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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 개정판
김우중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8년 3월
평점 :

이 책을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게 될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일단 책 자체가 새옷을 입고 나온다니 감회도 새롭고
좋은 기획안이란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당연히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예전과는 어떤 다른 느낌으로 읽게 될지도
나 스스로 매우 궁금했다.
내가 이 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건
예전 읽었을 때 그 처음이 아니라
한 5년 전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며 다시 펴보다가
먼지묻은 그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면서였다.
다시 읽어 본 책 내용들은 어릴 때 보던 그 느낌이 아니었다.
분명 읽었던거 같은데 안 읽어본 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특히 기억남는 구절이 있었다.
취업하기 어렵다는, 그래서 청탁도 하고 알음알음
노력하고 힘들어하는 취업시장에 대한 얘기들.
이 책의 등장이 내 기억이 맞다면 80년대일거다.
그런데 과거에서 현실로 넘어와 읽히리라 생각했던
그 예전 책속의 기억들은 과거의 것들이 아니라
현실과 맞물리는 지금의 것 같은 얘기들로 넘쳐났다.
그런 책이었는데 이렇게 개정판까지 만나게 되니
오묘한 기분이 들지 않을수 없었다.
게다가 양장본이라니, 정성이 느껴지는 외양이다.
난 책을 선입견으로 읽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실패한 사람의 자기계발서나
성공한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나
그냥 그 책 자체의 가치로 읽고 판단하자는 것.
김우중 회장이 실패라고 해야할까.
난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책을 통해서 만큼은.
실제 김회장이 살아온 인생자체도 대기업 오너로써
도산하고 빚이 많은 초로의 사내로 현재의 모습이
그의 모든 것이라고 표현될지도 모른다, 대중의 시선에선.
틀렸다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인정해주고 싶고 책으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의 현재 한 지점으로써의 그의 모습이나 대우란
없어진 과거 대기업의 현재 발자취가 아니라,
과거 그의 시작과 중간 과정 그 자체만으로
독자로써 평가하고 느껴보는 건 어떨까란 판단때문이다.
유명한 스타플레이어였던 늙은 운동선수가 운동을 가르친다면,
가수에서 은퇴한 사라진 스타가 자신의 노래실력을 전수한다면
그런 사람들의 현재모습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거나
노력한다면 그것이 나쁠까, 아니면 누군가의 자양분이 되고
선순환을 일으키는 측면도 있을까란 고민.
난 고민은 아니고 여러 분야 여러 방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어떤 노인이라도 그들의 각각의 인생은 백과사전이라는데
후세가 사라질지 모를 아까운 지식이나 경험이 있다면
그런 누군가에게서 배울 점은 익히고 봐보는게 좋지 아니할까.
오퍼상에서 출발해 대우를 만들었던 이야기나
부모님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 등 많은 얘기들이 들어있다.
초점이 맞추어진 실용적이라고 할 순 없을테지만
인문학을 숭상하게 된 시대의 분위기처럼
이 책의 분위기가 주는 지식 언저리의 기운들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좋은 책을 다시 내준 출판사에 감사하고
좋은 점들은 어떤 분야이던 망각되거나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대를 일회성으로 풍미했던 어떤 지식들이 아닌
가치가 있었던 것들은 기억되고 재평가를 받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