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뇌 - 뇌를 치료하는 의사 러너가 20년 동안 달리면서 알게 된 것들
정세희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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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외할아버지는 

'유진'과 '세희'란 2개의 이름을 지어와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셨다고 한다.


유진은 '굴곡 없이 편안하고 윤택하게 살기'를 바라는 이름이었고

세희는 '힘들어도 의미 있는 삶을 살라'는 이름.


저자의 부모는 별로 주저하지 않고 '세희'를 골랐고

그때부터 어느 정도 자신의 인생틀은 

정해져 있지 않았겠느냐란 말을 물어오는 저자.


저자의 직업은 재활의학과 의사로

야외달리기를 즐긴지는 20년차이며

세부전공은 뇌건강과 밀접하다.


결국, 유진이란 이름을 못 받아서

지금의 이름으로 항상 행복했던 건 아니겠지만,

선택하지 않은 이름의 삶이었다면 달랐을까

힘들 땐 그 다른 선택지의 이름도 떠올려 본다는 그녀.

이 뒤에 나오는 내용에 '꽃길만 걷자'는 의미와 연계시킨

컴포트 존 같은 인생과는 

유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저자 스스로 런닝을 즐기는 걸 설명해 가는데는

세희란 이름이 더 맞을거란 사실을

저자도 생각하며 자신의 이름 에피소드를 

실진 않았을까 조심스레 상상도 해본다.


저자가 느끼는 런닝의 재미는

밖에서 뛰는 달리기여야 한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물론 쉬는 날도 있긴 하지만.


런닝머신 보다는 오감을 자극 받고

자신이 외부 관찰자가 되어 달리는 그런 달리기,

계절마다의 특색있는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야외달리기를 즐기는 저자다.


저자의 개인적 취미로써

20년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달리기가 줬던

생활 속 단상들을 정리해 보는 동시에,

뇌의 재활과 건강면에서 

달리기란 운동이 줄 수 있는 장점들에 대해 

널리 공유하고 싶다는 의지도 

분명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러너들 사이에서 미드풋 논란이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한국러너들 사이에서 큰 이슈였다는 이게

외국에선 이미 10년도 지난 

필요 없어진 논쟁거리였단 이야기에선,

너무 많은 정보와 너무 많은 화자가 결합돼

간단한 것도 복잡하게 만든 일 같아 

이 나름대로의 느낌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붐비는 대학병원 의사로써 

계속 기다리는 대기환자들이 있음에도

설명이 필요한 운동법들을 설명해 줘야한다고 느낄 때,

보상 못받고 지나가는 그런 시간들의 

총량보다 아깝고 더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너무 태연하게 가르쳐 준 운동을 

안하고 오는 환자들이라는 저자.


의사로써만이 아닌 인간적인 허탈감이기도 하겠지만

반면에 70대나 80대임에도 해당연령의 뇌질환 환자들이

누구보다 규칙적이고 의욕적인 건강관리를 실천하는 걸 볼때면

그 연령대에 그런 흔치않은 사람들을 보며

놀라게 된다는 말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결국, 모두 건강건강 노래를 부르지만

공을 들이고 직접 해야하는 운동은 소수만이 실천하고

'나는 못하오'가 많다는 얘기이니까.


뇌손상 때문에 복싱의 펀치 드렁크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런닝이라는 운동의 안전성을 

은연중에 강조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복싱 경기 그 자체를 논하기 보다는

외국 재활운동에서는 복싱을

혼자할 수 있는 시퀀스로 만들어 널리 보급했다고 하니

꼭 런닝만이 아닌 이 방식이 필요한 누군가는

한번쯤 찾아서 해볼 가치가 있는 운동이겠다 싶다.


저자의 에세이로써 이 책을 읽으며

대부분 공감하면 될 이야기였지만

유독 런닝머신 이야기만은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요즘 런닝과 명상을 하고 있는 나.

