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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 - The Wrestl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간간히 들려왔던 미키 루크에 대한 소식들 거의 대부분은
'망가진 괴짜인생'의 이미지로 부각 될 부분만 집중적으로 보도 됐었다.
프로복서로 활동, 스캔들(마약, 이혼...), 성형으로 없어져 버린 예전 이미지에 대한 아쉬움 등등..
그 와중엔,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씬시티'로 재도약하는 듯한 몇 줄의 기사도 있었지만
결국, 그 후로도 그저그런 배우로 대중의 관심에서 잊혀지고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러다, 2008년 이 영화 '더 레슬러'의 각종 유명 영화제 수상은
미키 루크를 또 다시 스포트라이트 안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한사람으로써 한편 씁쓸함이 있다.
'미키 루크 자신의 인생을 담은 듯한 영화 '더 레슬러'란 그 입소문들 말이다...
먼저 스토리를 잠깐 소개하려 한다.
영화는 랜디 램(미키 루크)의 젊은시절 인기레슬러로써의 각종 기사들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화면은 현실의 랜디로 돌아와 세월과 함께 사라진 화려함을 뒤로한 채
말그대로 생계형 레슬러로 살고 있는 링 밖 삶을 보여준다.
늙은 레슬러에게 사라진 인기만큼이나 몸도 예전과 하루가 다르다.
피를 튀기며 으르렁 거리는 링안의 레슬러들이 대기실에선
액션의 합을 맞추며 서로 격려하는 따뜻한 장면도 연출되지만,
거대한 근육질 몸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듣도보도 못한 호르몬제들을 거래하고,
체육관에서 열린 레슬링 스타들의 팬사인회엔 사인해 주고 싶어도 찾는 이도 없다...
시합 후 자주 찾는 스트립 Bar의 댄서는 자신의 삶의 무게만으로도 무거워
랜디의 구애를 거절로 응답해 본의아니게 상처를 주는 일도 생긴다...
스토리의 전환을 이끄는 랜디의 심장발작은 갑작스런 불행한 사건이 아니다.
도리어 이전부터 그렇게 살아있을 수 있었다는게 기적처럼 보이고 도리어 불행처럼 보인다.
보금자리인 거주형 트레일러는 집세를 제때 못내 잠겨 시합 후 지친몸도 눕힐 수도 없다.
그나마 일상생활이 가능하려면 주말은 식품점 아르바이트로 반납해야 한다...
그저 들여다보는 관객의 시선으로도 랜디의 삶은 버겁게만 보인다.
웃는 모습도 그냥 웃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를 알아봐 주는 팬들의 인사마저도 랜디에겐 도리어 고통인 현실 속 일부였으니까...
심장발작 후 랜디는 의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계속 레슬링을 해야 하지만
몸은 은퇴를 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잡혀 있던 젊은날의 숙적 아야툴라(Ayatollah)와의 리매치전도 포기하며 은퇴한다.
그러나, 현실은 또다시 그를 죽을지 모를 레슬러의 삶으로 자기 발로 복귀할 것을 명령하고,
아이툴라와의 취소됐던 경기를 무보수라도 뛰고 싶다며 낡은 공중전화 너머 누군가에 부탁한다...
링 안에서만 진정 스타일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식의 훈훈한 감동으로
마무리하려는 그런 결말은 이 영화에 없다.
다시 재발할 듯 보이는 심장발작이 오지만 그 가슴통증을 애써 참으며
주특기인 '램잭'을 외치는 관객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링바닥으로 몸을 날리며 영화는 끝난다...
미키 루크를 말할 때, 대부분의 매스컴들은 킴 베이싱어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나인 하프 위크'속 그의 젊은 날을 얘기한다.
프로복서란 새로운 그의 도전은 망가진 얼굴을 남겼고,
인기스타로써의 젊음을 즐기느라 몸과 이미지도 인기만큼 닮아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미키 루크의 실제 인생과 영화 '더 레슬러' 속 랜디 램의 인생을 동일시 하는 건
그에 대한 '극찬을 가장한 폄하'라 말하고 싶다.
배우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써 살아온 궤적을, 평론과와 매스컴 그리고 관객들이
영화속 랜디와 같다며 슬픈 시선과 재기의 감동으로 본다면 그건 동정일테니까...
미키 루크는 그의 삶을 그저 즐겼고,
그랬던 그의 생 어느 부분이 영화속 젊은 미키 루크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안타깝게 여기려 할 뿐이지
그 스스로 자신의 삶을 레슬러의 랜디처럼 비참했다고 말한적 없으니 말이다.
그저 좋은 영화를 통해 미키 루크가 새삼 주목받았음을 그냥 멀리서 축하해 줄 일이지
열연한 배우에게나 감명받은 관객으로써 영화와 주인공의 실제 삶을
필요이상으로 동일시 하는건 모두에게 부담스런 제스처라 본다.
안 봤다면 그저 영화로써 즐기길 바란다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끝으로, 엔딩과 함께 흘러나오는 브루스 스프링턴(Bruce Springsteen)의
'The wrestler'속 가사를 소개하려 한다.
부분적으로 발췌했으며, 나에겐 영화도 영화지만
이 노래와 가사가 멋진 영화를 다시 한번 멋지게 마무리졌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Then you seen me, I come and stand at every door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상도 기웃기웃
Then you seen me, I always leave with less than I had before
하지만 남은건 언제나 상처와 이별
Then you seen me, bet I can make you smile when the blood, it hits the floor
피를 쏟고 쓰러져야 그들은 환호하는데
Tell me, friend,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can you ask for anything more?
내게 더 뭘 하란 말이오? 내가 뭘 더 할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