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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8
라우라 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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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라틴문학


...

🔖라틴문학을 만나고 싶을 때
🔖‘요리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궁금할 때
🔖마술적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섬세한 감각적 문체를 경험하고 싶을 때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추천합니다.


✏️
소설은 1989년 멕시코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동명의 영화로 1992년에 먼저 알려졌고, 2004년에야 민음사에서 번역 출판하여 소설로 소개되었습니다.

소설은 1910년대부터 1930년 초반까지 ‘멕시코 혁명‘이 한창이던 격동의 시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합니다. 그 역사적 혼란기 속에서 전통적 가족제도에 갇혀 살아야만 했던 ‘티타‘라는 여성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복잡미묘한 관계가 얼키고설킨 삶의 굴곡진 이야기입니다.


✏️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화자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이모할머니 티타의 요리책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소설은 ‘요리 문학‘이란 장르를 개척한 특이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만큼 12개의 챕터 중 성냥 제조법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요리 레시피와 요리 과정을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티타의 서사가 그려집니다.

티타는 ‘데 라 가르사‘ 집안에 막내딸로, 가문의 전통인 막내딸은 부모가 죽는 날까지 결혼도 하지 못하고 봉양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을 지고 태어납니다.

˝...... 네가 막내딸이라 내가 죽는 날까지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건 너도 잘 알잖니?˝(17쪽)

어머니인 마마 엘레나는 그점을 늘 티타에게 강요하는데, 티타는 그 억압적 가족 전통 때문에 사랑하는 페드로의 청혼에도 불구하고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소설의 초반이 이렇게 시작되는데, 이후의 이야기는 불합리한 가족 전통에 맞선 티타의 첩첩으로 겹쳐 굴곡진 삶의 서사로 가득 메워집니다. 이후 이야기는 여러분이 직접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
이 소설은 라틴문학에서 만날 수 있는 마술적 사실주의가 핵심적 문체로 쓰여졌습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20세기 세계 문학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또는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출발하는 형식입니다.

마술적 사실주의는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마술적, 환상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혼합하여 묘사하는 기법으로 현실과 환상의 공존, 비일상의 일상화적인 모습을 취합니다.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개인적으로 티타가 집을 떠나는 장면의 마술적 사실주의 묘사가 압도적이었습니다.

📖 첸차는 울면서 마차를 따라가, 티타가 긴긴밤 불면증에 시달리며 떴던 어마어마한 담요를 그녀의 어깨에 간신히 둘러 주었다. 담요가 어찌나 크고 무거웠던지 마차가 안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티타가 꼭 잡고 놓지 않았기 때문에 담요는 길게 드리워진 웨딩드레스 자락처럼 마차 뒤에 끌려갔다. 만화경처럼 알록달록한 무늬에 일 킬로미터나 되는 어마어마한 길이였다. 티타가 색깔에 신경 쓰지 않고 닥치는 대로 아무 실이나 기져다 썼기 때문에 완전히 총천연색이었다. 마차가 지나가면서 일으킨 거대한 먼지 구름 사이로 담요는 마술을 부리듯 보였다 안 보였다 하면서 현란하게 너풀거렸다. (110~111쪽)


✏️
이 소설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그걸 다 하자면 하루도 부족할 터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만 집어 말하고자 한다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식욕과 성욕이라는 욕구를 요리와 사랑이라는 서사에 잘 녹여 세밀하고 감각적이며 조화롭고 매력적이게 감탄할 지경으로 묘사했다는 점입니다.


💭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요리의 과정이 얼마나 애정과 정성으로 가득찬 것인지 이 소설로써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단순히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먹는 이 행위. 현대인에게 주어진 최고의 치유다.˝

요리는 행복으로 향하는 길인듯 합니다. 요리하는 과정도, 그 요리를 먹는 순간도 그런 듯 합니다. 그런데 그런 행복을 제대로 누리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정작 다뤄야 할 이야기는 티타의 서사인데, 스포일러를 피한 채 다룰 수는 없어 손을 댈 수 없습니다. 꼭 이 소설을 읽어보시길 간절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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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6
알베르 카뮈 지음, 이기언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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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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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076

......


✏️
알베르 카뮈의 <이인>은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더욱 잘 알려진 작품이다. 아시아 최초로 故 이휘영 교수에 의해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알려진 이래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알베르 카뮈의 작품 소개에 있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김화영 교수조차도 <이방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오랜 세월 그렇게 익숙해져 온 셈이다.


✏️
우연찮은 기회, 지난 달부터 시작된 독서토론모임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인>을 지정했을 때 한동안 그 제목은 생소하기만 했다.

그러나...

너무나 유명한 첫 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를 읽는 순간 <이인>이 그 익숙한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순간의 민망한 기분은 지금도 멋쩍기 그지 없다.