명상은 하루 30분~1시간 30분 정도하고 7개월차에 접어들었고

런닝은 런닝머신으로 매번 1시간 5분 정도 뛰는게

일주일 정도 되어간다, 빠진 날은 아직 없고.


그동안 1년정도 스쿼트를 한게

저자의 말을 들으니 사전 운동이 되준 셈 같다.


트렌델렌버그 사인은 나에게도 있는거 같은데

일단은 그 자체를 의식하고 있으니,

좌우 발란스를 느끼며 

스쿼트와 런닝머신을 병행하고 있다.

스쿼트를 하고 런닝을 들어가는게

균형면에선 확실히 도움받는 느낌.


작년엔 일부러 달리기라고 시작했던 건 아니지만

아침 5시반 운동을 한동안 꾸준히 했었다.

실내가 아니니 걷다가 뛰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하던 시간들.

그러다 우연찮게 다시 실내 운동을 시작하면서

야외운동은 잊고 살지만 저자의 야외운동 느낌엔 동의한다.


하지만, 런닝머신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날씨에 구애 받지 않을 수 있고,

내 앞엔 작은 창문이라도 있기에 

거기서 들어오는 바람에 감사하며 뛴다.


좌우 균형을 좀더 잡고 

주법과 속력을  어느정도 끌어올리기 까지는

꽤 런닝머신을 탈 예정인데,

이미 런닝머신의 고마움은 충분히 느끼는 중이다.


인공적으로 경사도 만들어 걸어볼 수 있고

양발의 외번 내번도 일정하게 일치시켜 보면서

후경골근이나 전경골근의 움직임 또한

균일한 속도 안에서 느껴 볼 수 있기에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장치로써 말이다.


아마 실력이 계속 붙는다면

저자처럼 야외달리기도 즐기게 될 것이고

더 욕심을 부려 대회참가도 가능하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내게 현재 최상의 조건은 런닝머신이다.


거기에 더해, 

런닝머신에선 옆사람이 신경쓰인다는 저자와 달리

옆에 한칸 걸러씩 사람들이 있을 땐

동료처럼 뛰는 재미도 느끼는 중이다.

같은 운동기구를 선택했다는 그 사실 하나때문에

순간의 동료로써 놓이게 됐지만.


달리기 시작한지 겨우 1주일 지났을 뿐지만 

벌써 못하는 날이 아쉬워지려고 한다.

이 운동만의 유용성과 

운동자체가 주는 흥미가 분명 있다.


사실 예전부터 달리기를 

생활루틴으로 익숙해지겠다는 다짐은 

참 많이 했왔었지만 번번히 미뤄만 왔다.


그러다 이번 달 갑자기 마음 먹은 건,

지금 달리기를 안 한다면 

언제 한번 하겠냐는 심정이 계기가 되 주었다. 

결국 난 죽을 때까지 

달리기와는 인연없는 인생이긴 싫었다.

이것도 나름의 절박함이라면

일종의 개인적 절박함으로 난데없이 시작했지만

이 관심사에 저자의 책 또한 도움을 줬다.


운동을 다루지만 전문적인 운동서적은 아니고

저자의 달리기와 함께한 추억을 담은 일기장 같으면서도,

뇌 재활분야와 관련해 운동의 필요성을 잘 이해시켜주고 있으니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들은 편안하게 읽어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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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가 낯선 나에게 - 삶의 모든 순간에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
사라 큐브릭 지음, 박선령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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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총체적으로 무너져 봤던 저자.

그녀는 실존철학과 심리학에서 답을 얻었다.


굉장히 많은 비유와 예들이 영감을 주는데

단순 책을 채우기 위한 글들이 아니라

그녀의 정신이 한자한자 수를 놓은 듯 하다.


저자 사라 큐브릭은 

'자아상실'을 모든 정신적, 신체적

기능부전의 이유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가장 중요할 '자기상실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방안에 놓인 쇼파에 앉은 자신의 상태를

은유적으로 상상함으로써 설명하기도 하지만,

목록으로 정리한 걸 적어봤다.


