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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SEASON 2022.창간호 - 100세 시대, 길고 멋진 인생
갈다 편집부, 강양구 외 지음 / 갈다(잡지)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여러분, 우린 이미 영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무슨 약장수 문구같지만, 물리학의 세계에서 우린 이미 영생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산소와 수소, 탄소와 질소를 이루어진 우리는 같은 재료인 책상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원자들이 배열 방식에 따라 다양한 존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자신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있고, 번식을 통해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생명의 속성이라고 한다. 죽음은 물질이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죽음과 생명은 반대말이 아니며, 생명이야말로 특별한 상태인 것, 죽음으로 가득 찬 우주에서 생명이란 것은 정말 특별하고 부자연스런 존재이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다. 죽음은 원자의 소멸이 아니라 원자 배열의 변경이니, 우린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새로운 존재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러니 우린 이미 영생의 삶을 살고 있다. 흙이 되거나 나무가 되거나 혹은 열매가 될 수도, 아니면 누군가의 책이 될 수도 있다.
김상욱 교수의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우리는 원자로 영생한다>란 글의 요지다.
무언가가 되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 삶이라는 것이 사실은 너무나 부자연스럽고 특별한 일이라는 것을 읽으며, 무언가가 되는 것이라면 책이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책은 누군가가 무엇이 된 것이다 라고 생각하니 헉 좀 무섭다.
다양한 과학책들을 소개하고, 과학자들의 추천 도서와 이유, 인터뷰 기사 등도 담겨있다.
100세란 주제에 맞게 노화와 영생, 질병에 대한 내용, 노년의 즐거움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을 간추려 보자면,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이자 과학저술가이며 정신과 전문의로 교수로 활약했던 이근후의 인터뷰였다.
“매사에 감사하죠. 특정한 무엇에 감사하다 하면 거기에 갇혀요, 하나님에게 감사하면 하나님에게 갇히는 거고 부처님에게 감사하면 부처님에게 갇히는 겁니다. 나에게 베푼 사람한테만 그 신세를 갚아야 할까요? 그 사람에게 갚아도 좋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베풀면 더 좋잖아요. 나눌 곳은 많다는 얘깁니다.” (이 분의 감사하다는 말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온갖 질병에 시력을 잃은 상태에도 유투브와 방송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의 글에서는 이미 노화를 늦추는 약들은 많이 개발되었고, FDA승인이 거의 완료단계라는 것이다.
아는 분 중에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 분이 있다. 전자파가 음식에 영향을 끼쳐 독을 만든다는 것, 이 책에서 전자파에 대해서 명쾌히 해답을 준다. 전자레인지를 많이 쓰면 겪게 되는 위험은 전기세가 많이 나오는 것 뿐이라고.
어릴 적 못 먹던 것들을 커서는 먹는 걸 보면서 나도 어른 다 됐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어릴 적 못 먹던 것들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감각이 둔해져서 라고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예민한 감각들과 헤어지는 것, 어른들의 시간이 빠른 것도 새롭게 기억하는 것들이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일이 어제같고 어제가 그제 같기에, 새롭지도 기억할 것도 줄어들었기에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것, 아이들에겐 모든 것이 새롭고 기억해야 할 일들 투성이라 시간이 느리게 느껴진다고 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온 우주에서 생명을 가지고 삶을 영위하는 것은 너무나 특별한 일이다. 이런 선물같은 특별한 삶 속에서 이제 조금은 느려지고 기력이 쇠해가는 노년에 들어섰다. 우울할 것도 슬플 것도 없다. 아직까지는 모두 늙어가고 죽어가는 것, 그리고 원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린 영생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혹여 미래에 죽음과 노화에도 불평등함이 찾아온다면 그땐...... 철이를 꼬셔서 ( 내가 네 애미다 정도면 넘어올려나 ㅎㅎ메텔 모자를 벗기면 콘헤드 외계인이 아닐까 상상한 적이 있다 )은하철도 999를 타야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