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1 소설 보다
김멜라.나일선.위수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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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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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그러니까 5월이다. 3주간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독서토론모임이 진행됐다.

타이틀은 <단편의 힘: 윤독&독서토론>이었다.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준 시간. 이 모임에서는 모임 전에 미리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고, 모임 진행 강사도 그러지 말라는 당부가 있었다.

왜? 이유는 Zoom으로 진행된 모임 그 자리에서 그날 토론의 대상이 되는 단편소설을 참가자가 한 페이지씩 돌아가면서 읽고, 그런 후 토론으로 들어가는 바로 현장 독서 및 현장 토론 모임이었기 때문이었다.

숙성의 맛은 없어도 날 것 그대로의 신선함이 넘치는 독서토론모임이랄까...

정리되지 않은 생각, 오직 직관에 의지한 독서 및 토론은 그런 만큼 생각의 빈 곳이 시시각각 모습을 드러내고 말지만 그 빈 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의 다른 직관에 의해 부족함 없이 채워졌다.

직관은 그것이 맞다 또는 틀리다는 가치의 판단을 전면 거부한다. 직관은 오직 한 개인의 가장 진솔한 이성 내지는 감정의 발화작용으로 인한 가장 순수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직 그 직관에 의지한 채 자신의 직관에 대한 부끄러움도 가질 필요 없이 그렇게 진행된 3주 간의 독서토론모임은 참으로 의미있고 신선한 체험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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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독서토론모임은 < #읽쓰엔터테인먼트 >에서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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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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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들을 유심히 관찰하기로 한다. 나에게도 일어났던 일들, 자매와 친구들에게도 일어났던 가해자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건지 분별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는 그녀들이 ‘그것‘을 뱉어내는 장면을 말이다.
그녀들을 소개한다. 눈먼 섹스를 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의 얼굴을 캡처하는 ‘여자‘, 무례한 상사에게 한 방 먹이고 자발적으로 잘리는 ‘나‘,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떤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연애라는 아름으로 섹스를 해야 했던 미성년 ‘나‘,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는 ‘보라‘, 학교 복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유미‘, 결혼을 꿈꾸며 함께 저축한 데이트 통장을 전 남친에게 털리고 멘탈도 함께 털린 ‘나‘. 그녀들의 이야기는 침묵히기를 시양하며 삼킬 수 없는 말과 기억들을 게워내기 위한 ‘다시 쓰기 rewriting‘다.

- 발문 <침묵과 초능력은 사양합니다> 中에서(책 269쪽), 장은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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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은 테마소설이다. ‘페미니즘‘이 그 테마이며, 6명의 소설가들이 자신의 글을 실었다.

이 책에 실린 6편 단편소설들의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장은영이 책의 말미의 발문에서 아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고, 그 핵심내용은 위에서와 같다.

6편 단편소설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이 책을 만난다면 각 단편에 대한 감흥이 다소 떨어질 염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테마로 뭉친 6편 단편소설이 정작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각 편의 핵심적인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이야기를 들먹이는 이유, 그리고그 이유에 선택된 소재와 사건들에 찍힌 방점을 읽어내는 것이 각 단편들을 읽어야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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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부끄럽지만, 나는 불의를 보면 참는 인간이다. 어쩌다 나의 안전이 확보되는 싱황을 인지할 때나 덤벼들 뿐...

그렇기 때문에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행위는 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은연 중으로 외면하는 효과가 있다.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긴 하다.

그래서 《새벽의 방문자들》에 실린 6편 중 하유지 작가의 <룰루와 랄라>를 유독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부당한 대우에 과감히 맞서는 ‘나‘에게서 받은 통쾌함, 그리고 아픈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위로의 순수한 감정으로 연대하려는 ‘나‘의 몸짓이 던지는 감동의 떨림... 누군가는 그렇게 부당함에 맞서줘야 또는 상처입은 이웃을 외면치 읺고 따뜻히 감싸 안아야 이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가 그나마 삐걱거릴 수 있을 테니... 그 삐걱거림의 틈으로 아직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몸부림일지라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을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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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든 뉴욕이든, 멜번이든 뭄바이든, 여자는 여전히 남자와 같은 방식으로 걸을 수 없다.
(4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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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피력해나가는 긴호흡의 글에는 그만큼 작가의 끈기와 노력, 애정이 느껴져 좋다.

<도시를 걷는 여자들>은 도시 그리고 거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역사와 예술이 재발견 된다. 특히 작가가 예술가들의 자취를 탐색하며 자신의 삶 속에 녹아냄으로써 과거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오늘로 소환하는 순간 시간의 동시성을 체험하는 매력이 넘친다.

