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없이 거래 없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태도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전투 없이 거래 없다"라는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뿐 아니라 영국ㆍ프랑스ㆍ벨기에ㆍ독일ㆍ러시아 같은 유럽 문명권 국가들이 중세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상대로 해온 일들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자기들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역이든 전쟁이든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한다는 정신. 청나라 사람들에게 아편을 판매하려던 것을 청나라 관리들이 저지하자 영국인들이 1840~1842년에 일으킨 아편전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덴하흐에서 보고 싶었던 두 번째 장소는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미술관입니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의 유명한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지요. 처음에는 저도 마우리츠하위스를 이런 유명한 그림이 적잖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브라질 총독을 역임한 요한 마우리츠Johan Maurits의 저택이던 이 미술관은 생활공간답게 작은 방이 많았고, 그 방 하나하나마다 렘브란트Rembrandt며 브뤼헐Brueghel 같은 네덜란드 유명 화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어서 감탄스러웠습니다. 이런 유명 화가의 그림 앞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었고요.

그러다가 어느 방으로 옮겨 갔는데, 신기하게도 그 방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른 방들과 달리 조명도 어두웠고, 그림을 담은 액자들도 전체적으로 검은빛으로 통일된 느낌이었습니다. 일종의 전율감이 느껴졌죠. 방 한쪽에는 붉은 전신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는데, 바로 이 건물의 주인인 요한 마우리츠의 전신상이었습니다. 이 방에는 마우리츠가 인생 중반기인 1630년부터 1654년 사이에 총독으로 근무했던 네덜란드 서인도회사령 브라질의 풍경을 담은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1621년에 설립된 네덜란드 서인도회사는 오늘날의 브라질 동북부를 지배했습니다.

마우리츠가 살아 있을 당시에도 네덜란드 사람들은 식민지의 부富로 쌓아올린 이 건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했습니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얼마 안 되어 ‘제국’을 건설한 자기 나라의 위상을 상징하는 건물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테고, 식민지 사람들을 착취해서 쌓은 부로 이런 으리으리한 건물을 짓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왈가왈부를 거치며 생활공간으로 쓰이다가 오늘날 미술관으로 바뀐 마우리츠하위스의 탄생 배경과 관련해, 미술관 공식 팸플릿이나 건물 안내판 어디에서도 식민지 통치의 역사를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곳을 찾는 네덜란드인이나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해 유명 화가의 그림들에만 주목할 뿐, 이 건물이 상징하는 유럽인의 세계 지배의 역사에는 무관심합니다.

마우리츠의 전신상과 함께 프란스 포스트의 남아메리카 그림이 걸려 있는 이 방에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마우리츠하위스에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만 보고 이 방의 숨겨진 뜻을 헤아리지 않는 것은 이 미술관을 절반만 보는 것이라고요. 마찬가지로 유럽 문명의 밝은 부분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똑같은 유럽인들이 무역과 전쟁이라는 두 개의 칼을 휘두르며 세계 전체를 식민지로 만들려 한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유럽 문명의 폭력성과 이중성을 비판하기 위해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무역과 전쟁은 하나’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도덕적으로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할 생각이 전혀 없는 유럽 세력이 오늘날의 글로벌 질서를 만들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제가 덴하흐에서 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세계〉 전시회, 그리고 네덜란드 서인도회사 관계자인 마우리츠가 세운 마우리츠하위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뒤이어 식민지 쟁탈전에 뛰어든 17세기 네덜란드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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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4주 신간 중 경제경영 (24), 과학(9), 사회과학(13) 목록을 묶었다.

흑역사 관련 도서가 2권 있다. <부의 흑역사>는 앞다투어 소개되어 추천+빈도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과학의 흑역사>는 집계됨 점수가 낮았다. 그래서 목록에서 보이지 않는다.

2022년을 위한 미래 예측서가 나오는 시기가 됐다. 작년에 이어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2> 나왔다.

내일 10월 1주 신간을 정리하기 전에 거의 떨이로 내몰아서 땡처리 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은 하늘에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고, 서재에서 새로운 주간의 신간을 맞이하리라.




