도 한국에서 찾아 보기 힘들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논어는 여러 번역자에 의해 우리말로 옮겨졌고 그 종류를 일일이 세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집주는 송대 주희가 주를 달아 저술한 것이며 역시 한국에서는 원전 못지 않게 존숭되는 내용입니다.

서양에서는 공자의 가르침을 두고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 교훈을 나열했을 뿐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분석되지 않는다"고도 하는데, 소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 철학자와 비교하면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 부처의 어록도 어록으로만 남았을 뿐 왜 그런 말씀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전에 직접 설명이 없죠. 또 공자의 가르침에 대해 이후 수많은 유학자들이 분석과 해명을 시도했고 이 모든 문헌을 섭렵해야 유학에 대한 바른 이해가 가능합니다. 유학의 경향도 훈고학, 성리학, 양명학, 고증학 등 여러 방향성이 있는데 이처럼 시대에 따라 지표가 갈리는 것만 보아도 공자의 가르침 그 깊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君子亦有惡乎 子曰 有惡 惡稱人之惡者 惡居下流而訕上者 惡勇而無禮者 惡果敢而窒者 曰 賜也亦有惡乎 惡徼以爲知者 惡不孫以爲勇者 惡訐以爲直者

양화편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 이 질문은 자공(子貢)이 스승에게 여쭌 것입니다. 자공은 공문십철 중 한 사람인데 본명은 단목사라고 하며 이 역시 <논어> 본문에 언급됩니다. 언어에 능하기로 염유와 나란히 꼽히며, 사마천이 쓴 <사기> 열전 중 한 파트에도 이 사람의 놀랍기 짝이 없는 정치적 수완이 서술됩니다. 해당 대목은 너무도 놀라워서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지 잠시 머리가 어지러워질 지경이죠.

窒은 "막힐 질" 자입니다. 여기서는 "융통성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訕은 "헐뜯을 산" 자인데 윈도우에서 기본 제공되는 한자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예수, 부처와는 달리 공자는 이상적인 군자상을 놓고 "미워할 사람은 단호하게 미워해야 (그것이) 군자의 마음가짐"이라 말합니다. 아마도 이 점이, 유교의 객관적 관념론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이 다음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나오는데, 마을 사람이 전부 좋아하는 사람이 선인이고, 전부 미워하는 사람이 악인이라고 할 수 있느냐를 묻습니다. 공자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며, 선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선인이며, 악인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또한 선인이라고 말합니다.

선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선인인 줄은 알겠는데, 악인이 미워한다고 해서 그걸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까요? 악인은 그 나름대로 부지런한 사람이라서, 자신의 악한 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선인을 용케도 찾아내어 아주 격렬히 미워합니다. 물론 저 사람이 선해서 나는 저 사람을 미워한다고야 절대로 말 안 하죠. 무슨 구실이든 찾아내어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모함하는 게 그들의 생리입니다. 선인은 이런 악인들을 찾아내어 단호하게 응징하는 게 어쩌면 그의 의무 중 하나인데, 이 점에서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까지 내어 주라"는 예수의 가르침과는 큰 대조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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