✏️
역자 이기언은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를 남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이상한 인간, 즉 다른 인간으로서의 異人과 여러 차원에서 두 뫼르소, 즉 二人이 공존하는 중의적 의미로써 이 소설에 <이인>이라는 제목을 달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뫼르소의 진정한 정체성과 작품 <이인>이 품고 있는 문학적 가치와 풍부한 의미를 최대한 전하려는 것 이외에 그 어떤 사사로운 의도가 없음을 부디 헤아려주시길 바란다.˝

라고 당부한다.


✏️
알베르 카뮈의 <이인>은 그 유명세 만큼 굳이 따로 내용을 소개한다는 것은 별 의미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익숙한 만큼 쉬운 작품은 분명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부조리‘라는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이인>을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알고 있겠지만, <이인>은 <시지프 신화>와 <칼리귤라>로 이어지는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인>은 부조리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철저하게 관여하는 작품인 만큼 부조리에 대한 이해는 <이인>을 읽기 전의 선행과제인 셈이다.


✏️
아직까지 나는 ‘부조리‘를 명징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다. 대략적인 철학적 개념은 잡고 있지만 그 개념을 누구에게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을 만큼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지적능력의 한계랄까... 돌아서면 흐려지는 기억력의 문제랄까... 아무튼 <이방인>이 되었든, 또는 <이인>이 되었는 뫼르소의 그 무심함을 부조리와 연결지어 설명하기가 쉽지 않음은 분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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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3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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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에 <헤밍웨이 단편선 1>을 읽고 온통 지루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기억을 안고 도전한 <헤밍웨이 단편선 2>였다.

다만, 이번은 그 지루함에서 상당히 벗어날 수 있어 다행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다소 난감한 질문이지만, 이번 독서는 책의 뒷부분에 실린 ‘작품 해설‘을 먼저 충분히 섭렵한 후 진행했다.

그럼에도 지루함을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스스로의 독서취향을 재발견한 나름으로 의미있는 기회였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 취향은 플롯에 중심을 둔 서사구조의 텍스트를 선호한다는 것, 반면에 인물 또는 인물의 성격, 감정 등의 묘사에 치중된 텍스트에는 거리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미국식으로는 전자를 오 헨리 전통이라 하고 후자를 헨리 제임스 전통이라고 한단다. 또는 유럽식으로는 전자를 기 드 모파상 내지 객관적 전통이라 하고 후자를 안톤 체호프 내지 주관적 전통이라고 한단다.

여기에서 헤밍웨이는 제3의 전통을 수립한 작가라고 옮긴이인 김욱동은 평가한다. 즉 객관적 전통과 주관적 전통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에 다 관심을 가지면서 헤밍웨이 전통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하나의 텍스트 안에서 제3의 전통을 보였다기 보다는 어느 단편은 객관적, 어느 단편은 주관적 식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면에서는 과연 그것을 제3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어쨌든 나라는 개인은 오 헨리 또는 기 드 모파상의 텍스트에 끌리는 유형이라 할 수 있고, 헨리 제임스 또는 안톤 체호프의 텍스트를 꺼려한다는 결론이다.

단편 텍스트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헨리 제임스‘ 단편집을 무턱대고 주문해 버렸다. 그 주관적 전통을 제대로 느껴보고 배워야겠다 싶어서...

헨리 제임스의 작품은 세상에 나올 당시 혹평으로 시달렸다고 한다. 당시에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하지만 헨리 제임스는 그가 사망한 후에 가장 지적인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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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2-0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 헨리 또는 기 드 모파상이네요^^
지난번 헤밍웨이의 소설은 잘 읽히던데... 작품마다 역시 편차가 있는것 같네요
명쾌한 정리 이해가 매우 잘 됐습니다^^감사합니다~~
 
헤밍웨이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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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동안 예상치 못하게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니까, 고전으로까지 인정받는 굵직한 명작들을 남긴 인물이니까, 어쨌든 헤밍웨이니까... 독서 좀 한다 하면 마치 관례처럼 거쳐야 할 작가라는 생각에 호기롭게 덤벼들었다.

무엇보다 일전에 <노인과 바다>를 읽고서 처음으로 헤밍웨이를 접한 감동에 젖어있던 터에, 어줍잖긴 하지만, 헤밍웨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세계적 평가에 대해 나름의 확인을 해보고 싶은 마음마저 한몫을 하면서 헤밍웨이의 작품세계에 빠져보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단편부터 차근히 만나볼 냥으로 <헤밍웨이 단편선 1>을 의기롭게 펼쳤으나...

책에 수록된 20편의 단편들은 참으로 지루하고 재미없고 읽는 내내 힘겨웠다.

마치 참된 인내를 배우자 하여 덤빈 고행의 시간이었다라고 할까... 비록 나의 순수한 의지는 아니었지만.