주1. [] 안의 숫자는 주간 기준 추천+빈도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주2. 읽고 있거나 읽은 책의 리스트가 아님 (향후에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경제경영 (24)

1. 부의 흑역사 [30.8]

#부의흑역사
#금융이살찌면나라경제는왜팍팍해질까
#富의약탈기계된금융그변모를추적하다
#금융의탐욕커질수록경제는골병든다
#두얼굴의금융그들은왜富를약탈하는가
#자원이풍부한앙골라는왜가난한가라는스스로의물음에답하다
#경제망치고富의약탈도구로전락비대해진금융
#책꽂이 #책꽂이
#금융의저주금융공학은우리를빈곤에빠뜨렸다
#부의흑역사
#신간 #부의흑역사
#비대해진英금융산업경제를갉아먹다

2. 거대한 가속 [16.3]

#한줄읽기 #거대한가속외
#팬데믹이앞당긴집단도태시대덩치큰코끼리들만살아남는다
#코로나에더공고해진플랫폼제국
#이책 #나는코로나를이렇게극복했다등
#거대한가속
#팬데믹에10년당겨진미래생존전략을수정하라
#코로나이후재택근무는일상화될까

3. 모빌리티 미래권력 [8.0]

#자동차제조보다모빌리티서비스
#자동차저널리스트들의예언
#현대차는왜수소대중화를선언했나

4. 위대한 창업가들의 엑싯 비결 [6.0]

#어떤성공에도결국끝은있다박수받을때떠날준비를하라
#이사업을어떻게끝낼것인가MA청산

5. 백악관 AI 리포트 [5.2]

#주요국AI기술현황장단점조명
#中스파이가美AI기술을훔치고있다
#새로나왔어요 #과학자의흑역사外
#책꽂이 #백악관AI리포트外
#신간다이제스트10월2일자
#신간 #여성의대의

6. 정책의 시간 [5.2]

#정책의시간
#한줄읽기 #거대한가속외
#책꽂이 #정책의시간등
#부동산정책실패는불평등개선에대한의지부족에서비롯

7. 모바일 미래보고서 2022 [5.0]

#모바일미래보고서2022
#이제는펜트업멈췄던소비가폭발한다

8. 골목의 약탈자들 [4.7]

#예비창업자들이피하기힘든7개의덫
#신간 #대한민국파이어족시나리오

9. 중국을 이기는 비즈니스 게임 [4.1]

#중국을이기는비즈니스게임
#책꽂이 #유튜브마케팅인사이트등

10. 나는 미술관에서 투자를 배웠다 [4.1]

#나는미술관에서투자를배웠다
#새로나왔어요 #지오포이트리外

11. 버거킹 [4.1]

#책꽂이 #정책의시간등
#대형와퍼로파산위기넘긴버거킹

12. 소비자가 주도하는 ESG 모델 [4.1]

#새로나온책 #소비자가주도하는ESG모델외
#ESG소비자가주도회사는지원역할해야성과

13. 효율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 [3.9]

#새로나온책 #소비자가주도하는ESG모델외
#책꽂이 #정책의시간등
#신간 #대한민국파이어족시나리오

14. 비즈니스 워 [3.0]

#비즈니스워

15. 그냥 하지 말라 [3.0]

#팬데믹에당겨진데이터전문가시대가까워진미래그냥외면하지말라
#급변하는미래행동보다방향설정이먼저다



과학 (9)


1. 지금 다시 계몽 [34.7]

#불안한미래숫자를봐라세상은좋아졌다
#인류가퇴보를의심할때숫자는진보를가르킨다
#비관주의그만사망률총생산모든지표가우상향
#숫자는말한다세상이더좋아지고있다고
#자학하지마라인류는진보했고더좋아질거다
#포퓰리즘극복위해계몽주의되살리자
#수명늘어나고식량지속증산진보는필연아닌노력의결과
#통계를보면세상은좋아지고있다스티븐핑커의지금다시계몽
#편향깨는데이터낙관의실마리
#각박한삶종말론에맞선대담한낙관론숫자로입증하다
#이성과학을좇는한세상은계속진보한다
#지금다시계몽
#세상이점점나빠지고있다고그건거짓말
#신간 #여성의대의

2. 곽재식의 아파트 생물학 [13.6]

#책마을 #따뜻함에끌리고몸에좋은음식찾고인간의생물학적본성에대하여
#곽재식의아파트생물학
#새로나온책 #장애를다시생각한다외
#아파트단지에서찾은친근한생물학
#신간 #곽재식의아파트생물학
#새책 #이영천다시오래된다리를거닐다외
#아파트숲에서우리와함께사는존재들

3. 미적분의 힘 [9.9]

#미적분왜배웠나했더니
#미적분이없었다면이런문명은없었다
#새책 #내가늙어버린여름외
#학교는졸업했지만미적분위상수학공부해볼까
#이책 #뇌와세계등

4. 뇌와 세계 [5.8]

#인간우주구축한뇌에대한대담한통찰
#이책 #뇌와세계등
#신간 #도해타이완사

5. 오무아무아 [4.2]

