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하이쿠를 가장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가이드 - <알라딘 책소개>



일본 문학을 읽으면서 하이쿠에 관해서는 많이 듣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가장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것같다.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보니 하이쿠를 분석해둔 저자의 글이 아주 재미있었고,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글들이라 정리해둔다.



하이쿠 (俳句) - 5ㆍ7ㆍ5 음절과 키레지, 키고로 이루어진 일본의 정형시 [네이버]


하이쿠 세 가지 법칙


1.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감각으로, 지금 이 순간을 노래해야한다.

   작고 소박할지라도 지금 여기. 이곳에 살아 있는 나의 눈과 코와 귀와 살로 느낀 것을 적어 내려간다.

2. 5ㆍ7ㆍ5  리듬.다섯 자,일곱 자, 다섯 자의 음수율

3. 계절어( 키고 季語).계절어란 봄,여름,가을,겨울을 담은 단어로 여러 개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하나가 딱 좋다. 계절어를 모아 놓은 계절어 사전 : '사이지키' 歲時記





1. 앞의 다섯 자는 카미고 (上五), 가운데 일곱 자는 나카시치(中七), 마지막 다섯 자는 시모고(下五).

   글자가 넘치는 경우를 지아마리(字余り), 글자가 부족한 경우를 지타라즈 (字足らず)

   음수율을 고려하지 않고 자유율(비정형) 하이쿠를 쓰는 시인도 더러 있다.


2. 하이쿠의 리듬을 살려주는 기법은 '키레지'(切字) . 번역하면 '끊어 주는 글자'라는 뜻.

   우리말로 치면 '~여''~구나''~하네''~인가'처럼 명사나 동사 뒤에 붙어 감탄과 탄식, 의문과 추측 등의 뜻을

   더하는 어미.

   (例 : '~네'를 뜻하는 '야' ,  '~누나,~도다'를 뜻하는 '나리'(也), '~구나'라고 번역한 '카나'(哉) )


3. 하나에 여러 뜻을 가진 단어를 이용한 수사법 : 가케코토바 (掛詞)


4. 계절어를 넣지 않는 하이쿠 : 무키(無季) 하이쿠








접힌 부분 펼치기 ▼

 

여기에 접힐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펼친 부분 접기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언은 과묵해 보이는 거구의 사내였지만 실제로는 달변이었고, 심지어 서툰 한국어도 한두 문장씩 섞어 가며 능숙하게 이야기를 이끌었다. 미국에서 끝까지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몰토크였는데, 저렇게 별것 아니면서 무해한 이야기를 처음 만난 (그것도 말이 잘 안 통하는) 사람들과 두 시간 넘게 계속할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p141



앞서 읽었던 <영어 스피킹 기적의 7법칙>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스몰토크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막 그 강의를 들은 후에 이 문장을 만나니 왠지 웃음이 났다. 원어민과 스몰토크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까? 언어 감각은 타고나야하는 것 아닐까싶기도 하고. 언어 감각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같은 난 참 어렵다. 그래도 올해는 영어에 집중해보는 걸로.



    난 구판으로 읽었지만, 개정판이 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42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급 한국어>가 전하는 감정선이 너무 좋아서 연달아 읽게 되었다. 중급이면 수준이 놓아지는 법인데, 그래서일까? 더 맘에 드는 글이었다. 미국에서 돌아와 한국에 정착하게 된 문지혁은 헤어졌던 연인 은혜와 결혼을 했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어렵게 아이도 얻었다. 정식 등단은 아니었지만 두 권의 책을 낸 작가도 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강원도에 있는 대학에 글쓰기 강의를 맡고 있었다. 

<초급 한국어>에서는 한국어 강의를 하는 장면들이 교차되었다면, 중급에서는 글쓰기 수업이 등장했다. 강의실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학 작품들을 분석해보는 것도 당연한 일일터라 문학 작품들에 대한 강의가 너무 재미있었다. 글쓰기 수업은 듣기에 힘들겠지만, 저런 문학 작품을 다루는 수업이라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겠다는 맘이 들 정도로.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 대한 강의는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서 주인공의 삶에 공감하기도, 돌을 던지기도 할 수 있음을, 내 경험이 문학 작품을 읽는 커다란 열쇠가 될 수 있음을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이라는 실험실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것과 허락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소설의 인물들은 옳고 바르고 정의로운 인간이 아니라, 실패하고 어긋나고 부서진 인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소설이란 윤리로 비윤리를 심판하는 재판정이 아니라, 비윤리를 통해 윤리를 비춰보는 거울이자 그 둘이 싸우고 경쟁하는 경기장이 아닐까요?
-p94~95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비롯해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강의와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 5도살장> 에 등장하는 기도문을 읽는 동안 그 소설들이 머릿 속에 떠다녔다.  소설을 읽고 있는데 문학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이라니, 이렇게 좋을 수가. 기도문도 여러 번 읽고 있었다. 

