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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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두 명의 인물을 만나게 될 텐데 하나는 이야기 안에 있고 다른 하나는 바깥에 있다. 정아, 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인물은 한 명이지만 동시에 몇 명이다. 독자들은 정아의 한정된 삶을 면밀히 듣고 보겠지만 이상하게도 그 삶은 나와 너, 우리의 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고개를 돌릴 이 이야기는 재밌지만 씁쓸하고, 불편하지만 유익한 앎으로 가득하다. 이야기가 끝나면 또 하나의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바로 이야기꾼인 화자다. 나는 이야기 안에서 인물을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이야기를 전해주는화자를 만나는 것이 더 좋았다. 숨기지 않고 전시하지도 않는,
미화하지 않고 움츠러들지도 않는, 온갖 경험을 정직하게 뚫고여기에 이른 화자의 담담히 당당한 그 말이 좋았다.
정용준 소설가

이 이야기들이 남의 일이었으면 좋겠다. 작가와도 독자와도상관없는 세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을 그린 것이라면 좋겠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쉴새없는 입담으로 잽을 날리다, 기회를 보아 진정성을 담은 스트레이트 펀치를 묵직하게 꽂아 넣어 실토하게 만든다. 그래,
맞아,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슬퍼.
때로 신화가 되기도 하고 풍문이 되기도 하며 뉴스가 되기도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무늬로 찬연히 빛난다. 이 무늬들은 천연덕스러운 이야기꾼 김현진이 전신에 새긴 경험들을본따 수놓은 것임을 떠올릴 때, 그가 능숙한 ‘아웃파이터‘가 되기까지 견뎠을 긴 시간도 함께 뚜렷해진다. 페더급의 속도감과헤비급의 파괴력을 바탕으로 날리는 회심의 한 방. 반격은 허락되지 않는다.
박서련 소설가

정아는 휴대폰의 메모리를 확인한다. ‘비읍 항목을눌러 번호를, 낯익은 그 번호들을 소리 내어 읽는다. 받지마1, 받지마2, 받지마3, 1은 아빠, 2는 엄마, 3은 동생이다. 어차피 이 휴대폰은 건호의 명의로 개통되어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이 번호를 알아낼 가능성은 거의없다. 어차피 태어나고 자라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유성을 완전히 떠나게 되면서 가족은 물론 친구들과도 죄다연락을 끊은 상태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이미이곳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과 좋아라 연락을 해서 만나곤 했지만 이미 그 애들은 모두 대학생이 되었고, 재수를 하다 결국 포기한 정아와 학점이 어떻고 서클 선

그러니까, 조금은 건호 탓이기도 하다. 정아는 자기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는 듯 입술을 꼭 깨물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임신테스터의 두 줄선이 한 줄이 될 리 없었다. 혹시나, 혹시나 하고 5분만더, 10분만 더…… 계속 기다려도 요술처럼 선이 사라져 한 줄로 되는 일은 없었다. 받지마1, 받지마2, 받지마3. 이제 돌아갈 수 없는 집인데도, 당분간은 참고 만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가족인데도, 그녀를 용서 안 하겠다고 고래고래 마지막 통화를 한 식구들인데도 여자란 동물은 새끼를 배면 제 핏줄이 그리운 모양인가. 그때 삼겹살을 먹었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5분을 더 기다렸지만 테스터는 여전히 선연한 두 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아기는 정아가아니라 지현의 아기고, 건호는 정아와 같이 살고 있기

싶어 했다. 그가 그러고 싶어 하면 정아는 언제나 두말없이 팬티를 끌어내리도록 내버려뒀다. 하지만 거의 언제나 콘돔을 썼으니까, 분명히 건호의 아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저번은 물론이번 달만 해도 콘돔을 쓰지 않고 그냥 한 적이 두세웃지 않아야 할 때인데도 웃음이 나왔다. 그날 정말번은 됐다. 날짜가 아니었기 때문에 건호가 파고드는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건호가 아닌 다른 사람하고 잔 날, 그날은 분명히 배란기였다. 어쩌면 이 아이는, 캐러멜프라푸치노의 아이인지도 몰랐다. 만일 정말그렇다면 아이를 낳을 때 양수 대신 캐러멜시럽이 쏟아지겠지. - P20

