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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모차르트 ㅣ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2월
평점 :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언제까지나 쇼팽>으로 처음 만났다. 책이지만 음악이 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할 거라는 친구의 말 그대로 읽는 내내 음악을 듣고 있는듯했다. 한 권씩 읽어가면서 매력에 빠졌고 기다리는 시리즈가 되었다. <이별은 모차르트>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미사키가 이번에는 어떻게 등장을 하고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었다. 미사키는 후반부에 나타나 생각보다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임팩트는 강했다.
<언제까지나 쇼팽>에 등장했던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피아니스트 사카키바 류헤이가 중심인물이었다. 6년 전 쇼팽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그의 인지도는 높아졌다. 엄마 유카, 매니저인 톰, 레슨을 맡고있는 시오타 세 명이 류헤이를 든든하게 받혀주고 있었다. 톰은 인지도를 더 높이고, 류헤이의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전국 투어를 기획했다. 전국 투어를 앞두고 데라시타라는 프리랜서 기자와의 인터뷰를 하게되는데, 테라시타는 연예계에서 독과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거짓 뉴스를 퍼뜨리고 소속사에게 돈을 갈취하는 사람이었는데, 그의 악랄한 수법에 목숨을 버리는 연예인도 있었다. 류헤이가 앞이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척 연기를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첫 공연에서 아쉬운 연주를 보이고 말았다. 그런 테라시타가 류헤이의 연습실에서 총상을 입고 죽은 시체로 발견되면서 류헤이는 살인 용의자가 되고 수사를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류헤이는 6년 전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미사키를 떠올리고 도움을 요청했고, 미사키는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요즘 특히 거짓정보에 휘둘리는 많은 상황들을 마주하고 있다. 테라시타같은 사람의 말 한 마디, 조작된 정보를 그냥 믿어버리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을텐데, 우리는 그 속에서 단단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듯도 하다.
사고 정지라고 하지. 세상에는 논리적으로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거든. 그런 사람들은 누군가가 말한, 자못 있을 법한 근거 없는 헛소문에 편승해 떠들어대는 것이 편하고 마치 옳은 일을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기 때문이야. 그들은 류헤이 군보다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야.-p83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음악에 관한 소설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전국투어 연주곡이 모차르트였다.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3번 A장조 K.488 을 연주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음악을 같이 들어봤다. 귀에 익은 곡이었다.클래식에 가까이하고자 노력하는 정도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류헤이가 곡을 해석하는 모습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이 부분을 어떻게 읽어낼까라는 궁금증도 들었다. 이 시리즈의 재미있는 점은 음악가를 제목에 내세워 스토리를 구성한다는 것인데, 다음 편으로 <지금이야말로 거슈인>(2024년 일본 출간),<전해줘 차이콥스키>(예고) 를 만날 수 있다니 기대가 된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라고 한 것에 비해 미사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비범하지만 겸손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냉철하고, 참 매력적인 캐릭터임을 한 번 더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미사키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대화 한 부분을 소개한다면,
"미사키 씨는 질투 같은 거 안 하세요? "
"질투의 다른 이름은 동경입니다. 동경하는 걸 싫어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남을 저주한다고 제게 이득 되는 건 하나도 없고요."-p275~276
류헤이가 앞이 보이지 않는 피아니스트이다보니 장애에 대한 관점들도 종종 등장하는데,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얻은 무언가에 감사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더 큰 것이 보통 사람 아닐까? 또한 하나를 잃는다고 다른 하나가 반드시 주어지지는 않으니까. 류헤이는 하나를 얻었고,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기쁨이 되었다. 음악과 함께하는 류헤이는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다.
신은 류헤이에게 빛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 대신 풍부한 소리를 내려줬다. 보통 사람에게는 그저 평면적으로만 들리는 소리도 류헤이의 귀에는 입체적인 울림으로 들린다. 명확한 의미를 지닌 음소들이 겹겹이 쌓여 자아내는 음색을 들을 수 있다. 무언가를 잃어도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은 만화경과 같아서 한 가지 면만 존재하지 않는다.-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