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사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5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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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요구하는 관습.옳고 그름을 판단할 자유도 주어지지도 않고,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법에 따라야 했던 사람들.무엇을 위해 존재한 법이었을까? 돈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는 생각,너무 억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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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크, 첫 키스, 재회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 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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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모크>


1912년 3월, 나폴리항에 정박 중인 대형 횡단여객선 '오세아니아'호에서 일어난 사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진실을 짐작할 수 있는 화자인 '나'는 배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로부터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독일에서 유능한 의사였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고 그것을 만회하는 방법으로 식민지로 가게되었다. 유럽에 대한 향수병에 걸려있던 그에게 백인 여성이 찾아왔고,낙태를 원했다. 충분한 돈을 주겠다는 그녀에게 그는 다른 요구를 했다. 차라리 더 많은 돈을 원했다면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았을까? 왜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고 몰아세웠는지. 그의 비뚤어진 욕망이 여자의 인생도 그의 인생도 하루 아침에 무너뜨려버렸다. 그녀의 비밀을 지켜주기위해 했던 마지막 행동은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사랑이었을까?   


"(전략) 어차피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권리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을 자유뿐이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온전히 혼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는 다시 한번 나를 비웃듯, 아니 도전하듯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는 느꼈다.그것은 단지 부끄러움이었다. 끝없이 깊은 절망적인 수치심을 뿐이었다.-p115



요구하지 말아야했던 한 마디가 불러온 파국은 '나'의 말처럼 조금 늦게 깨달은 부끄러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첫키스>


어둠 속에서 신체적 접촉을 한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면서도 열정에 휩싸여버리게 된 15살 소년의 이야기였다. 안톤 체호프의 <입맞춤>을 떠올리게도 했다. 그 나이의 소년에게 그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또한, 나중에 자신이 단정짓고 사랑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충격까지 얹어졌다. 


그는 이제 사랑이나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삶의 어느 순간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두 감정을 함께 경험했던 그로서는 불안하게 내미는 그의 떨리는 손안에 너무 일찍 굴러 떨어진 사랑의 열매를 더는 갖고 싶은 동경이 없었기 때문이다.-p 176~177



성장기의 그러한 경험이 가치관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약간은 무거운 진실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재회>


사랑하는 사람과 9년 만에 재회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23살의 루트비히는 사장의 개인비서로 저택에 들어가서 살게 되면서, 사장 부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루트비히는 사업차 멕시코로  떠나게 되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2년만에 돌아가기로 한 계획은 무산되었고,다시 만나기까지 9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재회한 루트비히는 헤어지면서 했던 약속을 지키기를 요구했다. 과연? 오래 전 그녀가 들려주었던 시에서 예언적 의미를 떠올린 루트비히는 현실을 깨우쳤다.


그녀와 그는 이제 더는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건만, 끊임없이 과거의 흔적을 찾으려고 애썼던 것은 아니었을까? 발아래 드리워진 저 검은 유령처럼 그들은 헛된 노력에 힘을 낭비하며, 달아나고 멈추는 유희를 계속한 것은 아니었을까? -p258



츠바이크는 그들을 신파의 주인공으로 내버려두지 않아서, 과거의 기억 속에 그들을 잡아두지 않아서 좋았다.츠바이크의 소설을 읽을때면 매번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 편의 짧은 소설이 끌어당기는 힘은 대단했다.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저렇게 파헤칠 수 있는지.어쩌면 그래서 더 히틀러가 일으키는 만행을 지켜볼 힘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이라는 예언의 목소리가 다시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려고 하는지, 과거를 통해 그에게 현재의 어떤 진실을 들려줄 것인지에 귀를 기울였다.-p258



<재회>의 마지막 문장이다. 츠바이크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얻지 못했던 것일까? 그의 소설 속 문장이지만 현실에서 희망을 가져보려했던 몸부림으로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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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크, 첫 키스, 재회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 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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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이 이렇게 숨이 찰 일인지.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긴장감.추리 소설도 아닌데. 츠바이크를 읽지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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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 읽어보고싶다 생각했다.

작가와는 전혀 다른 엄마와 나지만 그냥 '어머니'라는 단어에 꽂혀서.


엄마를 보고 오니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엄마를 보는 마음이 참 힘들었다.

왜, 저렇게 걷지 못하고, 침대 위에서만 생활을 하고 있어야하는건지.

