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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2년 1월
평점 :

왜 책제목에 공중에 매달렸단 말이 등장하는지는
책의 말미쯤에 가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도중 3번 정도,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져버리는 경험을 했다.
1번, 훔쳐온 번개탄 10개를 보고 던진 친구 말에,
2번, 강도미수범으로 걸린 주인공들을 보고
형사가 영화에서나 보던 바보들이
이렇게 있을 줄은 몰랐네라며 말했을 때.
이래저래 크고 작은 웃음들은 계속 더 있지만
전체적으로 작가가 본연에 지닌 것처럼 느껴지는
위트와 대사들은 참 좋고 이 책을 빛내고 있었다.
처음 초반은 너무 단순한 이야기라 의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내심 기대를 버리진 않았는데,
분명 이런 초반의 뻔한 단순함 모습들과는 다른
이 책만의 한방이 기다리고 있을거라는 그런 기대 말이다.
그렇다고 이야기 초반이 결코 재미없던 책이었단 뜻은 아님.
그저 너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흐름이
어떤 끝으로 갈지 뻔히 보이는 듯해,
스토리 자체를 느껴가면서도 동시에
반전도 기대되더라는 그 인상만을 기록해 본 것일 뿐.
결론부터 말하자면 5점 만점에 6점을 주고 싶은 내용의 소설.
전혀 몰랐던 작가였는데
보통 이렇게 초면으로 만나게 될 땐,
어찌됐건 못만날 수도 있었을 아쉬운 과거보다
현재 만나게 된 그 자체에 감사함을 찾게 되는데
이 책이 딱 그러한 만남이었다.
모르고 지나쳤을 이 한 작품만으로도
의외의 보물처럼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이걸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는 것도
공통점과 상이점의 들락임.
나누는 대화, 저자의 발상,
역시 모든 소설은 한권의 철학책이다.
각자의 철학을 재밌게 읽으며 맛보게 해주는
그 재능들, 참 좋다.
마냥 코미디 같았던 이 작품은
내 기준에선 그 결론에선 한없는 비관을 느꼈는데,
그 개개의 인물들은 모두 1차원적이고 단순하기에
슬픔이 전해오는 바가 간결해진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들간 서로 얽혀진 인연설정은
한정된 지면상 과장되게 표현되지만,
단순한 플롯과 적은 인원의 등장만이 주는 잇점은
오히려 진행되는 이야기를 더 명확하게 해주고,
저자가 상황, 대화, 독백으로써 그려간
각 화자들의 내면과 관계들을 느끼는데 있어선
더 깊고 명확하게 장점만이 남는다.
젖꼭지가 남들과 다른 남자 3명.
평생 그것을 컴플랙스라 살아온 이 3명은
어릴적 잠시의 악연이었던 금은방 곽사장
그리고, 봄봄의 여주인공 같은 삼겹살집 딸 연희와
영원히 안 마주칠 것 같던 그들의 삶들 속에서
우연처럼 조우하며 한곳에서 공동의 스토리를 만든다.
금은방을 털어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한 젖꼭지 3인방은
예전 우연히 자신들이 주운 돈을 경찰인 냥 몰수해 간 이가
이 금은방 곽사장임을 알게 되면서
이 도둑모의는 하늘의 계시인냥 당위성에 탄력을 부여한다.
거기에 다이아몬드를 삶의 목표처럼 여기던 연희는
금은방 손님으로 자신의 남편 홍빈과 다른 계기로써
짜고 치는 또다른 금은방 관련 범죄계획에 동참하게 되면서
2개의 사건이 동시에 흘러가게 된다.
곽사장은 이 강도모의의 무대인 금은방의 주인이지만
사실은 이미 파산상태인 재기불능의 상태 인물.
그또한 재기를 꿈꾸며 자해적인 보험사기를 계획한 인물.
이런 인물들 각각의 인연들은 서로 얽힘으로써
소설적 스토리를 만들어내지만,
진짜 가치있는 스토리의 내실이라면
그건 결말에 대부분 모여있는 듯 하다.
