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 스물넷
옛사랑이 불쑥 떠오를 때

쓸쓸히,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봐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잊혀자지 않는 과거가 됐든,
이미 다 잊었지만 어느 순간 불쑥 떠오르는 과거가 됐든,
과거 앞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평소 잊고 살다가 어느날 문득
옛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이 생각날 때,
혼자 쓸쓸히 앉아 있는 사람의 뒷모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옛사람과 닮았든 닮지 않았든 상관없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 잠깐 동안,
잠시 추억에 젖어보는 것뿐이니까.

과거 앞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만,
그것에 꽁꽁 묶여서 힘들게 살 이유도 없다.

ㅡㅡㅡㅡㅡ 에피소드 중 하나,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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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이철원 김 부인의 딸보다 먼저 하느님의 딸이다. 여하튼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그 형상은 잠깐 들씌운 가죽뿐 아니라 내장의 구조도 확실히 금수가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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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은 1933년 2월 28일 자 《조선일보》에 발표한 <모델-여인일기(女人日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자는 칼자루를 쥔 셈이요, 여자는 칼날을 쥔 셈이니 남자 하는 데 따라 여자에게만 상처를 줄 뿐이지. 고약한 제도야. 지금은 계급 전쟁 시대지만 미구(未久)에 남녀 전쟁이 날 것이야. 그리고 다시 여존남비시대가 어면 그 사회제도는 여성 중심이 될 것이야. 무엇이든지 고정해 있지 않고 순환하니까.˝


지금으로부터 90년이 채 못 되었으나, 지당히 오래전인 과거의 이야기다. 나혜석의 말은 너무나도 정확한 비유였고, 이미 지금의 시대를 예견한 비전이었다. 시대를 앞질러 본 나혜석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며, 그래서 아직까지도 남성중심의 사회구조적 모순이 남아있음이 허탈할 수밖에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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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적어도 내가 이해하기로는, 표면적인 현실 이면으로 비집고 들어가라는 초대이자 눈앞에 놓인 나무만 볼 것이 아니라 나무 내부의 기반 시설 가운데 살아가는 곤충들을 보라는 초대, 모든 것이 언어와 생활이라는 생태계 안에 서로 연결돼 있음을 발견하라는 초대였고, 이것이 글쓰기가 지닌 호소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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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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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남자들의 의해 지워지고, 쓰여진다. 그러는 중에 오롯이 역사의 격변을 감내하는 몫은 여성들의 것이다. 이 책은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가문, 그리고 남자들에 대물림되는 가계도의 역사성보다는 그 속에서 꿋꿋이 가문을 지켜내는 우르술라의 서사성에 보다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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