-스스로 파괴하고 의도치 않게 자해

-자기에게 필요한 걸, 

 자기 생각과 느낌으로 파악하고

 말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원하지 않거나 성취감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산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우선시 한다

-유지하고 싶지 않은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

-건전하지 못한 패턴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삶의 목적이나 방향을 파악하지 못한다

-경계를 설정하고 유지하지 못한다

-깊은 불행을 느낀다

-자존감에 문제가 생긴다

-삶에 끊임없이 압도당하거나 실망한다

-결국, 자신의 본질과 

 진정한 관계를 맺거나 

 받아들이거나

 신뢰하기 어려워 진다


마치, 

자기의 문제를 체감하고 있음에도

진퇴양난,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삶을 사는 

절대고독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던 설명.


거기에

때때로 정신적 성취는 높게 치지만

몸에 대해서는 한수 아래처럼 보는건

자아를 정신에만 국한한

잘못된 관행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몸에 대한 과한 기대로

자기 몸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서도

몸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삶이란 모순이라며.


다음은, 몸을 신경쓰지 않는 삶의 예들.


-운동을 과도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않고

-특정 신체부위에 대해 잔인한 말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며

-물보다 커피로 수분 공급하고

-불안이나 괴로움의 신호를 무시하며

-자기 몸을 살아 숨쉬면서 

 계속 변화하는 독립체가 아니라,

 미끼나 트로피로 사용


이는, 자신의 영적 성취 귀하게 보지만

자신의 몸과 자아를 이분법적으로 보기에,

몸은 정신과 별개이며

정신만 자아이지

몸은 핵심적인 자아의 일부라 

생각하지 않는 나쁜 상식이라 지적한 것이다.


도덕성에 대해서도 의미깊은 해석이 등장한다.


삶의 의미란 선택한 삶의 '이유'이고,

도덕성은 어떻게 살기로 한 

'방식'이고 '방향성'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삶의 의미나 도덕성을

일련의 규칙으로 여기고

그걸 준수하고 자란 개인이,

이와 상반되게 

자신의 신념 체계와 거리를 두게 되거나 

거기에 변화가 생기거나 

의심을 품게 됐을 땐,

종종 상실감을 느낀다는 해석도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이다.

이런 자기상실의 고통스런 경험을 결코

정상인 양 받아들였다면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팁도 주는 저자다.


어쨌거나,

자아상실이란 큰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선


자아가 무엇인지,

자아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란


각가의 정의부터 내릴 수 있어야 될거라는

자문자답의 질문을 저자가 먼저 해왔는데,

그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자아란 키에르케고르의 말로써 

'자신과 관련된 관계'이자

자신이 세상과 맺고 있는 모습이라 정의했고,


자아가 드러나는 방식은, 

세상에 드러나는 표현이 되고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기에,

스스로 가진 자아본질에 대한 이해가

밖으로 표현된 행동에 드러나고,

그 모든 행동이 자아를 알도록 만든다고 봤다.

 

그 밖에, 

주제를 보충하는 성격의 글이었지만

트라우마와 부동상태를 들여다 본다.


때론 무책임한 행동을 정당화 하기 위해

트라우마란 용어를 오용하기 하는

요즘의 심리분석이 싫다는 점을 먼저 말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이 설명을

뒤에 나왔던 부동상태와 연결해 

이어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해서다.


행동할 수 없다고 

심적 부담을 느끼는 걸 '부동상태'라 명명했는데

보통 영문으론 'freeze'라 표현하는 것의 번역으로 생각된다.


이는, 뭔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신체마비나 감정상실을 경험할 때 벌어지는 현상으로,

경증의 부동상태와 중증도의 부동상태로 나눠 설명됐다.


먼저 전자의 얕은 부동상태는,

자신의 가치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모욕이나 공격을 받아 

망연자실해 지는 것이고,


심각한 형태의 부동상태는 다음과 같다.