을 너무나 당당하게 늘어놓던 여동생에게 한 번이라도하고 싶었지만 못한 그 모든 말들이 파전과 골뱅이와그녀의 약혼자가 떠올랐고, 축복은커녕 마녀 같은 망토를 떨쳐입고 검은 닭의 목이라도 꺾으면서 거창한 저주를 퍼붓고 싶은 기분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충동적인 것이 청소년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한때 청소년이었던 모든 어른들도 가끔 자제력을 잃는 날이 있기마련이다. 그날은 정정은 씨의 마음속 청소년이 대폭발한 그런 날이었다. 똥차가 안 가서 차가 밀린다는 불평

"야 이 새끼가, 부탁을 하려면 공손하게 해야지!"
바바리맨은 흠칫 놀란 눈치였다. 어깨에 멘 배낭을고쳐 들며 잠깐 생각하더니 더듬더듬 다시 말했다.
"음……… 그럼…… 저기, 빨아주…… 실래요?"
"가까이 와봐! 자세히 좀 보게."
갑자기 바바리맨은 자랑스럽게 양팔을 벌려 쥐고 있던 코트 자락을 꼭 여몄다. 화정은 깜짝 놀랐다.
"왜? 빨아달라며?"
바바리맨은 갑자기 덜덜 떨더니 달아나기 시작했다.
화정은 황당해서 운동화를 고쳐 신고 바바리맨을 쫓았다. 역시 하체 근육이 빈약한 바바리맨은 빨리 달리지못했다. 화정은 쫓으며 소리쳤다.

"저도 태어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자연유산을
"저 역시 자연유산을 택하겠습니다. 구천을 떠돌면서시켜주세요."
영원히 여러 가지를 구경하는 게 훨씬 낫겠어요."
"저도 자연유산을 신청합니다. 아, 그런데 혹시 제어머니에게 결혼 같은 것을 하지 말라고 전할 방법은 없을까요?"
아무도 자연유산 대신 출생을 선택하지 않았다. 유례없는 상황에 처한 관리자는 고장 난 녹음기처럼 여러분, 여러분, 하는 말만 되풀이할 뿐 어쩔 줄을 몰랐다.

어느 설문조사 결과를 읽었 다. 시간 여행을 하여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으냐는 것이었다. 짧은 문장 하나가 압도적으로1위를 차지했다. 엄마, 결혼하지 마. 비교적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 슬하에 자란 딸들 역시 젊은시절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결혼을 반드시 만류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를 낳지 않아도 되니까, 결혼하지 말고 엄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인간이 낙원에서 추방당한 이후 제 몫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여남 공히 감당해야 할 짐이지만, 여성의짐은 다소 지리멸렬하고 얼핏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 - P245

"헉… 어엇…… 너무 좋아……. 아, 너도 느껴…..…?
응? 내 XX 좋아?"
좋긴 뭐가 좋냐! 나는 어디가 흥분되는지도 하나도모르겠고 그냥 뒤에서 퍽퍽 찔러대기만 하는데. 하여튼저 인간은 일본 포르노 같은 걸 너무 많이 봤다. 나도어깨너머로 그 동영상들을 봤는데, 무조건 여자의 흰엉덩이 위에서 카메라앵글을 잡고 그 속살이 화면을 꽉채운 채 간드러진 목소리로 앙 기모띠, 다메, 어쩌고 하면서 신음하는 옆얼굴만 간혹 보이는 그런 포르노 말이다. 네 XX, 넘 작아서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어……… 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그는 자기 것 정도면 대한민국평균 이상은 된다고 그래도 자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방에 텔레비전이 켜져 있어 나는 건성으로 신음 소리를 내주면서 슬쩍 그걸 본다. 어, 저 연예인도 마약 투약으로 걸렸구나. 참 좋겠다. 나는 이제 쥐꼬리만 한 실업 급여로 몇 달을 먹고살고 노동청의 청년 취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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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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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이 그토록 먹고 싶어지다니, 카라멜마끼아또가 그렇게 욕망이 가득한 음식이라니 , 정아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이, 나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음이 생각이 났다.

 

고기는 계속 익어갔고 건호는 계속 울면서 고기를 구웠다.
정아는 계속 고기를 먹었다.
떠들썩하던 넥타이 부대는 2차, 2차 하고 흥겹게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익은 고기들이 열두 점도 넘게 남아 있었다.
40페이지 정아 중에서

 

고기집 알바를 하던 그시절 , S사 본사 뒤 한우고기집 , 11시 반부터 시작되던 점심시간 목에는 회사 사원 뱃지를 걸고 한끼에 겁나 비쌌던 고기정식세트를 먹던 그들의 상을 셋팅하면서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비싼 고기를 남기고 가면, 나중에 상을 치우면서 불판에 익은채 남아 있던 고기들을 몰래 먹었던 그시절이 불현듯 이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났다.
정아처럼 , 건호처럼 울면서 고기를 먹을 날이 더 많을 줄은 몰랐다.