하나님,우리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언제나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 p 122


문학과 가족. 가족은 결국 실질적인 삶의 모습을, 문학은 삶을 담고 비추는 거울임을. 묘하게 대비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과 아내라는 점이 결혼으로 선을 이루고,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삼각형이 만들어졌다. 그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들의 일상과 아빠와 엄마 지혁이 만들어낸 삼각형의 삶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초급 한국어>에서부터 엄마에 대해서는 양가적인 감정이 느껴졌었다. 

엄마는 사라진 게 아니었다. 죽은 것도 아니었다. 엄마는 내 안에 있었다. 바로 저기, 조금 전에 옆으로 누워 찍은 사진 속에 있었다. 에스자로 휘어져 있어야 할 곳에서도 꼿꼿히 서있는,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고 있는, 똑바르고 반듯해서 아픈, 엄마. 내 가장 깊은 곳,나의 기둥, 나의 백본(back bone).

끊임없이 등장하는 엄마에 대한 기억들.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그 감정들이 왠지 지혁을 쓸쓸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었다. 딸 은채와의 시간들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삶에 대해 자꾸 돌아보게 했는데, 아이들을 다 키운 입장에서 예전의 감성을 깨우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 '비어 있음'이란 있음의 가장 쓰라린 형식이다. ] 는 문장을 자꾸 곱씹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펼쳐보았다. 어디를 펼쳐도 왠지 정이 가는 문장들이다. 차분히 가라앉는 이 느낌. 소설의 여운이 상당히 길것같다. 언어가 만들어 낸 문학의 세계.  그 무한한 깊이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영어 스피킹 기적의 7법칙 - 예일대 유학생들이 뽑은 20년 연속 최고의 강의
윌리엄 A. 반스 지음, 허유진 옮김 / 로그인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고는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일까 많은 고민을 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정말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라고도 했다. 과연 나에게 맞는 방법은 무얼까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그냥 닥치는대로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일단 하면서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면 되니까. 11월 말부터는 영어에 노출시키지 않는 날 없이 뭐든 접하고 있는 중이다. 예스 24 리뷰어 클럽에 이 책 개정판이  올라왔는데 경쟁률을 보니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그래서, 과감히 포기하고 도서관에서 구판을 대출해왔다. 개정판은 다음에 기회 되면 한 번 봐야지.

<영어 스피킹 기적의 7법칙 > . 기적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을까 싶지만 '기적'이란 단어에 혹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에서 수많은 유학생의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해온 윌리엄 반스 교수의 수업을 '7단계 영어 학습법'으로 정리한 책이다.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한다.

제 1강 영어의 '정보 패키지'를 이용하라.

'영어식 사고의 최소단위'라는 의미단위로 끊고, 정보 패키지로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듣는 이의 이해도 쉬워지고 말하는 이의 전달력도 좋아진다. 의미단위를 빠르게 인식하는 단서들로는 '아이디어','접속사','문법','강조','구두점' 등이 있었다. 이 단서들로 의미단위를 찾아서 끊어 읽기를 적용해보았는데, 훨씬 문장 이해도 쉽고, 말하기도 좋아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2강 영어의 사고 템플릿을 활용하라.

'영어의 사고 템플릿'이란 '원어민의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는 문장을 만들거나 인식하는 틀'로써 '실행자-액션-목표'의 순서로 문장을 만들거나 인식하는 틀을 말한다고 한다. 먼저 실행자를 주어로 선택하고, 액션은 동사에게 맡긴다고 했다.  

