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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제전 - 세계대전과 현대의 탄생 ㅣ 걸작 논픽션 23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3월
평점 :
4.19의 날 이글을 쓰게 되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의 선택이 항상 올바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날의 대중들로 인해 민주주의가 성장 한 반면 독일의 민중들은 후회할 선택을 위한 항쟁및 집회를 했다. 그날로 돌아간다면 우리도 그들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 역사란 지나고 난 후에야 미래의 세대가 판단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날 그자리에서 서 있는 나는 느낄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1차 세계대전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형식으로 그린 책은 없을 것 같다. 너무나 생경해서 내가 책을 잘못 산것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들정도 였다. 도입부는 파리에서 발레의 형식을 깨뜨린 (봄의 제전)의 탄생부터 시작된다.
발레에 대한 대중의 뻔한 기대와 달리 니진스키는 자신의 기존 모습을 보고 싶어하던 대중에게 완전히 다른 형식의 춤을 선본인다. 그날 (봄의 제전)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은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론은 모두 이상하다는 것으로 귀결 되고 만다. 봄의 제전이 봄의 학살로 끝나버리게 되는 일련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하지만 이게 도대체 1차대전이란 무슨 상관이지 ? 1장을 읽고서도 한참을 이해를 못했다.
그래서 억지로 2장으로 넘어간다. 베를린이다. 그날 카프카는 "독일이 러시아에 선전포고 - 오후에 수영"이라는 1914년 8월 2일의 평범한 일상처럼 표현했다. 오스트리아 대공부부가 암살 된 것으로 인해 시작된 1차대전, 근데 왜 독일이 러시아에 선전포고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이 장을 통해 어느정도 이해되었다. 독일 대공도 아닌 오스트리아의 일에 열을 내는 것일까? 대한 이유들이 나와있다. 가장 명분없는 그러나 가장 순수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현재의 전쟁은 종교 , 경제, 자원등이 숨겨놓고 정의를 위해 하는 듯 하지만 그당시 베를린 대중들은 테러리스트를 지원한 나라에 대한 울분과 정의에서 기초했다.
하지만 곧 그 모든 것에는 독일인의 울분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8월 초에 독일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과거와 미래의 진정한 좁합, 순간 속에 체현된 영원성, 모든 내부적 분열- 당 대 당, 계급, 종파 대 종파 , 교회와 국가 간의 갈등-의 해소에 흠뻑 빠져 있었다. 삶은 초월성을 획득했다. 그것은 미적으로 승화했다. 삶은 물질적 관심과 온갖 평범한 일상이 정신적 생명력에 의해 극복되는 바그너적인 총제 예술이 됐다 . p.115
영국 , 프랑스 보다 뒤쳐졌던 독일이 1914년 쯤 두나라 보다 앞선 성장을 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편중된 불합리한 사회적 모순을 타파하려던 순수한 전쟁이었음을 저자는 헤르만헤세의 글을 통해 보여준다.
따분한 자본주의적 평화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은 많은 독일인에게 좋았고, 내 생각에 진정한 예술가라면 죽음에 직면한 적이 있고 병영생활의 신선함과 직접성을 아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국민에게서 더 큰 가치를 찾을 것 같다.
헤르만헤셍의 글 중에서
하지만 최근에 읽은 헤르만헤세의 디에센셜에서 전쟁을 혐오하는 군인의 이야기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헤세도 1914년이 지나 전쟁이 1918년까지 이어질지 몰랐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독일인의 이상처럼 1914년 전쟁 중인 크리스마스의 이상적인 풍경으로 인해 전쟁이 그리 끔직해 보이지 않는다.
전장에서 맞은 크리스마스날 영국군과 독일군은 무인지대에서 적군끼리 어울리면서 선물을 주고 받았다. 자발적인 행동으로 그들은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하지만 이것은 그 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해가 갈수록 양측에서는 더 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1914년 말이 되자, 사실상 모든 프랑스 가정과 독일 가정은 어떤 식으로든 가족 구성원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p.175
그리고 전쟁은 중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양측 모두 총알세례와 고통과 그리고 쥐, 이가 진창이라는 환경의 끔직함에 빠져들게 되고 그로 인해 공포를 지나 지루함과 무관심이라는 전혀 전쟁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 상태로 가게 된다.
죽음이 난무하고 옆의 동료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지루함과 무관심 이라니 ? 하지만 전쟁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을 더 많이 죽이기 위해 쓰여지는 무기들로 인해 병사들이 겪게 되는 감정적 변화를 설명한다.
자신 안에 어떤 독한 구석이 생겨난다. 싸워야 한다는 의무 외에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전적인 무관심 말이다.
빵 조각을 뜯는데 참호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다. 잠깐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빵을 먹기 시작한다. 하긴 어쩌겠는가? 상황은 끝나버렸는데.
결국 우리는 자기 죽음마저 마치 점심 약속이라도 이야기하듯이 약간 신나서 이야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오스트리아군 의 보병이었던 프리츠 크라이슬러 말 중에서 p.262
이처럼 전쟁이 진행될수록 점점 끔찍해지고 피페되어지는 병사들의 심리을 자세히 보여준다. 전쟁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지금의 세대들이 느끼는 전쟁은 게임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스펙타클이 아닌 현실임을 알게 해준다.
얼마전 러시아 전쟁이 발발하자 모 유튜버가 사람들을 이끌고 러시아에 간것을 보면서 그 사람이 이 책을 접했더라면 그런 핻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던 중반부를 지나 이책은 다시 전쟁이 끝난 후 유럽, 미국 등에서 일어나는 미화되는 전쟁과 다시 봄의 제전으로 휘황찬란했던 댜걀레프와 니진스키의 후일담 을 보여준다. 그리고 린드버그 , (서부전선은 이상 없다) 등의 출판물에 실린 전쟁이 끝난 후 남겨진 이야기를 다시 무용, 영화 , 책등로 어떻게 그려지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1945년의 2차대전의 종말 (끝없는 봄이다)라는 독일 유행가 제목처럼 끝이 난다.
전쟁이라는 역사적 ,지리적 사실들을 배우는 정도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발레(봄의 제전)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예술이라는 미적 유희를 지나 영화같은 전쟁의 현실을 체험하게 되었고 다시 히틀러와 독일 그리고 대중이라는 심리학과 철학까지 만나볼 수 있는 방대한 놀이공원을 다녀온듯한 기분이 든다.
그 놀이 공원이 재미보다는 슬픔과 반성 그리고 공감과 미안함이 가득 담긴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였다.
이 리얼리티를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전쟁에 대해 은근 잘못된 피상적 생각들로 가득한 지금의 세대들이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봄의 제전이 봄의 학살로 넘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