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개인적으로 묻는다면 메릴 스트립이 등장하는 최고의 영화는
'크레이머 VS 크레이머' 였다.
하지만, 다우트로 바꿔야 할 듯 싶다.
영화가 좋았던게 첫번째 당연한 이유겠고, 악역이면서 동정하게 만드는
그녀의 다우트(doubt) 속 원장수녀의 모습은 심리싸움을 보여주는 영화속 배우가
어떻게 관객을 몰입시켜야 하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만하다.
거의 모든 그녀의 출연작을 봤지만 젋고 매력적이지만 아이를 버리고 나간 엄마 역의 그녀는
어린 기억에 매력적이면서도 왠지 동정보단 미움으로 바라보았던 역이기도 했다.
더 나이가 들어, 영혼의 집, 아웃 오브 아프리카, 리버 와일드, 죽어야 사는 여자, 디어헌터,
폴링 인 러브, 소피의 선택, 비포 앤 에프터, 맨츄리안 켄디데이트....근래에는 맘마미아까지도
봤지만 이 영화는 다우트는 단연 최고다.
필립 카우프만 또한 어떤 영화 속 그의 역할보다 대단했다.
원장수녀는 성직자 같지 않은 털털하고 다정다감한 신부역의 필립을 동성애자로,
그리고 보살피는 듯 어린 신도를 성추행하는 인물로
제목 그대로 의심(doubt)으로 시작이 돼 확신으로 몰아간다.
심지어 그리 청교도적인 그녀 자신이 거짓과 불신 미움 등의 죄악을 몸소 보여주며
끝끝내 자신의 승리아닌 승리를 이끌어 낸다.
그 승리란, 자신의 의심을 그리고 그로인해 귀결된 거짓된 진실을
타인과 스스로에게 진실로 믿을 것을 강요하며 말이다.
유명한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라,
주인공들 이외에 많은 배우가 등장하기는 하나,
실제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는 3명이다.
그렇기에 연극과 같은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도 되겠으나,
자극적이고 비쥬얼적인 영화에 익숙했던 관객에겐 긴 런닝타임이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많은 생각거리를 내포한 철학적인 내용에 탐닉하는 관객이라면
어느 영화보다 올해 이 영화가 발군이라 할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DVD발매까지 꼭 바래보는 근래 보기 힘든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