 

이책은 단편집이다. 평범한 그녀와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로맨스가 있는데 , 달콤한 것이 아닌 쌉싸름한 소주 뒷맛같다.  다단계에 빠져 집을 나와서 남자에게 얻혀사는 여자 .고시공부를 뒷바라지했더니 고무신 거꾸로 신은 남친에게 버림받은 교사정은, 남친이 유부남인줄 모랐던 영진등 어디에서 보았고 들었던 서사들이 담긴 주인공들이 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고 독특하고 발랄하게 하는 재주있는 작가다. 그 모든 것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극렬히 표현하는 이야기들이라 더욱더 공감이 간다.


읽다보면 , 그녀 또는 그들의 사정이 안타깝다. 그리고 때론 미친년이네 이거 !!! , 아이고 쪼다 같은 새끼네 !! 개 쌍욕을 퍼붓다가도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 음 나라도 그랬을 거야 , 그런 사정이라면 , 또는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때 그들처럼 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 나도 참 욕먹을 짓 많이 했구나 . 하면서 이 소설이 리얼리티 르포처럼 여겨진다.
단편들 중 가장 좋았던 것은 , 아니 가장 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


머슴바우와 황대감의 딸 숙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 였다 . 머슴과 주인집대감 딸 이야기라면 대부분 끝이 뻔하리라 여기지만, 그래도 대부분 로맨스와 끝내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작가의 글의 흐름을 보면서 맨끝에 실린 " 이숙이의 연애 "에서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할리가 없는데 하면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이숙이와 바우의 사랑에 응원하면서 " 사랑은 영원하거야 " 하는 판타지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 하지만 이작가는 결말은 역시 달랐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바우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간혹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사랑 따위 ,하지 않아도
그냥 그 질문만이 남았다.
나뭇잎은 왜, 떨어지는가 . 
238중 " 이숙이의 연애 중에서


뭐그리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드냐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처럼 , 시간여행을 떠나  젊은 시절의 엄마를 만나면 가장 해주고 싶은 말 1위로 " 엄마 , 결혼 하지마 " 였다니 . 엄마처럼 살기 싫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엄마로 살아서 억울한 여성의 삶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면서 여성으로 삶에 지는 무게를 내가 다 자라기전에 엄마를 보게 되면서 그래서 , 내 미래가 어쩌면 엄마의 삶에 비친 후회로 남을까에 대한 염려와 고민이 아닐까 싶다 .

 
그런 염려들을 나는 엄마가 아닌 먼저 여성들이 글로 먼저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이 작가의 책과 같다 여긴다. 지금도 상처받고 있는 한국여자들의 실 이야기들, 감당할 수 있겠니 ? 라고 아니 감당하고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같은 내용들이다.

 
그래 맞아,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슬퍼
박서련 소설가의 추천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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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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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들이다. 굳이 꿰어 맞춰본다면 ‘쥐뿔이 개뿔 이 된 것이 개와의수간(獸姦)이 가능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물론 쥐든개든 그 자식을 낳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튼 이야기가 이 정도라면 눈살을 찌푸리든지 그냥 피식거리며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다음 이야기들은 결코 그렇지않다. 웃고 지나치기에는 도를 한참 더 넘는다.
그래서 ‘쥐 좆도 모르느냐‘고 그랬다는 겨. 그래서 그 여편네를 쫓아내버렸어. 그 쥐하고 계속 살았으니 말이여..
- 《한국구비문학대계》충남쥐 좆도 모르고 살았냐고 자기 여편네부터 몽둥이로 때려죽였어.
그러고선 자식도 다 때려죽여버리고, 싹 죽여버렸어 식구를..
- 《한국구비문학대계》 전북자기 여편네를 데리고 가서 배를 갈랐어. 그놈 새끼가 거기 들었으니까. 그걸 낳았다가는 집안이 망하게 생겼거든. 배를 가르니까 하얀 백쥐가 여러 마리 들었다는 거야. (청중들: 그걸 다 낳았으면 큰일날뻔했겠네?) 그럼 집안이 망하지.
- 한국구비문학대계》 전북 - P21

