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양장)
레베카 크누스 지음, 강창래 옮김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라는 소설 속 멸망한 지구에선
폐허가 된 도서관과 그 속의 책들이 등장하는 대목이 있다.
큰 의미부여를 뒀던 문맥은 아니라 여겨지지만
그 부분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맘이 편치 않았다.
모든게 타버린 지구...
재로 변한 그곳에 오고 멈추길 반복하는 비...
그 속에서 타기도 하고 흠뻑 젖어버린 쓸모없어져 버린 책들...
소설속 주인공은 인간이 부여한 책의 가치에 대해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고 덤덤히 얘기한다.
줄거리에 빠져 그 부분을 읽으며 지나칠 땐
작가의 그런 묘사가 불편하긴 했어도 어색하진 않았다.
다만, 책을 사고 아끼고 소장하는 이로써
가상으로나마 책이 그런 존재로 되버린 세상을 접해보는건
그리 썩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이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는
책을 사람과 문명처럼 어유기체적 존재로 생각하는 작가가
무자비하게 역사속에서 사라져갔던 여러 장서와 도서관들에 대해
심히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담고 있고
그런 심정을 독자도 충분히 공유할 수 있을리라
그에 해당하는 많은 고증을 나누고자 쓴 책이다.

분서갱유나 알렉산더 대왕 시절에 있었다던
거대한 도서관의 전설 등만을 많은 책들이 소실됐던
유일무이한 큰 사건들로 알고 있던 나에겐
이 밖에도 여러가지 책이 사라졌어야만 했던
여러가지 비보는 말그대로 가슴 아픈 역사였다.

한번이라도 읽고 싶은 책을 구하고 소장하려 노력해 본 사람이라면
역사속 듣도보도 못한 사람의 학살에 비유되는 책의 소실에 대해,
책이 학대받고 더이상 구할수도 없을 상황에 있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괴로운 일이니까.
하지만 이런 지극히 지엽적인 기분을 떠나
전인류적인 자산이 한순간에 쓰레기보다도 못한 처지가 되어
도서관이나 책이 없어져 버리는 건 뭐랄까...참담함 이상이다.
우린 없어진 모든 책들의 목록조차 알 수 없다.
그냥 단순히 많은 책들이 없어졌다는 사실만 알 뿐
정확히 무엇이 없어졌기에 두고두고 안타깝다는 식이 아니라
분명 무언가 이젠 더이상 재현해 낼 수 없을
가치있는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절망하는 꼴이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속상해질 수 밖에 없다.

책을 사랑하는 이에겐 너무나 충격적이고 비통한 역사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더 읽고 싶어지는 마약같은 책이기도 하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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