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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0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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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10쪽)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간단하게 그리고 평범하게 중얼거릴 뿐입니다.˝ (167쪽)


<자기만의 방>은 위 두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다랄까. 그렇다고 이것이 170여 폐이지에 걸쳐 버지니아 울프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부가 될 수는 없을 지라도, 자신의 이야기는 독립적 존재로서, 자유적 주체로서 온전한 자신이 되는 픽션이 되어야 한다는 귀결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자기만의 방>이 던지는 주제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과 독립된 공간, 즉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 수입과 자물쇠 달린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외침보다는 그를 행하는 또는 행해야 할 여성이 우선 도달해야 할 목적지에 대한 깨우침을 우선이지 않을까. 다시 말해 독립적 존재 또는 자유적 주체에 대한 개념의 실체적 의미를 현실적으로 자각하는 일, 특히 남성중심사회의 역사적 맥락에서 조장된 허구들을 제대로 파악하여 남성들에 의해 구성화된 여성 존재의 실체를 재구성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존재성은 당신이 정한 것인가, 사회가 정한 것인가. 여성은 존재인가, 구성요소 내지는 사회존속을 위한 역할인가.

여성은 살아 존재하는가, 역할로 구성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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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은 이번에 번역본을 달리하여 두 번째 접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펭귄 클랙식 본이었고 이번은 민음사 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읽는 내내 버지니아 울프의 위대함보다는 시종일관 의식은 곁길로 빠져나가 나혜석을 떠올리며 주목하고 있었다.

시기적으로 동시대를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와 나혜석.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에서 1941년까지, 나혜석은 1896년에서 1948년까지. 거의 동시대 인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나혜석을 버지니아 울프만큼 기억하지는 않는다.

마치 나혜석의 마지막 모습처럼... 나혜석의 마지막 신분은 행려병자였고, 아무도 모르게 길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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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바빴다. 바빠서 더 게으름을 피웠나 보다. 3주 전부터 읽은 책들만 쌓여가고, 정리를 못했다. 오랜만에 여유랄까... 바쁠 때는 여유롭고 싶고 여유로워지면 뱌쁘고 싶고... 이 지랄같은 인간 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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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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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들을 유심히 관찰하기로 한다. 나에게도 일어났던 일들, 자매와 친구들에게도 일어났던 가해자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건지 분별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는 그녀들이 ‘그것‘을 뱉어내는 장면을 말이다.
그녀들을 소개한다. 눈먼 섹스를 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의 얼굴을 캡처하는 ‘여자‘, 무례한 상사에게 한 방 먹이고 자발적으로 잘리는 ‘나‘,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떤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연애라는 아름으로 섹스를 해야 했던 미성년 ‘나‘,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는 ‘보라‘, 학교 복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유미‘, 결혼을 꿈꾸며 함께 저축한 데이트 통장을 전 남친에게 털리고 멘탈도 함께 털린 ‘나‘. 그녀들의 이야기는 침묵히기를 시양하며 삼킬 수 없는 말과 기억들을 게워내기 위한 ‘다시 쓰기 rewriting‘다.

- 발문 <침묵과 초능력은 사양합니다> 中에서(책 269쪽), 장은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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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은 테마소설이다. ‘페미니즘‘이 그 테마이며, 6명의 소설가들이 자신의 글을 실었다.

이 책에 실린 6편 단편소설들의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장은영이 책의 말미의 발문에서 아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고, 그 핵심내용은 위에서와 같다.

6편 단편소설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이 책을 만난다면 각 단편에 대한 감흥이 다소 떨어질 염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테마로 뭉친 6편 단편소설이 정작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각 편의 핵심적인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이야기를 들먹이는 이유, 그리고그 이유에 선택된 소재와 사건들에 찍힌 방점을 읽어내는 것이 각 단편들을 읽어야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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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부끄럽지만, 나는 불의를 보면 참는 인간이다. 어쩌다 나의 안전이 확보되는 싱황을 인지할 때나 덤벼들 뿐...