#책꽂이 #책꽂이
#소행성외계인이만든인공물

6. 살아 있는 동안 꼭 봐야 할 우리 꽃 100 [3.9]

#살아있는동안꼭봐야할우리꽃100
#책꽂이 #백악관AI리포트外
#새로나온책 #소비자가주도하는ESG모델외
#신간 #인생삼모작

7. 아인슈타인의 냉장고 [3.7]

#신간 #채터당신안의훼방꾼
#열역학발전이룬13명의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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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10-08 2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많습니다!! [부의 흑역사]는 표지가 말, 아니 제목 다 해주는 책 같아요^^

오거서 2021-10-08 22:27   좋아요 3 | URL
북사랑님이 핵심을 알아채신 것 같아요. <부의 흑역사> 없었으면 이 페이퍼를 건너 뛰었을 겁니다 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0-08 2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의 흑역사 표지. 정말 눈에 확 띄네요. 찜합니다. 이런 책도 봐줘야 하는디. ㅡㅡ 근데 오거서님, 알라딘을 마구 돌아다니세요? 뭘 이리도 방대하게 아십니까 ㅋㅋ

오거서 2021-10-09 07:31   좋아요 1 | URL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눈에 담아 가시길 바랍니다. 마구 퍼드리니까요. ㅎㅎㅎ

scott 2021-10-10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월 신간 도서 업데이트
고대 하고 있습니다 ^ㅅ^

오거서 2021-10-10 13:11   좋아요 1 | URL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게으름 피지 말아야겠어요. ^^
 

진심의 핵심, 진정성의 요체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양적으로 사용하면 진정성이 된다. (…) 바쁘다고 핑계를 대고 만나주지 않는 사람과 바쁘더라도 흔쾌히 시간을내주는 사람의 차이가 관계의 진정성을 가른다. 시간이야말로 확실한 진심의 지표다. - P19

오늘 생을 마감하는 사람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은 전 재산을 주고도 사지 못하는 가치를 지닌다. 우리 모두는 시간 앞에서 유한한 존재들이다. 내가 가진 시간의 양이 목숨이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고 있다는 말은 내 목숨의 일부를 내주고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을 때,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을 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내 목숨이 사용된다. 그래서 인생에서 시간은 어느 것에 더 목숨을 소비하고 사용했느냐의 결과를 말한다. - P20

나는 미워하는 시간보다 사랑하는 시간을, 잊으려 하는 시간보다 그리워하는 시간을 더 늘리려고 한다. 나를 위한 유익과 즐거움을 구매하는 데 내 목숨을 지불하려고 한다. - P20

나는 자주 나에게 타이른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인기를 얻으려고 목숨을 분산하지 마라.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내 진심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내주어라. 그렇게 진실해지고 깊어지기를 원해라. 그래야 목숨이 흩어지지 않고 집약되고 축적된다. 그 집약과 축적의 관계를 사람들은 막역한 사이라거나 베스트 프렌드라거나 단짝이라거나 삼총사등과 같은 말로 부른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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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08 13: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책 오는데 오거서님 문장 보니까 빨리 읽고 싶네요 ^^

오거서 2021-10-08 19:1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은 책이 오자마자 바로 다 읽어 버릴 것 같아요 ^^;

책읽는나무 2021-10-08 13: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책 표지 넘 영롱 하네요^^

오거서 2021-10-08 19:19   좋아요 2 | URL
표지 사진이 약간 뿌연 느낌이 있는데 아마 비닐을 씌은 상태에서 찍은 사진인 것 같아요. 그래도 표지 디자인은 여전히 돋보이네요 ^^

scott 2021-10-08 16: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습니다
버릴 문장이 없어여 ㅎㅎㅎ

오거서 2021-10-08 19:22   좋아요 2 | URL
scott님의 추천하시니까 콘크리트 같은 믿음이 생깁니다. 믿음의 공구리 쳐주셔서 감사 ^^

서니데이 2021-10-08 19: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거서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시간 되세요.^^

오거서 2021-10-08 19:20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즐거운 주말을 맞으시길! ^^

프레이야 2021-10-08 2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이야말로 확실한 진심의 지표다.
와닿는 문장이에요. ^^

오거서 2021-10-08 22:1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의 연륜에도 와닿는 문장이라몀 정말 좋다는 것이겠지요. 말을 더 보태는 것은 군더더기일 뿐… 감사합니다! ^^
 

2021 년 9월 4주 신간 중 소설/시/희곡(25), 에세이(16), 여행(3) 묶었다.

