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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경제학 - 정체성이 직업.소득.행복을 결정한다
조지 애커로프 & 레이첼 크렌턴 지음, 안기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을 다룬 책을 읽기는 언제나 녹록치 않다.
단순히 책에서 다루는 지식자체가 난해하고 어렵단 뜻만은 아니다.
수학공부를 이런 경제서 읽기와 비교해 생각해 보면,
산수에서 시작해 미적분이나 통계 정도까지
점차 높은 수준으로 이행되는 단계적 학습을 거치는 수학처럼,
책마다 저자마다 달라지는 경제학 관련서들의 핵심들을
매번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단계의
나름 쌓여진 과정들이 본질적으로 필요하단 생각이
이런 책들을 접할 때마다 자주 들기 때문이다.
일련의 경제서적 독서가 '역사서'읽기와 다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바탕?
독자가 책수준에 맞춰야 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이지
책이 각자에게 맞춰주는 건 아니니까.
물론, 친절한 주석과 서술적인 문체 등은
대중적 경제서들을 읽어나가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지만,
일회성이 아니라 쌓이는 독서를 해보기 위해서는
보는 책자체에서만 얻는 정보 그 이상의 관심이 필요할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같은 출판사에 같은 저자인
'야성적 충동'을 어쩔수 없이 많이 떠올렸다.
특별히 내용상 공통적 부분도 없고
엄밀히 말하면 완전 다른 내용의 책이지만
그럼에도 독자로써 느끼게 되던 공통점들은 있었다.
마무리에서가 아니라 서문 때문에 느껴지는.
한권의 책에 관한 이해도는 각자의 몫이지만
책이란게 원래 계속 끝까지 읽어나가다 보면
'맥'이나 '감'이란게 잡혀 고맙게도 점차
그 읽는 수고를 덜어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보다 이런 책의 '서문'은 매우 중요한데
같은 저자의 책이어서 그런지
내용이 다른 두 책이 비슷하게 진도가 나아갔다.
공통적이이만 역설적인 책 맨앞에 있는 각각의 서문들이
언제나 책을 덮고 난 맨 마지막에 다시 읽게 되었다는.
아니 두 책 모두 그렇게 읽어야 그게 끝이었다.
피상적인 내용들은 본문을 통해 얼추 파악되어지지만
처음엔 그 자체만으로도 다소 난해했던 서문들이
책 전체를 다 읽고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 왔을 땐
'요약'과 '핵심'의 역할을 해준다.
책의 시작이 다시 책의 끝이 되는 묘한 관계.
물론 나의 무지가 한몫했던 현상일 수도 있다.
마무리로 이 책의 장단점을 논해 보고자 한다.
건전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국가가 좀더
축구 주심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작의 주장들이
학술적 분위기로 사뭇 진지했던게 전작이었다면,
이 책은 그런 진지함들이 조금 덜한 대신에
경제학보다는 인문학적 요소에 큰 기대를 걸고 보면
더 만족할 만한 것들을 많이 담고있다.
전작보다 그런 면에서 매우 탁월하고 흥미롭게 쓰여진 책인데
인기를 끌었던 '설득의 심리학' 비슷한 느낌도 조금 난다.
책에서 다루는 '정체성'이란 분야가 어쩔수 없이
'행동경제학'과 비슷한 논리전개를 보일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미 이런 성향을 띠게 될 게 예상됐다고도 볼수 있겠지만,
저자 스스로 이 책의 역할을 '정체성' 경제학의 입문서 정도로
나름 가볍게 기획해 썼기 때문일수도 있다.
이 '아이덴티티 경제학'의 저자는 2명이다.
대학원 사제지간이었던 수평한 관계가 느껴지는 그들.
한국에서 생각하는 보통의 스승과 제자관계가 아닌
내가 아닌 2인칭은 You이고
나이와 관계없이 친구가 가능한
서양문화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이런 책을 탄생시킨 진정한 공신이 아닐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