아, 이게 애를 냈어. 그 마누라가 낳는데 보니까 맨 쥐새끼들이 요..
그러니까 한 3년 넘게 되었으니까, 이 며느리가 임신을 해서 애를- 《한국구비문학대계》 충북낳게 되었거든. (청중들: 아이를 가졌구먼) 그래, 참 아이를 낳는다.
고 하는데, 그 아이를 놓는데 말이야, 햐~ (청중들: 모두 웃음) 쥐새끼를 오무루하게 낳더란 말이야 (웃으면서) 바로 그런 이야기야. _- 《한국구비문학대계》 충북그래서 그 쥐하고 자식을 낳았는데 쥐 반쯤 사람 반쯤 된 튀기를났더라고,
- 《한국구비문학대계 전남 - P20

홍길동전>에서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오해가 빚어지.
기도 한다. 바로 소설의 마지막 대목이다.
길동이 조선을 떠나 바다 건너 율도국을 정벌하고 왕이 된다. 그리고 당연히 처와 첩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산다. 그렇게 끝난다. 바로 이 부분이다. 서자로서 그렇게 괴롭힘과 설움을 당한 길동이 제..
스스로 첩을 두다니 이게 될 말인가 하는 비판이 인다.
이것은 두 가지를 떼어서 보는 대신 합해놓고 보는 바람에 생긴문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길동이 벗어나고자 한 것은 ‘적서차별의문제‘ 이지 처첩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 길동은 적자와 서자의 차별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근본적으로 첩을 반대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길동은 처의 자식이든 첩의 자식이든 공평하고 균등하게 대우하고 관직에 진출하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충분히 민주화된 지금 시각으로 볼 때는 의아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 당시 사람들의 관념이 그랬다. 적서차별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정도의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냥 적자와 서자가 아예 생기지 않는 방법을 택하면 손쉬운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지? 왜 첩을두는 것을 반대하지 않은 거야?‘라는 의문이 당연히 생긴다.

밖에서는 광명정대하나 안에서는 끔찍한 망나니인 자가 지금도많다. ‘영웅(英雄)은 호색(好色)‘이라는 명제가 자신을 위한 거라고믿는 자들이 여전히 많단 말이다. 이런 남성들의 일탈에 대한 너그러운 시각이, 술로 인한 치기나 과실쯤으로 여겨지는 성희롱, 성폭력 문제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고 있는 남성 양반들의 정복욕이자작 유교적 사고 때문이라기에는 뭔가 빠진 느낌이다. 도매급으로단지 그런 말이 아니다. 유교에는 조선시대에 맹위를 떨친 성리학(性理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명학(陽明學)도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양명학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이단시했다.
이다.
독점욕, 풍류로 포장된 권력 문제라는 사실을 굳이 번다하게 말할필요가 있을까. 부부강간이라는 기상천외한 판결을 처음 봤다며 게거품을 무는 입술이 여전히 남아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자각해야 하지 않을까.
"조선왕조 500년의 유교사상 때문이야. 그게 문제야, 문제."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외국에 비해 빨리 바뀌지 않는 이유가 고유교가 뭇매를 맞기에도 억울함이 있다.
"물론 알아, 유교적 전통에도 훌륭한 것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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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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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변신 설화) (옹고집 ), (배따라기) 모두 쥐가 핵심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중요하고 은밀한 공통점이 있다.

 

  049 페이지.

 

절에 공부하러 선비가 손발톱을 깎아서 버린 것을 먹은 쥐가, 선비로 변신해 선비 집에서 가서 사람행사를 이야기, 나는 이설화를 어릴 , 손톱이나 발톱은 아무 곳에서나 깎으면 된다는 생활 설화로 알고 있었다.

쥐가 고양이한테 잡아 먹이고 선비는 과거에 급제하고 먹고 잘살았다는 아니었다.

좆도 모르고 살았냐고 자기 여편네부터 몽둥이로 때려 죽였어.

그러고선 자식도 때려죽여버리고, 죽여버렸어 식구를.

(한국 구비문학대계)전북

자기 여편네를 데리고 가서 배를 갈랐어. 새끼가 거기 들었으니까.