-말을 못하는 것

-자신의 욕구를 부끄러워 하며 감추기

-위협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

-분통 터뜨리기

-자기 감정 부인하기

-사건 망각

-관계 분리

-비 인격화


이런 부동상태는 대부분 트라우마의 결과이지

자기 상실의 위협은 아닌걸 더 강조해 설명한 저자다.


사실, 이런 부동현상의 예들이

앞서 말한 자아상실을 판단하는 지표보다

결코 못하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것으로써 저자가 얼마나

자아상실을 심각하게 여기는지는 좀더 이해가 됐다.


한마디로 자아상실은

불미스러운 해프닝 정도가 아닌,

인간존립의 내적기반라 말하려 했다고 받아 들여진다.


굉장히 촘촘하게 잘 쓴 책이고

많은 영감을 준 책이다.


저자 스스로가 겪은 삶 속 고통들이 

누군가에게 영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값진 지식이 됐다는 건

매우 미안하면서도 감사할 일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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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요리하는 레시피 84 - 고전으로 배우는 직장인 처세학
이재토.이홍의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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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요리한다'는 표현법은

살짝 책의 성격과 괴리감이 있다.


요리한다는 건,

마치 주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 이 책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입장은,

조직 속의 한 개인이거나

리더와 핵심세력 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파악하고

지키는데 의의가 있을 사람이지,

권력의 핵심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갑보다는 을에게

노하우를 주는 쪽의 책일 수 있기에

권력을 요리한다는 주체적 표현은 

과한 느낌일 수 있겠다.


하지만, 책이 말해 주고자 하는 방향성은

저자의 많은 이직과 직장생활 경험이 담겼고

한국형 이솝우화처럼 어른을 위한 상징성도 다분하다.


한비자가 쓴 책을 기초로 했기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 위주일 거라 예상했지만,

기존 알던 것들과 좀 다른 결말들도 꽤 있었고,

들어보지 못한 중국역사 속 인물들 이야기들도 많았다.


이중, 대장군 한신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는

'토사구팽' 이야기가 나올 법한 

제목 속 이야기엔 등장하지 않았다. 

이 고사 속 이야기엔 오히려 

월나라 구천과 오나라 부차의 이야기가 씌여 있었고,


'무엇을 말하였느냐 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란 제목의 글에

한신의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한신의 사례는, 

권력을 바람의 풍향계처럼 잘 인지해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예로 실렸는데,

비슷한 듯 다른 알고있던 한신의 최후와

이 책 속 결말해석이 달라 눈길을 끌었다.


알다시피, 한신은 

유방 본인이 죽였다기 보다는

자기를 도와줄 줄 알고 한신 스스로 다가갔다가

유방의 처에게 죽음을 당한 사건이었다.


거기에 괴통이 한신에게 삼분지계를 권했다고 썼는데,

초한지 같은 책에서는 한신에게 몸을 의탁했던 

종리매라는 장군이 권한 것처럼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이 짧은 84개의 주제들 안에서

이게 반드시 누군인지까지 정확할 필요는 

없을 문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신이 유방에게 대적했다기 보다는, 

제3자의 눈에는 왕과 신하의 관계를 다소 착각하고

한신 자신을 알아서 높게 인정해 주지 않는 유방의 처우가

그간 자기를 높게 등용해 줬던 그 유방의 처우와 달라

막판에 생긴 심적인 분란이었을 뿐이지,

왕과 동급으로 자신을 높이고자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숱한 전장을 진두지휘한 대장군 한신은

실상 아무것도 아닌 자신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런 그의 능력을 높게 인정해 파격 발탁한 유방에게 

결코 사리사욕을 채울 수 없는 

순진하고 취약한 심리를 가진 인물이었던 동시에

의리를 지키려 한 발자취를 보였다.

어쨌건 그의 최후가 지닌 많은 부분은 

그 당시 가장 용맹한 무장으로써가 아니라

한신이란 인간의 순수함에서 비롯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역사였다.


