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굴라.오해 알베르 카뮈 전집 1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까뮈는 인간들의 불행은 단순명료한 말을 쓰지 않는 데서 온다고 했다. 《오해》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로 저예요.˝라는 말을 아끼지만 않았다면, 당장에 해버리고 말았다면 까뮈가 밝힌 바대로 더이상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단순한 진리가 매번 우리를 비켜간다는 것이 문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낯설었던 공간이 차츰 내 것처럼 친근해지는 그 느낌과 차곡차곡 쌓이는 추억의 무게는 생경한 곳이 주는 설렘보다 훨씬 더 깊고 묵직하다.˝

익숙함에 길들여지는 느낌은 언제나 좋다. 나에게는 그렇다. 익숙함에는 편안함이 함께 자리하기에 그래서 더욱 좋은 것이리라. 그러나... 그 익숙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첫 대면, 첫 경험이라는 낯섦과의 대면은 통과의례다. 익숙함을 만끽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하는 그 낯섦에 대한 저항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서툴다. 참, 아이러니한데 이것이 또한 삶이라서 외면하거나 거부할 수도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탈 스물넷
옛사랑이 불쑥 떠오를 때

쓸쓸히,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봐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잊혀자지 않는 과거가 됐든,
이미 다 잊었지만 어느 순간 불쑥 떠오르는 과거가 됐든,
과거 앞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평소 잊고 살다가 어느날 문득
옛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이 생각날 때,
혼자 쓸쓸히 앉아 있는 사람의 뒷모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옛사람과 닮았든 닮지 않았든 상관없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 잠깐 동안,
잠시 추억에 젖어보는 것뿐이니까.

과거 앞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지만,
그것에 꽁꽁 묶여서 힘들게 살 이유도 없다.

ㅡㅡㅡㅡㅡ 에피소드 중 하나, 8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이철원 김 부인의 딸보다 먼저 하느님의 딸이다. 여하튼 두말할 것 없이 사람의 형상이다. 그 형상은 잠깐 들씌운 가죽뿐 아니라 내장의 구조도 확실히 금수가 아니라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혜석은 1933년 2월 28일 자 《조선일보》에 발표한 <모델-여인일기(女人日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남자는 칼자루를 쥔 셈이요, 여자는 칼날을 쥔 셈이니 남자 하는 데 따라 여자에게만 상처를 줄 뿐이지. 고약한 제도야. 지금은 계급 전쟁 시대지만 미구(未久)에 남녀 전쟁이 날 것이야. 그리고 다시 여존남비시대가 어면 그 사회제도는 여성 중심이 될 것이야. 무엇이든지 고정해 있지 않고 순환하니까.˝


지금으로부터 90년이 채 못 되었으나, 지당히 오래전인 과거의 이야기다. 나혜석의 말은 너무나도 정확한 비유였고, 이미 지금의 시대를 예견한 비전이었다. 시대를 앞질러 본 나혜석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며, 그래서 아직까지도 남성중심의 사회구조적 모순이 남아있음이 허탈할 수밖에 없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