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수시대 - 미처 몰랐던 징후들
신기주 지음 / 마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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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글쓰는 것이기에 저자의 글 대부분은 가독성이 좋다.
대부분이 정치적인 것인데 관계가 별로 없을 것 같은
사이코패스들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들에 대해
사회적 현상으로써 분석을 곁들여 르포분위기로 쓴 글은
이 책에 담긴 여러 주제에 대한 것들 중 단연 최고였다고 느낀다.
저자는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과장의 인터뷰를 섞어
다른 2개의 연쇄살인의 범인들을 다루고 분석한다.
한명은 살인을 했지만 우리가 그냥 밥먹듯 큰 이유없이 행한 자이고,
다른 한명은 우리와 같은 감정이란게 조금은 느껴지는 부류다.
내게 큰 느낌을 준 건 공포영화 속 살인마 같은 전자가 아니라
후자의 살인자였다, 그는 유영철.
영화 추적자에서도 다룬 이가 이 유영철이었던거 같다.
영화로만 떠올리면 되려 살인을 감정없이
밥먹듯 행하는 전자의 경우를 떠올리겠지만
책내용으로 실제 유영철을 읽어나가면 완전 다른 느낌의 살인범을 만난다.
이런 류의 범인들이 자백을 하는 이유가 뭔지 짐작해봤는지?
수사관의 치밀한 추리라던지 범인을 궁지에 몰아넣음으로써 됐을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듯 하다, 평범한 대답이니까.
그러나 책에서 내놓은 답은 지쳐서다.
그 지쳐서가 난 지겨워서로도 생각이 들었는데
확실히 일반인들의 범주를 넘어서는 실제상황에 조금씩 벙벙해지면서
그가 수사과정에서 보인 태도와 이런 부류의 행동패턴에 대한 부분 즈음부턴
형사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매우 허탈한 심리상태를 경험했다.
책의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인용해 보자면
먼저, 굉장히 거짓말을 잘하고 연기를 잘하는 범인들을
범행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건 매우 힘든 과정이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시도속에 범인을 궁지에 몰고
빠져나가기 힘든 증거와 상황으로 몰아넣게 되면
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 반응이 매우 독특하다.
아프다고도 하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화가 아닌 거짓된 몸짓으로 동정을 꾀하는 듯한
회피의 과정을 꼭 거친다는 거다.
거기에 더 중요한 건 형사과장의 마지막 결론.
범인이 잡히고 자백을 받은 후 10년도 넘은 지금
그 범인이란 부류들을 이미 또다른 합리화를 해 놓았을 거란다.
사회가 그 이유가 되던 자신의 불우한 성장과정이 그 이유가 됐건
자신의 탓을 빠져버린 새로운 거짓의 자기합리화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을거란 추측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다른 진보논객들의 논조와 다른 점은
아마 책의 제목이 주는 애매한 느낌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장기보수화를 바라지 않는 저자임에도
그럴 가능성을 막자는 쪽에만 할애하기 보다
왜 그런 가능성이 있는지를 분석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사이코패스를 다룬 부분도 결국 사회적인 부분에 대한
저자의 관점 중 하나를 부각하기 위한 소재였지만
단순히 주장이 아닌 논평같은 분위기로 책을 좀더 잘 읽히도록 만든다.
책 제목도 재밌기에 한번 읽어보면 좋겠지만
처음 말했던 것처럼 사이코패스에 대한 저자의 글쓰기는
세상을 보는 또다른 정보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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