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우체부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권종상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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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묘한 책이다.

어찌보면 출간되어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지기엔
조금은 부적합 할 수도 있는 100% 개인사적인 책이다.
불굴의 의지로 성공한 한 얘기도 아니고,
자극적이고 톡톡 튀는 주제나 문체로
독자를 자극하는 것마저도 아니니까.
하지만, 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강한 향이 아닌 은은한 향을 내뿜는 어느 꽃처럼
너무나 평범할 수 있을 자신과 그 주변얘기를 이토록 잘 풀어냈으니까 말이다.
저자의 남자답고 평범한 외모는 내 기준에선
더욱 이런 느낌과는 거리가 멀기에 그가 되살려 낸
책속 자신의 경험과 기억들에 더 관심이 가고 신뢰가 갔다.

아버지에 이끌려 시작된 미국속 이민생활...
본인 스스로가 말했듯 생활의 변화에서 비롯된 모든 스트레스는
이겨내야 할 꺼리들이 아니라 한때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었고
그땐 그렇게 하는편이 자신을 추스리기에 쉬웠다고 한다.
그렇게 지내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랬던 시절을 죄송스럽게 생각도 하지만
또 보통의 자식들처럼 다시 불효를 저지르는
마음만은 세상 제일의 효심을 가지고 있다는 저자...
경찰이 아닌 우체부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도 제공해 준 아내의 내조,
힘든 라우터(배달을 맡은 구역) 때문에 고생스러웠지만
어느새 떠나기 싫을 만큼 정을 쌓고 인정을 받았던 직장생활,
'우체부'라는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 성실히 지내다 보니
한명 두명 알게된 지금은 너무 소중한 여러 지인들,
거기에 지금은 추억이지만 창피하기도 했고
때론 봉변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더딘 영어실력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등...

저자 '권종상'씨의 시애틀 생활기는
그가 사랑하는 그곳의 커피향만큼 나를 은은히 웃음짓게 한다.
아니 감동, 재미 그리고 예상밖의 철학적인 교훈까지...

하루하루가 재미없거나, 주변원망만 하고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이 읽는다면
정을 나눠주고, 다시 그 정을 돌려받기도 하며 살아가는
이 저자의 이야기에서 가르침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발전한다면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보려 노력할 지도 모르겠고.

책을 다 읽고 보면,
마지막 장에 끼워있는 편지지가
꼭 책의 제목과 관련된 소품같은 선물이 아님도 알 수 있을듯 하다.
내가 볼 때 마지막 장의 편지는 '정'이요, 이를 담는 '그릇'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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