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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 고치러 산에 간다 -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병은 산에 맡겨라!
윤한흥 지음 / 전나무숲 / 2014년 4월
평점 :
산은 기운이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많은 병자들이 산이 주는 생명력에
마지막을 기댄다고 TV를 통해 소개되는 사연들을 볼 때면
그들의 절박함도 느끼지만 건강해도 꾸준히 다니기 힘든 산이
그들에겐 얼마나 힘들지 상상만으로도 고됨이 느껴진다.
이 책은 몸이 안좋은 사람들에겐 지도같은 책이 되줄거 같다.
신장은 어디, 간은 어디, 심장은 어디 등등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국 도처에 깔린 산들을
증상별로 분류하고 독자들에게 가보면 좋을 곳들로
분류해 자세히 효능과 느낌을 소개해 준다.
나도 요즘은 산을 잘 못간다, 물론 게을러서다.
하지만, 예전엔 정말 산을 사랑했고
많은 산들을 다녀봤다, 그저 등산이나 여행만이 목적인
순수한 계획으로 갔고 산을 즐겼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 산들 중 많은 곳들에 대해
기억이 있기에 그 산들이 주는 효험에 대해서도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지만,
오래된 기억 속 기행문을 꺼내 읽는 듯한 기분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책이 주는 정보와
현실 경험으로 그 정보 일부를 알고 있었을 때
그 둘이 주는 묘한 느낌 또한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책이 과장됐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 소개된 어떤 산을 예로 들어보자.
그 산을 안 가보고 이 책만으로 처음 읽은 사람은
그 산에 대한 느낌은 마치 명의를 만난 기분일 것이고
자신에게 맞는 곳이라고까지 느낀 곳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그 산의 영험함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경우도 있을테지만
평소에 편안하게 잘 다닐 수 있었던 곳이고
근처에 접근성 좋은 산이 책에 실렸다면
그 산에 대한 느낌은 책을 읽기 전
어떤 산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람과는
같지 않을수 있단 생각도 해본다.
너무 유명한 맛집인데 누구는 네비게이션 찍고
물어물어 가봐야 하는 몰랐던 귀중한 정보인데
누구는 신발만 신고 나가면 쉽게 갈 수 있는
집 근처의 이웃집 같다면 이 둘의 느낌은
그 자체만으로 다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면, 도봉산, 수락산, 북한산, 불암산 등은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쉬운 나들이 공간일 수도 있었을 텐데
책에서 소개한 내용만큼 이렇게 영험한 기운의
산이었던가 다시 돌아보게 되는 사람들도 분명 매우 많을거 같다.
매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다녔던 돌부리가
다이아몬드였었구나 싶은 귀중한 느낌을 새롭게 받을지 모른다.
책을 보면서 주왕산을 걸었던 기억을 떠올려보고
지리산은 가보지 못했던 곳들이 소개돼 있어
이곳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근데 저자가 남긴 중요한 조언이 있었다.
좋은 곳이라도 항상 같은 느낌일 순 없다는 것이다.
기운이 딱 맞아 떨어지는 순간 최적의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타이밍이란 것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아쉬움이 없으려면 1번만 가보고 말것이 아니고
시간대와 횟수를 다양하게 시도해 봐야 한다는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읽고 느낌으로 남을 책이 아니라 책을 들고 떠나봐야
그때 비로서 책의 고마움을 강하게 느껴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