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삶을 가로막은 건 언제나 나였다
게리 홀츠 지음, 강도은 옮김 / 스몰빅라이프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이며 주관적 서평]
2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는 격언같은 말이 떠오른다.
하나의 충격, 그리고 그 충격을 해석하고 떠올리다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날릴 수 있는
자해가 되버릴 유무형의 모든 걸 부르는 말.
보통 이걸 2번째 화살이라 일컫는다.
근데 그 2번째 화살이란게 과연 무엇일까?
알고나 맞고 있는지 부터 생각해봐야 하나,
아님, 2번째 화살을 인식해 낼수 있는
저마다의 인식수준이 다름부터 이해해 봐야하나?
이 책은 어쩌면 이런 문제들에 답을 준다.
저자 게리 홀츠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무장한
흩뜨러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과학자이자 사업가로 살아가던 30대 초반
어느 순간 다리부터 시작된 마비 감각은 점점 강해지며
더이상 자신의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든다.
스스로 힘들었던 원인으론 등장시키지만
사실 왜 갑자기 병에 걸렸는지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행복하지 않았던 2번의 결혼생활과
직업적으로 벌려놓은 일들에 대한 책임감 등이
저자의 짊어진 짐이었고 꽤 무거워 보이긴 했지만.
책에 병명(다발성 경화증)이 등장하지만
사실 원인불명이라 보는게 맞다.
이유는 불분명 하지만 그 결과는 굉장히 구체적인 병으로
뇌의 어느 부위가 공격을 받고
일을 해야할 신체 기관들이 점점 말을 듣지 않는 증세.
쉽게 말하면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이해하면 좋겠지만
이런 병의 특성상 원래 유지해 왔던 삶의 스타일은 무너졌다.
성격처럼 꿋꿋이 버텨나가던 그의 몸은
더이상 혼자 어찌해 볼 도리가 없게 되버렸다고 그는 회고한다.
결국 치료 자체가 아닌 스테로이드 계통의 진통제를 수액처럼 공급받고
그냥 하루를 버티고 다음날을 맞는 단계로 살아가기 시작한 삶.
트병 횟수로는 10년을 바라보게 되던 시점에
우연히 재즈음악이라도 들으면 머리라도 비워질까 싶어
들린 펍에서 한 여자와 호주엔 원주민 치유사란
사람들이 있다는 대화를 나누고는 그곳 연락처를 얻고
바로 가도 되겠냐는 연락 후 게리는 호주로 날아간다.
자신이 그곳에 갈 운명이라고 한번도 생각하며 산 적은 없다.
그 치료자들 또한 외지인들은 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들.
그런 그곳에 그가 가도 되냐고 했고 그들은 받아들인다.
여러 대에 걸쳐 섞였을 법한 원주민들의 피부색을
무지개 같다고 느낀 그 곳에서의 첫인상.
흙바닥 위에 널판지 하나에 몸을 뉘여
그곳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마주한 치유법이란,
무슨 주술이나 신비한 약초의 힘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내려놓기 위한
자기고백의 시간들로 시작된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면 타령이나 무의식 타령 같은
자신으로부터 끄집어 내려는 이유찾기라는 시작이.
그러나, 애초에 치료사 로즈와 레이를 만나러 올 때부터
그런 마음부터가 변화의 시작이라 볼 만하지 않을까?
그는 자신의 두서없는 얘기를 그렇게 시작한다.
그러나 독자로써 만나는
그의 첫 이야기는 생각보다 의외였다.
가족, 그리고 아버지 얘기.
왜 스포츠를 즐겼고, 왜 공부를 열심히 했고
왜 논리적인게 좋았고 등등
시시콜콜한 개인사적인 이야기들이 공유되면서
자신이 겪는 병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점차 치료사들과 같이 있는 공간에서 정리되어 간다.
모든 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걸 듣는 순간에도
주인공 게리는 인정할 수 없는 복받침이 자신안에서 일어난다.
내 병이 내 탓이고 내 환경이 그걸 만들었다고?
처음 호주에 왔을 때 치료사들이
자신들이 하는 작업들에 관해 편하게 했던 말이 있었다.
그들이 아는 걸 현대적인 표현들로 전달하는게 쉽지 않다고.
그렇기에 치료과정의 가장 중요한 도구는
원주민들의 정신세계를 현대적인 언어로
누군가에 전달하는 것이고 그걸
현대적 감각이 있는 본인들이 작업하고 있다는.
로즈는 게리가 자신의 사연을 스스로 털어놓는 그 과정을
오렌지즙을 짜내는 행동과 과정에 빗대어 설명한다.
오렌지를 잘라 꽉 쥐었을 때 나오는 그 과즙처럼
게리 자신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바로 당신 안에서 스스로를 구성했던 성분들이라고.
그렇게 단계단계 밟아가던 주인공은
단기간에 완치의 희망을 느끼게 되고
2주만에 원래의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휠체어로 방문한 호주를
불편하게나마 다시 두다리로 걸어서.
이 책은 저자의 완치 전과정을 보여주진 않는다.
그 시작이 됐던 초반과 완치가 가능하리란
반전 정도의 느낌에서 끝맺는 느낌을 주지.
그리고 10년을 앓았던 불치의 병이란 것도
괴로움을 알게 모르게 줬던 신념에서 이유를 찾았고,
그런 면에서 원인불명의 병 또한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을 깨닫게 한 과정 중 일부였음을
받아들이는 저자를 보여준다.
치료사들은 치유가 마무리 되어가던 때
게리가 원망의 대상으로 간직했던
부모에 대한 그 감정을 바꿔보도록 인식전환을 권유한다.
이걸 유도라고 불러야 간단하긴 한데
아님 앞서 썼던 설득이나 유도라는
내 방식의 표현들도 맞긴할지 스스로 의문이다.
편의상 그리 간추려 쓰긴 했지만
실은 이 모든게 신비한 치유사들이
스스로 명명한 용어들도 아니고,
과정 중 보여준 이끔 등도 특정능력이라기 보다는
한 개인이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켜 볼 수 있게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게 다라서.
하지만 그 징검다리가 없었다면
게리 혼자만으로는 건너볼 수 없었을
신념이란 둑을 넘어설 수 있게 도와준게 치유사들의 힘이었고
다 큰 어른인 주인공에게 스스로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 또한 치유사들이 제공하고 이끈다.
결론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건
'사랑과 용서' 이 2가지가 다일 뿐이라고 알려주는 책.
이 금언을 예전에 들었다면 종교적인 색채로나
각자의 사정은 모르고 조언하는
문구 정도로 이해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게리 홀츠의 동화같으면서도 정확한 자기 고백을 통해
이 2가지 진리를 들어봄으로써 큰 공감대가 생긴다.
왜 누구나 한번은 짜내봐야 알수 있을
자기만의 오렌지즙 같은 신념들,
무엇으로 가득찬 내가 존재하는지
몰랐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지도 되집어 보며.
몇번은 더 읽을 수 있을 가독성 좋은 책이면서
자기를 안다는게 왜 치유의 시작인지도
어떤 심리학 책보다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