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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 만세! - 집밥, 외식, 가끔은 여행식
다카기 나오코 지음, 채다인 옮김 / 살림 / 2016년 7월
평점 :
“너희집의 소울푸드는 뭐야?”
친구의 질문...흑인 노예들의 소울푸드니 뭐니는 책에서 봤지만 우리집의 소울푸드?
그런게 있나? 그냥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특별한 음식이라....
겨울이면 안방에 모여서 엄마가 곗돈 부어 사신 전기팟? 으로
즉석떡볶이 보글보글 끓여 먹던 거?
아님 온 식구가 모여 졸면서 만들던 만두?
500개쯤은 당연하다는 듯 만들었었는데, 나는 항상 주전자 뚜껑 담당이었다.
엄마가 홍두깨로 밀어놓은 밀가루반죽에 뚜껑을 힘주어 눌러
만두피를 만드는 담당.
아빠는?
언제나처럼 할머니와 함께 시식담당이었던 걸로.
“에미야 좀 짜다!!”
진짜 우리 할머니 말투가 딱 이랬다.
다카기 나오코의 식탐일지는 말그대로 음식이야기다.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고,
먹으러 여행을 가며
혹은 우리집에만 있었던 묘한 조합이지만, 맛있었던 음식 이야기.
외식의 추억.
이제 어른의 입맛이 되었다는 것.
맛있어서 행복한 이야기다.
그러고보면 나는 못 먹는게 많아서 욕을 먹곤 했는데,
특히 어린시절엔 닭, 고기, 회, 생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속 터질 일이겠지만, 우리집에선 환영받을 일이었다.
한 입 주는게 어딘가.
다들 내가 커서 머리 깎고 어딘가로 들어갈 줄 알았단다.
지금도 닭이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 먹기 힘들다.
우리 세 식구는 치킨을 시켜도 매번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했다.
몇 조각이 항상 남으면 내일 데워 먹자 하다가고 결국 며칠이 지나 버리게 되고..
얼마전에 아이가 전화가 왔다. 혼자 1인 1닭을 했다고.
장하다. 네가 며칠을 굶었나보구나 등등의 대화를 나누는 걸 언니가 보더니,
우리 식구, 별로 못 먹고 사는 거 같은데도 오동통 땟깔 좋은거 보면 인체는 참 신비하다고 했다.
언니네는 모두 1인 1닭쯤은 가능하다.
우리집 살은 밀가루로 만든 살이다.
수제비, 칼국수, 국수 , 쫄면.....다 면돌이 면순이들이다.
내 추억의 음식은 김치수제비와 계란밥이다.
겨울이면 신김치로 김치국밥을 끓여주시는데, 거기에 엄마가 가득 넣어주시던 수제비가 그렇게 좋았다.
그리고 간장 계란밥.
내 주된 단백질 공급처, 계란과 참기름, 거기다 깨소금까지 뿌리고 간장 조금 둘러서 비벼 먹는 간장 계란밥.
열무 가득 된장 비빔밥.
묵은지 김밥.
한여름 오이냉국에 말아먹는 밥.
갓 구은 김에 싸 먹는 하얀 쌀밥.
오늘은 김이나 좀 구워볼까한다..
고기는 회식때나 실컨 먹는거라고 남편에게 말했는데
내일은 삼겹살이라도 좀 구워줄까싶기도 하고.
( 아래는 요즘 내 뱃살의 주범 ㅎㅎ 44가지맛의 젤리들 중 일부. 계피맛은 좀 ㅠ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