그렇기 때문에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행위는 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은연 중으로 외면하는 효과가 있다.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긴 하다.

그래서 《새벽의 방문자들》에 실린 6편 중 하유지 작가의 <룰루와 랄라>를 유독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부당한 대우에 과감히 맞서는 ‘나‘에게서 받은 통쾌함, 그리고 아픈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위로의 순수한 감정으로 연대하려는 ‘나‘의 몸짓이 던지는 감동의 떨림... 누군가는 그렇게 부당함에 맞서줘야 또는 상처입은 이웃을 외면치 읺고 따뜻히 감싸 안아야 이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가 그나마 삐걱거릴 수 있을 테니... 그 삐걱거림의 틈으로 아직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몸부림일지라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을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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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든 뉴욕이든, 멜번이든 뭄바이든, 여자는 여전히 남자와 같은 방식으로 걸을 수 없다.
(4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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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피력해나가는 긴호흡의 글에는 그만큼 작가의 끈기와 노력, 애정이 느껴져 좋다.

<도시를 걷는 여자들>은 도시 그리고 거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역사와 예술이 재발견 된다. 특히 작가가 예술가들의 자취를 탐색하며 자신의 삶 속에 녹아냄으로써 과거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오늘로 소환하는 순간 시간의 동시성을 체험하는 매력이 넘친다.

플라뇌즈는 이 책의 핵심어라 할 수 있다.

˝플라뇌즈, 명사, 프랑스에서 온 말, 보통 도시에서 발견되는 한량, 빈둥거리는 구경꾼을 가리키는 단어 플라뇌르의 여성형.˝ (23쪽)

그럼 왜 플라뇌즈인가?

플라뇌즈는 산보하는 사람(여성)이다. 즉 걷는 사람이다. 걷기 위해서는 길에 나서야만 한다. 그런데 처음에 제시한 문장에서처럼, 그 길을 ‘남자와 같은 방식으로 걸을 수 없‘는 여성의 현실에서 길에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래서 산보도 여성의 것이 되기 어렵다.

이 책은 이 지점을 폭넓은 시간과 방대한 자료, 한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았던 다양한 방면의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밝혀내고 있다.

김소연 시인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녀가 한국의 어느 도시에 와본 적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 우리에겐 할 일이 생긴 것이다. 로런 엘킨 방식의 기록을 우리 도시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을 테니까. 우선 집 바깥으로 나가 길을 걸어보자. 예상 밖의 일들과 마주칠 때마다 몰랐던 것을 이해하게 되는 한편으로, 이해 불가능함 또한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경험을 얻는 장소. 길을 만들어가는 삶은 길을 벗어나본 적 있는 경험으로써 가능하다는 걸, 우리가 처음 가보는 겔모퉁이에서 문득 느끼게 될 때까지.˝ (책 뒷표지에서)

독자의 몫은 김소연 시인의 말에서처럼 ‘우리에겐 할 일이 생긴 것‘이므로 그걸 해내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것이라기 보다 걷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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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가 묘한 매력이 있다. 책을 고를 때 내용과 상관 없이 표지 디자인만으로 구매할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런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책 중 하나다. 다만, 이 책은 이미 독서토론 목록에 있던 것이라 그러한 선택으로 구매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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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신여성 나혜석 작품집 일제강점기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33
나혜석 지음, 에세이퍼블리싱 편집부 엮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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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은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라는 관점에서 지극히 역사적, 정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나혜석의 온전한 인간 그 자체로서의 이면이다. 번외로 아직도 나혜석을 일제에 부응한 인물로 인지하는 부류의 무지몽매함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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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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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가장 큰 화두로 회자되는 ‘혐오‘라는 문명화된 감정과 그것을 유발시키는 ‘두려움‘의 실체를 제대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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