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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美, 의학과 미술 사이
전주홍.최병진 지음 / 일파소 / 2016년 11월
평점 :

관찰하고 실험하여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것으로부터의 출발...
참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나온 의학 역사 중 한 구절이지만
의학의 시작이자 과정 중 한부분에 대한 부분적 설명인 동시에
어쩌면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멋진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중국의학이 대표하는 한의학쪽은 굉장한 깊이가 있고
서양의학 쪽은 차갑고 테크닉이나 실증적인 면이 강한
매우 다른 성격의 두가지 의학분야라고 생각하는
보통의 생각들은 매우 틀릴 수 있단 느낌을 받았다.
도리어 서양의학의 발전 속에 한의학보다는 짧은 기간이었을지 몰라도
그 태동과 발전함에 있어서 동양의학과 비슷한 기간도 있었다는
역사적 흐름같은게 느껴졌다, 물론 무슨 기나 경락 또는
그와 유사하거나 비슷한 이론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발전과정에서의 인간치유에 대한 사고의 고뇌같은 부분들에서.
책은 의학의 발전사를 해당 스토리를 묘사할 수 있는 삽화를 좀더
이미지적으로 당시대의 의학관념들을 독자가 읽어보도록 돕는다.
비중은 그림보다는 의학에 관한 역사적 흐름이 더 주제로 부각된다고 보고
그림이 딱딱하고 건조할 수 있는 이 책에
필요한 보조자이자 색다름으로 추가돼 있다고 본다면 맞을거 같다.
의학과 미술 두가지를 똑같은 비중으로 일부러 맞춰놓진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약간 다르게 이야기해 보자면
이 책의 가장 큰 흐름은 단지 의학의 발전사라기 보다는
의학의 발전사에 있어서 그때그때 마다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굵직하게 설명하고자 함이 커 보이는데
그 부분들을 임팩트있게 전달함에 있어서
그림이 글만큼의 비중은 아니지만 함축하고 보여줌에 있어서는
글에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런걸 기획했을거라고도 본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상당히 많고 역사에 기인하 부분들도 많아서
용어들은 많은 편이지만 읽기에 어렵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
읽으며 상당히 수준이 느껴지는 문장들이라 좋았고 그런 흐름이 좋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약간 주관적인 전달력이 강해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드라이함이 이 책이 가지는 파워가 아닐까 싶었다.
작가가 어떤 특정함을 강조하지 않아도
그냥 인문학적인 내용들 자체로 독자가 뭔가 사유할 수 있게 해주는 배려.
이 책엔 그런게 있다.
책이 다루는 내용들로 돌아가 읽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한가지씩 떠올려 보면 의학의 발전사로는 한 카테고리들이였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주류였을 것이며 그것이 지속된 시간은 또 얼마나 길었을까.
긴 역사에서는 한 부분이지만 그 당시의 시대에서는
그 지식들은 아마 만고불변의 진리같은 대접을 받았으리라.
그림들 중에 가장 쇼킹한 것들도 많이 떠올려진다.
사람을 잡고 절단을 하거나 구멍을 뚫는 장면들을 묘사한 그림들.
그 그림들의 묘사에 대해 서술한 부분들에선
그 그림속엔 당시의 환자들의 고통이 표정묘사로 생생하다는 간단한 설명도 들어있는데
그 그림을 그림 아닌 영화의 한장면처럼 떠올려 보면서
이것들에 대한 당시 상황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맞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그냥 모든 걸 떠나서 그냥 끔직하다가 있었고,
진정 고쳐주기 위한 불가피한 치료였다거나
그래서 고통을 줄 수 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던지
아님 완전 불필요한 고통일수도 있었을거 같다는 여러가지 상상들까지.
근데 여기에 중요한 것은 외과적 발전사만 보자면
마취라는게 지금처럼 적용되기 시작한게 얼마 안됐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 고통스러운 수술장면들이 기록된 시기의 의학과
그 당시의 기술로 치료를 받던 사람들에게 의학이란 무엇이었을까...
고쳐주겠다고 원시시대 돌이나 도구들로
사람의 정수리 앞쪽에 큰 구멍을 냈던 흔적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의학이 가지는 살리고 치료한다는 가치가 과연
지금의 상식으로 지념해 보는게 맞는걸까 싶다.
그냥 단순히 한 인간으로써만 의학 발전사를 느낀대로 묘사해보자면
지금도 발전은 계속되고 있지만 어느 시점 이전
특히 해부학과 마취가 어느 정도 정립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눠봤을 때
그 이전시대의 의학은 그냥 지금의 완전한 실험실같은 시기이며
너무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시기였던거 같은데
그 당시에는 전혀 그런 생각도 못해봤을거란 생각이
현재의 시점만으로 봤을 땐 그냥 매우 가슴이 아프다.
한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볼 수 있는 책이라
읽는 이마다 매우 다양한 지식과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책 같고 매우 잘 씌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