작년에 욕창으로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에서 회복기를 거쳐 다섯 달 만에

집으로 모시게 되었을 때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아빠의 큰 용기와 요양보호사님의 도움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오늘이 가장 건강하고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일만 생각하자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같은 과거가 떠올라 맘이 아프다.

엄마의 기억을 붙잡고싶다.

엄마를 만나러 갈 때는 노트를 들고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의 내용은 전혀 지금의 내 상황과 내 감정과 다를지라도 

그냥 또 이렇게 이 책과 인연이 닿았다.



아직 책장에서 잠만 자고 있다. 깨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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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조그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9
솔 벨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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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잡아라>를 읽고 연이어 읽게 된 솔 벨로의 <허조그>였다. 끝없이 편지를 써대는 허조그에게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이야싶었다. 허조그는 두 번 이혼을 했고, 실직상태다. 각각의 아내에게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얻었다. 두번 째 매력적인 아내 매들린은 이웃이었던 남자와 바람이 나서 그 배신감도 어마어마했다. 그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변호사를 만나 논의하기도 하고, 한없이 그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그런 중에 허조그는 끊임없이 편지를 썼다. 대상은 정치가, 철학자, 과학자, 변호사 너무나도 다양하다. 꼭 보내기 위한 편지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는 통로였던 셈이다. 그러한 편지들을 통해 허조그의 사고 방식이나 그가 살아온 삶을 엿볼 수가 있었다. 편지들을 읽어가는 동안 그런 생각을 했다. 작가는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인가? 일반적인 사실 하나를 소설의 흐름에 맡게 각색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감탄하며 읽어내려갔다.


나는 화가 나면 일기를 쓴다. 먹는 것으로,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방법은 몸 상하고 돈이 든다. 내 스트레스 해소법은 몸에도 좋고, 경제적이다. 말로 누군가에게 쏟아부을 용기(?)는 없으니 글로 화를 풀어내는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마구 쓰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 정리도 되고 화도 풀린다. 조금 객관적으로 바뀐다고 해야하나? 허조그는 왜 끊임없이 편지를 썼던걸까? 후반에 그 이유를 설명하는 문장이 나왔다.


예컨대 내 경우만 봐도 그래. 그동안 사방팔방 정신없이 편지를 썼어.말을 마구 쏟아냈지. 나는 언어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려 하니까. 어쩌면 현실을 모조리 언어로 바꿔놓고 싶었는지도 몰라. (중략)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온 세상을 편지로 가득 채웠어. 나는 그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남아 있길 바라고, 그래서 말의 힘으로 환경을 통째로 만들어 그 속에 가둬놓고 싶었지. 그런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였어. 그래도 결국 허구의 세계일 뿐이더라,-p 473


결국 허구의 세계일 뿐이라고 했지만 그런 통로가 없었다면 일찌감치 망가지지 않았을까?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겪은 후 시골집으로 돌아갔다. 매들린과의 행복을 꿈꾸며 마련했던 집이지만 그들의 모습민큼이나 망가져있는 집,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더해지면 언제든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집이었다. 구석 구석을 살피고, 창문을 열어 젖혀 햇빛과 시골 공기를 들이는 순간 그는 느꼈다. 


뜻하지 않은 만족감이 놀랍기만 한데....아니, 겨우 만족감? 도대체 누구를 속이려고,이건 기쁨이쟎아! 아마도 처음으로 그는 매들린에게서 해방된 기분이 어떤지 실감했다. 기쁨이다! 비로소 노예 생활이 끝나고 무시무시한 중압감과 속박에서 풀려났다. (중략) 인간은 고통이 가라앉기만 해도 적잖이 행복해지는 모양이오. 아주 원시적이고 보잘것없는 수준에서 행복을 막아놨던 밸브가 간혹 이렇게 열리기도 하는지......-p541~542


편지가 그를 지탱하는 힘이었다면 이제부턴 자연의 힘으로 자신의 문제와 고통을 치유하게 되는걸까? 무엇이 되었든간에 허조그가 자신을 한없이 허우적거리게 했던 문제에서 벗어나 제 정신으로 살아가게 되는 결말을 만나서 나는 안도하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를 떠올렸다. <고함과 분노>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소설이 아니라 초반에는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허조그>도 중구난방 튀어나오는 편지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독서 근육이 점차 강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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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3 19: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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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5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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