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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장소 -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와의 인터뷰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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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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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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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는 《진정한 나만의 장소》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은 내가 자리한 모든 장소들 중에서 유일하게 비물질적인 장소이며, 어느 곳이라고 지정할 수 없지만, 나는 어쨌든 그곳에 그 모든 장소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 (11쪽)

📖
저는 약 20년째 제가 쓰는 글의 주제가 무엇보다 시간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시간과 기억이요. 접점이 더 그런 것 같아요.
----------------- (106쪽)

📖
그렇지만 언제나 삶과 글쓰기 사이에는 일상의 투쟁이 있어요.
-----------------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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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니 에르노가 2011년에 가졌던 미셸 포르트와의 인터뷰 내용을 옮겨 놓은 것이다.

미셸 포르트는 버지니아 울프와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이며, 인터뷰는 아니 에르노를 촬영하고 싶다는 2008년 그의 의사에 응한 것이다.


✏️
이 책은 아니 에르노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삶의 공간으로 거쳐갔던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행되지만, 정작 이야기의 중심을 채우는 것은 아니 에르노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글쓰기의 근원적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서 그의 삶에 글이 가지는 의미들에 대한 고찰이라 할 수 있다.

‘장소‘라는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 에르노에게 있어 글쓰기 영역에서는 어떠한 의미로 작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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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에르노를 논할 때 가장 먼저 제시하게 되는 문장은 뭐니뭐니해도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라는 아니 에르노의 강력한 글쓰기 원칙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도 아니 에르노가 자신의 글의 주제는 ‘시간과 기억‘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다시 한 번 그의 글쓰기는 경험이 바탕이 되는 기억과 오늘을 바라보는 작가의 현실적 세계관이라는 사실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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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딸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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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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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에르노의 <다른 딸>은 그의 언니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언니 지네트는 에르노가 태어나기 2년 전에 이미 죽었다. 그러니 에르노와 언니 지네트 사이에는 흔히 말하는 자매애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직접적인 교감이나 접촉마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 12쪽
하지만 당신은 내 언니가 아니에요. 언니였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우리는 함께 놀거나 먹거나 잔 적이 없습니다. 난 당신을 만져보지 않았고, 껴안아 보지도 못했어요. 당신 눈동자가 어떤 색깔인지 모를뿐더러 당신을 본 적도 없지요. 당신은 몸도 목소리도 없이 고작 흑백사진 몇 장에 담긴 평평한 이미지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당연히 당신에 대한 기억도 없어요. 당신은 내가 태어나기 2년 반 전에 이미 죽었으니까요. 하늘의 아이이자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 그 어떤 대화에도 등장하지 않고 누구도 당신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는, 그렇게 비밀이 되어버린 아이. 그 아이가 바로 당신입니다.

.

✏️
작가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언니 지네트를 소환한다. 소환의 궁극적 이유는 에르노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다. 언니의 죽음이 없었다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운명적 질문이랄까.

📖 69쪽
하지만 당신과 나는 외동으로 살아갈 운명이었어요. 아이 하나만 갖겠다는 그들의 바람은 평상시 버릇처럼 하던 말속에 들어 있었으니까요. ‘아이가 하나니까 가능하지, 둘이면 힘들었을 거야‘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은 당신의 삶 혹은 나의 삶 하나만을 함축하고 있어요. 둘은 아닌 거예요.

.

✏️
그런데 그렇게 살아있는 유일한 딸로서 살아가는 에르노에게는 언니 지네트가 자신의 존재성을 부정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서 에르노는 언니를, 아니 그 존재성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 83쪽
당신 또는 나. 나는 존재하기 위해서 당신을 부인해야만 했어요.

.

✏️
결국에 작가 스스로도 고백을 하지만, 이 책의 제목 <다른 딸>은 에르노의 언니가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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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에르노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점점 어렵다고 느껴진다. 사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여느 작가의 작품들에 비해 그 분량이 적다. 대부분의 작품이 마음만 있다면 반나절도 필요없이 한 권을 뚝딱 읽어버릴 만한 분량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반나절도 안 걸릴 것같은 그의 작품은 이제 하루는 고사하고 이틀, 사흘도 모자라 일주일이나 걸리는 지경이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가족 또는 사랑한 이성에 대한 경험과 기억의 이야기겠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적 작업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글쓰기적 작업에 대한, 그것이 향하는 어떠한 지점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지점이 막연하다. 방향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방향이 향하는 지점은 막연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문득 문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한다.

