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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라이크 어 걸 - 달리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알렉산드라 헤민슬리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세상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달리기와 관련된 개인의 모든 경험을
이렇게 한 줄로 쓴 듯 매끄럽게 살려낼 수 있다는게 놀랍고,
외국과 한국의 문화차이가 생활에서건 글에서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도 다시 느껴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살이 빠지면 가슴이 도드라져 보여 뛰었을 때
주위의 이목을 받을 수 있을까봐
신경이 쓰였었다는 저자의 얘기 한토막도
그런 체질을 가진 외국에서는 자연스런 일같이 썼건만
살이면 다 같은 살인데 특정부위만 안빠질 수 있다는
외국인들만의 얘기같아 조금은 남의 나라 일처럼 신기하면서도
매우 개인적인 솔직한 얘기이기도 해
그런 책의 일기같은 구성엔 좀더 믿음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달리기란 운동을 거의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매니아가 되어 갔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는,
내가 직접하는 운동의 즐거움 뿐 아니라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타인의 히스토리마저도
흥미롭게 읽으며 동병상련이나 대리만족적인 운동사랑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독자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됐다.
다만 난 달리기란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고
여러번 책 초반기의 그녀처럼 시행과 멈춤이 있었다.
읽으며 그녀의 피지컬에 대해서는
달리기를 싫어했다기 보다는 제대로 몰라서
오랜기간 운동자체와 멀어져 있었고
학창시절엔 운동에 잼병이라 스스로를 여겼던 기억 때문에
그 접하는 시기만이 조금 늦어졌을 뿐은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러너로써의 발전해가는 운동 얘기도 좋았지만
내게 여운으로 남는 부분은 사실 따로 있었다.
그녀와 아버지와의 새로운 관계개선 역할을 해준
달리기 얘기에서 내가 그런 아버지가 되어보는 상상이나
이웃의 어느 집에서 들려오는 부녀얘기처럼도 상상해 보며
드라마 같은 이런 스토리가 단지 운동에서 만이 아닌
삶의 작은 부분도 바꿀 수 있구나란 희열같은게 느껴졌다.
군인이였던 아버지와의 예전 관계가 그리 나뻤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 큰 덤덤한 딸자식과 나이들고 떨어져 사는 외국 아버지간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이였긴 했기에 그러했던거 같다.
사건은 그녀가 우연히 자신의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그녀 자신이 달리기에 대한 정보들에 대해 좀더 적극적이 되면서
자기는 어렸고 아버지는 훨씬 젊었었던 과거 속 한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도 보게 된 달리기 관련 잡지를 봤었고
어떤 날은 새로운 런닝 슈즈를 구입하고
아이처럼 좋아하던 아버지를 기억해 내면서
조언을 구할 달리기 멘토로 아버지와 통화하게 되는 부분이,
딸에게 벌어진 달리기로 인한 생활의 변화얘기가 아니라
서로 멀어지기만 했던 부녀지간에 이런 변화가 생기게 되었단 데서
아버지의 마음은 실로 어땠었을까를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을 물어봐주는 느껴보지 상상못했던 딸의 질문과
자신이 뭔가 알려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사이같은게 됐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분명 너무나 행복했으리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책에선 처음 전화통화로 달리기에 대해 물었을 때
수화기 너머로 끊임없이 알려주려 애쓰는
흥분한 듯한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직접적인 효과로 달리기란 운동이 한사람의 건강도 바꿀수 있겠지만
이런 감정과 경험의 공유가 가능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에서 더
한번쯤 달리기를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너무 아껴 운동에 목숨거는 듯한 사람들은 보기 싫던데
이런 긍정적 스토리가 간직된 홀릭들 얘기에선 내 얘기같은 기쁨을 느낀다.
아무것도 필요없을 듯 하지만 많은 준비가 갖춰질수록
제대로 된 기쁨을 느껴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 달리기.
나도 조만간 꼭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