헌데 여기선, 

자기 힘을 과신했고 

삼분지계의 조언도 무시한 채

교만함과 안일함으로 

그냥 최후를 맞은 것처럼 묘사돼 

중요한 고증면에서 아쉬웠다.


그러나, 순수하게 책으로써 말하려는 의도만 놓고 본다면

이런 스토리로 한신이 쓰인다면 

왜 이 주제에 맞았을런지는 그냥 이해하면 될 부분이기도 했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이

마음에 들어오는 제목을 먼저 읽어도

충분한 구성으로 엮었다는 저자의 추천대로,

먼저 읽었던 이야기들 중 하나는 

'가장 확실한 보험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역사였다.


당시 진나라 중이 왕자는 

조나라에 볼모로 있었던 모양이었다.


평소 통뼈라는 이 왕자의 몸매를 보고자

벌거벗고 씻고 있던 그 왕자의 몸을

조나라 왕과 그 신하 희부기는 몰래 훔쳐봤다.


희부기는 집에 돌아와 

장차 왕이 될지 모를 중이 왕자에게

수치스러움 줬을까봐 걱정됐다.

이 일로 원한을 사게 됐까봐 말이다.


그는 몰래 뇌물단지를 음식으로 속여 

중이 왕자에게 전달했고

그 중 일부는 받아 들여졌다.


후일, 중이 왕자는 고국으로 돌아가 왕이 됐고

조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돌아온다.

이 때 희부기가 사는 마을은 

일부러 비껴 진군했다는 이야기.


저자는 희부기 한사람의 관계가

그 마을사람 전체를 구한 일이 됐거라 설명하면서,

이를 현재의 보험제도의 '개연율'에 비유했다.

이 용어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로써

희부기의 직감은 결론적으론

그의 생명을 구한 정확한 개연율 계산이 됐다.


이 이야기는 단순 보험의 비유에 그치지 않고,

혹시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의탁한 상대가

모른척 할 수도 있으니 

청해야 할 입장에선 상대를 평가하는

안목도 매우 중요하단 것까지 설명한다.


이런 인식차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확실한 신뢰구축이 된 사이인지 여부가

판단되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하고 있는 저자.


길지 않은 이야기들마다

분명한 주제와 그 해석이 담겨있어, 

받아들이기만 하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역사를 들여다보며 쉬어가는 느낌도 가능하다.


한비자가 주는 교훈들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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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학 마음편
김찬우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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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명확히 특정짓긴 어려운 책일수 있겠다.

마음을 탐구한 책이니 심리학 같지만,

저자의 선한 가치관이 불교관으로 투영돼

묵상집 형태도 일부분 갖췄으니까.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또하나는

익숙했지만 잊었던 불교용어들을 

저자의 현대적 해석으로 다시 음미해 봤다는 것.


저자는 이 책을 

그냥 한번에 독파하듯 읽지 말고,

하루에 한 주제씩 읽어보길 권했다.


차례에도 그 의도는 나와 있지만,

하루에 1mm씩 자라는 나무같은 마음이 되어

제시한 키워드들을 하루에 1개씩 소화해가며

100일간 성장해보면 어떻겠냐는 의도가 담겼다.


즐거움과 괴로움,

간절함, 

외로움, 

열심히,

약점,

트라우마,

참을성,

심리불안,

복,

죄책감,

두려움,

답답함,

못마땅함...


이런 96개의 단어들과 무제 4가지를 

저자의 생각을 담아 재해석 해놓고,

그걸 읽어가며 이전과 다른 

긍정의 방향으로 성장해 가란 의미.

좋은 구성 같다.


불교에 대해선 어렵게 다루지 않았고

현실에서 각자의 몫인

깨우침이나 발전에 중요할

'계, 정, 혜'를 중심으로 설명해 준 후,

100개의 키워드들을 쫓아가는 구성도 겸했다.


