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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요리하는 레시피 84 - 고전으로 배우는 직장인 처세학
이재토.이홍의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권력을 요리한다'는 표현법은
살짝 책의 성격과 괴리감이 있다.
요리한다는 건,
마치 주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 이 책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입장은,
조직 속의 한 개인이거나
리더와 핵심세력 안에서
자신의 입장을 파악하고
지키는데 의의가 있을 사람이지,
권력의 핵심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갑보다는 을에게
노하우를 주는 쪽의 책일 수 있기에
권력을 요리한다는 주체적 표현은
과한 느낌일 수 있겠다.
하지만, 책이 말해 주고자 하는 방향성은
저자의 많은 이직과 직장생활 경험이 담겼고
한국형 이솝우화처럼 어른을 위한 상징성도 다분하다.
한비자가 쓴 책을 기초로 했기에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 위주일 거라 예상했지만,
기존 알던 것들과 좀 다른 결말들도 꽤 있었고,
들어보지 못한 중국역사 속 인물들 이야기들도 많았다.
이중, 대장군 한신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는
'토사구팽' 이야기가 나올 법한
제목 속 이야기엔 등장하지 않았다.
이 고사 속 이야기엔 오히려
월나라 구천과 오나라 부차의 이야기가 씌여 있었고,
'무엇을 말하였느냐 보다
누가 말하느냐가 중요하다'란 제목의 글에
한신의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이 이야기에서 한신의 사례는,
권력을 바람의 풍향계처럼 잘 인지해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예로 실렸는데,
비슷한 듯 다른 알고있던 한신의 최후와
이 책 속 결말해석이 달라 눈길을 끌었다.
알다시피, 한신은
유방 본인이 죽였다기 보다는
자기를 도와줄 줄 알고 한신 스스로 다가갔다가
유방의 처에게 죽음을 당한 사건이었다.
거기에 괴통이 한신에게 삼분지계를 권했다고 썼는데,
초한지 같은 책에서는 한신에게 몸을 의탁했던
종리매라는 장군이 권한 것처럼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이 짧은 84개의 주제들 안에서
이게 반드시 누군인지까지 정확할 필요는
없을 문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신이 유방에게 대적했다기 보다는,
제3자의 눈에는 왕과 신하의 관계를 다소 착각하고
한신 자신을 알아서 높게 인정해 주지 않는 유방의 처우가
그간 자기를 높게 등용해 줬던 그 유방의 처우와 달라
막판에 생긴 심적인 분란이었을 뿐이지,
왕과 동급으로 자신을 높이고자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숱한 전장을 진두지휘한 대장군 한신은
실상 아무것도 아닌 자신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이런 그의 능력을 높게 인정해 파격 발탁한 유방에게
결코 사리사욕을 채울 수 없는
순진하고 취약한 심리를 가진 인물이었던 동시에
의리를 지키려 한 발자취를 보였다.
어쨌건 그의 최후가 지닌 많은 부분은
그 당시 가장 용맹한 무장으로써가 아니라
한신이란 인간의 순수함에서 비롯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역사였다.
헌데 여기선,
자기 힘을 과신했고
삼분지계의 조언도 무시한 채
교만함과 안일함으로
그냥 최후를 맞은 것처럼 묘사돼
중요한 고증면에서 아쉬웠다.
그러나, 순수하게 책으로써 말하려는 의도만 놓고 본다면
이런 스토리로 한신이 쓰인다면
왜 이 주제에 맞았을런지는 그냥 이해하면 될 부분이기도 했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이
마음에 들어오는 제목을 먼저 읽어도
충분한 구성으로 엮었다는 저자의 추천대로,
먼저 읽었던 이야기들 중 하나는
'가장 확실한 보험은 무엇인가'란 제목의 역사였다.
당시 진나라 중이 왕자는
조나라에 볼모로 있었던 모양이었다.
평소 통뼈라는 이 왕자의 몸매를 보고자
벌거벗고 씻고 있던 그 왕자의 몸을
조나라 왕과 그 신하 희부기는 몰래 훔쳐봤다.
희부기는 집에 돌아와
장차 왕이 될지 모를 중이 왕자에게
수치스러움 줬을까봐 걱정됐다.
이 일로 원한을 사게 됐까봐 말이다.
그는 몰래 뇌물단지를 음식으로 속여
중이 왕자에게 전달했고
그 중 일부는 받아 들여졌다.
후일, 중이 왕자는 고국으로 돌아가 왕이 됐고
조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돌아온다.
이 때 희부기가 사는 마을은
일부러 비껴 진군했다는 이야기.
저자는 희부기 한사람의 관계가
그 마을사람 전체를 구한 일이 됐거라 설명하면서,
이를 현재의 보험제도의 '개연율'에 비유했다.
이 용어는 사고가 발생할 확률로써
희부기의 직감은 결론적으론
그의 생명을 구한 정확한 개연율 계산이 됐다.
이 이야기는 단순 보험의 비유에 그치지 않고,
혹시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의탁한 상대가
모른척 할 수도 있으니
청해야 할 입장에선 상대를 평가하는
안목도 매우 중요하단 것까지 설명한다.
이런 인식차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확실한 신뢰구축이 된 사이인지 여부가
판단되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하고 있는 저자.
길지 않은 이야기들마다
분명한 주제와 그 해석이 담겨있어,
받아들이기만 하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역사를 들여다보며 쉬어가는 느낌도 가능하다.
한비자가 주는 교훈들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보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