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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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들을 유심히 관찰하기로 한다. 나에게도 일어났던 일들, 자매와 친구들에게도 일어났던 가해자가 피해자가 불분명한 사건들,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건지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하는 건지 분별하기 어려운 일들을 겪는 그녀들이 ‘그것‘을 뱉어내는 장면을 말이다.
그녀들을 소개한다. 눈먼 섹스를 하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의 얼굴을 캡처하는 ‘여자‘, 무례한 상사에게 한 방 먹이고 자발적으로 잘리는 ‘나‘, 어른들의 세계에서 어떤 배려도 받지 못한 채 연애라는 아름으로 섹스를 해야 했던 미성년 ‘나‘,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애인과 친구를 떠나는 ‘보라‘, 학교 복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유미‘, 결혼을 꿈꾸며 함께 저축한 데이트 통장을 전 남친에게 털리고 멘탈도 함께 털린 ‘나‘. 그녀들의 이야기는 침묵히기를 시양하며 삼킬 수 없는 말과 기억들을 게워내기 위한 ‘다시 쓰기 rewriting‘다.

- 발문 <침묵과 초능력은 사양합니다> 中에서(책 269쪽), 장은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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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은 테마소설이다. ‘페미니즘‘이 그 테마이며, 6명의 소설가들이 자신의 글을 실었다.

이 책에 실린 6편 단편소설들의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장은영이 책의 말미의 발문에서 아주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고, 그 핵심내용은 위에서와 같다.

6편 단편소설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이 책을 만난다면 각 단편에 대한 감흥이 다소 떨어질 염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테마로 뭉친 6편 단편소설이 정작 드러내고자 하는 바는 각 편의 핵심적인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각각의 이야기를 들먹이는 이유, 그리고그 이유에 선택된 소재와 사건들에 찍힌 방점을 읽어내는 것이 각 단편들을 읽어야하는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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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부끄럽지만, 나는 불의를 보면 참는 인간이다. 어쩌다 나의 안전이 확보되는 싱황을 인지할 때나 덤벼들 뿐...

그렇기 때문에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행위는 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은연 중으로 외면하는 효과가 있다.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긴 하다.

그래서 《새벽의 방문자들》에 실린 6편 중 하유지 작가의 <룰루와 랄라>를 유독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다. 부당한 대우에 과감히 맞서는 ‘나‘에게서 받은 통쾌함, 그리고 아픈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위로의 순수한 감정으로 연대하려는 ‘나‘의 몸짓이 던지는 감동의 떨림... 누군가는 그렇게 부당함에 맞서줘야 또는 상처입은 이웃을 외면치 읺고 따뜻히 감싸 안아야 이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사회가 그나마 삐걱거릴 수 있을 테니... 그 삐걱거림의 틈으로 아직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몸부림일지라도 그것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을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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