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이 은혜에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이 사소한 불편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할 때마다 은혜는 도리어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정상적인 사람에게 너의 정상성은 괜찮은 것이고, 그것이 너를 규정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은혜도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보경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가끔은 자신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확인시키는 차갑고 날카로운 창살 같다는 것을. 휠체어 덕분에 걷지 못하던 이들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인도, 계단,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이동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기술의 발달 과정에서 은혜는 철저하게 삭제되었다. 사람들은 지하로 가라앉은 은혜를 모르는 척 외면하더니 어느 순간 휠체어에 앉혀놓고 측은하고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 기술이 너를 구원했다는 듯이 굴었다. 이 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면 애초에 생겨나지도, 태어나지도 않았을 거였다. 우주는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탄생시켰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가 각자 살아갈 힘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정상의‘ 사람들은 모르는 듯했다. (pp.220-221)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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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는 타인의 삶이 자신의 삶과 다르다는 걸 깨달아가는 것이, 그리고 그 상황을 수긍하고 몸을 맞추는 것이 성장이라고 믿었다. 때때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과정은 폭력적이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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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와 콜리가 처음으로 만난 날, 콜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꾸밈 하나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이야기를...

"괜찮아요. 이미 망가졌으니까요. 경기 도중에 떨어졌는데 바로 뒤에 오던 선수에게 밝혔어요. 제 실수죠. 딴 생각을 하면 안 됐는데 문득 하늘이 푸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날이 맑은 날 초원을 뛰고 있다는 상상을 했거든요. 스크린으로 보이는 가짜 말고 진짜요. 진짜 초원을 달려본 적 있나요?"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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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 그리고 진짜.

그 말이 품은 뜻을 이 세상은 감당하지 못하는 듯하다. 거짓 신념과 진짜라고 우기는 가짜가 천박하게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나라고 별 수 있겠냐마는, 적어도 부끄러움은 알아야지. 그래야 거짓 신념과 가짜인 진짜가 얼굴을 드리미려할 때, 지긋이 눌러줄 용기를 낼 수는 있을 테니...

정신 차려. 행수가 한 선택은, 우린 모두 따라. 우리 모두는 네 선택에 한 마디의 반박 없이 널 따른다고. 근데 선택은 네가 하고서 자신이 한 선택이 겁나서 도망 가겠다고? 애처럼 굴지 마! 너의 그 자리는 30년간 이어져 온 우리의 신념이야! 몸이 썩어 문드러져도 우린 우리의 신념을 위해 살아. 네가 앉은 그 자리는! 우리의 신념의 상징이라고! - P41

우린 진짜잖아. 너 우리가 살 길이 뭐랬어? 우리가 살 길은! 사람들 뇌리에 박혀 잊을 수 없는 예술을 남기는 것, 무희가 되는 것 아니었어? 그게 진짜가 되는 길이라고 했잖아. 진짜가 되면, 사람들은 우리를 찾아. 그 어떤 환경에서라도! 우리를 찾는다고. 진짜를 본 그들은, 우리를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으니까.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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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인생만 살면 돼. 남의 인생까지 네 방식에 끼워 넣으려고 하지 마. 남들 사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그건 지금 네 인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란 걸 아직도 몰라? - P173

인간만이 목적이나 의미를 생각하고 덫에 걸린다. 굴레에 갇힌다. 고통을 느끼고 죄책감에 빠지며 괴로워한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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