그걸 낳았다가는 집안이 망하게 생겼거든. 배를 가르니까 하얀 백쥐가 여러 마리 들었다는 거야. (청중들: 그걸 낳았으면 큰일날 뻔했겠네?) 그럼 집안이 망하지

-한국 구비문학대계 )전북

21페이지

선비의 잘못으로 인해 희생양은 쥐와 3년을 살았던 아내에게 넘겨졌다. " 쥐뿔도 모르게는 ""쥐뿔도 없는 " 유래는, 선비아내의 희생에 담긴 슬프고도 끔찍한 결말

쥐와 3년동안 성생활을 부인에게 남편과 시집식구들이 던진 " 좆도 모르느냐 " 생긴 희생양에게 던진 말이었다. 고전의 이야기 속에 담긴, 여성비하,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들이 온전히 남아있는 이야기 였다.

책은 그런 고전이야기에 담긴, 우리가 단순히 교훈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들소에서 가해지는 폭력과 희생, 그리고 인간의 본성의 밑바닥에 숨긴 비겁함을 드러내놓는다.

쥐뿔도 몰랐다는 공박을 들은 며느리나 시동생과 쥐를 잡느냐는 윽박지름에 내몰린 아내는 분명 억울했다. 옹고집의 처는 자신을 스스로 격하시킴으로써 억울함을 해학으로 전이시겼지만 그녀 역시 느닷없는 상황의 피해자인 "희생양"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르네 지라르 말처럼 희생양은 만들어지는 것이고 희생양에게 자신들의 죄를 모두 옮겨버림으로써 주변 사람들은 속죄하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49페이지.

이처럼 책은 고전에 담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뒷이야기 속에서 잘못 인식되어 왔던 여성, 가족이 가하는 폭력, ,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 등을 보여주고, 그것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철학자들을 통해서 해석해준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올바르게 살아야한다에 초점이 맞추어진 옛이야기 속에 알게 모르게 우리는 잘못된 성교육이 되어 왔음을 책이 해석하고 풀어주는 이야기 속에서 깨닫게 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못하는 설움에 울분을 터트리던 홍길동이 사실은, 자신의 엄마, 첩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여다보지 않고 오히려 나중에 자신도 첩을 두었다는 결말에 담긴 남성 중심사회의 사상.

첫사랑의 매력과 지고지순의 대명사 춘향 이의 사랑이야기 속에 담긴 첩이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과 함께 당시 , 특히 신분사회에서 양반이 아닌 서민 측에도 끼지 못했던 낮은 계급의 울분이 담긴 이야기라는 .

백마 왕자를 단순히 기다린 공주들과 달리, 처절하게 자신의 신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우리 춘향이.

하지만 당시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이야기라는 춘향 이에 담긴 슬픈 진실이 보여진다.

그리고 남성의 무능함이 당연히 여겨지며, 그들을 위해 희생당했던 여성의 삶이 담긴 3가지 이야기 -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흥부, 봉사, 변강쇠 가장 무능한 사람은 누구일까?

흥부가 무능해, 봉사는 장애인이 잔아, 변강쇠는 그쪽으로 유명한데 무능이란 무슨 상관?

나도 몰랐다. 책을 읽기까지, 이세사람이 무능무능의 원조급이라는 것을.

외에도 "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에 담긴 호랑이와 엄마의 사투에 담긴 이중적 인간의 본성.

전설의 고향에서 봤던 여우누이이야기 등등, 멀티플렉스 -9관에서 펼쳐지는 고전이야기에 담긴 새로운 해석과 함께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당시의 사회상에 따른 인간의 가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순결과 가부장적 행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있다.

" 내가 알던 순수하고 재미난 이야기가 180 다른 이야기로 다가와 안에 담긴 본성에 도끼를 휘두르게 될지도 모른다.

우선 " 쥐뿔도 모른다고 " 이제 아무한테나 쓰면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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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옷의 세계 - 조금 다른 시선, 조금 다른 생활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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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은 A도 아니고 B도 아닌 이 경계를 문지방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아이가 크리스마스 양말 속에 손을 넣는 순간부계들이-터 양말 속 선물을 만지게 되는 순간까지. 먹장구름이 우리 머리맡에 잔뜩 운집해 있는 순간에서부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져내리는 순간까지. 당신이 나에게 오기로 한 그날로부터 당신이나에게 도착하게 되는 순간까지. 이 사이들. 이 짧은 시간 안에는 설렘과 긴장과 예감과 떨림이 농축돼 있다. 짧은 순간이지만없이 길고 긴 체험의 시간이다. 한 세계와 또 한 세계의 문지방위에서, 기대에 대한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가장 농밀하게 흔들리는 시간을 산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화학적으로 성숙한다.
성숙에 대해 한 시인이 이렇게 말했다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함민복 꽃에서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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