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은 미술사 학자의 글이 실려 있다. 미술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그림의 역사적 지식과 배경 등으로 작가의 삶을 추적해서 오늘날 어떤 미술적 가치를 무슨 안목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한다. 그렇다면 꼭 미술에 대해서만 안목이 필요한 것만도 아니라 이는 광범위하게 우리가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안목의 차원으로 응용할 수 있다.

 

즉슨, 사람의 눈은 자의식에 대한 필터를 안경처럼 쓰고서 마주한다. 사고방식과 습관이나 지식의 정도와 살아가는 태도, 욕망의 정도와 그 기준에 따라 의식의 필터가 작용하며, 이런 의식이 바라보는 태도가 다시 삶의 미래의 행보에 방향타를 결정하기도 한다. 가장 큰 부분이 자신의 욕망이나 혹은 이익이나 혹은 유리한 그런 복합적인 시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통칭해서 안목이라고도 한다.

 

살면서 무엇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대체적으로 자신에 유리한 욕망이나 이익의 기준을 설정한다. 흔히 주식을 하거나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혹은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 활동 또한 다 비슷하다. 다만, 어느 차원의 욕망인지, 또는 욕구인지 구분될 뿐이다. 때로는 형이 하학적이거나 혹은 형이 상학적이거나 욕망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얼추 왜 저런 관점을 가지는 건지 유추된다. 어떤 필터를 가졌는가 혹은 이 의식의 필터가 어떻게 생성된 것인가 추적하면 유추하여 수렴할수록 접근의 결론이 나온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얼추 맞아떨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따라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안목에 비견되는 관점의 시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예술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이든 사람들이 가치롭게 여기는 것 중에 새로움의 발견이거나 최초 발명을 역사적이라면서 기록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라든지 새로운 것을 발명했다는 것의 의미가 주는 가치로 여긴다. 역사는 고전적이든 현대적이든 처음을 기록한다. 두 번째라 하더라도 똑같은 재탕은 기록을 할지라도 처음보다는 비중을 낮게 여기기도 한다. 즉 배껴 쓰는 것의 가치는 절하당하고 최초의 시도나 최초의 발견을 가치롭게 따진다. 흔히 소주 상표 중에 왜 "처음처럼"이 신선한 느낌이 드는 건지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납득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조의 시작과 새로운 발견 새로운 행위 같은 뉴 퍼포먼스의 가치는 항상 진보적이어야만 한다. 새로움이란 낡음이나 답보로는 발현되지 않는다. 이런 새로움의 발견을 위한 평가는 곧 새로운 안목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인류가 오늘날까지 진보나 진화라는 역사를 쓰게 된 원인이다. 즉 변화하지 않고 똑같이 그대로의 답습만이 있었다면 인류는 여전히 돌도끼를 손에 들고 ""우가우가" 원시의 노래나 부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힘은 새로운 안목의 관점에서 나온다. 지금은 형체도 겨우 알아보는 작은 동굴의 벽화에서 인류가 최초로 어떤 대상의 스케치하고자 했던 그 원인과 동기, 발상의 의지가 답습만 있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었던 원인이다. 사람은 늘 비슷한 일상을 살면서도 늘 새로운 것과 의식에 갈구가 있다. 생존이란 길에서 늘 가던 길처럼 보일지라도 같은 길에 약간의 변형과 변화와 변모를 발견하는 것이 어쩌면 지겹다고 하지만 결국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는 길일지도 모른다.

 

왜 비슷하고 뻔해 보이는 사진을 찍냐는 질문을 받는다. 비슷하게 보이고 뻔해 보이는 것은 아주 디테일한 차이에 대한 안목이 결여된 질문이다. 차이와 다름에서 우리는 새로운 이상과 욕망을 투영한다. 그래서 어제보다 새로운 오늘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이는 예술에서 그 새로움의 안목을 가짐으로써 정점의 발현을 목도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살아온 바대로 익숙함에 젖어간다. 이는 새로움이란 모험보다 경험으로 쌓은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자연스러운 현상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는 급변하고 시간의 변화는 멈추지 않고 새로운 가치는 매일매일 적응을 요구한다. 관건은 새로움을 선도하거나 따라가는 종속이거나라는 차이가 있다. 다만 가치는 가치롭다고 여기는 사람의 소유일 것이다. 물론 저마다의 욕망에 따른 판단력의 가치 필터는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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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3-16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가 같은 내용의 책을 두 번 읽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디테일한 번역의 차이점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할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예전에 봤던 책을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르죠. ^^

yureka01 2020-03-16 15:49   좋아요 0 | URL
마찬가지로 영화를 처음 볼 때와 두번째 볼 때가 다르 듯이..책도 비슷합니다...

강옥 2020-03-17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석윤 시인의 ‘타르쵸 깁는 남자‘ 시집을 읽고 있어요.
집도 바깥도 조용하기 그지없는 봄날
막연히 유레카님의 안부가 걱정됩니다.
자의반 타의반 퇴직을 결정하신 것 같은데 마음이 참 아프네요.
이 시대 가장들의 민낯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나마, 딸 하나 두신 게 잘한 선택입니다. 이 거칠고 험한 세상이 어디까지 가려는지.....

yureka01 2020-03-17 14:40   좋아요 0 | URL
아고..요즘 코로나 때문에..여긴 긴 침묵중인 도시 같아서요..
활력도 없고..조용히 바이러스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같더군요..
지인들 만나기도 어렵고 서로가 조심하자는 분위기라서요..

가진 자본이라도 많으면 퇴직 대신에 은퇴라도 하고 싶은데
아직 몇년은 더 해야 겠더군요..

경력과 자격증이 필요한 곳도 있을 거에요. 공부도 더 하고 싶어요.

관심 감사드리구요.. 시간 나면 언제 뵙고 싶은데 그참..시간 내기가 서로 어렵기도 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