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애들에게 전화하니 날씨가 흐리다고했다.

우리 동네는 어제 오늘 정말 화창한 날씬데.

이럴 때는 걸어줘야지.

아파트 마당을 도는데 어디선가 금목서 향이 날아들었다.

벌써 금목서의 날이 왔다. 

아파트 곳곳에 피어있는 금목서 덕분에 향기로은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백일홍은 이제 시들어가고, 모과는 주렁 주렁 결실을 맺고 있었다.

하나 따고 싶지만 공공 재산이니 함부로 손 대면 안될 것같아 눈에만 담았다.

장미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장미 씨앗이 주렁주렁.

한여름은 이제 물러가고 가을이 세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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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편의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는 유쾌한 소설이 있는가하면, 현대인들의 팍팍한 현실을 드러낸 가슴 아픈 소설도 있었다. 약간은 비열하고,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웃음도 감동도 느껴지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들도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내 마음을 건드리는 몇 편의 이야기라도 만난다면 괜찮은 것 아닐까싶다.  

어떤 책이든 내 상황에 맞닿아있는 부분에 시선이 가게 마련인가보다. 



불 켜지는 순간들


검은 양복 사내는 그 말을 마치고 다시 304호 밖으로 나가려 했다. 

"저기요, 다 좋습니다. 다 좋아요......한데 제발 불 좀......"

"아, 그거요......"

검은 양복 사내는 커튼이 쳐져 있는 창문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 p108~109



다행이다. 내 방은 어둡지 않겠다.



봄비


아무 말 없이 계속 그의 머리 위를 누비 점퍼로 가려주고 있던 노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영감, 아무래도 감기 들것소."

그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p201



엄마는 병원에 계시면서도 병원인 것을 자꾸 잊고, 다른 할머니들이 계신 것을 보고 나에게 밥을 하라고 하신다. 나눠 먹어야한다고. 그런 말씀 정도는 이제 웃어넘기고 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잊어도 좋으니 가족들의 얼굴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대한 그 시간이 늦게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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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12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5시부터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기때문에 일찍 일어난김에 

ebs 방송을 들어볼까하고 켰다.

4시 59분쯤이었는데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방송 시작 전에 나오는 애국가를 들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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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2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0-12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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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가을 여행에서 박경리 작가가 토지를 마무리했던 원주 옛집에 다녀왔다.눈앞에 있는 서재에서 토지를 쓰고, 마당에 나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작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토지의 배경이 되었던 하동 평사리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고, 통영 무덤을 찾았을 때는 박경리 작가의 삶의 장면 장면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박경리 작가의 토지가 비로소 내 것이 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거였다.이렇듯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장소, 작가가 작품을 썼던 도시들을 돌아봄으로써 작품의 이해도는 더욱 더 높아지고,내 인생의 순간 순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저자는 사랑하는 문학작품의 배경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수없이 여행을 했다고,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빨강 머리 앤>의 배경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 <작은 아씨들>이 쓰인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톰 소여의 흔적을 찾아 미시시피강을,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의 영감의 도시 쿠바로. 얼마나 멋진 일인가? 여행중에 유명한 예술가의 생가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그가 자주 걸었던 길을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던 나로서는 이런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카리브해의 미스터리>에 관한 글을 읽었을 때는 약간 실망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챕터가 나의 기대치와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작품, 작가에 대한 것은 물론 도시가 가지는 분위기등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본 건 고 2때였다. 당시에는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영화보는 것이 교칙위반이었다.이렇게 쓰고보니 정말 오래된 사람같다. 소풍을 다녀온 날 단체관람으로 보게 되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서서 봤다. 하지만 재미있었다는 기억뿐 힘들었다는 느낌은 전혀 남아있지않다. 책 덕분에 어릴 적 추억 한 자락을 떠올릴 수 있었다. 소설은 아직 읽지 못했다. 저자는 영화 속 스칼렛을 따라 애틀랜타, 레트 버틀러의 고향 찰스턴등을 들러면서 전쟁으로 인해 강인해졌던 스칼렛의 삶의 변화등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저자인 미첼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던 존즈버러를 방문하기도 하면서 저자 미첼의 삶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그것 또한 흥미로웠다. 이 파트에서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스칼렛의 어머니 엘렌의 자취를 쫒았다는 점이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녀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했다. 저자는 <빙점>의 배경인 일본의 아사하카와를 엄마와 함께 찾기도 했는데, 엄마와 함께 읽은 책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모녀가 함께하는 모습은 너무 멋있었다. 저자도 책을 좋아하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거였다. 



너새니얼 호손의 고향인 세일럼을 찾았다. 세일럼이란 지명이 낯이 익다 했는데,예전에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17세기 마녀로 몰렸던 흑인 노예의 삶을 그린 소설이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세일럼은 대규모 마녀사냥이라는 아픈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며, 호손의 고조부가 17세기 세일럼의 마녀재판때 재판관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호손은 그 사실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주홍글씨>는 너새니얼 호손이라는 한 인간의 양심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라는 저자의 말은 소설가에게 있어 자신의 뿌리가 되는 고향, 또는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장소가 작품에 영감을 줄 수 밖에는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사람들에게 따돌림당하면서도 개의치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헤스터의 당당함이 살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오해받을 때 취해야 할 자세의 표본이 되어주었다. 오랫동안 나는 이 구절을 아꼈다.-p80


줄거리만 알고 있을뿐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헤스터가 어떤 사람인지, 너새니얼 호손의 생각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드디어 제대로 <주홍글씨>를 만나게 되는 시기가 온 것같다. 문학은 허구일뿐인데 굳이 왜 읽어야하나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건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 문학이 말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선의, 그리고 낭만이 실재한다는 것과 동의어여서 그간 내가 책에서 받은 위안이 한 꺼풀짜리 당의정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프롤로그에서



꼭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아도 문학이 가진 힘을 이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실재하는 장소를 만난다면 그 의미는 더욱 더 커지지 않을까? 나도 이와 같은 여행을 한 번 떠나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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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세계의 명단편 중에서 카렐 차페크의 단편 <시인>을 집어들었다.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로봇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썼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처음으로 읽었던 책은 <정원가의 열두 달>이었다.

한참 식물에 관한 책을 읽고 있던터라 자연스럽게 읽게 된 책이었다.

위트 넘치는 삽화들과 함께 매달 정원 가꾸기에 진심인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유쾌했다.

이후 그의 책을 찾아읽게 되었다.








 











20여 년전 그의 이름이 적혀진 책을 만났던 기억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시인>에는  뺑소니 사고를 목격한 시인이 쓴 시를 이용해 차번호를 알아내는 과정이 있었다.

사고를 목격한 순간을 시 한 편으로 담아내는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알폰스 무하의 그림이 삽화로 등장했다는 것이었다.

카렐 차페크는 체코인, 알폰스 무하도 체코인이다.

그린이의 배려였을까?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때는 알폰스 무하를 몰랐고, 오늘의 나는 알폰스 무하를 알고 있기에 삽화를 보는 순간 

'우와'라는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는데, 특별하진 않지만 사소한 이런 것들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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