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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자서전이 될수도 있고 자기계발서도 될수 있겠으나
이 글이 속하는 문학적 장르의 정확한 구분보다는
책의 내용에 주목해 봄이 더 유익할 듯 싶다.
주인공은 백인임에도 마치 보통 미국 밖에 알려지는
흑인들의 차별받는 삶보다 못한 백인노동계층도 있음을
책을 통해 알려주면서 어떠한 사회적 불만이나
분노없이 자신의 환경극복담을 독자에게 보여준다.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각각 할모와 할보라 부른다.
책을 읽으면서 그냥 의역을 하더라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라도 했다면 더 편하게 글이 읽혔을텐데
굳이 익숙하지 않은 이 단어들에 대한 적응을 하느라 좀 불편했다.
그러나 번역자체도 매끄럽고 원문이 가진
아마추어적인 자연스러움에 실제 본인의 성장기를 담았다는
장점이 맞물리면서 읽어나가는 재미가 많은 책이기도 하다.
한국사람의 눈으로 보는 백인노동자 계층의 삶을 들어보는 느낌이란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미국에 알려진 식당이 아닌 원주민들만 알수 있을
어떤 맛집을 발견한 기분마저 들게했다.
영화로 메스컴으로만 접했던 피상적인 내용들과는 다른
진짜 미국의 보통사람들의 이야기.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재밌는 에피소드 몇개를 인용해보고자 한다.
주인공이 어릴적 스스로 평가하길 남자친구와는 재밌게 놀고
여자친구들과는 놀기 싫어했는데 어느날 게이에 대해 듣게 된후
자신이 게이는 아닐까란 걱정에 휩싸여 자신의 외할머니에게
조언을 구한다, 저 게이같은데 심히 걱정하며 고해성사하는 식으로.
외할머니가 그에 답한다. 너 니 거기를 입에 넣고 싶니?
주인공은 펄쩍 뛰며 그런적 없다고 하고 할머니는 거기에 다시 답한다.
그럼 넌 아닌거야. 그리고 니가 게이더라도 사랑해 줄거라고.
또 싸움에서 맞고 온 주인공에게 실제로 뺨을 때리며
아프냐고 물으니 주인공은 자신의 상상보다 덜 아픔에 놀라며
누군가와 싸웠을 때 얼굴 등을 맞을까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준다.
뭐 이런 작은 일들의 추억이 모여 이 책이 됐다고 보면 되겠는데
앞서 말한 독특한 에피소드들의 모음이 아닌 성장기 모두와
성인이 되어 가장이 될때까지의 시간을 흝은 구성이라
각자에게 와닿고 생경하거나 임팩트를 주는 부분이
어디라고는 정하거나 답할 수 없겠으나 이미 좋은 찬사를
받았던 책이란 건 읽어보면 알수 있을거라 믿는다.
주인공의 기록내에서 그가 스스로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
무식하고 다혈질적이며 스스로의 인생은 성공했다 보기 어려웠던
외조부와 외조모의 사랑과 헌신이 자신을 만들었다는 고마움.
17살과 13살이 애가 생겨 결혼해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온 외조부모.
그들은 배운것도 딱히 많지않고 너그럽고 인자하지도 않았지만
그의 손자인 주인공에게 진정한 사랑과 버팀목이 되어줬다.
이하 책에 없는 내용을 조금 첨부해보고자 한다.
보통 어른이 되어서도 심리적으로 힘든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이 심리적으로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지도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다 어떤 계기에 무너지게 되기도 하고 방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가장 많은 해석은 부모다운 부모에게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못해
심리적 갈증으로 평생을 번민하며 사는 케이스로 설명되곤 한다.
그런 배경을 지닌 성인은 배우자에게서 못받은 사랑을 무의식적으로
바라지만 그런 사랑을 주는 배우자를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제에
또다시 비슷한 듯 다른 심리적 갈증에 시달림이 영속된다.
게다가 이런 갈증은 또다시 자녀의 인생속에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불행한 유산이 이어저 갈 확률 또한 높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스로 이런 분석적인 평가는 없지만
삶의 연륜과 직접 경험이 더해지고 또 고마움을 인식하는 바른 인성이 결합되어
이런 심리적인 싸이클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어떤 의사나 심리학자보다도 자신이 짊어질 뻔한
내려져왔을 법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난 행운에 대해 감사해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은 인상깊다. 그런 삶에서 벗어났지만
무의식 어딘가에선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그만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듯한
자신의 꿈을 책에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그 꿈이 깨고 현실의 나로 돌아왔을 때 받은
안도감과 행복감을 기록해 두었다. 간결하면서 멋진 책이다.
누구를 원망하기 보단 그리고 운이 좋았다고 한숨 돌리기 보단
자신의 의지로 벗어나기 힘들었을 자신을 인도해 준
외조부모로 부터 받은 정신적 유산을 감사하고
응용하며 개척해냈음을 더 중요시 강조하는듯한 그의 해석들.
서양적 사고방식과 문화에서 가능할 여러 얘길 들으며
알지못하는 주인공의 행운에 독자로써 축하해주고 싶었졌다.
그가 못벗어 날거 같았던 끊어내지 못할 것 같았던
인생의 굴레를 그 자신만 벗은게 아니라 그로부터
다시 시작 될 그 이후의 자손들에게도 전해지게 될 거란
그 행운과 축복에 한 인간으로써 경의를 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