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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무쌍 황진
김동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7월
평점 :

오랜만에 역사소설을 읽었다.
어떤 장르보다도 소설의 가치를 높게 보면서도
자꾸 심리학 위주로 손이 갔는데,
이 책 내용을 살짝 알게 되면서
올여름의 꼭 읽고 싶어진 소설책 읽기가 시작됐다.
여담으로, 임진왜란이란 4글자 중
임진이란 2글자가 책제목 임진무쌍 속에 섞이니
왠지 그 느낌이 낯설며 묘했다.
낯섬은 말 그대로였고,
묘하단 느낌은
임진년에 일어난 난리여서
당연히 붙은 명칭이었음에도,
그동안 한번도 그 임진이란 글자에
눈이 갔던 적은 없던거 같다.
한자뜻으로는 임수와 용진.
큰 물 밑에 용이 있다고 보고
누구는 그게 이무기를 일컫는다고도 하는데,
북두칠성 중 우두머리 별인
괴강의 기운을 일컫는다고도 한다.
독특하고 강한 기운에 스스로 묘지에 들어가는
입묘의 기운도 갖고 있다는 임진.
그런 함의적 뜻을 지닌 임진년에
나라의 큰 난이 일어났었음에 무감각 했던거 같다.
사실 이런 가깝고도 먼 단어 임진 2글자가
그간 임진왜란을 통해 늘상 익숙했던 단어였음을
왜 놓치고 살았는지는 다시 한번 의문이 든다.
여하튼, 그런 임진년에 발발한 임진왜란.
책은 정확히 1589년에서 시작해
1593년까지의 실제 인물 황진을 기록한다.
조선왕조실록 등의 고서 곳곳에 짧은 흔적들만 남아있는
황진이란 무관의 당시 행적과 전공을
저자가 발췌하고 가공해 한권의 소설로 만들었다.
글은 담백하고 속도감이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재밌었어야 할 부분은
이런 황진의 3년간 보인 주된 행적이 되어야 할텐데
묘하게도 난 김성일의 행적이 더 뇌리에 남는다.
왜냐하면, 김성일은 임진왜란의 틀 안에선
어떤 인물보다도 질타당할 역할을 했던 인물이였기에,
그가 당시 실제 살다간 모습은 내게 관심을 더 끌었다.
이를 위해 조금 부연설명 되어야 할 스토리일텐데,
일본의 조선침략 바로 전 조선은 통신사를 파견했다.
그것도 정세판단을 나름 오판하게 될 상황까지 염두해 둔듯 한
보완책까지 겸한 인물구성의 파견으로도 보이는 당시사건인데,
그런 통신사로써 정치적 실세인 서인쪽 황윤길과
정여립의 난으로 엮음으로 해서 최악의 상황까지 몰락한
동인소속인 김성일이 바로 2명의 통신사였다.
일본방문 후 그 둘이 돌아왔을 때
황윤길은 전란을 예견하는 쪽으로
김성일은 전혀 반대의 의견을 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파급력이 덜할 듯한
동인인 김성일의 말이 더 먹혔다.
이랬던 역사속 중요 상황이었기에
예전에도 몇번 책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이 둘의 서로 다른 고언에 대해 볼 기회는 있었지만,
황윤길과 김성일이란 이름은 딱히 외우고 있진 못했다.
어찌됐건 그 통신사 중 한명이었던 김성일은
용서받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낸데 일조한건데,
오히려 그후 그는 묘한 발자취를 보였고
이를 황진의 일대기 안에서 살짝 알아볼 수 있었다.
단지 몇페이지 뿐인데 황진의 일화만큼이나
의미하는 바가 크게 다가왔다.
사실 모든게 실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황진의 일대기는
저자가 참조한 역사서 발췌부분들이
스토리와 합쳐지며 계속 사료로써 등장하는데,
김성일의 스토리는 그냥 당시의 일을
이야기해주는 정도 뿐이니까.
여하튼 스토리 상으로는 이러했다.
전란 무렵 문관이던 그는 무관의 지위를 받아
지방관리로 부임하게 되는데 그 길 도중
우연히 왜군들과 맞닿드리고 용감한 대응을 보인다.
오합지졸로써 달아나려는 호위무리들 속에서
당당하게 왜군들과 맞서고 부하들의 신망을 얻는다.
그리고 얼마 안돼 통신사로써의 실책을 물어
거의 죽음이 예견된 압송을 당하게 되는데,
그 길 도중에 면책에 가까운 조치를 받고
다시 또다른 관직까지 하사 받는 그다.
난리통에 인재가 하나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
그를 천재일우의 기회처럼 그를 살렸을 수도 있겠다.
일벌백계 보다는 실용적인 판단으로써 말이다.
그럼에도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운 면책이다.
그후 그는 더욱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 되어간다.
진짜 나라가 필요한 인재상으로써의 확실한 발자취를 남긴다.
반면, 의견이 묵살된 옳은 판단의
황윤길의 마지막 모습은 되려 어이없고 단촐하다.
그의 판단이 맞았음이 인정받고
좋게 복귀할 찰라를 맞이했지만,
별다른 반전없이 건강치못한 탓에
죽어가게 된 듯 묘사되고 있다.
임진년 왜란과 그 싸움에선
무적이란 뜻의 무쌍인
황진의 모습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전란 중 벌어진 이런 두 통신사의 인생모습에선
의미하는 바나 새옹지마의 모습도 많이 보여
소설만큼 눈길을 끌었던 거 같다.
황진을 이순신 장군과 같은
전공과 전적을 쌓은 인물로는 볼 수 없어도,
저자의 판단처럼, 역사 속 묻혀있던
진주같은 인물이었음은 이 소설을 통해
알아가고 이해해 볼 수 있어 좋았다.
결론까지 말할 순 없지만
역사에 최대한 근거해 구성된 스토리라
반전이나 가공된 부분들은
엔딩이 될 수록 매우 적게 느껴질 것이다.
류성룡의 징비록 같은 느낌을
한권의 소설로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면,
가장 근접한 내용을 가진 소설이라고 더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