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려야 할 것, 남겨야 할 것 -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무력감이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심리학 조언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제헌 옮김 / 걷는나무 / 2021년 2월
평점 :

한 20페이지 정도쯤 읽었을 때
문득 번역자가 궁금해졌다.
그냥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단순히 기계적 번역을 했다는 느낌보다는,
저자가 온전히 전하려 했을 여러 의미가
한글로 매우 쉽고 편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독일 저자의 책이란 정도는 알고 읽었지만
번역의 경우 영문판으로 이미 번역된 것을 텍스트로
거친 번역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기에,
이 책도 그런 경우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에
더 궁금해진 케이스 같다.
책말미쯤 보니 독일어전공의 번역자로 나와 있었다.
박제헌씨라고 나와있던데,
부드럽고 잘 읽히는 번역을 해준 그에게
책의 좋은 내용들과 별개로
그의 번역솜씨에도 감사함을 느꼈다.
책자체의 본문 내용이라 볼 순 없겠지만,
책의 각 챕터마다 보너스처럼 짧게 넣어져 있는
짤막한 명언들이 책서두에 적혀있는 형식인데,
그 중 유독 괜찮은 문장 하나도 소개해 본다.
'복수를 생각하는 사람은
일부러 자기 상처를 그대로 둔다.
그렇게 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상처는 서서히 아물것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이란다.
이 책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각 챕터마다 독립적으로 끼워넣어진 구성상 일부일 뿐이지만,
우연히도 얼마전 읽었던 책과 연결되는 의미도 있어
공감되는 바가 커서 소개해 보는 문장이다.
이제 책 자체의 이야기를 좀 하려한다.
심리상담사가 쓴 책이긴 하지만
처음엔 시대와 변화라는 큰 키워드 속에서
그 중 시대라는 측면이 좀더 강하게 들어있는 책인가 싶었다.
코로나라는 예기치못한 전세계적인 재난 등으로 인해
그런 류의 상황들을 저마다 잘 이겨나 갈 수 있도록
철학적 영감을 줄만한 내용일꺼라 느껴지던 구석도 있었으나,
사실 이 책은 그런 쪽은 아닌 순수심리학에 더 매칭된 구조로,
핵심적인 부분에서만큼은 그런 단순한 연결들은 아니였다.
굳이 요약하자면, 시대와 변화라는 키워드 중
변화에 촛점을 맞춘 심리서로써,
어떤 변화이던 그 변화와 마주하게 되는
각 개인들의 태도와 심리에 대해 이해를 돕고,
그 결과도 그 방향으로 도출해가는 쪽으로
이끌어 가는 내용이라고 보는게 맞아 보였다.
변화란 외적인 모습은 개개인에겐 두려움으로 표현된다.
흔히 쓰는 진보란 개념, 보수란 개념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두려움은 왠지 경직성이나 변화를 거부하는 듯한 느낌으로
보수와 좀더 매칭되는 단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이 두려움의 반작용은
진보라는 속성에서 더 매칭시킬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 인정하고 수긍하는 개념이
책이 추구하는 불안의 궁극적 해결점이라면,
이는 진보의 논리구조로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였다.
지금 말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예는,
정치영역에서 쓰는 용어라기 보단
그런 성향을 지닌 이들 각자의 심리적 재스처로
이해하는게 용이하단 느낌으로 풀어봤다.
결코 이 책에 위와 같은 비교는 나오지 않지만,
다양한 사고를 이끌어내는 부분들이 많기에
독자 각자가 책의 여러 부분들을 보며
떠올려지는 건 다양할거라 생각된다.
책에 나온 복권에 대한 얘기도 흥미롭다.
언젠간 되겠지, 언젠가 되고 싶다는
복권구매시의 희망은 또다른 불안을 잉태한다.
즉시 충족되지 못하는 한방의 현실전환 기대의
실망과 기대의 반복으로 불안이 되어간다.
그리고 결국엔 여우와 신포도처럼 끝날 가능성이 있고
그 전에 그런 매달림에서 끝을 낼 수 있는 용기가
불안과 작별할 수 있는 변화의 태도라 말한다.
이 또한 직접적으로 언급돼 길게 풀이된 내용은 아닌
한 단락과 책전체에서 의미하는 바를
느낀바대로 기록해 보려 해봤다.
내용이 굉장히 좋다고 본다.
좋은 내용의 강의를 듣는 기분도 들면서
생각의 도약도 되었다는 느낌도 주는.
충분히 스터디셀러가 될 만한 필력과 시각을 갖춘
작가였음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신작이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