어떤 화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계속해서 새로운 실행자를 사용하는 것보다 듣는 사람이 상황이나 문맥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실행자를 선택하되, 실행자를 가능한 한 적게 선택하고, 듣는 사람이 쉽게 액션과 관련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p68

여기서 생기는 문제가 액션을 담당하는 동사의 선택을 어려워한다는 것인데, 유창한 영어회화를 위해서 '동사 어휘력'을 늘리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친절하게도 '영어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흔히 쓰이는 동사 250개'를 정리해 두었다. 

제 3강  매끄럽게 이어져 흐르는 영어의 소리,'연음'을 이해하라.

단어와 단어가 끊어지지 않게, 매끄러운 소리의 흐름으로 영어를 말하는 방법 '연음'. 연음을 잘 이해하고 사용하면, 회화와 청취를 모두 향상시킨다고 하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기본적인 연음 발음 방법을 설명해 두었지만 이해는 한다고 해도 적용을 쉽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듣기가 안되는 가장 큰 이유가 연음일텐데  끊임없이 연습하는 수 밖에.

제 4강 영어의 멜로디와 그 안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라

포커스 워드란 문장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갖는 핵심단어(또는 구)라고 할 수 있는데, 포커스 워드를 높은 톤으로 이야기하면서 영어 특유의 멜로디가 생겨난다고 했다. 당연히 대화에서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할 부분이니 대화가 쉬워지지 않을까? 그림으로 보니 더 잘 알 수 있었는데, 어쩌면 과장되게 얘기하는 것도 필요할 것같다. 요즘 ebs 강의를 듣고 있는데, 방송에서도 이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었다. 리듬을 타면서 말을 해야한다고. 

포커스 워드를 강조하는 것 외에도 4가지 유형의 문장에 쓰이는 특수한 멜로디를 소개했다. Yes/No 의문문은 마지막 톤을 높게, wh-의문문은 의문사에 높은 톤을 두고, 문장 끝부분은 낮춘다. 두 개 이상의 항목이 나열되는 문장은 나열되는 각 어구 끝에는 높은 톤을 사용하고 마지막 단어는 끝을 가장 낮은 톤으로 낮추고, 대비되는 어구가 존재할 경우에는 그 단어에 높은 톤을 사용한다. 실제로 예문을 이용해서 연습할 수 있었다. 멜로디만 활용해도 자신감이 생기는 듯하다.

제5강 대화를 예측하는 '이정표 언어'의 힘

일종의 신호처럼 뒤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암시해주는 표현들을 '이정표 언어'라고 하는데, 듣는 이에게 이야기 진행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수록된 예문들을 궁부해두면 좋을 것같았다. 

제 6강 영어의 메시지 디자인

영어식 사고의 기본은 '주장  근거'순이라고 한다. 영어권 문화에서는 정당한 이유로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든 성공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장에서는 이 공식 하나를 외워두기로 했다.

<초보자를 위한 '메시지 하우스'의 스피킹 공식:I think X, because Y. For example , Z. >

제 7강  성공을 좌우하는 스몰토크 

ebs강의를 듣다보면 중간 광고에 이런 맥락의 말이 나온다. 업무적인 대화는 괜찮은데, 스몰토크가 어렵다고. 분위기에 맞는 대화가 되어야하니까 더 어렵지 않을까싶다. 스몰토크를 잘 이끌어가는 공식으로 <SEE>를 소개하고 있다.Seek 공통의 화제 찾기, Expand 대답 확장하기, Encourage 대화 더 끌어내기. 우리가 수학 공식을 알아도 적용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이 공식을 토대로 연습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스피킹을 위한 총 7가지 법칙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구체적으로 회화 방법을 설명해둔 것 외에 많은 예문들이 실려 있다는 것이 아주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말로만 설명을 듣는다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만 할 수도 있는데, 영어 공부하는 책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충분한 영어 예문이 실려 있어서 연습을 해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각 강의마다 실제 문제까지 풀어볼 수도 았다.  무엇보다 한국식 영어 탈출법을 통해 우리가 아무리 문법 공부를 많이하고, 아는 것이 많아도 왜 회화에서는 작아질 수 밖에 없는 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공부한다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쩜 저렇게 내 얘기를 하고 있나 싶었다. 영어 스피킹에 관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있나? 뭔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영어회화에 능통한 이들은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손에서 놓았다가 다시 도전하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유용한 정보들이었다. 이 책이 어떤 식으로 공부해 나가야할 지 이정표를 제시해주었다. 정리해 둔 내용을 참고해서 내 영어 실력을 꼭 업그레이드해보자고 다짐을 해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선 2025-01-16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하면 잘 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march 님 2025년엔 영어 즐겁게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march 2025-01-27 22:32   좋아요 1 | URL
영어 공부 재미있어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에 대한 시선이 흥미롭고, 문체가 깔끔하고, 이야기도 재미나고, 술술 읽힌다는 친구의 말에 덥썩 데려왔다. 어머니 이야기가 나와서 마음이 아프겠다 싶다는 말을 덧붙였는데, 읽다보니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이름은 문지혁, 주인공의 이름도 문지혁. '작가와 주인공의 거리가 가까워 손에 잡힐 듯한 실감을 선사한다'는 추천의 글을 읽으며 저자의 사적인 일은 모르겠지만, 동일한 이름 때문인지 주인공에 저자를 오버랩 시키며 읽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 온지 1년 6개월 만에, 미국에서 두 번째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아시아 학과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게 된 문지혁. 그냥 뚝딱하고 현재의 내가 된 경우는 없다. 지금의 내가 있게 된 과거의 많은 일들을 돌이켜보는 주인공의 차분한 시선과 현재를 담담히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한없이 쓸쓸함이 묻어났다.  난 주인공의 모습에서 세 가지 와닿는 부분들이 있었다. 

