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겹살이 그토록 먹고 싶어지다니, 카라멜마끼아또가 그렇게 욕망이 가득한 음식이라니 , 정아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이, 나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음이 생각이 났다.

 

고기는 계속 익어갔고 건호는 계속 울면서 고기를 구웠다.
정아는 계속 고기를 먹었다.
떠들썩하던 넥타이 부대는 2차, 2차 하고 흥겹게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익은 고기들이 열두 점도 넘게 남아 있었다.
40페이지 정아 중에서

 

고기집 알바를 하던 그시절 , S사 본사 뒤 한우고기집 , 11시 반부터 시작되던 점심시간 목에는 회사 사원 뱃지를 걸고 한끼에 겁나 비쌌던 고기정식세트를 먹던 그들의 상을 셋팅하면서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비싼 고기를 남기고 가면, 나중에 상을 치우면서 불판에 익은채 남아 있던 고기들을 몰래 먹었던 그시절이 불현듯 이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났다.
정아처럼 , 건호처럼 울면서 고기를 먹을 날이 더 많을 줄은 몰랐다.

 

이책은 단편집이다. 평범한 그녀와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로맨스가 있는데 , 달콤한 것이 아닌 쌉싸름한 소주 뒷맛같다.  다단계에 빠져 집을 나와서 남자에게 얻혀사는 여자 .고시공부를 뒷바라지했더니 고무신 거꾸로 신은 남친에게 버림받은 교사정은, 남친이 유부남인줄 모랐던 영진등 어디에서 보았고 들었던 서사들이 담긴 주인공들이 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고 독특하고 발랄하게 하는 재주있는 작가다. 그 모든 것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극렬히 표현하는 이야기들이라 더욱더 공감이 간다.


읽다보면 , 그녀 또는 그들의 사정이 안타깝다. 그리고 때론 미친년이네 이거 !!! , 아이고 쪼다 같은 새끼네 !! 개 쌍욕을 퍼붓다가도 그들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 음 나라도 그랬을 거야 , 그런 사정이라면 , 또는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때 그들처럼 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 나도 참 욕먹을 짓 많이 했구나 . 하면서 이 소설이 리얼리티 르포처럼 여겨진다.
단편들 중 가장 좋았던 것은 , 아니 가장 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


머슴바우와 황대감의 딸 숙이의 슬픈 사랑 이야기 였다 . 머슴과 주인집대감 딸 이야기라면 대부분 끝이 뻔하리라 여기지만, 그래도 대부분 로맨스와 끝내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작가의 글의 흐름을 보면서 맨끝에 실린 " 이숙이의 연애 "에서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할리가 없는데 하면서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이숙이와 바우의 사랑에 응원하면서 " 사랑은 영원하거야 " 하는 판타지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었다 . 하지만 이작가는 결말은 역시 달랐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바우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랑은 간혹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사랑 따위 ,하지 않아도
그냥 그 질문만이 남았다.
나뭇잎은 왜, 떨어지는가 . 
238중 " 이숙이의 연애 중에서


뭐그리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드냐 ?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서처럼 , 시간여행을 떠나  젊은 시절의 엄마를 만나면 가장 해주고 싶은 말 1위로 " 엄마 , 결혼 하지마 " 였다니 . 엄마처럼 살기 싫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엄마로 살아서 억울한 여성의 삶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면서 여성으로 삶에 지는 무게를 내가 다 자라기전에 엄마를 보게 되면서 그래서 , 내 미래가 어쩌면 엄마의 삶에 비친 후회로 남을까에 대한 염려와 고민이 아닐까 싶다 .

 
그런 염려들을 나는 엄마가 아닌 먼저 여성들이 글로 먼저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이 작가의 책과 같다 여긴다. 지금도 상처받고 있는 한국여자들의 실 이야기들, 감당할 수 있겠니 ? 라고 아니 감당하고 살고 있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응원같은 내용들이다.

 
그래 맞아,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해.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슬퍼
박서련 소설가의 추천사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