콤플렉스란 것에 대한 작가가 보여주는 나름의 정의와
혼자 소설 쓰고 있다는게 뭔지 보여주는 연희의 몽상적 사고방식,
순수한 듯 시작해 누구보다 현실적인 악함마저 보여주는 홍빈까지
모두가 주인공이고 책의 주요 스토리원천이었다 생각한다.
특히, 홍빈이 연희와 주고받는 대사들은
책에서 가장 어른들로써 나눌 수 있는 대화이면서
한편으론 홍빈이 편집성 인격이기에 내뱉어지는
대사이고 상황인 것으로도 그려지지만,
가만히 그 반복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특별한 성격장애로 지칭되어져야 하는 인물이라기 보단,
주변에 쉽게 마주칠 수 있을 인생관을 가졌으며
자신만의 대인관계 루틴을 가진
보통의 어른이자 그걸 숨길줄 아는
가면마저 잘 구비한 인물이란 느낌이었다.
하지만, 술자리나 그런 주제로 나누는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가 아닌,
자신의 가장 가까운 남, 부인만을 대상으로
자신의 날선 민낮을 계속해 보여준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밀폐된 가정사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한명의 중요인물은,
끝과 시작에 잠시 들리듯 등장하는 사임이란 인물.
현실을 맹폭하듯 강진에게 직시시키며
사고방식의 환기를 시켜주는데,
어찌보면 여자판 홍빈으로도 볼 수 있을 듯 했다.
홍빈은 변죽만 울리며 짝을 괴롭히지만
오히려 사임은 고통을 주는 충고와 행동을 병행한 인물.
나 스스론 이 재밌었던 소설을
자꾸 분석하듯 떠올려보게 되는 건,
이 한권의 짧은 소설책이 가진 그 재미 속에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여러가지가
풍자처럼 담겨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인거 같다.
짧고 굵은 상황정리 안엔
심리적 요소와 장치들이 들어있기에.
하득의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우유부단하던 그 모습은 사라지고
강도직전엔 기존 양심을 더이상 잡지 않는
느슨해진 재학습 된 도덕심의 기준도 보여주면서,
강진의 컴플렉스라 여긴 젖꼭지 기형의 실제 정체는
사실 성인으로써 가져야 좋았을
미흡한 경제력을 대치한 훨씬 덜한 결함이며,
육체적 컴플렉스라 여기는 건 자신 뿐
세상의 판단이 아닌 그저 자신들의 자격지심일 뿐이란
해설같은 사임의 송곳같은 한마디도 이 책의 주요 모티브다.
뭔가 일이 터질거 같은 곽사장 주변의 모든 조마조마함도
결국 다른 인물들보단 곽사장만은 잘 빗겨간듯 싶지만,
이미 망해있는건 곽사장이 제일 먼저였으며
그또한 솟아날 구멍은 없다는 것은 또하나의 쐐기.
소설은 주요인물들의 부모들까지 등장시킴으로 해서
오래 간직해 온 각 인물들의 가치관 속 오류들을
스스로 자극받고 느끼게 해보는 설정까지
책은 집어넣고자 한 듯 싶었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풍자속에 심리적 분석을 담은 다소 높은 내용을
동화처럼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들게 한다.
마치, 성인을 위한 동화같은 플롯으로 책을 썼지만
읽다보면 매우 어두운 일종의 세계관을
적당선에서 해프닝처럼 그려내고 있는 타자의 터치.
작가에게, 그런 관점과 풀어나감이
재밌고 유익했다 전해본다.
소설의 서평은 언제나 쉽지 않다,
느낌만을 쓰자면 혼자말이 될 것이요
스토리 위주의 느낌을 쓰다보면 스포일러가 될 운명.
특히, 좋은 소설에 달아보고 싶은
개인적 비평은 언제나 어렵다.
좋은 소설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