플라뇌즈는 이 책의 핵심어라 할 수 있다.

˝플라뇌즈, 명사, 프랑스에서 온 말, 보통 도시에서 발견되는 한량, 빈둥거리는 구경꾼을 가리키는 단어 플라뇌르의 여성형.˝ (23쪽)

그럼 왜 플라뇌즈인가?

플라뇌즈는 산보하는 사람(여성)이다. 즉 걷는 사람이다. 걷기 위해서는 길에 나서야만 한다. 그런데 처음에 제시한 문장에서처럼, 그 길을 ‘남자와 같은 방식으로 걸을 수 없‘는 여성의 현실에서 길에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래서 산보도 여성의 것이 되기 어렵다.

이 책은 이 지점을 폭넓은 시간과 방대한 자료, 한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았던 다양한 방면의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밝혀내고 있다.

김소연 시인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녀가 한국의 어느 도시에 와본 적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제 우리에겐 할 일이 생긴 것이다. 로런 엘킨 방식의 기록을 우리 도시에서 우리가 해볼 수 있을 테니까. 우선 집 바깥으로 나가 길을 걸어보자. 예상 밖의 일들과 마주칠 때마다 몰랐던 것을 이해하게 되는 한편으로, 이해 불가능함 또한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경험을 얻는 장소. 길을 만들어가는 삶은 길을 벗어나본 적 있는 경험으로써 가능하다는 걸, 우리가 처음 가보는 겔모퉁이에서 문득 느끼게 될 때까지.˝ (책 뒷표지에서)

독자의 몫은 김소연 시인의 말에서처럼 ‘우리에겐 할 일이 생긴 것‘이므로 그걸 해내는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것이라기 보다 걷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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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가 묘한 매력이 있다. 책을 고를 때 내용과 상관 없이 표지 디자인만으로 구매할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런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책 중 하나다. 다만, 이 책은 이미 독서토론 목록에 있던 것이라 그러한 선택으로 구매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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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유영규 외 지음 / 루아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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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은 2018년 9월 3일부터 12일까지 8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기획 연재된 것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이 기획은 2003년 당시 경찰팀장이자 지금은 편집국장인 캡의 인터뷰 주문을 당시 기자 초년생이자 지금은 탐사기획부장인 유영규 기자가 후배들(임주형, 이성원, 신융아, 이혜리)과 함께 15년에 걸쳐 이뤄낸 결과물이다.

책은 총 8개의 큰 주제 아래 29개의 이야기가 엮여져 있는데, 이 책의 내용을 일일이 다 열거하며 살명하는 것보다 10여 개 이야기의 제목들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그 내용을 어림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10여개의 제목들은 아래와 같다.

나와 54년 함께한 임자, 미안해•••
간병은 전쟁이다, 죽어야 끝나는
기록조차 없는 죽음들
10개월간 아내는 죽음을 부탁했습니다
극심한 ‘경제적 압박‘ 겪는 가족 간병 당사자들
우리는 끝내 김씨를 구하지 못했다
독박간병, 살인 충동마저 부르는 악몽
치매는 엄마도 나도 삼켰다
간병 5년, 쌓인 분노, 10배의 우울증
치매 할머니는 그날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장애 아들 돌본 40여 년, 살아도 산 게 아니었어
일 년에 1만 5000원으로 장애를 견디라니
수면제 40알, 어머나는 죽음을 선택했다
할멈이 삶을 내려놓자 영감은 이성을 잃었다

이렇듯 제목만 열거하는 이유는 그 내용들을 다시 되뇌이기가 못내 힘겹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제목만 열거하는 것으로도 감정상 쉬운 일이 아닐 정도다.

요즘 같이 내 삶도 녹록치 않은데 남의 상처와 아픔, 고통들까지 알아야 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한다는 것에 적잖은 고민도 해보지만... 힘겹더라도 우리 사회의 암울한 이면을, 너무 당연시하게 외면되고 잊혀지고 있는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라도 추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죽어서라도 모든 걸 끝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그 고통스런 삶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헤아리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요즘 같이 나의 상처와 고통에만 함몰되어 주위를 돌아볼 여력도 없는 세상에, 그럼에도 손을 뻗을 마음조차 누구 하나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 사는 이유나 이 세상이 존재할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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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간병 가족들의 이야기
유영규 외 지음 / 루아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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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이라는 극단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헤아리기조차 힘겨운 고통과 심연보다 깊은 상처를 우리 사회는 왜 외면하고 있을까를 반성케하는 이 책은 서울신문에서 기획연재한 사연들을 엮은 것이다. 간병살인이라는 암울한 현실의 문제,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어떻게 해결해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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