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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블랙북 - 여행스토리가 있는 아티스트 컬러링북
손무진 지음 / 글로세움 / 2015년 4월
평점 :




너무 너무 좋았던 책도 여러번 읽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책을 책장에 모셔두는 건 의례 행사가 됐다.
그 책들이 손상될까봐 곱게 보는게 대부분인데
이번엔 책에 색칠을 해서 2번 다시
똑같은 상태론 볼 수 없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했다.
새책에 색깔을 칠해야만 하는 필연의 과정들.
서재 책꽃이에 쌓아져 있는 그 많은 글더미의 홍수 속에서
오랜만에 유행처럼 번진 색칠하기 힐링을 접해볼까하여
아티스트 블랙북을 골라 한번 해봤다.
먼저 예전부터 사고 싶었던 연필형 색연필부터 구입하고
마음에 와닿는 그림부터 해보리라 마음먹으며 손을 대기 시작.
처음엔 기계처럼 완성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듯 했는데
점차 칠하고 있는 자체와 그 행동으로 인해
덧입혀지는 그림 위의 색들이 하나둘
단순한 행위 이상의 느낌이 들기 시작.
내가 그린 밑그림도 아닌데
똑같은 책이 전국에 엄청 많을텐데도
색을 입히게 됨으로써 세상에 하나뿐인 책으로 변신시키는 느낌이었다.
어느 동네 어느 집 안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
나같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도 떠오르며.
몇몇 완성한 그림들을 사진찍어보니 또 그 맛이 다르다.
사실 생각보다 그림이 매우 복잡하게 느껴졌고
인쇄기를 통해 나온 그림들이라 연필로 그린 밑그림 느낌이 아닌
출판용 잉크 느낌이 나는 인공미의 느낌도 나서
색칠하기 전엔 기대보다 약간 실망감도 있었는데
그런건 역시 이번 색칠하기 책이 처음인 기우였다.
밑그림이 기계로 찍어나왔건 아니건 상관없었다.
결국 그림위에 색을 칠해가는 과정이 책을
다시 한번 개인가공해내는 최종 단계였던 거다.
생각보다 책 1권을 모두 꼼꼼히 칠하고 완성하는 건
시간이 걸릴 듯 하지만 조만간 끝내겠다.
그래도 점차 완성해나감으로써 책의 수명이 다해가는 느낌이 드는 건
기분좋기도 슬프기도 한 일이다.
해보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TV에서 유행이라해서 듣기만 하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고
그렇다고 못해 봤다고 해서 아쉬운게 많았던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이번 시도는 스스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칠할 공간이 큰 여백이 많은 그림들보다
이번 책처럼 조밀한 칠하기가 가능한 책이
어른들에겐 더 좋겠단 생각도 해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완성해가는 맛을 맛보는게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번 색칠하기 경험은
오랜만이면서 삶에 작지만 새롭고 값어치 있는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