첫 번째, 가끔 궁금해졌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치는 걸까? 그들의 눈에는 한국어가 어떻게 보이는걸까? 지혁의 강의실에는 한국계 학생도 있지만, 한국에는 무지한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모음, 자음, 구개음화와 같은 문법, 간단한 인사말을 가르쳐나갔다. 지혁의 초급 한국어 수업 재미있었다. 한글에 대해 이런 시각으로 본 적이 없었으니까. 한국의 문화를 모르니 지혁이 가르치는 문장에 웃음이 쏟아지기도 했다. 편하게 쓰고 있는 모국어를 이해시키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유학 생활자,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이런 모습들과 닿아있지 않을까?

두 번째. 어머니, 가족과의 관계,첫 수업을 힘들게 끝낸 날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뇌졸중과 혈관성 치매. 엄마의 간호를 맡고 있는 여동생 지혜는 간호하는 딸은 몰라보고 오빠 이름만 부른다며 억울해한다. 친구의 말이 이거였구나. 엄마는 40대에 뇌졸중이 왔고, 2~3년 전부터 혈관성 치매가 시작되었다. 동생들은 생업이 있으니 가까이 있는 내가 아빠를 도와 케어하고 있는 중이라  지혜의 맘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 남매와는 달리 우리 남매는 사이가 나쁘진 않지만, 지치는 날엔 괜히 원망 섞인 맘이 들기도 한다. 당장 엄마에게 달려갈 수 없는 지혁은 엄마와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들을 위해 했던 행동이었음을 알게 되는 지혁. 시간이 지나면 이해가 되는 것들이 있다. 왜, 우린 지나고 나서야 진심에 다가가게 되는걸까?  그 시간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 번째. 내가 되고 싶은 것. 지혁의 지금 소망은 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영어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같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여자 친구 은혜와는 7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 순간, 끊임없이 좌절하는 순간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맘. 그는 많은 고민 속에서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부럽다고도 느껴진다면 너무 이기적인 걸까? 무언가 꿈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깊이 생각하게 하고,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주저앉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같다. 그런 힘이 인간에게는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이다. 

<초급 한국어>란 제목이 유치하게(?) 느껴져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책이었다. 친구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났다. 언어, 가족, 꿈 등 조용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지혁이란 작가를 알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초급을 뗐으니 중급으로 넘어가야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1-15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1-27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5-01-16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지만, 이 소설 작가 경험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더군요 중급 한국어도... 그건 글쓰기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이 작가 소설 쓰기 책을 쓰기도 했더군요 《소설 쓰고 앉아 있네》 한국말로 옮긴 책도 있군요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리사 크론) 지금 생각하니 다른 분이 이 책 읽고 쓴 글 본 적 있네요


희선

march 2025-01-27 22:34   좋아요 1 | URL
주인공 이름까지 작가 이름을 써서...알고보니 책을 많이 낸 작가더라구요. 전 이제서야 알았는데.
새로운 작가를 알게되는 재미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