먼저 계, 정, 혜의 설명을 들어보자.


계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음으로써

그로인해 내가 받게 됐을지 모를

괴로움을 나로부터 줄여주는 태도.


정이란,

내 마음의 부정적 변화를 알아채기 위해

선정에 들어봄으로써 

미세한 자신의 감각들을

스스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혜는,

일종의 지혜로써 

괴롭다면 

나로 인한건지 남으로 인한건지를 분별하고,

원인이 있다면 무엇이며

만일 그 인식에 오류가 있었다면

그걸 깨우치는게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이 3가지를 가지게 됨으로써,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에 이르는 8가지 '팔정도'를

행할 수 있게 된다.


8개 단어 앞엔

'바른'이란 형용사가 들어가지만,

가시적으로 쉽게 적고 기억되기 위해

이 공통단어는 빼고 정리해 봤다.


계-말, 행동, 생활방식

정-알아차림, 집중, 정진

혜-앎, 생각


책에선,

다른 단어들을 그대로 '바른'만을 앞에 붙여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혜'에 관한 8정도에 관해서만은

조금 다른 풀이도 곁들였다.


바른 앎은 바른 '관점',

바른 생각은 바른 '사유'로써 말이다.


생각은 떠오르는 그 자체보다는

음미하여 이해하는 생각과정을 

말하고자 한 듯 했다.


100가지 키워드로 구성된 본문 내용은 

단어들마다 매우 간략한 구성이지만,

저자가 느낀 영감에 기초한 서술이라

단순한 사전적 정의라기 보단 

그의 가치관이 녹아 든 경향도 보인다.


많은 키워드들 중엔

'트라우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기존 이해했던 트라우마 정의와는

많이 다른 저자만의 느낌도 새로와서.


저자는, 트라우마를 

일종의 콤플렉스로 이해하고 있었다.

어떤 계기로 상처로써 남은 상태로,

문제의 본질은 이 취약점을

스스로 숨기는데 있다고 봤다.

이로인해 인생이 꼬이고 비틀어졌다면 

그 이유 또한 트라우마가 자리잡은 탓도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기회가 될 땐 주변에

용기를 내어 사정을 알릴 것도 권했다.

드러내기 싫은 부끄러움을 내려놓음으로써

관련됐던 예민함이 무뎌질거란 것.

절대적인 약점이 아님을 스스로 이해하고,

바라보는 자세를 바꿔볼 의지를 발휘 할 때,

비로소 관점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드러냄과 숨김의 차이,

그게 종이 한장 차이임을 안다면

인생이 편해지리란 조언도 말미에 덧붙였고.


이와는 다소 다른 내가 아는 트라우마란,

일정한 질서나 연속선상에서 살아온 인생이,

어느 순간 그 질서가 무너졌을 때

예측할 수 없다는 심리적 위축과

불안해서 살아갈 수 없을 듯한 두려움이 

기존 의지를 넘어 선 것을 의미한다.


오늘이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으리라는

항상성에 기댔던 기존 흐름이 있었고,

오늘 잘 된 일은 내일도 잘되리라 믿는 

개인적 믿음도 있었지만,

그런게 깨지는 상황이 트라우마라고.


불행한 사건으로 차단된 연속성이나

그로인해 기반이나 신념이 무너졌을 때

사람은 자신의 안전감에 균열이 생겼다고 인지하고,

더이상 이전과 같은 신뢰를 느낄 수 없게 된다.

난 이걸 트라우마라고 알고 있다.


아마, 내가 기존에 알고있던 이런 정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 부르면 

더 와닿을 정의일지 모른다.


트라우마에 여러 개의 정의가 가능하다면

저자가 말한 스스로가 부여한 약점에 관한 두려움이나,

내보이기 꺼려하는 극도의 예민함 또한

분명 트라우마의 증상은 될 수 있을듯 싶지만

내 상식과 저자의 상식이

일정부분 충돌하는 것 같아 생각이 필요했다.