그럴 일은 만무할지라도 마음은 그렇다.

무튼...

이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가볍게 읽어서는 안 될 일이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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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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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한 번째로 만나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현재까지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총 열여덟 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해에 드디어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자신의 명성을 세계 최고의 반열로 끌어올린 아니 에르노.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

라는 확고한 자기 원칙 아래 거짓과 허구를 허락치 않는 아니 에르노의 철저한 글쓰기는 이미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며 탄탄한 팬덤형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팬덤에 나란 존재도 꼽사리로 살짝 찔러 넣어본다.


✏️
아니 에르노의 글을 접한다는 것은, 초독자에게는 단순히 한 편의 소설을 읽는다는 면에서 면치 못할 생경함과 당혹감을 선사하게 될 테지만, 그 과정을 넘기면서 점점 ‘과연‘이란 감탄을 입에 달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작가의 경지를 넘어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아니 에르노를 향한 세계적 극찬을 심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


📖 87쪽 (‘옮긴이의 말‘ 中에서)
<단순한 열정> 은 한 여인의 범상치 않은 사랑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한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시간이 흘러 그와 헤어진 후, 그 사랑이 남겨둔 기억들을 반추한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라는 고백이 보여주듯, 그 사랑은 폭풍과도 같은 열정적인 사랑이다.


✏️
<단순한 열정>은 옮긴이의 요약처럼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다. 겉으로 드러난 주된 이야기는 그렇다. 그 주된 이야기에만 집착하다보면 사랑을 향한 지독한 욕망에 몸서리치지 않을까 싶다.

<단순한 열정>은 올해 2월에 영화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에서는 ‘한 여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육체적 욕망과 탐닉에 대한 이야기를 관능미 넘치면서 밀도 높게 담아냈다‘(2022년 12월 16일자 ‘노컷뉴스(최영주 기자)‘에서 발췌)고 한다.

작품의 주된 이야기나 영화에서 드러내는 이야기는 다만 <단순한 열정>의 표면적 이야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단순한 열정> 그 속에는 작가의 처절한 글쓰기적 몸부림이 내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읽는다면 누군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에 대한 로망을 그릴 테지만, 한 걸음만 더 깊이 발을 담그게 되면 누군가는 글쓰기에 대한 깊은 고뇌의 실체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 60쪽
제금 나는 내가 아니면 도저히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삭제와 교정으로 뒤덮인 원고를 앞에 놓고 있다. 나는 이것이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않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유치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고백이나 수업 시간에 비밀노트 한쪽에 갈겨쓴 외설스러운 낙서처럼. 혹은 아무도 보지 않으리라 확신하면서 조용히 아무 탈 없이 써내려간 일기처럼. 그러나 이 원고를 타자로 치기 시작하고, 마침내 원고가 출판물의 형태로 내 앞에 나타나게 되면 내 순진한 생각도 끝장나고 말 것이다.

......

🎈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통해 나는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솔직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질하게 된다.

굳이 <단순한 열정> 뿐만은 아니겠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모두가 한결같이 그러한 질문을 연쇄작용처럼 나의 의식으로 밀어 넣는다. 이런 경험은 가끔 공포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한 질문은 이미 위에서도 피력한 바대로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가 거짓과 허구를 배제하고 있는 만큼 지극히 솔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솔직하다는 것은 숨김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기는 하겠지만 같은 말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솔직하다는 것의 실체를 명확히 인식하는 일은 만만찮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직설적인 것이 솔직한 것이다? 하나 비밀 없이 다 드러내야 솔직한 것이다? 일체의 꾸밈이 없는 것이 솔직한 것이다? 하고픈 말을 다 뱉어내면 솔직한 것이다? 감정의 지꺼기조차 남김없이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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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이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않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유치한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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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이니까. - P36

그런데도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에서부터 립스틱을 고르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이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때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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