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ass Verdict (Hardcover, 1st)
Connelly, Michael / Little Brown & Co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다 읽고난 후 큰 줄거리만 떠올려 보니
이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번쯤 봤었을 듯한 소재다.
하지만, 이 책 때문에라도 '미키 할러'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까지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면
이는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분명 인정해 줘야 할
'코넬리'표 글솜씨로 보인다.

정말 오랜만이다.
여지껏 법정 소설이나 영화를 아주 끊고 살았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법정관련 소설을 재밌게 읽고 뭔가 이정도 느낌을 가져본 게.
이 책 때문에 '어 퓨 굿 맨'이나 '야망의 함정' 같은 법정영화들도
다시 한번 감상하게 됐는데 이 책만큼  재미를 건지진 못했다.

완벽한 재활을 끝낸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회복한 변호사 '마이클 할러'가 본업으로 복귀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 그와 더불어 일의 활력을 다시 느끼기 위해!
마이클 코넬리가 쓴 많은 책들을 말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는 '해리 보슈'도 이 책에 등장하고
시인의 주인공 '맥커보이'도 약간 등장하지만,
막강하고, 막강했던 이런 여타의 등장인물이 같이 했음에도
변호사란 직업때문에 벌어지는 일 이외엔 특별한 매력은 크게 없는
'미키 할러'란 인물 그 자체와 잇따른 활약상이
무척이나 단순하면서 이 주인공만이 만들수 있는 독특한 재미를 준다.
미국이라서 가능해 보이는 부분들 또한 나름 비중있는 흥미거리다.
이혼한 전처 중 한명을 계속 비서로 두고 있고,
(이유라면 남 주기엔 아까운 비서로써의 능력 때문?)
그런 전처의 현재 애인이자 자신의 개인 수사관이기도 한 이와는 각별한 친분.
(나름 벽도 생길만한 사이임에도 놀랍게 진솔한 관계 지속)
그리고 죽은 전임변호사의 고객이었던 패트릭이란 젊은이를 위해선
임시로 자신의 운전사로 고용해 자립할 발판을 마련해 주고
복잡해 질 수 있었던 그의 소송마저도 최대한 깔끔한 마무리를 지어 준다.

단순히 생각해 보다면,
쫓고 쫓기는 식의 전형적이고 무게감있는 범죄스릴러적 요소도 없고
도리어 다소 대중적이면서 통속적인 플롯이 많이 담겨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나름의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쓴 책이라면
이를 단순 개인취향과 관련된 감상이었다고만 평하고 싶진 않다.
팽팽한 대결구도나 연쇄살인범 같은 극한캐릭터나 비등한 조연은 없지만
코넬리의 여러 책중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법정 스릴러도
굉장히 매력적이게 읽힐 수 있었던 이유는,
사무적인 관계임에도 흐르는 따뜻함이나
유머,냉소, 나름의 반전 등을 고루 넣어
한 장르 소설이 가지는 스토리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여러 주변적인 얘기들과 주된 법정관련 얘기를 잘 배치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는 주된 흐름을 읽지 않고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러로써의 '마이클 코넬리'가 가진 능력이라 느껴진다.

제목 'Brass Verdict'을 사전엔 있으려나 싶어
찾아도 보고 없기에 유추해보려 조합도 해봤지만
읽기 전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가
책의 말미쯤에 다 가서야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코넬리가 이 책을 구상하면서 핵심으로 생각했을 핵심단어를
책제목으로 썼을것이란 생각해 봤을 때
이는 아마도 '악법도 법이다'란 소크라테스적 해석보단
클린트우드의 영화 속 '더티해리'에 가까운 해법을
더 정당성 있게 그려내고 싶었는지 모른단 생각을
책제목의 뜻을 알게되며 떠올려 봤다.
사실 난 소크라테스 적인 해법이 좀더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줬을 거라 믿고 있지만.

끝으로, 코넬리의 다른 책 중 재밌게 봤던 '시인'의 느낌이
속편인 '시인의 계곡'에선 솔직히 그만 못했었단 얘기를
'The Brass Verdict'의 감상평 말미에 덧붙여보고 싶다.
단지 속편이 가졌던 줄거리 자체의 한계 때문만이었을까?
개인적으론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속편과 전작의 번역자가 동일하지 않다.
같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왠지 2권의 책속에서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인'에서의 느낌을 먼저 간직해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시인의 번역가가 좀더 캐릭터를 잘 살린
번역을 구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인의 계곡도 시인을 번역한 이가 했었어야
두 작품이 어느정도 연장선에 했다고 더 느끼며 읽혀졌을거라 믿는다.
레이첼의 느낌은 좀더 무거워 졌고,
해리는 좀더 단순해지고 덜 입체적이 된 듯한 느낌은
번역기술의 차이라기 보단 번역자들의 정서적 차이였을지 모른다.

이 책의 감상평 끝에 다소 관계없는
'시인'이나 '시인의 계곡'과 관련된 번역을 언급했던 이유는
이 책에선 좀더 주인공들의 개성을 잘 살릴 수 있을
그런 번역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의역이나 번역자체를 말하려는게 아니다.
단지, 작품 전체를 통해 등장인물들이 뿜어내는 미묘한 느낌을
잘 살려 번역해내는 게 모든 번역물의 핵심사항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독자가 좀더 책을 재밌게 여기느냐 아니냐로 이어질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내 주관적 해석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번역본이 나왔을 때,
'미키 할러'나 '해리 보슈', '월터 엘리엇'까지
책 전체를 통해 느껴지는 그 느낌으로 좀더 잘 살아나 있길 바란다.
순간 월터 엘리엇의 느낌이라면
영화'추적'에 등장하는 '마이클 케인'같은 모습이 떠올려 지는데
이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재밌게 읽은 이 책도 어서 빨리 좋은 번역을 거쳐
'마이클 코넬리'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해
국내출간이 된 그의 작품목록 속에 들어갔으면 좋겠단 바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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