저자의 바른 의지와 삶의 태도가

많은 사람들의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진정 세상은 더없이 좋아질 거 같다.

자기 맡은바 일을 해나가며

안분지족하고 선한 영향력도 나눌 수 있는 삶.


저자의 책을 읽으며

마음 따뜻하고 좋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 여러 분야에 있음을 알게 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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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처가 사랑을 밀어내지 않게 하려면 -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심리 수업
저우무쯔 지음, 박영란 옮김 / 더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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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가로막는 6가지 태도가 등장한다.


1.나는 결코 선택받지 못 할거야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

2.아무도 진짜 나를 사랑하지 않아 (부족함에 대한 두려움)

3.분명 나를 속이고 있을거야 (배신과 기만에 대한 두려움)

4.상대가 원하는 내가 되어야 해 (순종에 대한 두려움)

5.나는 통제당할 거야 (통제에 대한 두려움)

6.내가 원하는 사랑은 받을 수 없어 (사랑받지 못하는 두려움)


이 큰 6개의 테두리마다

세부적인 내용이 첨언돼 있어서, 

단순이 "...은 ~이다"로 끝나지 않고

그런 혼자만의 풀이를 해야했던

속마음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가장 읽는데 공을 들였던 부분은

4번의 패턴으로 봐도 좋은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관련한 챕터 같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한번 봐야지 봐야지 했던 영화를 

이번에야 이 책 덕에 봤다.


읽는 중간 책읽기를 내려놓고

영화 먼저 보고 다시 돌아왔는데

조금 예상과 달랐던 건,

책이 알려준 해석대로

영화를 느끼게 될 줄 알았는데

다른 해석으로 읽혀지던 내용들이 많아

관련된 첨언을 남겨본다.


책은 이 영화를 언급한 이유를,

여러 남자를 선택하고 만날 때마다

주인공의 불안 때문에

처세적인 면에서 불합리한 일들을 

겪게 됐다고 해석한 바가 크다.


해당 챕터와 연결짓기 위해 영화 중 

특정부분을 강조한 해석이라 생각은 들지만,

영화 자체로도 유명한 이 작품이

책에 일부분만 맞춰져 

조금 과하게 해석된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어쩌면 마츠코의 일생 속

여러 모습의 사랑들은,

책속 다른 예들과 얽혀도

다양하게 연결해 볼 수 있는

포괄적 자료같다고 본다.


저자는,

마츠코가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연애 중 불편한 상황을 안 만들려고

먼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 모두,

인생초기 신념이 끝내 바뀌지 않고 지속되서

그녀의 사랑법으로 굳었다고 본다.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거나 달래는 게,

어울리고 살아가기 위한 

마츠코식 생존방식이 됐다는 것.


최초 변곡점이 된 집에서의 도망침도

그동안 그럭저럭 잘 먹히던 이와같은 방법으론

위기처리 능력을 완전히 초과했기 여겨

순간 무의식 중에 당황해 벌어진 사건으로 본다.


자신에겐 유독 무뚝뚝해서 무서웠던 아버지.

반면, 병약해 동정받고 그 자체로 사랑받던 여동생.

어릴 적 생존 불안을 달래고자 시작된 

사시 눈을 만들며 입을 쭉 내미는 표정 만들기도

결국 비위 맞추기란 슬픈 생존 전략.


하지만, 어릴 적 만들어진 전략이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지속된 걸

저자는 안타까워 한다.


아버지를 포함한 타인의 감정만을 신경쓰다

제일 중요한 자신의 감정은 더이상 

스스로 조차 어른답게 해석할 수 없게 된 

인지부조화처럼 묘사했다.


대부분 수긍할 수 밖에 없을 판단들.


하지만, 실제 영화를 직접 보고 나니

비슷하지만 분명 다르게 와닿는 부분들도 많았다.

