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다

조선사 진검승부 - 조선왕조실록에 감춰진 500년의 진실
이한우 지음 / 해냄 / 2009년 11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것 중 가장 흥미를 끈 건,
어떤 역사적 사실보다 선조가 명필이였다는 얘기였다.
그런 말이 있지 않던가, 글씨에 성품이나 마음가짐이 은연중 녹아있다고.
큰 전란 중 하나였던 임진왜란을 겪은 시대의 군주이기에
당시 백성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에서 무관할 수 없던 왕이였고,
친자식인 왕자에게 왕위를 빼앗길까 경계했다는 설과
이런 모습으로도 비춰지는 탓인지 선조의 방어본능이
이순신 장군이 자결같은 죽음을 맞게한 이유였단 추측을 내놓은 이도 있다.

역사의 큰 맥락을 통해 느껴지는 이런 선조의 모습은
그가 명필이였단 사실과는 왠지 어울리지않아 보였다.
물론 글씨체일 뿐이라 한정지어 반대로 생각한다면
꼭 사람의 내면과 연관시킬 수 없는 부분도 있음을 안다.
하지만 나 스스로 거창하진 않지만 조금 다른 결론을 생각케 되었다.
이런 글씨를 써낼 배포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이순신이나 류성룡같은 신하들을 거느릴 수도 있었던건 아닌지 하는.
한마디로 국가를 다스림에 있어선 과가 많이 눈에 띄었지만
자신의 인생을 살아낸 처세에 있어선
약간 다른 평가를 내놓아야 할 인물은 아닌가 싶어진다.

이렇게 작은 일이지만
'조선사 진검승부'속의 에피소드를 접하다보면
평소에 알고있던 지식들이나 생각들이
조금 충돌하거나 수정되는 경험을 했다.
물론 그것이 무척 파격적이거나 듣도보도 못한
큰 규모의 것들은 아니었지만
작으나 오래 기억남을 재미와 흥미거리
그리고 나름의 현대인에게 줄 수 있는 교훈같은 것도 있었고,
작가인 이한우씨가 고사성어를 목차로 이용해
그에 맞는 얘기를 다양하게 담아낸 것도 좋았다.

사람 사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들 한다.
지금과는 유용했거나 배웠던 학문은 달랐고,
문화나 사회 분위기도 상당부분 달랐음에도...
충직한 사람, 음탕한 사람, 안타까운 사람, 그저 그런 사람...
모두가 그때도 지금도 있다.
500년 후의 후세들속에도 내가 살고있는 이 시대를 역사로 배우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지금처럼 또 있을 것이고.

역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자체가 넌센스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