내가 문학 작품과 친숙하지 않다 보니 <일몰의 저편> 작가인 기리노 나쓰오를 그동안 몰랐다.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가인데 수상 이력이 화려하고 … 이렇게 알아 가면 되지.

<인생의 맛 모모푸쿠>을 지은 데이비드 장의 다른 책 <뉴욕의 맛 모모푸쿠>가 2013년에 나왔었다.

프랑스 어로 쓰여진 책들이 눈에 띈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그리고. <울고 웃는 마음>을 지은 마리즈 콩데는 2018년 뉴아카데미문학상 수상자. 프랑스령 과들루프 (카리브 해에 위치) 출신 마리즈 콩데가 1999년(62세)에 출간한 자전 에세이.

지도에서 프랑스령 과들루프 찾기가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이다. 여기에 지도 이미지를 끼워 넣고 싶지만 북플 앱에서 지원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소설/시/희곡 (25)


1. 일몰의 저편 [17.33]

#북카페 #인생_삼모작_외
#토_달_수_없는_올바름_은_누가_만들었나
#당신이_쓴_것은_좋은_소설입니까_나쁜_소설입니까
#폭력_외설은_안돼_소설가를_감금하다
#이_책 #나는_코로나를_이렇게_극복했다_등
#누구나_공감할_아름다운_이야기만_쓰세요
#언론탄압보다_무서운_건_교묘한_자기검열_강요


2.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4.67]

#신간 #침대에서_담배를_피우는_것은_위험하다
#특별_청소_돼야_하는_삶은_없다


3. 마술 피리 [4.5]

#잭과_콩나무_소년의_죄를_밝혀라
#신간 #플라멩코_추는_남자
#추리소설로_재해석된_유럽_고전_동화


4.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4.2]

#새책 #무언가_위험한_것이_온다_外
#활기_찾는_폐광촌의_비밀_추악한_영생_욕망_엿보다
#추악한_욕망이_나에게도_있더라_김희선_무언가_위험한
#영화_촬영지_마을_의문의_사건

5. 플라멩코 추는 남자 [3.87]

#새책 #무언가_위험한_것이_온다_外
#책꽂이
#신간 #플라멩코_추는_남자


6~25. 생략




에세이 (16)


1.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 [12.0]

#서울과_파리_21세기_도시_산책자의_사유법
#파리_서울_도심을_산책하다
#새책 #무언가_위험한_것이_온다_外
#서울과_파리를_걸어다니며
#새_책 #신의_아이_외
#정지돈_르_귄_콩데_소설가들의_사색집


2. 인생의 맛 모모푸쿠 [8.84]

#김치찌개_몰래_먹던_그는_어떻게_美_음식의_신_이_됐나
#나는_조울증_환자였다__한국계_美_스타_셰프의_고백
#책꽂이
#신간 #인생_삼모작


3. 내가 늙어버린 여름 [8.77]

#늙으면_비로소_보이는_것들
#노화에_대한_성찰_내가_늙어버린_여름_번역_출간
#나이듦에_대한_솔직한_심경_오롯이
#새_책 #내가_늙어버린_여름_외


4. 인생 삼모작 [5.87]

#북카페 #인생_삼모작_외
#귀촌_후_인생_설계_노년의_자아_찾기
#신간 #인생_삼모작


5. 울고 웃는 마음 [4.8]

#노벨상_유력_작가의_자전_에세이
#이_책 #나는_코로나를_이렇게_극복했다_등
#정지돈_르_귄_콩데_소설가들의_사색집


6. 우리의 상처는 솔직하다 [4.77]

#아이들이_보여준_자기_이야기의_힘
#새로_나온_책 #소비자가_주도하는_ESG모델_외
#신간 #우리의_상처는_솔직하다


(이하 생략)



여행 (3)


1. 여행의 순간 [6.0]

#과거의_여행_중인_나로부터_온_편지_여행의_순간
#여행의_순간


(이하 생략)



주1. [] 안의 숫자는 주간 기준 추천+빈도 점수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름)
주2. 빈도 점수가 2 미만은 목록에서 생략함
주3. 읽고 있거나 읽은 책의 리스트가 아님 (향후에 읽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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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0-07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1987년에 나온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 제 3 판을 내는 저자의 심경과 집필 의도를 서문에서 엿볼 수 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까지 이 책의 강조점은 제목 <위대한 작곡가들의 삶>의 ‘위대한‘에 찍혀 있었다. 위대한 작곡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음악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사람들이며, 인류 전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서양인들의 의식을 변화시킨 인물들이다(음악이 ‘인류의 공용어‘라며 떠들어대는 정치가들을 절대로 믿지 말라. 사실이 아니다).
또 위대한 작곡가들 대부분은 생전에 그 위대함을 인정받은 이들이다. 물론 후멜이나 슈포어, 마이어베어처럼 그렇지 못한 예도 있다. 말러는 심지어 사후 두 세대가 지나고 나서야 음악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거의 모두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고, 그 재능을 펼쳐 음악가로 성공했다. 이러한 과정은 다윈의 이론을 닮은 구석이 있다. 적자생존은 위대한 작곡가들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구일지 모르겠다.” (서문 9-10)

