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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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2007년의 최종경력이 현재도 진행중이라면
100살이 가까워오는 그는 아직까지 현업 의사다.
주위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써 경력과 유명세까지 더해진 특별한 사람이기에
가능할 수 있을 커리어이기도 하겠지만,
그 나이에 현역에 있다는 것부터 쉽지 않을 뿐더러
맡을 자리가 있다고 다 해낼 수 있는 나이도 아닐텐데
그의 글솜씨나 경력은 모두가 놀랍다.
책은 70년대 초반 그가 등산 도중 한쪽 다리를 다친 경험을
90년대 초 출판한 것으로 의학상식을 겸비한 에세이인데,
굉장히 당시 상황들을 고통스런 기억으로 서술해 냈지만
현재까지 보이는 그의 정력적인 활동을 볼 때
그런 약해보이는 옛 경험들은 되려 놀랍다.
왼쪽 넙적다리를 다치고 좌절하고 회복해가는 과정보다
본문 중에 그가 젊은 시절 역도를 했었다는
짧게 지나가는 정보가 현재의 올리버 색스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됐고 그의 투병기 또한 어두운 정보로가 아니라
밝고 도움이 되는 편한 에세이로 읽도록 해주었다.
어려운 등산이 아닌 가파를 경사로를 오르는 정도의
그런 등산을 하는 도중 그는 황소를 주의하라는 경고판을 만난다.
그리고 그 경고는 현실이 됐는데 실상 그로인해 난 사고가 아니라
빛처럼 빠르게 도망가려다 자신의 발이 꼬였는지
돌뿌리에 걸렸는지 공중에 붕떠 떨어져버린 상황에서
실제 황소의 뿔에 받쳤을 때보다 도리어 더 심했을거 같은
다리 부상을 입는다, 무릎은 너덜거리고
허벅지 근육은 힘줄까지 모두 파열돼
평소 가지고 다니던 우산을 부목삼아
대충 피는 통하게 동여맨 채 어두워지는 산길을 홀로 내려온다.
산밑에서 현지인 2명을 만나 꿀맛같은 브랜디를 얻어 마시고는
약간 기운을 회복하고 몇번의 단계를 거쳐 영국으로 후송된다.
의사인 그의 예상과 거의 일치하는 수술을 받고 깁스를 했는데
그의 왼쪽 허벅지는 오른쪽과 비교했을 때 부상 후
7인치 정도까지 근육이 퇴화되어 갔고
사고 전 같은 감각과 운동신경을 찾으려
물리치료사의 도움으로 하나씩 단계를 밟는다.
자기 다리 같지 않았던 그의 왼다리는 전기치료로 감각을 되찾고
건장한 물리치료사들의 부축을 받아가며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정상의 몸을 회복해낸다.
그런데, 이렇게만 줄거리를 이해하면 이 책의 가치를
모두 이해한다고 결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그의 현란한 문체와 꼼꼼한 기억
그리고 의사가 환자가 된 특별한 경험이 다큐처럼 더해져
진정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같은 정서를 지니지 않은 외국사람의 에세이를
이렇게 재밌고 실감나게 읽어본 건 꽤 오랜만인거 같다.
이 작가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진 몰랐기에
이 책이 더 재밌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이 원제목과 달리 약간 각색된 면이 있지만
그런 특별한 제목으로 바뀔 만한 주제를 다뤄서 이해는 되고,
무엇보다 사고부터 회복까지 결국 남의 일인데
읽는 사람이 본인의 일처럼 생생하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책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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