그래도 저자 덕분에 이 영화를 

일부러라도 끝까지 다 보게돼 좋았던 건,

책이 연결한 마츠코 부분 이외에도

책 이곳저곳의 내용들과 연결해

영감을 줄 만한 마츠코 인생스토리들이 많아

책에서 느껴지는 깊이가 풍부해진 기분도 들었다.


마츠코의 인생 앞에

'혐오'라는 글자가 붙는 제목인 건,

그녀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쁜 얼굴, 뛰어난 몸매, 중학교 교사.

특별히 흠 잡을게 없는 시절을 보내는 와중에도

그녀는 타인의 일들에 선한 해결사가 되려는 듯한 

묘한 안절부절 함을 보인다.


그런데, 주변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순수하게 다가서거나 존중하는 이가 없다.

그런 사람들 뿐임에도 

20대까지의 그녀는 

시종일관 사람들을 순수게 바라본다.


뒷끝이라곤 없고, 당혹스러움은 있는.


타인과의 경계가 모호하고,

자신의 마음을 상대의 마음에도 투영하는,

자기인식엔 무척 서툰 

안타까운 순진함을 보여주며. 


환경으로 만들어졌을까 아님 타고난 팔자인가?


못했어도 그냥 굴러갈 법도 한 인생일텐데 

잘해도 계속 특별한 꼬이는 이유는?


그저 외로워야 할 운명도 있을까?


글쎄...영화 속 가상의 주인공이지만 

결코 드물지만은 않을 인물설정 같다.


영화에 후반부에 나오는 본인 대사 중에

가장 핵심이라고 와닿는 부분이 있다.


자신은 '혼자'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읊조리는...


혼자여서 지옥, 

같이 있어도 지옥이라면,

같이 있는 지옥을 택하겠다는 선택을 한 그녀. 


아무도 없는 불꺼진 집에 들어서며

빈방에 항상 '다녀왔습니다'라며 

허공 속 인사를 해야하던 마츠코였기에...


책의 선택대로 

불안을  제일 크게 놓고 볼 수 있는 영화지만,

'외로움', '애착', '심리적 경계'를 메인주제로 놓고

그 심리를 들여다 봐도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리뷰가 아닌 책서평이니

책의 또다른 부분과 연결시켜 보자면,


가스라이팅이 될 수도 있다는 보살핌의 맹점과 

무조건적 포용 또는 무조건적인 사랑의 갈구는,

마츠코에겐 책 정도의 확실한 구분은 없고

한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포괄적 행동으로써,

 

보살핌은 익숙한 처세로 선택한 것이고,

무조건적 포용이란 그녀의 선함이 반영됐으며,

조건없는 사랑은 자신도 그렇게 대우받고 싶던 희망사항이었다.


그렇지만, 타인과 상호작용에 전부 실패하면서

최종적으로 마츠코의 인생엔

'혐오'스럽다란 단어가 붙는다.


마츠코는 사는 내내 불행하고 불안했고 

기준없이 맞춰주기만 했던 인생을 산 듯 보이지만,

53살에 숨을 거둔 마츠코를 알던 사람들은

그녀를 다르게 평가하며 영화는 끝난다.


사실, 마지막 사랑에서 실패 후,

그녀는 사랑뿐 아니라 더이상 사람자체를 믿지 않는다.

모든 마음을 거두고 이웃의 눈길조차 증오한다.

변해버린 스스로를 바꿔보고자 정신과도 다니고 

우연히 재기의 기회도 갖지만 새드엔딩.

혼자인게 싫던 그녀는

스스로 세상과 이별한다.


어쩌면 그녀의 마지막 인생관은,

사랑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제2의 기회를 놓치진 말라는 

책의 큰 주제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을 바라보는 책속 심리적 핸디캡들이

인지행동분석에서 쓰이는

스키마 해석이나 도식치료와도 상당히 유사하다.


저자 본인의 사랑경험도 담겨 있어

독자와 저자가 가상으로 만나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대화하 듯 

상상하며 읽어도 좋은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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