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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우문현답 -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를 잡아준 그 한마디 ㅣ 공병호의 우문현답 시리즈 1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0년 9월
평점 :
고등학교 때 거의 유일무이했던 참고서는 '수학의 정석' 시리즈였다.
'해법수학'이라는 조금 다른 책도 있었지만 정석이 거의 바이블이였다.
그 책도 조그맣고 두터웠지만, 그 책과 별책이었던 '해답풀이집' 또한
그 두께가 얇을 순 없었다, 많은 문제의 답을 담고 있었기에.
공병호의 '우문현답'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시절 배우던
수학의 정석도 아닌 그 '해답집'이 왜 자꾸 어른거렸는지 모르겠다.
계속 이어지는 정답, 정답, 또 그리고 다시 정답...
이렇게 수많은 책에서 뽑아 낸 촌철살인같은 생각들이
각자 표현해내는 그 정답같은 인생의 조언들을 들으면서
때론 내 생각과 같은 것들에 대한 재확인을,
때론 못내 내가 부정하고 싶은 것들이었지만
다시 이성적으론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글들을
이 책에서 수도 없이 많이 접했다.
많은 책에서 쓰였을 수많은 좋은 구절을 싣고
그 밑에 공병호씨 자신의 곁들인 생각을 붙였다.
중간중간엔 풍경이나 어떤 속뜻을 생각케되는 사진들도 있다.
생각해보니, 글뿐 아니라 사진마저 크게 울린 종소리가
진동하며 내는 나지막한 잔향음처럼 계속 웅웅거리며
쉬지않고 끝까지 나를 깨우치라고 몰아대던
스파르타식의 의도를 가진 책은 아니었나도 싶다.
'완전히 쓰이고 나서 죽고 싶다'
책 중간 쯤 '조지 버나드 쇼'가 했다는 이 구절이 들어있다.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절망을 하고 있는 시대.
'우문현답?'
우문을 생각했을 때 그 '문(問)'이 결코
물음표를 동반한 질문들만을 대표하진 않을 거 같다.
'죽고 싶다', '열받는다', '다 가만 두지 않겠다',
'저 인간만 아니었다면', 희망이 없다' 등등
분노나 절망 어디쯤에서 내뱉고 뇌까리는 모든 말들도
공병호가 집어주고 싶던 '우문'은 아닐런지.
난 희망을 놓아버린 슬픈 말들이나 행위들도
상당부분 이해해 주어야 할 정당성도 가질 수 있다 생각한다.
하지만, 긍정을 부정하며 비관을 인정하고 당연시 한다면
많은 것이 더 혼란스러워 질거란 생각을 갖는다.
말뿐인 긍정 추구자와 이를 토대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분명 '긍정'은 비관보다는 삶을 지켜내는 원동력일테니 말이다.
책에 담긴 위 구절을 난 이 책의 대표선수로 뽑았다.
수많은 좋은 다른 얘기들 중에 유독 이 얘기가 와닿는 것은
자신과 세상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필요한 해답도 구하려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스로 열망하고 그것을 받아주는 세상'이랄까.
책의 또다른 구절에선 '답은 자신안에 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힘들고 지친 순간 이 책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 답을 찾기 전에,
이 책 안에 정석의 '해답집'처럼 여러 정답들이 들어있음을
한번쯤 떠올려 보게 될 거 같다. 외로운 인생길이 덜 수고스러울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