“나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인간적인 측면을 살펴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했는지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이 책의 초판이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음악학자들은 사람보다 음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음악 작품은 음악 자체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으며, 유일하게 타당한 설명은 음악의 구조적, 화성적 분석밖에 없다고 한다. 그 외의 것들은 실용성이 없는, 그저 감상적인 공연 프로그램용 정보라는 주장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음악을 작곡가라는 사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음악이란 그의 정신이 작동한 결과이고, 그의 정신과 그가 살던 시대에 대한 반응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장 파울Jean Paul 같은 작가들에 대한 집착, ‘다비드 동맹Davidsbund’이라는 이름의 가상의 조직, 자신의 광기에 대한 두려움을 알지 못하고 어떻게 로베르트 슈만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렘브란트와 세잔,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서 그들의 눈으로 세상과 그밖의 존재들을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베토벤과 브람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들의 귀와 정신으로 세상을 경험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작곡가들의 강렬한 ‘정신’과 접촉하게 되므로, 우리는 그들의 정신과 공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 공명의 정도가 클수록, 작곡가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가 제자들이 작품 하나를 익힐 때 작곡가의 편지, 저서, 다른 사람이 쓴 그들의 일대기, 그밖에 배울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섭렵하도록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다루는 작품을 작곡가의 생애 전반과 관련지어 생각해야만 했다. 나 역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일대기적 측면을 중요하게 부각시켰다. 20세기의 12음 기법과 음렬음악처럼 꼭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분석과 전문용어를 최소화했다. 형태와 분석을 다루면 신비감을 조성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전문가들이 다른 전문가를 위한 책을 쓸 때 필요한 재료들이 아닐까? 일반 독자를 위한 책으로 보이는데도 어려운 악보들을 사례로 소개한 것을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일부는 오케스트라 총보를 피아노 편곡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조차 손사래를 칠만큼 어려운 곡들도 있다.” (서문 13-14)

“이 책을 몬테베르디로 시작하는 이유는 그전에 위대한 작곡가가 없어서가 아니다. 몬테베르디의 음악이 오늘날 연주되고있는 레퍼토리 중 가장 오래된 음악이어서이다. 초판은 바흐로 시작했다. 초판을 쓰던 1960년대 후반만 해도 몬테베르디의 작품을 연주하거나 녹음하는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니 몬테베르디의 작품들이 서양의 모든 오페라극장에서 연주될 정도로 재조명을 받았다. 그러니 모를 일이다. 제4판이 나올 때는 팔레스트리나, 라소, 조스캥, 뒤페, 마쇼 같은 작곡가들이 세상에 알러져 그들의 이야기를 한두 장 더 쓰게 될지.” (서문 16)

“음악을 주제로 한 책에서는 언제나 철자 문제가 불거진다. 이 책의 정서법과 용어는 미국식 용례를 따랐다. 미국의 일부작가들은 내 문체가 ˝지나치게 미국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럼 내가 메소포타미아인인 줄 알았던가? 예컨대, 영국에서는12음계를 ‘twelve-note‘라고 쓰지만, 미국에서는 ‘twelve-tone‘으로 표기한다. 그 이유는 쇤베르크를 다룬 장에서 설명할 것이다. 미국식 용례의 경우,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는 영어식인 ‘Harold in Italy‘로, 〈환상 교향곡>은 프랑스어식인 ‘Symphonie fantastique‘로 비일관적으로 표기한다. 나는 여태껏 전자를 프랑스어식으로 ‘Harold en Italie‘라고 쓴 것을 본 적이 없으며, 후자를 영어식으로 ‘Fantastic Symphony‘ 라고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극소수일 것이다. 그냥 다들 ‘Fantastique‘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이다. ˝아바도가 어젯밤 ‘Fantastique‘를 지휘했다는군.˝ (서문 17)


저자는 제4판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을까. 저자가 2003년 죽음을 맞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위대한 결실을 이루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서문을 읽고나서 그 자리에서 책을 구입하기로 결심하였었다. 약 일 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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