......

✏️
독서란 무작정 책을 펼친다 하여 시작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을 것이다. 나처럼 헤밍웨이에 대한 구체적 사전정보도 없이 독서를 진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작가나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를 확보한 후에 독서를 진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독서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를 반드시 확보해야만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헤밍웨이만큼은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사전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헤밍웨이의 단편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나는 강조한다.

옮긴이 김욱동은 ˝헤밍웨이의 산문 스타일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이다.˝(<헤밍웨이 단편선 2> 작품소개 中에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편적인 비유겠지만, ‘산문 스타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경지에 있는 독자라면 굳이 헤밍웨이에 대한 사전정보가 필요하지는 않겠으나 나와 같은 문외한에 가깝다면 사전조사의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헤밍웨이 단편선 1>을 접히면서 내가 겪은 그 지루하고 버거움에 막막해지는 경험도 해봄직하지 않을까랄 수 있겠다. 말리지는 않을 것이며, 한 번쯤은 해볼 필요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세상에는 확고부동의 명확한 방식이란 없다. 있다면 그렇게 믿고 싶은 바람일 뿐이지 않을까.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독서에 대한 각자의 방식을 갖춰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횡설수설에 대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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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단편전집)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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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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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책들이 있다. 읽었다고 착각하는 책들. 까뮈의 《이방인》이 그랬고,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그랬으며, 나의 최애 중의 하나인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마저도 그랬다. 이 뿐만 아니다. 책장에 고이 꽂혀 있는 책들 중에는 그런 책이 한둘이 아니다.

귀에 딱지가 일만큼 너무 자주 들은 탓에 책 내용을 술술 이야기할 정도가 되다보니 그래서 읽었다 착각하는 경우가 있고, 또는 하도 많이 회자되다보니 사람들 속에서 나의 무식함을 감추기 위해 귀동냥으로 들었거나 짤막하게 알고 있는 정보들을 주절거리다가 결국에 책을 읽은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살면서 이런 경우들을 종종 접하다 보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하게 된다. 카프카의 《변신》이 내게는 그런 생활 속의 한 예가 된 셈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렇게 읽지도 않은 것이 읽은 것으로 ‘변화‘되는 오류는 독서의 절대적 필요성 보다는 정보의 단순편의적 검색성에 더 치중하는 꼴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러한 오류에서 벗어나 카프카의 《변신》을 읽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

✒️
카프카의 《변신》은 1915년에 발표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이야기다. 하지만 《변신》은 100년 이상의 물리적 거리를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동시대성의 힘이 강렬하다. 오늘은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라해도 거부감 내지 저항력이 없을 정도다. 이것이 고전의 힘일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는 동시대적 감화능력.

📖 109쪽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는 것으로 채워가길 바라는 마음에 요약만 하자면, 《변신》은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이라는 직접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후 한 가족이 잠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라 할 것이다.

📖 149쪽
그레고르에게 한 달 이상이나 고통을 주었던 심한 상처는-아무도 사과를 빼내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는 눈에 보이는 기념품처럼 살 속에 박혀 있었다- 그레고르의 현재 모습이 비참하고 역겹게 보일지라도 그 역시 한 식구이니 원수처럼 취급해서는 안 되고 증오심을 억누르고 참고 또 참는 것만이 가족이 지킬 의무의 계명이라는 것을 아버지에게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가족 구성원 하나가 고통을 당하는 것은 ‘원수처럼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참고 또 참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레고르의 가족들은 그러질 못한다.

📖 161쪽
˝저것이 두 분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할 거예요. 저에겐 그렇게 되는 게 뻔히 보여요. 우리는 전부 힘들여 일을 해야만 하는데, 집에 저런 끝없는 두통거리를 감당할 수는 없어요. 더 이상 그럴 수 없어요.˝

그레고르가 소중하게 여기던 여동생 크레테마저 그레고르를 향해 ˝없어져야 해요.˝라는 충격적인 외침까지 쏟아내는 변화의 과정에는 자본주의 논리도 개입한다. 그레고르가 해충으로 변한 일보다 더 끔찍한 것은 당장에 먹고 사는 일, 생존의 위기에 있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무엇보다 현실적인 문제라는 인식은 이 작품이 던지는 극한의 우울함이라 할 것이다.

......

✏️
한 인간을 해충으로 탈바꿈시켜 버리는 이 작가적 상상력은 오늘날 ‘카프카적‘이라는 멋진 상용구를 지적 사치로 남발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카프카적 상황. 이 말은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도 언급긴 하는데, 뭐 그건 그렇다치고라도, 만일 눈을 떠보니 해충이 되었다... 만일 내가 그런 상황에 봉착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라면 당장에 죽고 싶겠지... 그래서 죽고 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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