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미친 8주간의 기록
에바 로만 지음, 김진아 옮김 / 박하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평생 가보기 힘든 곳이 몇곳 있다고 떠오르는데
예를 들면 이혼을 위한 가정법원이나
막장막장 하는 탄광 속, 북한, 우주 등등이 그런 곳들.
너무 막연하고 범위가 넓다고 생각할 수도
아님 어딘 가고자 하면 한번 갈수도 있지 않겠냐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열거일 뿐이니 이해는 각지의 몫.
그리고 마지막 한곳 더. 그곳은 정신병원.
요즘은 정신병이란 말이 어감이 안좋다고
조현병이란 생소한 단어로 바꿔부르고 있다는데
용어야 어찌 변하였건 그곳은 가기가 편하게 내킬만한 곳은 아닐 것이다.
그런 곳에서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이 소설을 썼다 하고
작가를 대변했을 주인공을 아바타 삼아
우울증으로 겪은 정신병의 기억을 소설로 그려 냈는데
자기가 한번쯤 우울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더 관심있게 읽어보고 싶단 유혹을 줄만한 의미있는 제목을 붙였고
내용도 실화라는 무거움 대신 가볍게
자전적이란 단어 뒤에 소설이란 허구의 전제를 깐 단어를 놓았기에
더더 편안하게 읽어 봄직한 책이라 생각한다.
일단 내가 본 책속 배경은 극단의 환경은 아니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다지 압박으로 느껴질 환경이 아님에도 우울증 환자가 된 주인공을
그 정도 환경 속에서 병에 걸린 것은 호사라고 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너그럽게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는 마음의 지옥은 다르지 않겠느냐고
도량 넓게 주인공의 병치례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엔 전자의 경우 같은데 그렇다고 책 내용을
부정하면서 보진 않았고 최대한 작가적 관점에서
탐구하는 심정으로 재밌게 잘 읽었다.
한국작가 한강의 소설 중 '채식주의자'란 작품이 있었는데
성장과정에서 마음의 병을 얻은 주인공의 모습을 무채색으로 표현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그 작품도 같이 생각났던걸 보면
정신의 병이란 소재가 주는 감정은 국경을 넘어
서로 통하는 첼로의 저음느낌 같은 근본이 있지 않나도 싶었다.
병이 주는 우울함이 책을 읽으면서 전해오는 것을
최대한 배재하면서 제 3자의 시점으로
철저히 관조해 들어가면서 이 작품을 본다면
훨씬 기대 이상의 소설적 재미를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주변을 통해 봤던 정신적 병들의 실제 사례들은
책에서만큼 부드러운 느낌들은 결코 아니었다.
굉장한 에너지 및 가족의 투자와 돌봄이 필요하고
깨끗한 완치는 매우 힘들 수 있다는 느낌들도 여럿 봤었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건강만큼 마음의 건강 정신의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롭게 느껴보게 해주는 소설로써 생각해 본다면
이 또한 책의 가치는 충분하게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